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0)
#250
훤칠한 남자 세 명
군자는 아이돌로서의 삶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마음껏 가무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좋았고,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으며, 부모님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아이돌로 살아가는 것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어 사생활을 거의 가질 수 없다든지, 언제 어디서나 언행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든지, 어디를 방문하든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써야 한다든지 등등.
대부분은 멤버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기획사 솔라시스템도, 이런 부분에 있어선 꽤나 강하게 멤버들을 통제해 왔다.
“실장님, 저 진짜 그 헬스장 다니면 안 돼요?”
“안 돼, 태웅아. 회사에도 헬스장 있잖아.”
“아니이, 회사 헬스장은 기구가 다 거기서 거기잖아요. 새로 생긴 헬스장엔 온갖 기구가 다 있던데···.”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저 진짜 운동만 하고 올게요. 모자 딱 눌러쓰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진짜 운동만요! 네?”
“어허어, 안 된다니까는.”
“아아, 실장니이임.”
“생각을 해 봐라. 만약 너가 그 헬스장 다니는 거 사람들이 알았다고 해 봐. 그럼 팬들이 몰리겠니, 안 몰리겠니? 헬스장에도 민폐고, 이상한 사람들 꼬이면 너가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무슨 팬들이 몰려요, 제가 군자도 아니고.”
“음? 아냐 태웅아, 너도 의외로 인기 많아!”
“헤헤, 그건 기분 좋··· 은데 잠깐만, 왜 제가 인기 많은 게 의외죠?”
“앗.”
“실장님?”
“커흠, 큼, 아무튼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아아악—.”
태웅은 신설 헬스장 출입을 금지당했고, 현재와 시우도 종종 카페 투어를 다녔지만 사생팬들의 추격을 받자 취미를 포기해 버렸다.
“시우 형아, 우리 같이 카페 간 지도 꽤 오래 됐네여···.”
“아하하핫, 괜찮아~ 그 덕에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구~”
“암튼 은근 부지런한 사람이라니깐.”
“커피 마시고 싶으면 내가 내려 주지 뭐~”
“아니, 그래도 전망 좋은 카페 가서 마시는 각별함이 있는 건뎅···.”
“아하하핫, 그건 그렇지만 뭐 어쩌겠어~”
“맞아여··· 또 사생들 만나고 싶진 않아여···.”
“그래~ 실장님 말씀 잘 들어야지~”
“네엥··· 쩝.”
종종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멤버들은 대체로 소속사 솔라시스템의 통제를 이해했다. 가끔 예상 못할 변수가 멤버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소속사로서는 위험요소를 진작에 배제하는 것이 최선일 터.
그러나 가끔은 자유롭게 움직이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생일찻집 홍보물을 본 직후의 군자가 딱 그랬다.
팬 분들이 이렇게나 멋진 찻집을 차려 주셨는데. 사방이 다 매란국죽에 은은하게 감도는 차향까지, 그저 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만족감이 차오를 듯 한데.
“끄으응···.”
방문해 보고 싶구나. 나도 저 곳의 정취를 느끼며, 고소한 연잎차 한 잔 입에 머금고 싶구나!
그러나 군자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끙끙거리기만 했다.
우선 생일찻집의 위치부터 문제였다. 굉장한 번화가는 아니었으나, 그래도 유동인구가 꽤나 있는 지역이었다. 그냥 생일찻집만 해도 사람이 몰릴 터인데, 거기에 군자까지 간다면 아마 더 큰 문제가 생길지도 모른다.
소속사 솔라시스템에서 이를 허락할 리가 없다. 몰래 갔다가 이용중 실장님이 아시게 된다면 아마도 불호령을 듣겠지.
그래, 포기하자. 생일찻집은 소식과 후기 영상으로만 즐기자. 찻집을 다녀온 팬 분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애써 스스로를 달래 보았지만 그럼에도 욕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생생한 후기라고 해도 직접 방문하는 것보다 실감나진 않을 테니까.
바로 옆에 있던 인혁과 유찬도 군자와 같은 생각이라는 듯, 아까부터 뭐라고 말은 못하고 혼자서 끙끙거리고만 있었다.
“···.”
“···구, 군자 형···.”
“유찬아, 어째서 또 오줌 마려운 강아지가 되었느냐.”
“···새, 생일 찻집이요··· 가면··· 으음··· 실장님한테 혼나겠죠···.”
“아마도 그렇겠지.”
“···가, 가고 싶어요···.”
“끄흐음.”
“나도 가고 싶다.”
“끄흐으으음.”
“팬더 굿즈가 아주 많다고 했다.”
“끄흐으으으음—.”
“가고 싶다, 군자야.”
군자를 바라보는 유찬과 인혁의 눈빛이 애처롭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이 마음을 외면할 수가 없겠구나!”
이윽고 결심을 굳혔다는 듯 입술을 앙다무는 군자였다.
“후우, 어쩔 수 없구나.”
“···에?”
“동료들이 이토록 원하니, 나라도 활대를 매는 수밖에.”
“그렇다면—.”
“예 형님, 제가 실장님께 말씀 한 번 드려 보겠습니다. 생일찻집, 한 번 방문해도 되겠는지.”
“—!!”
이것은 결코 나의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다. 사랑하는 동료들이 이렇게 강하게 찻집 방문을 원하는데, 어찌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겠는가.
결심을 굳힌 군자가 이용중 실장을 찾았다. 이용중 실장 역시 군자가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실장님.”
“어, 군자야. 혹시 생일찻집 때문에 그러니?”
“그, 그걸 어찌···.”
“안 그래도 그 얘기 할 줄 알았지. 왜, 가고 싶다고?”
“크흐음, 저보다는 동료들의 의지가 강하여.”
“그래? 유찬이랑 인혁이가 가고 싶대?”
“예에,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형으로서, 동생으로서, 이들의 간절한 바람을 지켜보기만 할 수 없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호오오, 그렇구나~”
단호한 태도를 취할 줄 알았던 이용중 실장은, 의외로 꽤나 긍정적인 태도였다.
“응! 안 돼!”
“!”
“···라고 할 줄 알았겠지만, 괜찮을 것 같기도 하더라.”
“예?”
“생일카페··· 아니지, 생일찻집 하는 날에, 그 옆에서 타나카 씨가 무슨 게릴라 공연 같은 걸 하시더라고.”
“타나카?”
“응. 그 개그맨 유튜버 알지?”
군자는 얼른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타나카 공이라, 군자 역시 잘 알고 있는 이다. 태웅이와 현재가 아주 좋아하는 왜국(倭國)의 유튜버 아니던가.
“요즘 그 분이 워낙 잘 나가시잖아. 마침 그 분이 옆에서 뭘 하신다니까, 그 쪽으로 어그로가 엄청 끌릴 것 같더라고.”
“오오···.”
“그 타나카 씨 오시는 날에 스으윽 가면, 뭐 아마 괜찮을 것 같기는 해.”
“오오오—!!”
이용중 실장의 말을 듣던 군자의 얼굴에 금세 웃음꽃이 피었다.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릴 줄은 몰랐다. 마침 타나카 공이 그 근처에서 공연을 하다니, 이런 호재가 다 있나. 마음 속으로 수없이 감사 인사를 올린 군자였다.
감사하오, 참으로 아리가토(我利嘉討, 내가 이득을 보니 그 아름다움을 성토하다)요, 타나카 공!
“아무튼 유찬이랑 인혁이가 가고 싶다고 했다는 거지?”
“예! 그런데 이제 뭐, 저도···.”
“그럼 두 사람만 가면 되겠다. 그치?”
“···?”
“아니 그 두 사람이 가고 싶다고 했다며. 군자 너는 그냥 전달해 주러 온 거 아냐?”
“그, 그것이—.”
“두 명이라면 몰라도 세 명은 너무 눈에 띄니까. 게다가 너네 셋 다 키도 그렇게 큰데, 같이 다니면 너무 눈에 띄지 않겠어? 아무리 타나카 씨가 있다고 해도 말이지.”
“어어···.”
“그리고 군자 넌 딱히 가고 싶은 건 아니잖아. 맞지?”
활짝 피었던 군자의 얼굴에 다시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이럴 수가, 이런 참담한 일이 있나.
이래서 사람은 언제나 정직해야 하는 것이다. 친구들을 위한답시고 거짓을 고했다가, 나만 생일 찻집을 못 가게 생겼구나!
급격하게 얼굴이 어두워지는 군자를 보며 이용중 실장은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았다. 말은 안 했지만, 이용중 실장은 군자의 사고 흐름을 모두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무튼, 생일 찻집은 유찬이랑 인혁이만 가는 걸로 하자?”
“···.”
“그래도 괜찮은 거지?”
“···.”
“오케이, 그러면—.”
“···.싶습니다.”
“응?”
“···저, 저도 가고 싶습니다···.”
“뭐라구우~?”
“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푸하하하학—.”
붉어진 얼굴로 겨우 솔직한 말을 하는 군자를 바라보며 이용중 실장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히 두 명이나, 세 명이나 거기서 거기다. 이용중 실장이 따라간다면 위험요소도 어느 정도는 배제할 수 있을 것이고.
“진즉 그렇게 말하지 그랬냐, 군자야.”
“끄으응··· 정직이야말로 올곧은 선비의 자질이거늘··· 제가 또 미숙했나 봅니다···.”
“그래, 뭐 같이 가 보자. 타나카 씨가 어그로 제대로 끌어 줄 테니까, 우리는 그 옆으로 스윽 지나가면서 찻집으로 쏙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어.”
“네 실장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용중 실장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곤, 군자는 유찬과 인혁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전달했다.
“인혁 형님! 유찬아!”
“···!”
“허락이 떨어졌다! 생일 찻집에 가 볼 수 있게 되었어!”
“—!!”
두 사람 역시 군자의 손을 덥석 잡으며 해맑게 웃었다.
“···여, 역시 구, 군자 형밖에 없어요···!”
“후후!”
“군자, 사랑해.”
“후후후!”
생일찻집 방문 예정일은 바로 내일.
그러나 연지를 비롯한 생일찻집 운영진과 팬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 * *
10월 첫째 주는 연지의 인생에서 가장 바쁜 한 주였다. 난생 처음 생일 이벤트를 주관하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람을 절실히 느끼는 연지였다.
“와아··· 진짜 정신 한 개도 없네···.”
그러나 막상 완벽하게 준비된 생일찻집의 전경을 바라볼 때, 향긋한 연잎차를 음미하며 군자의 사진을 볼 때, 찻집을 찾아온 팬들이 행복한 얼굴로 굿즈를 한아름 안고 가는 모습을 볼 때마다 다시금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 바로 이 맛이구나.
힘들긴 했지만 그 힘듦 이상의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은 대부분 10~30대의 여성이었지만 생일찻집을 찾는 이들의 연령대는 꽤나 다양했다. 볼멘 표정으로 여자친구를 따라온 20대 남성부터 5060 아저씨 아주머니들까지, 7IN이 얼마나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지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흐흐, 어서 오세용.”
계속해서 손님을 받으며, 연지는 손님들을 향해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말 한 마디 섞어 본 적 없었지만, 그럼에도 연지는 그들과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여기 오는 분들은 전부 다 7IN 내지는 군자의 팬들이시겠지!
“군자의 연잎차 한 잔 주세요.”
“넵, 군자의 연잎차 따뜻하게 해 드리면 될까요?”
“네에. 아, 혹시 텀블러에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당연하죠.”
그렇게 뿌듯한 마음으로 한참 연잎차를 만들고 있을 즈음.
멀리서부터 훤칠한 기럭지와 비율의 남성 세 명이, 볼캡을 눌러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