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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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r on my mind
1차 팀 경연 D-4.
‘팀 유군자’의 중간점검은 성공적이었다. 호평을 받진 못했지만, 필살기였던 검무는 제대로 은폐했으니.
중간점검이 끝나자 마자, 영은채 트레이너가 직접 편곡한 [월광> 음원 최종본이 나왔다.
가편곡 버전도 훌륭했지만, 칼 소리와 바람 소리 등 사운드 이펙트가 더해지고 믹싱 디테일까지 잡힌 최종본은 훨씬 더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특히, 댄스 브레이크 구간을 편곡한 단체 대결 검무, 이어지는 군자의 단독 검무 구간은 음원을 듣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와, 편곡 개 좋아···.”
“영 쌤! 너무 너무 좋아요!”
“···흐흐···제가··· 특별히··· 애정을 담았답니다···.”
“헤헤, 감사합니다!”
“···군자 님의··· 단독 구간이라니··· 하아···.”
그 광기 어린 눈빛에 군자는 다시 한번 공포감을 느껴야 했지만.
어쨌거나, 편곡 음원만큼은 기대를 뛰어넘는 퀄리티로 완성됐다.
D-3.
최종 편곡 음원에 맞춰, 검무 퍼포먼스를 100% 완성시켰다.
“됐다아-.”
“으아, 이제 잠 좀 자자.”
완성과 동시에, 군자의 눈앞에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창작 안무를 완성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2포인트]모든 동료가 잠든 뒤, 조용히 상태창을 열었다.
[남은 포인트 : 3]지난 임무에서 얻은 포인트까지 도합 세 개의 포인트가 남아 있었다. 이제 이것을 투자할 타이밍이다.
노래에 한 개, 춤에 두 개.
[사용자 : 유군자] [용모 : A-] [노래 : C+] [춤 : B] [매력 : A]춤이 ‘B’ 레벨까지 올랐다. 검무는 물론, 일반 안무를 소화하기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레벨이다.
D-2.
드디어 팀 이름을 만들었다. 몇몇 멤버들은 인터뷰를 통해 이 과정이 연습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음, 어··· 무, ‘문보이즈’는 어때요?”
“유찬아, 그건 너무 올드하지 않니? ‘달이 차오른다~’ 는 어때?”
“형, 장난 치는 자리 아니거든여. ‘달토끼단’은요? 귀엽잖아요.”
“너무 귀엽기만 하잖아. 인혁이 형은 의견 없어요?”
“···달다구리?”
“다, 달 다구리요?”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달달한 느낌이 아니라 달을 집단으로 린치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이런···.”
결국 군자가 제시한 ‘달맞이패’가 팀 이름으로 선정됐다.
가장 처음 팀 이름을 냈다가 ‘300년 묵은 노친네 같다’는 핀잔을 들은 군자는, 그 말이 상당히 섭섭했던지 초콜릿을 한 개 먹기 전까진 한껏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D-1.
팀 이름까지 결정됐으니, 이제 ‘달맞이패’에게 남은 문제는 단 하나.
2절에 비해 약한 1절이었다.
“2절은 검무 때문에 확실히 임팩트가 있는데, 1절이 조금 약한 것 같지 않아요?”
“맞는 말이야.”
모두가 하현재의 지적에 동의했다. 검무로 임팩트를 주는 것은 성공했지만, 그 바람에 상대적으로 1절이 밋밋해져 버렸다.
“흐음, 새로운 소품을 추가해야 하나?”
“···그, 그러면 조금 정신 없지 않을까요···.”
“저도 유찬이 의견이랑 같아요. 여기서 뭘 더 넣으면 투머치야.”
“투모치? 그것이 무슨 생선인가?”
“푸하핫, 누가 군자 형 영어 좀 가르쳐 봐요!”
‘새로운 무언가를 넣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현 퍼포먼스를 유지하되, 임팩트를 강렬하게 가져갈 수 있는 방법.
과묵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인혁이 낮은 목소리로 한 마디 보탰다.
“군자가 너무 착해.”
“에?”
“폭군이잖아.”
“음, 그렇죠.”
“폭군이면 나빠야지.”
짧은 이야기였지만 모두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폭군은 말 그대로 개쓰레기 왕이다. 치가 떨릴 만큼 나쁘고 싸가지가 없어 보여야 하는데, 군자는 아직도 모두가 아는 착한 군자의 모습이었다.
“이번엔 군자 형이 좀 나빠져야 할 것 같은데요.”
“나빠져? 내가?”
“네. 폭군자잖아요.”
“그, 그렇긴 하지만···.”
“일단 군자 형을 좀 빡치게 해 보죠?”
“빡치? 그건 또 무슨 생선일까?”
“아, 왜 내가 먼저 열받지?”
군자가 동의하기도 전에, 모두가 ‘유군자 화나게 만들기’ 작전에 돌입했다. 모두 폭군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형, 가장 최근에 화 낸 적 없어요?”
“글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데.”
“그럼 뭐가 형을 가장 화나게 할 것 같은데요?”
“흐음.”
잠시 고민하던 군자가 이내 입을 열었다.
“불충, 불효.”
“···진짜 컨셉 지독하다.”
“사군자 파손. 종묘사직 훼손.”
“좋아여, 다 좋으니까··· 후우, 그럼 이렇게 생각해 보자구여.”
하현재가 군자의 앞에 팀원들을 세워 놓고 설명을 덧붙이기 시작했다.
“여기 기유찬은 어머니가 차려 준 밥상이 마음에 안 들면 발로 확 엎어 버린답니다.”
“뭣이?”
“태웅이 형은 부모님 결혼 예물을 팔아서 친구들이랑 술을 사 먹었고.”
“!”
“인혁이 형은 문화재에 침을 뱉고 다닌대여. 그럼 기분이 엄청 좋아진다나.”
“이런, 이런···!”
“저는··· 아, 대나무만 보면 톱으로 잘라 버리는 습관이 있네여.”
“무어라?”
“동원이 형은··· 엄··· 뭐 아무튼 불효자래요.”
단지 가정이었음에도 군자의 눈에 불이 퍽 들어왔다. 지금까지 군자에게서 본 적 없었던 살벌한 표정.
대리석 조각처럼 부드럽게 잘생긴 얼굴이 무섭게 굳으니, 그 대비 효과가 훨씬 두드러졌다.
“그래요! 이거야!”
“음?”
“무대 위에서도 우리를 쓰레기라고 생각하라고요!”
“그, 그래도 되는 건가.”
“그럼요! 지금 얼굴 완전 좋았어.”
그렇게, 선했던 군자의 얼굴에 악마가 깃들었다.
마침내 D-DAY.
암전된 조명이 어슴푸레하게 밝아지며, ‘달맞이패’ 멤버들의 머리 위에 떨어진 순간.
모든 방청객은 섬뜩한 오한을 느껴야 했다.
“저, 저게 유군자라고?”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어리버리하고 맹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체 무엇에 그리 화가 난 것인지, 광기어린 분노에 사로잡힌 폭군만이 있었을 뿐.
그 압도적인 등장 하나만으로, 이미 관객들은 무대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동양풍의 사운드 소스가 한껏 들어간 도입부, 현악의 선율이 시작되자 마자 폭군과 그 호위무사들이 칼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Lunar on my mind-.
미칠 것 같아,
저 달처럼 차올라.
내 안의 무언가-.
유찬의 부드러운 음색이 도입부를 열었다.
우수에 젖은 호위무사 유찬의 표정, 갈대처럼 하늘하늘한 움직임은 금방이라도 그를 잡아먹을 듯한 폭군의 모습과 절묘한 대비를 이루었다.
“쟤 뭐야?”
“완전 화랑 같다···.”
“저렇게 잘 하는 애였나?”
그러나 다음 소절인 B파트로 넘어가며, 분위기는 다시 한번 전환됐다.
시작한 순간 눈치챘어,
이건 Pause 없는 Game.
거울 속의 나를 몰라,
자꾸만 변해 가-.
진짜 연산군이 빙의되기라도 한 듯, 정돈된 머리칼까지 사방으로 흩날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짓는 군자.
이번엔 피지컬과 힘이 좋은 태웅과 인혁이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전면에 나서는 멤버가 달라지며 퍼포먼스의 결 역시 급변했다.
부드러움에서 강렬함으로, 회유에서 분쟁으로.
그 모습은 마치 암군과 충복의 아슬아슬한 대립 같아 보이기도 했다.
쉴 새 없이 테마를 바꾸면서도 동작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동선은 잘 훈련된 군대처럼 한 치의 어긋남도 없다.
그 모든 움직임은, 단 하나의 스토리를 위한 장치로서 작용하고 있었다.
점점 미쳐 가는 폭군.
관객석에 앉은 연지 역시 그 스토리에 점점 빠져들어 갔다.
“미쳤어, 진짜 미쳤어···.”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 순간이나마 군자를 의심했던 스스로의 머리통을 때려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가 폭군 안 어울린다고 한 거야, 저렇게 잘 하는데···.
어느새 노래는 프리코러스 파트.
호위무사들이 모두 물러간 무대 위, 홀로 선 군자가 가사를 내뱉었다.
Oh my, 널 향해 울부짖는 Howling.
닿을 수 없기에 더 갈망해-.
이번엔 동양풍의 창법이 아닌, 음원에 충실한 정갈하고 단정한 창법.
그럼에도 목소리엔 힘이 있었으며, 호흡 역시 흐트러지지 않았다.
Till I Die, 이지러질 수록 더 위태로운.
너는 마치 밤하늘 위에-.
노래가 또 늘었구나.
영어 발음도 더 이상 병맛이 아니구나.
자신의 픽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연지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프리코러스는 후렴 파트를 위해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켜 놓아야 하는 파트. 군자는 혼자서도 그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이어지는 후렴에선, 무려 50코인을 주고 영입한 하현재의 명품 보컬이 빛을 발했다.
Lunar on my mind-.
이미 미쳐버린 건가.
You are on my mind-.
아님 지쳐버린 걸까.
MR의 장벽을 뻥 뚫고 관객들의 고막을 후려 갈기는 속 시원한 발성. 프리코러스에서 고조시켜 놓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이어받았다.
관객석은 이미 ‘달맞이패’의 무대에 흠뻑 몰입한 것 같았다.
자신의 픽이 누구든, 유군자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 정도 퀄리티의 무대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월광> 커버 중 최고라고 할 수는 없어도, 연습생들끼리 만든 무대가 이 정도라면 충분히 고평가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 중간점검의 부진을 한 방에 날려 버릴 만한 퍼포먼스였다.‘됐어···!’
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지난 일주일 간, 온라인에서 당한 굴욕을 생각하니 개비스콘 500ml를 원샷한 듯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이제 실수만 안 하면 돼!
그러나 무대 아래의 양정무는 아직도 여유 넘치는 표정이었다.
“이 정도였어?”
생각보다 ‘달맞이패’의 퍼포먼스 완성도가 높긴 했다.
칼군무는 솔직히 나무랄 곳이 없었다. 동선 딱딱 맞는 걸 보니 토 나올 때까지 연습한 것이 분명했다. 맞지 않는 동선을 대충 애교와 애드립으로 채운 ‘탄산소년단’의 무대와 비교되는 지점이었다.
그러나 [월광>은 초 인기 그룹 루나틱의 곡이다.
노래가 끝난 뒤, 루나틱의 [월광>이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커버가 아니라면, 결국 높게 평가받긴 어렵다.
월광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2절부터 반전되며 끝없이 고조되는 분위기.
이걸 살리지 못하고 평이하게 끝낸다면 ‘달맞이패’에게 승산은 없었다.
‘자, 무슨 무리수를 던지시려나.’
아까부터 무대 바닥에 감춰진 소품이 신경 쓰이긴 했지만, 어차피 뻔했다.
이미 열 번도 넘게 재탕한 눈가리개 같은 소품이겠지.
1절이 끝난 뒤, 짧은 간주가 흘러 나오는 동안.
‘달맞이패’ 멤버들은 모두 바닥에 놓인 소품 앞에 자리를 잡았다.
소품을 가리고 있던 헝겊을 치우자, 마침내 그것의 정체가 드러났다.
그것은 양정무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다.
“···칼!”
스릉-.
영은채 트레이너가 삽입한 발도(發刀) 소리와 함께, 여섯 멤버의 칼집에서 초승달 같이 푸른 검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뚤어져, 가끔은 네 심장을 할퀴어.
힘들었던 기억은 모두 악이 됐고-.
차인혁의 동굴 같은 목소리, 동시에 전개되는 6인의 단체 검무.
“—!?!?”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퍼포먼스. 모든 관객, 트레이너, 상대 팀인 ‘탄산소년단’ 멤버들까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사악, 사아악-.
부드럽게 바닥을 쓸며 앞으로 나아갔다가, 순간 후퇴하며 검으로 허공을 베어 냈다가.
디딤발을 중심으로 몸을 휘릭 돌렸다가, 대각선으로 크게 그어지는 여섯 개의 검로.
완벽히 일치하는 6인의 동작은 ‘칼군무’ 그 자체였다.
“하하, 이런 미친···.”
소품을 예상했던 구성준과 소예진 트레이너도 단체 검무는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단검도 아닌 장검 퍼포먼스. 한치라도 동선이 어긋나거나 간격이 틀리면 검이 서로를 가격하며 완전히 망해 버릴 수도 있는 시도다.
그러나 ‘달맞이패’ 소년들은 그 간격을 완벽하게 유지하며 검무를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것도 가사의 정서를 완벽히 이해하며.
점점 광증에 빠져 미쳐 가는 폭군을 보필하는 호위무사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다.
그 환상적인 광경에 모든 관객들이 매료되어 가는 가운데.
무대 아래서, 누구보다 놀란 것은 양정무였다.
“···아, 아니, 무슨 저딴···.”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분명 중간점검 때는 없었던 퍼포먼스였는데. 약아빠진 인간들, 언제 저런 걸 숨겨 놨던 거지?
분하고 억울했다.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더 화가 나는 건, 그 검무가 너무나도 멋졌다는 거다.
자신도 모르게 그 대열 속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버린 양정무였다.
“으으···.”
그러나 이내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잡념을 쫓아 버렸다.
예상치 못한 한 방이 있었지만, 그래도 정작 검무 동작 자체는 단순했다.
춤을 볼 줄 아는 관객들이 조금만 있어도, 저게 급조된 검무라는 건 알아차릴 수 있을 거야.
그런 희망을 걸며 무대를 지켜보던 중.
둥, 두둥-.
커다란 우퍼 스피커에서, 심장까지 떨리게 만드는 저음의 큰북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와, 왔다··· 군자 님···.”
마침내 브릿지 파트. 대결 검무와 군자의 단독 검무가 삽입된 부분이 이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