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5)
#255
연말
“Chemistry, 그러니까 상호작용을 주제로 해 보는 건 어때?”
“호오, 상호작용이라···.”
“좋은 노래를 만드는 아티스트들은 많아. 가창력이 뛰어나거나 춤을 잘 추는 아티스트는 그보다 더 많지. 하지만 너희만큼 팬들과 훌륭하게 상호작용하는 아티스트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그렇게 봐 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니, 그렇게 보는 게 아니라 팩트인데 뭐. 게다가 그 상호작용은 단순히 팬서비스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너희의 음악에도 영향을 미치지. 예를 들면 [Concept : 忠> 같은 트랙은 그런 상호작용으로부터 비롯된 노래잖아.”
스칼렛 홀의 말을 들으며, 군자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은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스칼렛 쌤 말이 맞는 것 같아여. 솔직히 노래는 아직도 많이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팬들이랑 수다 떠는 거 하나는 자신 있거든여.”
“맞아.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지금은 작곡 아이디어도 소통 하다가 얻는 경우가 제일 많다니까.”
“···저, 저도 아직은 서툴다고 생각하지만···.”
“유찬이 너 라방 엄청 잘하던데. 수줍은 척 하면서 할 건 다 하드만. 난 무슨 청순컨셉 스트리머인 줄 알았다고.”
“···그, 그건··· 노, 노력한 거예요···.”
“아하하하핫, 유찬이도 의외로 소통에 재능이 있나 봐~”
이들의 회의를 듣던 이용중 실장도 옆에서 조용히 한 마디 보탰다.
“나도 완전 동의해. 게다가 꼭 팬들과의 상호작용이 아니더라도, 벌써 엄청 많은 사람들이랑 케미가 있었잖아.”
“오옹, 실장님.”
“솔직히 우리 나라에서 영의정 나우리 부부랑 케미 있는 가수가 몇 명이나 되겠니. 릴 핌프는 어떻고, 여기 계신 스칼렛 홀 선생님도 그렇고···. 아무튼 너넨 희한한 케미가 많긴 해.”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 다양한 관계들이 우리를 발전시켰고, 이 위치까지 이끌었지요.”
“근데, 또 그 많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너희와 함께한 것도 아니지. 너희가 가진 재능이나 매력, 스타성을 봤기 때문에 그에 이끌린 거고, 재능과 재능이 만나니 자연스러운 케미스트리가 형성된 거고.”
생각하면 할수록 7IN과 ‘상호작용’이라는 키워드는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1집 앨범의 테마는 ‘칠교’. 칠교놀이처럼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일곱 소년이 만나 하나가 되었다는 스토리를 담았다. 즉, 1집은 소년들 사이의 관계 형성 과정에 집중한 앨범이었다.
그러나 2집에 이르러서는 그 세계관이 확장된다.
이제 공고한 관계를 형성한 일곱 소년들은, 수많은 외부 요인들과 자연스레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 지금까지 수많은 케미스트리를 만들어 왔기에, 풀어 낼 이야기는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우선은 팬들 얘기부터 하고 싶은데. 우리가 가장 많이 상호작용 해 온 분들이잖아.”
“맞지 맞지. 마음 같아선 한 절반 정도는 팬송으로 채우고 싶어.”
“나도 두 트랙 이상은 팬송에 할애하는 거 찬성이에여. [Concept : 忠> 때처럼 노골적으로 안 하고, 그냥 사랑노래처럼 풀어도 괜찮자나여.”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의 내면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쓰고 싶구나. 이를테면 대나무처럼 말이다. 마디에서 마디로, 한 단씩 성장해 나가듯···.”
“또 사군자 타령이 지겹긴 한데, 그래도 대나무는 괜찮은 모티브네. 성장을 상징하는 식물이잖아.”
“호오오, 태웅이가 이젠 정말 많이 영특해졌구나.”
“칭찬 고맙다 이 자식아. 나 요즘 한달에 두 권씩 책 읽거든?”
“···우, 웅이 형, 요즘 많이 달라졌어요···.”
“아하하핫, 난 백치미 넘치는 웅이도 좋았는데~”
한 번 방향성이 잡히니 회의는 순식간에 진행됐다. 지난 몇 주 동안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많은 소통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미 수많은 이야기들을 펼쳐 놓은 상태였기에, 주제가 정해진 지금은 과일을 줍듯 그 이야기들을 골라 담기만 하면 됐다.
그렇게 선정된 수십 개의 소주제를 분류하여,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엮는 작업을 거쳤다. 이 역시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자유로운 소통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호올 선생님, 정말 걱정이 되어서 드리는 말인데··· 이렇게 놀면서 일을 해도 되는 겁니까?”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곡 나오고 레코딩 시작되면 그땐 쥐 잡듯이 잡을 거거든.”
“오오, 정말이십니까?”
“그렇긴 한데··· 왜 빡세게 한다는 말에 눈을 반짝이지? 혹시 너네 변태야?”
“굴려 주십시오! 저희는 근본부터 오디션 출신 아니겠습니까.”
“잉?”
“거칠게 다뤄지는 것에는 굉장히 잘 조련이 되어 있답니다, 후후.”
“그, 알겠는데··· 그 말은 조금 위험하게 들리는데? 하하하.”
의기투합한 스칼렛 홀 팀과 7IN은 순식간에 앨범 컨셉을 빌드업해 나갔다. 그에 발맞추어, 솔라시스템 기획팀도 새로운 앨범을 위한 아트 컨셉과 구성품 제작 업무를 시작했다.
진도는 생각보다 빨랐으나, 그럼에도 10개 이상의 트랙을 담은 정규앨범 작업이었기에 두세 달 안에 앨범을 완성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멤버들은 자체 컨텐츠인 7IN의 먹방 & 요리 예능 [칠장금> 촬영까지 병행했다. 앨범 준비에 몰두하고 싶다면 자체컨텐츠 촬영은 미뤄도 된다고 말한 서은우 팀장이었으나, 멤버들의 의지는 단호했다.
“안 돼요. 라방에서 자컨 떡밥 뿌렸단 말이에요···.”
“우리가 어떻게든 수습하면 됩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니, 어째서?”
“정규 2집은 ‘상호작용’을 주제로 만드는 앨범입니다. 헌데 이 앨범을 만들겠다고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포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그, 그건···.”
“가수의 앨범에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상호작용에 진심인 모습을 보여야, 팬들 역시 이 앨범의 진정성을 알아 주실 것입니다.”
틀린 말 하나 없는 군자의 반격에 서은우 팀장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맞는 말이어서 반격을 할 수가 없네요. 알겠습니다. 아티스트가 열심히 하겠다는데, 회사가 그걸 막을 수는 없죠.”
덕분에 앨범 준비 과정은 더욱 험난해졌으나 멤버들의 얼굴에 지친 기색은 없었다. 게다가 먹방 컨텐츠를 찍을 때마다 시우와 군자가 기가 막힌 한상을 차려 주었기에, [칠장금> 촬영은 오히려 멤버들에겐 힐링의 시간이었다.
“아니 이렇게 생긴 사람들이 요리도 이렇게 잘 하면 반칙 아녜여? 넘 맛있네에···.”
“후후, 많이 먹거라 현재야. 밥을 잘 먹어야 뱃심도 나오는 게야.”
“이러다가 뱃심이 아니라 뱃살 나올까 봐 걱정이에여, 헤헤.”
“그니까 현재 너도 우리랑 운동을 하자니까? 혁이 형이랑 나 봐라. 기초대사량이 높으니까 밥을 세 공기씩 먹어도 살이 안 찌잖아.”
“안 돼여. 이 팀엔 근육맨들이 넘 많아. 나 같은 캐릭터도 있어 줘야 한다구여.”
“···구, 군자 형···.”
“음? 왜 그러느냐, 유찬아.”
“···저, 저 양배추 쌈 조금만 더 주세요···.”
“하하, 그래 그래. 많이 먹거라.”
주중엔 앨범 작업, 그리고 주말엔 [칠장금> 촬영과 폭풍 먹방. 일곱 소년들의 초겨울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고 11월 말, 잠잠하던 국내 가요계가 천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연말 시상식을 위시한 대형 가수들의 컴백이 이어진 것.
먼저 지난 몇 년 간 음원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인 솔로 여가수들이 세 팀이나 컴백했으며, 최근의 역주행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걸그룹 바이올렛 역시 11월 말 컴백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1티어 보이그룹 ‘벨로체’의 컴백이었다.
모처럼 정규 볼륨의 앨범을 들고 완전체로 컴백한 벨로체는, ‘퍼포먼스 장인’이라는 수식어에 200% 어울리는 현란한 무대와 세련된 음원으로 팬덤과 대중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최근 정규 활동이 없었기에 ‘이제는 벨로체도 한 물 갔다’는 평이 많았으나, 리더 파엘이 이끄는 벨로체는 무대 단 한 번으로 모든 부정적 평가를 불식시키며 완벽한 컴백에 성공했다.
대중들의 반응은 당연히 호의적이었다.
[하 벨로체 컴백 무대 안본사람 이 세사엥 없었으면 좋겠어 제발 다들 세번씩 봐주라ㅠㅠㅠㅠㅠㅠ] [원래도 수트 + 하네스 조합이 진리긴 한데 얘네가 진짜 블랙 ㅈㄴ잘어울리는듯] [본인 벨로체 안무 너무 빡세고 너무 칼군무라 좀 불호인 편이었는데 이번 무대 보고 생각 싹바뀜··· 칼군무도 진짜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그냥 호불호를 부셔버리넹] [파엘 올해 나이가 몇갠데 아직도 피부가 이래ㅠㅠㅠㅠ] [후우 후웋우후우 이게 으른미지 이게 진짜 섹시컨셉이지] [아나진짜 울 파엘이 이제 뒷방늙은이 취급하는 사람들때매 속상했는데 지금 너무 기분조음 하아ㅏㅏ 무대 몇번째 보는지 몰겠다ㅠ퓨ㅠㅠ] [다이너스티 결과 때매 칠린이 벨로체 넘었다는 말때매 나도 스트레스 받아서 사망할뻔했다곸ㅋㅋㅋㅋ이게 벨로체지] [하 근데 앨범단위로 돌려봐도 진짜 넘 좋음 ㅠㅠㅠㅠ4번트랙 6번트랙 내최애야] [ㄴ음잘알이네 이번에 벨로체도 프로듀서진 싹 갈아치우고 완전 승부수 던진것 같던데 사운드 완성도부터 다르더랑] [칠린은 아직도 지현수 가내수공업으로 음원 찍자낰ㅋㅋㅋㅋㅋ솔직히 그건 한계 명백한 것 같음;;] [ㄴ타아이돌 비방 하지마] [ㄴ이게 왜 비방이야? 그냥 그렇다고··· 여기선 칠린 얘기도 못 꺼냄?] [ㄴ의도가 뻔히 보이니까 그래ㅎㅎ;;] [ㄴ뭔 의도 ㅋㅋㅋㅋ그냥 너가 딴데가서 놀아 궁댕아]개중에는 은근히 7IN과 벨로체를 비교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팬들도 있었으나, 7IN 멤버들은 굳이 그런 반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관심사는 다른 것이었다.
연말을 앞둔 타이밍에 많은 가수들이 대거 컴백을 감행했다. 이것은 분명히 연말 시상식을 노린 전략적인 노림수일 터.
그렇다면 올해 방송3사 및 뮤직플래닛 채널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할 가수는 누가 될까.
물론 7IN도 올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냈다. [사냥의 시간>으로 3사 음악방송 프로그램을 휩쓸었으며, 빌보드 차트 9위까지 오른 것 역시 엄청난 성과였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연말 시상식은 하반기에 활동한 가수에게 유리했다. 게다가 벨로체의 기세가 심상찮았다.
데뷔 첫 주에 3사 및 뮤직플래닛 음악프로그램을 올킬하며 1위를 기록하더니,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도 빌보드 HOT 100 차트 59위로 진입하며 순항해 나갔다.
“대상은 벨로체 형들이 타시려나···.”
“우리도 가능성 없는 건 아냐. 상반기엔 잘 했잖아.”
“그런가?”
“그래도 보통 대상은 하반기에 잘한 분들이 타던뎅.”
“신경 쓰지 말자. 딱히 연말 시상식 타고 싶었던 건 아니잖아.”
“그래도 막상 이 시즌 되니까, 좀 관심이 가긴 한다. 그치?”
“뭐 그건 그렇지만···.”
연말 시상식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멤버들이었기에,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그저 관망할 뿐이었다.
그 사이 벨로체의 빌보드 차트 순위는 치솟아 올랐고, 마침내 시상식이 몰린 연말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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