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9)
#249
구미가 당긴다
“어, 그러고 보니 이제 곧 군자 형아 생일 아니에여?”
“그러네. 혁이 형이랑 유찬이도 생일 비슷하잖아.”
“오오, 셋이 같이 생파 하면 되겠구만.”
군자와 동료들은 성향만 닮은 것이 아니었다.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몇몇 멤버들은 생일까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겹쳐 있었다.
군자의 생일은 10월 10일, 인혁이 10월 15일, 마지막으로 유찬이 10월 18일.
생일이 비슷했기에 해당 멤버들끼리는 생일파티도 한 번에 몰아서 했다.
물론 팬들은 그런 식으로 퉁쳐서 생일을 챙기는 일이 없었다. 개인 팬들은 언제나 군자, 유찬, 인혁의 생일을 살뜰히 챙겼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섬세하고 성의 있게 준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팬들이 준비한 선물은 각 멤버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올해 생일, 군자가 받은 선물은 수제 서예붓을 비롯한 문방사우(文房四友)세트였다. 인간문화재급 명인이 직접 한 올 한 올 재료를 모아 만든 서예붓은, 서예인들에게는 최고의 명품이나 다름없었다.
“오오—.”
생일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지만, 선물을 받아든 군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한 표정이었다.
“세상에, 이런 호사가 다 있나. 이런 호사가···.”
소속사와 멤버들이 직접 ‘과한 생일선물은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신신당부했기에 팬들 역시 감당 가능한 선에서 준비한 선물이었다. 그러나 군자에겐 그 문방사우 선물도 호사롭기 그지없었다.
흑단나무로 만든 자루는 화려한 장식 하나 없이 매끄러웠다. 그러나 자루와 붓머리가 이어지는 부분에 위치한 은은한 자개 띠가 심심함을 덜어 주었다.
마치 군자를 위해 태어난 듯, 오른손에 잡자 마자 착 감기며 달라붙는 느낌. 먹을 묻히기도 전에 군자의 입은 귀에 걸렸다.
“나의 팬들은 어찌 이토록 세심하단 말이냐. 어찌 이렇게 나의 마음을 잘 아신단 말이더냐.”
“그렇게 좋냐, 흐흐.”
“태웅아, 우리는 진심으로 축복받은 인생이다.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니! 매 순간 그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당연하지. 내가 제발 잊으라고 해도 넌 절대 안 그럴 걸?”
“후후, 칭찬으로 받아들이마.”
“칭찬이 맞긴 한데··· 또 저렇게 낼름 받아먹으니까 킹받네···.”
유찬과 인혁 역시 마음에 쏙 드는 선물을 받았다.
“···저, 제 선물도 너무 좋아요··· 어, 어떻게 제 동생들 옷 사이즈까지 다 아셨는지···.”
“아마 유찬이 너가 방송에서 지나가듯이 말한 적 있을 걸? 팬 분들은 그런 것까지 다 알고 계신다고. 아마 우리 스스로보다 우리에 대해서 더 잘 알고 계실지도 몰라.”
“···너, 너무 대단해요··· 사, 사랑 받는 기분이에요···.”
“맞아. 그러니까 너도 자존감 좀 더 가져도 돼 이 자식아.”
“흐음, 내가 팬더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셨을까.”
“혁이 형, 그건 아마 라이트 팬 분들도 다 아실 걸요?”
“어떻게?”
“어떻게 아냐니, 맨날 가방에 팬더 인형 달고 다니잖아요···.”
“—!?”
“뭘 깜짝 놀라고 그래! 그럼 모를 줄 알았어요? 푸하핫—.”
멤버들에게 전달된 선물은, 모금 규모에 비해서는 소박했지만 각자의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남은 모금액은 기부 등 좋은 일에 쓰인다고 하니 더욱 좋았다.
더 놀라운 것은, 팬들이 멤버들의 부모님까지 챙겼다는 사실이었다.
생일은 부모님이 고생하여 멤버들을 세상에 탄생시켜 준 날. 그렇기에 멤버들의 생일엔 그들의 부모님도 챙기는 것이 도리다.
그것이 7IN 팬클럽 ‘칠링즈’의 여론이었다. 유교 아이돌 팬질을 하다 보니 이미 사고회로 깊숙한 곳까지 유교가 스며들어 버린 팬들이었다.
덕분에, 각 멤버들의 부모님도 성의 있게 준비한 선물을 받아 볼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선물도 과분한데, 이렇게 부모님까지 챙겨 주시니 멤버들로서는 넘치도록 감사할 따름이었다.
팬들에게 받은 말랑한 붓끝을 매만지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군자가 입을 열었다.
“참 놀라운 일 아니더냐.”
“음? 뭐가?”
“그저 가무가 좋아 아이돌이 되었을 뿐인데,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 말이다.”
“그치. 체감 못 하다가도, 생일 같은 날 되면 확확 느껴지더라.”
“게다가 생일에 부모님을 챙겨 주시는 이 세심함··· 도대체 누구한테 배운 것인지,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느냐.”
“엥? 누구한테 배운 건지 진짜 모르겠어? 난 알 것 같은데.”
“음? 뭐, 어느 곳의 훈장님 아니겠느냐.”
“쩝, 글쎄에··· 이제 훈장님은 청학동이나 가야 뵐 수 있을 걸.”
군자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태웅을 돌아보자, 태웅과 현수가 함께 빵 터지며 웃었다.
“푸하하하학, 훈장님 안 계신 게 그렇게 충격이냐?”
“너한테 배운 거잖아, 군자 너한테.”
“나에게 배웠다라?”
“그래. 우리 팬들이 다 효자 효녀 된 건 유군자 너 때문이라고.”
“그런가···.”
이제 훈장님은 청학동에만 계신다는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지만, 어쨌거나 기분이 좋은 군자였다. 세상 사람들 모두 효심이 가득해진다면, 그 얼마나 뿌듯한 일이겠는가.
군자, 인혁, 유찬이 생일선물에 기뻐하고 있을 무렵, 팬들은 한참 다른 작당모의를 하고 있었다.
아이돌 팬클럽이라면 꼭 연다는 생일카페, 7IN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그러나 일반적이고 지루한 생일카페를 열고 싶지는 않은 팬들이었다.
이제는 팬 커뮤니티 안에서도 꽤나 높은 중역의 위치까지 올라간 연지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우리, 생일카페도 칠린 컨셉에 맞춰서 좀 색다르게 해 보면 어떨까요?”
“어, 그럼 어떤 식으로···.”
“얼마 전에 군자가 친구들한테 차를 대접한 적이 있었잖아요. 멤버들도 엄청 좋아했고.”
“아, 네 네. 그랬었죠.”
“그거 생각하니까 떠오른 건데, 카페 말고 찻집 컨셉으로 생카를 열어 보면 어때요?”
“찻집 컨셉이요?”
“네. 마침 군자 생일도 껴 있으니까, 좀 확 동양풍으로··· 어떻게 생각하세요?”
‘찻집 컨셉으로 생일카페를 해 보자’는 연지의 의견에, 팬들의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었다. 군자의 개인 팬들은 물론 인혁, 유찬의 개인 팬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멤버들 역시 이미 군자에게 물들어, 구수한 것을 사랑하게 된 상태였기에.
의견이 모이자 마자, 수뇌부는 팬 커뮤니티에 여론조사글을 올려 의견을 취합했다. 모두가 생일카페 이벤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만큼 의견은 금방 모였다.
찻집 컨셉은 찬성이다. 다만, 촌스럽지 않고 예쁘게 잘 운영할 수만 있다면.
“잘 할 수 있을까요?”
“후후, 인생 갈아넣어야죠.”
그렇게 말하며 연지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웃었다.
나 이연지(20), 다른 건 몰라도 팬질에 목숨 거는 것 하나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이 있단 말이다!
그 날부터 연지와 몇몇 팬클럽 회원들은 생카 이벤트를 위해 쉴새없이 발품을 팔았다.
예쁜 장소를 섭외하고, 세 멤버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오브제를 구상하기 위해 여러 날밤을 샜다.
“장소는 좀 넓었으면 좋겠는데··· 세 명이 동시에 하는 거잖아요.”
“찻집 컨셉 살리려면 한옥 컨셉으로 만들어진 카페가 더 좋겠죠? 어긴 어때요? 2층에 테라스 있고, 넓은 공간도 많아서 이것저것 꾸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으음··· 다 좋은데, 사군자 놓을 공간이 있을까요?”
“네. 이 쪽이랑 여기 유리창 바깥에 대나무 오브제 좀 놓고, 다른 공간에 또 이렇게···.”
“아하—.”
몸은 고됐지만 마음만큼은 즐거웠다. 최애 멤버의 굿즈를 구상하고, 그 멤버를 상징하는 물건들로 가득 채운 공간을 구상하는 일 아니던가. 진성 덕후라면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군자가 최애인 연지였지만 다른 멤버들과의 밸런스도 유념했다. 군자, 유찬, 인혁, 세 멤버가 동시에 진행하는 생일카페인 만큼 어느 한 멤버에게 치우쳐선 안 됐다.
덕질과 현생의 밸런스 감각에 점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연지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최선을 다했다. 1년에 딱 한 번 오는 생일인 만큼, 생일카페는 군자가 보더라도 깜짝 놀랄 만큼 예쁘게 준비하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한다면··· 어쩌면, 정말 어쩌면 군자가 직접 찾아와 줄지도 모르고.
“흐흐, 헤에···.”
“헉, 궁댕이연지 님! 코피 나요!”
“에? 응, 흐에~”
“아니, 웃을 때가 아닌··· 궁댕이연지 님!”
그렇게 코피 쏟을 기세로 몸과 마음을 갈아넣으니 어느새 멤버들의 생일찻집은 조금씩 완성되어 갔다.
애초에 컨셉부터 색다르게 한 만큼, 멤버들을 연상케 하는 시그니처 메뉴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인 연지와 팬들이었다.
“군자는 워낙 청빈하고 수수한 걸 좋아하니까··· 연잎 베이스로 만든 차는 어떨까요? 군자가 또 연꽃 엄청 좋아하잖아요.”
“오, 좋은 것 같아요. 연잎차가 향도 은은하고 맛도 나쁘지 않더라구요.”
“유찬이 메뉴는 어떻게 생각해 보셨어요?”
“유찬이가 좀 꽃 같잖아요. 그래서 말린 꽃을 띄운 꽃차를 생각해 봤어요.”
“와, 그거 너무 예쁘겠는데요! 인혁이 차는요?”
“인혁이가 엄청 건장하고 운동도 좋아하니까, 몸에 좋고 맛도 좋은 마차가 어떨까 해요.”
“마차요? 마라면··· 설마 대마···.”
“예?”
“역시 인혁 오빠는 갱스터 출신···.”
“···저기요, 아니거든요?”
다각도의 회의를 거쳐 시그니쳐 메뉴를 확정하고, 일주일 간 카페를 통째로 빌려 내부 인테리어도 조금씩 수정했다.
애초에 현무암질 석재로 이루어진 컨셉의 카페였기에, 큰 변형 없이도 연지가 원하는 분위기를 낼 수 있었다.
거기에 군자가 좋아하는 사군자 오브제를 더하고 라이브 방송에서 딴 거문고 연주 음원을 깔아 놓으니 더욱 분위기가 살았다.
“우왕, 벌써 너무 좋은데요···?”
“이제 사진도 붙이고, 저 쪽에 팬메이드 굿즈도 쌓아 놓고··· 그리고 또···.”
“휴우, 아직 할 일이 많네요.”
“그러게요. 우리 조금 더 힘내요!”
연지의 주도 하에, 군자 – 유찬 – 인혁의 생일찻집은 그렇게 완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오픈 일주일 전부터, SNS에 띄운 생일찻집 홍보물은 모든 팬들을 흥분하게 했다.
[우와아ㅏㅇ하ㅏ 생일찻집 머야 너무 예쁘게 잘 꾸몄어요ㅠㅠㅠㅠ] [이건 진짜 꼭 가고시픈데 시간이 안 될것같아여ㅠㅠㅠ] [닷새나 한다는데 하루는 진자 꼭 시간 내서 다녀오고시품] [ㅋㅋㅋㅋ근데 ‘닷새’라는 표현 실제로 쓴느사람 첨봄ㅋㅋㅋㅋㅋ] [ㄴ앜ㅋㅋㅋㅋ몰라··· 군자한테 옮았다구ㅠㅠㅠㅠ] [암튼 생카 아아니디 생차 너무 예쁘다ㅠㅠㅠㅠ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하셨대] [유찬이 꽃차는 진짜 꼭 마셔보고시품 꼭갈거임] [여기저기 다 푸르스름 대나무 투성이넼ㅋㅋㅋ군자가 봐도 너무 좋아할듯] [헤헤 열심히 준비했어요 뿌듯뿌듯]오늘도 팬들의 SNS 계정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군자도 이 홍보 게시물을 보고야 말았다.
“으음?”
생일 찻집이라. 연잎차라. 이건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장소 아니더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