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6)
#246
효도투어
군자의 부모, 유상헌과 조연수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부러움을 사는 부모였다.
현 시점 가장 핫한 아이돌 멤버의 부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러운데, 심지어 그 아이돌이 둘도 없는 효자 그 자체라니.
어른들이 상헌 – 연수 내외를 부러워 하는 것도 당연했다. 오죽하면 [유군자처럼 키우기> 같은 책이 비문학 섹션의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으니까.
참 행복하시겠어요. 하루하루가 즐거우시겠어요. 얼마나 뿌듯하세요!
요즘 상헌과 연수가 매일같이 듣고 사는 말들이었다.
“하하, 감사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었다. 사고로 잃을 뻔했던 아들이 이렇게 장성했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종종 적적함을 느끼기도 하는 두 사람이었다.
“요즘 군자가 많이 바쁜가 봐요.”
“그러게요. 전에는 그래도 종종 집에 올 정도의 여유는 있었는데···.”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겠죠?”
“아유, 그럼요. 실장님들이 어련히 알아서 챙겨 주실까.”
“그래도 집밥을 먹고 다녀야 하는데··· 휴우.”
아들 군자가 성공해도 너무 성공해 버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빽빽한 스케쥴 덕에 아들 얼굴 보는 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때로는 촬영장에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지만, 군자의 집중력을 깨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전히 아침마다 부모님의 안부를 묻는 영상전화가 걸려 오긴 했으나 가끔은 아들 군자의 손을 직접 잡아주고 싶은 부모님이었다.
“군자 보고 싶네···.”
“나도요.”
“우리가 너무 큰 걸 바라는 걸까요?”
“그럼요. 순 욕심쟁이들이죠.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를 부러워 하는데,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요.”
“그래도··· 그래도 가끔은 좀 오래 보고 싶기도 하네요.”
“에휴, 누가 아니랍니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군자가 한다는 붓글씨, 사군자 바라보며 명상하기를 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은 자꾸 커지기만 했다.
이젠 TV만 틀어도, 유튜브만 열어도 아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손 한 번 잡아 주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자주 보는 것은 욕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한번쯤은 아들을 오래 보고 싶었다. 영상전화 건너 아들의 얼굴이 유독 야위어 보이는 날엔, 군자가 좋아하는 보양식을 해서 먹이며 도란도란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었다.
그런 상헌 – 연수 내외에게 LA 여행은 꿈만 같은 일이었다.
일주일 내내 아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모습도 가까이서 보긴 처음이다.
아들과 친구들의 사이는 TV나 유튜브에서 보던 것 그대로였다. 유찬의 목소리는 조곤조곤 나긋나긋했고, 태웅은 언제나 에너지가 펄펄 넘쳤으며, 현수는 항상 군자 뒤만 졸졸 쫓아다녔다.
현재는 초면에도 군자의 부모님에게 발랄하게 말을 걸어 주었고, 시우는 항상 화사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었다. 과묵한 인혁과는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았으나, 놀랍게도 인혁이 먼저 군자의 부모님께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해 왔다.
너무 좋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구나.
아이돌로서 성공한 것 뿐만 아니라, 20대의 소년으로서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구나.
일주일 동안 가까이서 군자를 지켜보니 그 동안의 모든 고민과 섭섭함이 깨끗이 날아가 버린 상헌과 연수였다.
“여보, 나 이제 10년은 안 아쉬울 것 같아요.”
“하하, 그래요? 군자는 1년에 한 번은 같이 여행하자고 하던데? 그럼 여행은 10년 후에나 가는 걸로···.”
“아니, 또 그렇게 말씀을 하시면—.”
“장난이에요, 장난. 무슨 의미로 하는 말인지 나도 알아요. 나도 뿌듯해서 잠이 안 오네.”
“내일 공연도 좋겠죠?”
“당연한 말씀을.”
군자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아들의 행복한 모습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부모의 가슴엔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이 차올랐다.
LA 공연은 그 행복감에 방점을 찍어 주었다. 종종 7IN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은 있었지만, 이토록 가까운 위치에서 아들들을 지켜보는 것은 처음인 상헌과 연수였다.
“꺄아아, 꺄아아아—.”
응원봉을 쥐고 흔드는 연수는 마치 소녀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한 모습이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젊고 잘생긴 남자들을 보며 소리를 지르는데도 상헌의 마음 속엔 질투심 하나 피어오르지 않았다. 아들과 그 친구들 아니던가.
그렇게 신나게 공연을 즐기고 있던 중, 스칼렛 홀과 7IN이 함께한 발라드 넘버가 시작됐다. 이번엔 군자가 모든 가사를 썼다고 했다.
스칼렛 홀이 직접 어레인지한 비트는, 가사를 명확히 들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빌드업되어 있었다. 그 정갈한 비트 위에, 소년들의 물방울 같은 목소리가 천천히 얹히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작은 목소리로 부르던 슬픈 노래.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던 때에도,
조용히 귀 기울여 주었던—.
보편적인 위로의 내용을 담은 가사 같았지만, 상헌과 연수는 알고 있었다.
그 가사가 군자 가족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캄캄한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나오지 않던 군자. 언제까지나 그 밖에서 군자가 나오기를 기다렸던 상헌과 연수였다.
가끔은 걱정에
잠 못 이루던 밤엔
가만히 들리던 내 이름,
손등을 덮어 준 체온.
군자가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시점, 아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음에 어찌나 감동했던가.
그 때엔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뿌듯했던 부모였다.
그 따뜻한 온기에
소로록 잠이 들 때면
어렴풋이 보이던
더없이 행복한 미소—.
손을 잡아 주면 군자는 신기하게 잠에 빠져들곤 했다. 그렇게라도 아들의 편안한 휴식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이 감사했다.
이젠 성공한 아이돌이 되었지만, 군자에게도 그 시간은 의미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담담히 부르는 가사에서, 떨리는 목소리에서 그 진심이 느껴졌다.
언제나 진심을 담아 노래하고 춤추는 군자였으나 지금만큼 그 진심이 절절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모든 관객들을 훑듯이 돌아본 군자의 시선이 상헌과 연수를 향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물기로 촉촉해진 군자의 눈초리가 아주 잘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헌과 연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감사, 감동, 슬픔, 후회, 먹먹함 같은 하나의 단어로 규정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정확한 이유도 알 수 없었으나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났다. 군자에게 들킬새라 황급히 손등으로 광대뼈를 쓸어내렸지만 아마 군자도 알아챘을 테다.
이제는 알 것 같아요, 모두 헤아릴 순 없겠지만.
그 마음 느낄 때마다 자꾸만 눈물이 나요—.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모두 헤아릴 순 없겠지만.
그 많은 걱정들의 끝엔 내 이름이 있었다는걸—.
노래가 후렴구에 들어서자 군자 역시 감정을 잡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가슴이 일렁이는구나. 눈물을 흘리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이 일렁임을 주체하기가 힘들구나.
그러나 군자는 알고 있었다. 저것은 결코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도 갈 길이 멀었지만, 아직도 한없이 부족한 불초 자식 놈이지만, 부모님은 그런 군자에게도 과분한 사랑을 주셨다.
아마 저 눈물의 의미는 기쁨이겠지.
울지 말자. 씩씩하고 의젓하게 이 무대를 마치는 거다.
턱끝까지 차오르는 울먹거림을 꾹꾹 눌러 가며, 군자는 가사 하나하나에 힘을 실었다.
상헌과 연수 역시 군자를 바라보며 연신 눈가를 훔쳤다. 눈물 흘리는 부모님의 모습에 군자가 무대를 그르쳐 버린다면,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을 테니까.
무대를 마치는 순간까지, 군자와 부모님의 시선은 때때로 서로를 향했다. 비록 서로를 응시하진 않았으나, 그 잠깐의 시선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대 후방의 커다란 프로젝터엔, 군자가 직접 쓴 가사의 번역본이 출력되고 있었다. 릴 핌프와 효도사이드 스쿼드의 공연을 보러 온 힙합 팬들도, 이 넘치는 효심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젠장, 이런 갬성은 반칙이잖아!”
“이제부터라도 부모님한테 잘해야겠어. 아직 늦지 않았다구.”
“빌어먹을, 저 꼬맹이들이 눈물 쪽 빠지게 하는구만.”
수만 불효자들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 준 발라드 넘버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는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과 7IN이 함께하는 신나는 힙합 무대가 시작됐다.
곡 제목은 [Uhh-Money Swag (어-머니 스웩)>.
릴 핌프와 스칼렛 홀이 함께 찍은 러프한 비트에, 멋쟁이 엄마를 주제로 한 키치한 가사를 얹어 만든 컨셉츄얼한 힙합 곡이었다.
Uhh-Money Swag, Uhh-Money Swag.
Big Money in my mother’s 호주머니!
감동적인 무대에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던 부모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껑충껑충 뛰며 마지막 무대를 즐겼다. 무대가 끝나는 순간까지 지루함을 느낀 관객은 단 한 명도 없어 보였다.
그렇게 모든 무대를 마치고, 총 일곱 곡의 야무진 앵콜까지 마친 뒤.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소년들은 각자의 부모님과 포옹을 나누며 야무진 축하를 받았다.
“와아아, 너무 너무 신났어—!!”
“웅아, 너 언제부터 이렇게 멋있었니.”
“마지막 곡 할 땐 진짜 정신 나가는 줄 알았잖아.”
“군자야, 넌 발라드도 너무 예쁘게 부르더라.”
군자 역시 부모님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깊은 감정의 여운에 빠져 있었다.
부모님은 군자에게 굳이 어떤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군자는 부모님의 마음을 모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분들은 나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 주신다.
처음부터 감사했던 일이지만 여전히 그 감동은 헤아릴 수가 없구나.
“어머니, 아버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라니, 우리가 더 고맙지.”
“···.”
“멋지게 커 줘서 정말 고마워, 군자야. 이제 우리는 더 바랄 게 없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다니까.”
어머니 연수의 말에 군자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앞으로 더 행복하게 해 드릴 겁니다.”
“아유, 말만으로도 고맙네.”
“후후, 군자(君子)는 함부로 공수표를 날리지 않는답니다.”
“아하, 웅이가 말한 3인칭 화법이 이거구나?”
“푸하학, 그쵸 어머님? 완전 오그라들지 않아요?”
“아니이~ 귀엽기만 한데 뭐~”
“아니 어머님! 아무리 그래도 3인칭 화법은 좀 아니잖아요~”
LA에서의 첫 효도투어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7IN 멤버들과 효도사이드 스쿼드 멤버들을 태운 전용기는 대서양을 건너 다시금 한국, 인천으로 날아왔다.
LA에 이어, 이번에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PairyunKiller’ 투어 공연을 할 차례.
서울 공연은 솔라시스템이 추가적인 투자를 한 덕분에 LA 공연보다 화려하게 꾸며졌다. 거대한 돔 경기장은 총 4만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으나, 객석은 당연하다는 듯 단 한 자리의 공석도 없이 가득 찼다.
“···!”
그 관객들의 물결을 보며, 군자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관객들의 구성이 평소와는 조금 달랐기 때문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