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3)
#243
패륜킬러
“흥미로운 제안이라?”
– 응. 릴 핌프 기억해?
“물론입니다. 어찌 핑프 공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 걔가 요즘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가 됐거든.
“재미있는 캐릭터라, 핑프 공이 말씀이십니까?”
– 그래. 걔 요즘 A.K.A도 바꾸고, 아주 웃겨.
전화기 너머 스칼렛 홀의 목소리는 꽤나 들떠 있었다.
그녀의 말처럼, 최근 릴 핌프의 행보는 꽤나 흥미로웠다. 오랜 기간 동안 전속 매니지먼트였던 CB뮤직과 계약을 상호해지한 릴 핌프는, 이제 본격적으로 셀프 프로듀싱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찍어 내기 시작했다.
그가 스스로에게 붙인 새로운 랩네임은 Hyo-Do-Wang(효도왕).
‘효자 래퍼’라는 신박한 기믹을 들고 나타난 릴 핌프는, 벌써부터 왕성하게 음악 활동을 하며 그의 수천만 팔로워들을 당황시키기 시작했다.
“Yo, This is Lil Pimp A.K.A The King of Hyo-Do, and the Fxxkin’ Hyoja on the West Coast. 다들 부모님께 오전 문안인사는 드렸냐? 내가 느그 부모 안부 묻기 전에 느그들이 먼저 부모님 안부들 챙기라고, 이 뻐킹 불효자 새퀴들아.”
군자를 만난 뒤로 릴 핌프(A.K.A 효도왕)는 선비의 가치관에 푹 빠진 듯 했다.
효(孝)의 가치를 담은 첫 번째 믹스테이프 [West Cost MotherFather>를 낸 뒤, 급기야 그를 따르는 영건 래퍼들을 모아 ‘효도사이드 스쿼드’까지 만들었다.
울 엄마 손목에 Fxxkin’ Versace, 마이 뻐킨 랩 머니로 샀지.
울 엄마가 모는 Fxxkin’ Bentley, 엄마 존나 건치 없지 틀니.
[미친] [시발 정신이 혼미해지네] [핌프야 대체 이 가사는 뭐냐?] [아니 분명 불량한데 알맹이는 또 건전하네?] [그니까 그 돌아이 릴 핌프가 지금 효자 다 됐다는 내용으로 믹스테이프를 낸 거임?] [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이게 맞아?] [ㅅㅂ근데 그와중에 비트는 개좋음] [이런 음악을 납득시키는 핌프쉑의 재능이 무섭다] [엄마차 뽑았다 널 데리러가~]직설적인 웨스트코스트 힙합과 효도의 만남은 실로 신박하기 그지없었다. 처음엔 ‘웬 황당한 컨셉인가’ 싶던 이들도 슬슬 이 병맛 기믹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울 엄마 계좌엔 0이 9개, 느그 엄마 계좌는 존나 마이너스.
엄마 피부과 일시불 긁었지, 카일리 제너가 울 엄마 따까리.
[아니 시발 이게 왜 좋은건데] [내 장담하는데 이 쉑이 북미 힙합씬 역사상 최고의 악마의 재능임] [아니 요즘 효도사이드 스쿼드 놈들도 죄다 전염돼서 이딴 노래만 만들던데 이게 맞는거야?] [근데 어차피 요즘 힙합 누가 가사 듣냐? 그냥 신나니까 틀어놓는거지] [틀어놔도 자꾸 가사가 귀에 어른거린다니까?] [근데 효도가사가 귀에 어른거리면 좋은거 아냐? 이렇게라도 부모님한테 좀 잘해라 새퀴들아] [맞는 말이긴 해서 반박을 못하겠네] [이 와중에 핌프쉑 믹테 신곡 빌보드차트 HOT100 진입] [그냥 웃길라고 만든 노래 같은데 핫백이라고? 시발] [갑자기 그거 보고싶네 그 유군자인가? 코리안 아이돌 있잖아 핌프랑 비프 있었던] [ㄴ아 그 쌉선비 컨셉으로 활동하던 애 말하는건가] [ㄴ맞음. 이 시점에서 효도사이드 스쿼드랑 콜라보 해도 존나 웃길듯?]모두가 릴 핌프의 새로운 기믹을 비웃었으나 정작 릴 핌프 본인은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그게 좋은 화젯거리든 안 좋은 화젯거리든, 일단 어그로를 잔뜩 끄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릴 핌프였다. 비난보다 안 좋은 건 무관심이라는 것을, 릴 핌프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효(孝)를 주제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이상한 쾌감이 뒤따랐다.
평생 정직하게 살아온 자가 나쁜 일탈을 하면 쾌감을 느끼듯.
평생 크고 작은 사고만 쳐 온 릴 핌프에겐 효도가 곧 일탈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비아냥거리던 대중들도, 믹스테이프가 빌보드 차트에 오르기 시작하자 슬슬 그 컨셉을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더불어 릴 핌프가 결성한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의 음원도 서서히 인기를 얻어 가고 있었다.
이쯤 되니 또 한번의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고 싶어진 릴 핌프였다.
기믹질을 시작한 것은 릴 핌프 본인이었으나 영감을 제공한 것은 역시 군자였다.
이렇게 된 거, 아예 7IN 멤버 전부를 LA로 불러들여서 공연을 해 보는 건 어떨까.
효도사이드 스쿼드와 릴 핌프의 노래, 거기에 스칼렛 홀이 작곡한 신곡까지 얹어서!
아이디어가 떠오르자 마자 스칼렛 홀에게 연락하여 공연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스칼렛 홀 역시 이 아이디어에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 요즘 릴 핌프 그 녀석, 아주 효자 다 됐거든.
“오오.”
– 그래서 말인데, 그 놈이 LA와 한국에서 ‘효도 투어’를 하고 싶다더라.
“효도 투어? 효(孝)를 주제로 한 공연 말씀이십니까?”
– 응. 가능하다면 너희 멤버 부모님까지 전부 초대해서! 어때?
“세상에, 좋습니다! 너무도 훌륭한 계획입니다!”
스칼렛 홀과의 콜라보레이션 신곡 발매, LA – 한국 투어, 거기에 거한 효도까지 한 방에 할 수 있다니!
군자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바로 다음 날 회의 시간, 군자는 이 안건을 동료들과 회사 측엔 전달했다. 서은우 팀장을 비롯한 솔라시스템 임직원들, 7IN 멤버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효도 투어? 그럼 우리 부모님까지 다 가는 거예여?”
“···혀, 형제들도 데리고 가도 될까요···.”
“물론이지. 효도 투어라고는 했지만, 가족들 모두 데리고 와도 된다고 했다.”
“아하하하핫, 재미있는 기획이네~”
“나도 요즘 릴 핌프 SNS 쭉 보고 있는데, 얘 요즘 무슨 효도 관련 내용 밖에 안 올리더라. 가사도 완전 웃기다니까. 막 우리 엄마 개부자~ 우리 엄마 근육질~ 이딴···.”
“푸하하학, 그게 뭔데? 거짓말 치지 마.”
“아니 진짜라니까? 릴 핌프 그 형, 진짜로 효도에 푹 빠진 것 같아.”
“그래? 하긴 그러니까 효도투어인지 뭔지 그런 것도 하자고 하는 거겠지?”
“무튼 난 찬성! 공연도 좋고, 윌리 그린 신곡도 좋고, 부모님이랑 같이 미국 가는 것도 좋아여. 팬 분들도 좋아하시겠져?”
“그치. 미국 공연만 하는 것도 아니고, 바로 한국에서도 투어 하는 거니까. 한국 팬 분들 만나뵐 기회도 있는 거잖아.”
멤버들의 의견이 모이자 서은우 팀장은 빠르게 이 안건에 대한 승인을 마쳤다. 게스트로 참가하는 투어인 만큼, 비용적인 부분도 릴 핌프 쪽에서 거의 전액을 부담했으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공연이 확정된 뒤, 릴 핌프가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을 전용기에 태워 한국에 도착했다. 3주 뒤 있을 투어 공연을 대비하여 7IN 멤버들과 연습을 하기 위함이었다.
솔라시스템 연습실에 도착하자 마자, 릴 핌프는 긴 팔을 벌려 멤버들을 끌어안으며 껄껄 웃었다.
“Yo, 존나게 오랜만이다 나의 쌉선비 형제들아!”
“핑프 공, 효자 다 됐다는 소식 들었소.”
“그럼 그럼. 이제 내 또 다른 이름이 효도왕이라고.”
“하하, 거 참 뿌듯한 일이외다.”
“아, 우리 친구들을 소개할게. 존나게 효심 지극한 ‘효도사이드 스쿼드’야.”
“오오—.”
“짜식들아, 인사해라. 마이 맨, 칠린 형님들이시다.”
처음엔 서로를 경계하는 듯 했지만, 7IN과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은 금세 음악 이야기나 부모님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7IN 멤버들이 모두 영어에 능통하다는 것이 주효했다.
“어이, 얼굴 하얀 친구.”
“어어··· 넵? 나여?”
“그래, 너. 일로 와 봐.”
“어어어··· 그, 그럴까여, 하하하.”
“이 여자 좀 봐라. 예쁘냐?”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무시무시한 래퍼의 서슬에, 현재는 겨우 웃어 보이며 간신히 대답했다.
“으으음··· 그, 그런 것 같은데, 아하하하—.”
그런 현재의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듯, 래퍼는 기분 좋게 웃으며 현재의 어깨를 쳤다.
“흐흐, 우리 어머님이시지.”
“아하?”
“이 자식 이거, 눈깔이 아주 참 눈깔이구만?”
“헤, 헤헤, 감사합니당. 어머님이 참 미인이시네여.”
아이스 브레이킹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연 연습은 릴 핌프와 군자, 현수, 태웅이 진두지휘했다.
“잘 들어, 우리 공연 이름은 ‘PairyunKiller(패륜킬러)다. 이게 뭔 뜻이냐고? 효심 없는 패륜아 놈들은 전부 찢어버리겠다는 뜻이지.”
“오오—.”
“우리의 효도 스웩이 LA와 서울에 울려퍼질 거야. 우리 부모님들은 앉은 자리에서 실신해 버릴 거라고. 알아들어?”
“물론이지—!!”
“시발, 우리 엄빠를 감동으로 지리게 만들어 버리자—!!”
“God Bless you, Mother Father(부모님께 신의 축복을)—!!”
공연 주제가 ‘효’인 만큼,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은 7IN 멤버들에게 배울 것이 많았다. 적어도 ‘효’에 관한 한, 한국이 미국보다 다양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어머니의 마음> 같은 노래가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칠린 친구들, 우리 친구들에게 코리안 효도송 하나만 가르쳐 줄 수 있겠어?”
“당연하지.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노랜데, 한 번 따라 불러 볼래?”
보컬 멤버 현재가 나서서 직접 본토 래퍼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을 가르쳤다. 그러나 발음 문제가 난감한 오해를 만들기도 했다.
“자, 따라해 볼게요.”
“오케이, 시작하자고!”
“낳으실 제 괴—로움—.”
“나의 Shit, 지예 쾌이— Rome—.”
“아니 아니, 나의 Shit이 아니라 낳으실··· 하아, 일단 여긴 넘어가고.”
“좋아 좋아, 다음 파트 불러 줘!”
“다— 잊으시고오—.”
“Die Juicy Go—.”
“엥?”
“다음, 다음 파트!”
“···기를 제에 밤낮으로.”
“Killer 지예, Damn 나 Juro.”
“애쓰는 마음—.”
“Ass noon ma’am—.”
“하아, 뭔가··· 이게 아닌 것 같은데, 끄흐으음.”
“이예 이예, 이 노래 힙한데!”
“휴, 어떡하지?”
물론 발음에 상당한 문제가 있기는 했으나, 어찌 됐든 투어 멤버들의 열의는 최고 수준이었다.
그렇게 함께 합숙하며 몇 주 간의 연습을 진행한 7IN 멤버들과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은 마침내 공연 준비를 끝냈다. 이제는 멤버들의 부모님에게 이 깜짝 선물 소식을 전달할 시간이었다.
“후우—.”
영상전화를 거는 군자의 얼굴엔 기대감이 가득했다. 부모님은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는 얼굴로 군자의 영상전화를 받아 주었다.
– 군자야~
“어머니, 아버지. 강녕하신지요!”
– 그럼 그럼, 아침에도 안부 전했잖니. 오늘은 저녁에 영상전화를 다 하네?
“예, 드릴 말씀이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 오, 뭔데 뭔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