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57)
#257
대상의 향방
짧은 파트만 가져가도 존재감을 보일 수 있다는 파엘의 자신감에, 소년들은 낮은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오올, 혀어엉—.”
“넘 멋진 거 아니에요—!?”
“아이, 하지 마. 오그라들어.”
“아니, 나 지금 진심 좀 소름 돋았어여 형.”
“거 참, 하지 말라니까는···.”
“푸하학, 근데 그 리액션은 좀 아저씨 같은데요.”
“뭐 이 자식아? 이제 친해졌다 이거지!? 일루 와.”
“아악, 아파요. 아아악—.”
비록 탄성으로 시작하여 장난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군자와 소년들의 가슴 속엔 감탄의 여운이 남았다.
아무리 작은 분량이라도 완벽하게 살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자신감인가. 얼마나 당당하고 멋진 태도인가!
새삼 감동하면서도, 군자는 단호한 표정으로 파엘의 손을 덥석 잡았다.
“형님, 그러나 분량은 조절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엥? 왜? 우린 괜찮다니까?”
“모처럼 함께 만드는 무대인데, 모든 것이 공평한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에이, 아냐 아냐. 우린 이제 할아버지 팀이잖아. 후배들 앞길 터 줘야지.”
“그런 말씀 마십시오, 형님. 세상 어떤 할아버지가 그렇게 무대 위에서 펄펄 날아다닌답니까?”
“거 좋게 봐 줘서 고마운데, 분량은 우리가 짜 놓은 대로 갑시다 유군자 씨. 형 체면 좀 살려 주라, 응?”
“형님이야말로 이 아우 체면 좀 살려 주십시오. 이 감격스러운 협업에서, 형님들의 자리를 빼앗는 몰염치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햐, 전부터 생각했지만 너 정말 똥고집이다.”
“후후, 칭찬 감사합니다.”
“어허, 군자야—.”
“형니이임—.”
서로 분량을 챙겨 주겠다고 아웅다웅하는 군자와 파엘을 보며 태웅이 조용히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거 완전 그거 같다. 그 뭐야, 의좋은 형제 설화 있잖아.”
“아, 한밤중에 볏단 얹어 놓고 가는 그거여? 맞넹.”
“···우, 우리도 군자 형 도와요···.”
“그래. 파엘 형 말이 멋지긴 한데, 그래도 분량은 공평해야지.”
나머지 소년들까지 가세하자 파엘도 못 당하겠다는 듯 결국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아니 뭐 이딴 놈들이 있어? 분량 더 챙겨준다고 해도 싫대···.”
“싫은 것이 아닙니다. 너무도 감사한 일이지만, 그래도 후배로서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휴, 그래 그래. 내가 졌다. 분량 내놔 이 자식들아.”
“헤헤, 네 형님. 그럼 여기 파트랑 여기 파트는 교환을 하면 될 것 같고요. 지현수 씨? 이 부분 편곡 방향이 어떻게 되지?”
“아, 여기서부터는 덥스텝 풍을 좀 섞어서—.”
7IN 멤버들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결국 분량은 공평하게 재조정됐다. 정확한 분량 조정은 1차 편곡이 완료된 다음에 다시 정하기로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두 팀이 약 5할 가량의 분량을 가져간 형국이었다.
그제야 소년들은 만족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벨로체 멤버들을 바라보았다.
“헤헤, 이게 맞지.”
“아무튼 지독한 놈들···.”
“그럼 형들, 지금부터 연습 시작할까요?”
“그래. 편곡 나오기 전엔 톤 맞추는 연습부터 하자. 일단 우리가 퍼포먼스 하는 방식이 조금 다르니까, 그것부터 맞춰 가야 할 것 같아.”
“넵!”
“아직 초반이니까, 너무 빡세게 하진 말자. 알겠지?”
“네에엡—.”
“나 이제 진짜 나이 들어서, 예전처럼 못 하겠어. 살살 하자고 살살.”
그렇게 7IN – 벨로체, 두 팀의 합동 연습이 시작됐다. 말은 살살 하자고 했으나, 막상 연습이 시작되자 벨로체 멤버들 역시 대충대충 하는 법이 없었다.
생각지 못한 디테일, 미세한 동선, 관객의 시선과 카메라 앵글까지 모두 계산한 벨로체의 노하우는 소년들에게 엄청난 공부가 됐다.
특히 리더 파엘은 마치 친동생을 대하듯 7IN 멤버들을 살뜰히 챙겼다.
“군자, 여기서는 부드럽게 하기보다 조금 더 텐션을 잡자. 우리랑 손 쓰는 법이 조금 다르거든?”
“네, 형님.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래, 역시 금방금방 알아듣는구만. 그리고 혁이랑 태웅이, 우리랑 같이 나오는 타이밍에 말야. 여기서 조금 더 벌어지듯이 점프를 해 주면 확실히 더 화려해질 것 같아.”
“넵, 형! 이렇게 하면 될까요!?”
“아니아니아니, 잠깐만, 너 점프력이 왜 이래? 농구선수야?”
“푸흐흐흐, 감사함다!”
“칭찬이 아니라··· 아이고, 좀만 살살 뛰자. 떨어지는 타이밍이 안 맞잖아.”
“넵! 문제없슴다!”
두 팀 멤버들이 싱크로율을 맞춰 가는 동안, 편곡을 맡은 지현수도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혼자였다면 시간이 더 걸렸겠지만, 스칼렛 홀의 참견이 지현수에게 큰 도움이 됐다.
“현수, 현수, 요즘 뭐 해? 나도 좀 알려주라.”
“아, 이거요? 연말 무대용 메쉬업 편곡이요. 벨로체라는 팀 노래랑 우리 노래를 섞는 중인데···.”
“오, 메쉬업? 나 메쉬업 엄청 잘해. 습작을 아마 5천 번은 했을 걸?”
“헉, 5천 번이요?”
“어어, 내가 훈수 좀 둬도 되나?”
“예!?”
“안 되겠지? 아무래도 네가 기분 나쁠 수 있으니까···.”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마음껏 훈수 둬 주세요! 저 같은 X밥이 뭐라고 윌리 그린의 피드백을 거절할 수 있겠어요!”
“오우··· 그, 그래, 알았어. 그럼 이 루프 말인데. 여기서 이 드럼 셋을 쓰면 어떨까.”
“오?”
“여기서는 조금 더 단조롭게 가면서, 후반부의 다이내믹을 살려 주는 거야.”
“오오!?”
“그리고 메쉬업이니까, 아마 이 쯤에서 합동 퍼포먼스 파트가 들어가겠지?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오오오!?”
“그럼 내 생각엔 여기서 악기 수를 확 늘리고, 이 뒷부분엔 드럼리스 파트를 만들어서 임팩트를 주는 것도—.”
“오오오오오오—!?!?”
“아악, 시끄러워! 그 이상한 감탄사는 뭔데!?”
“선생님! 선생니이임—.”
스칼렛 홀과 지현수의 협업 덕분에, 두 팀의 콜라보레이션 음원 편곡은 순식간에 끝났다. 2023년 7IN의 최고 히트곡 [사냥의 시간>과 벨로체의 신곡 [Flashlight>을 절묘하게 메쉬업한 음원은, 7IN과 벨로체 멤버들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오오, 이거 재미있네. 우리한테는 칠린 스타일을 주고, 너네 파트엔 우리 스타일의 편곡을 살렸구나?”
“넵. [Flashlight> 메인 멜로디를 오리엔탈 풍 가상악기로 다시 어레인지했습니다. 저희 프로듀서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좋다, 이거 너무 좋은데? 난 벌써 막 무대가 그려지는 것 같아. 이번엔 우리가 좀 동양풍 의상을 가져가고, 너희가 수트에 하네스를 해도 재미있겠다.”
“오왕,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여!”
“그리고 여기, 중반부에 합동 군무 파트 있잖아. 여기엔 무대 효과를 좀 팍팍 넣었음 좋겠는데. 이런 동선을 쓰면 갑자기 의상 색이 확 바뀌는 것처럼 연출할 수 있거든?”
“오오—.”
“처음엔 너희가 블랙, 우리가 화이트 컨셉을 가져가다가 이 동선이 끝난 다음부터는 너희가 자켓을 벗고, 우리가 도포를 검게 물들이면서 반전을 한번 주는 거야. 어때?”
“너무 멋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 무대 해 주시는 쌤들한테 요거 되는지 여쭤봐야겠다.”
“크으, 뭔가 착착 진행되네요!”
“흐흐, 너무 좋아하진 마. 이렇게 진행이 빨리 된다는 건 연습이 빡세질 거라는 뜻이니까.”
“아이, 형. 말씀드렸잖아요. 우리 아육시 출신이라고요.”
“구르는 것에는 이미 익숙하답니다, 후후.”
“좋아, 그럼 올해는 우리가 레전드 무대 찍어 보자. 이제 우리 리온이는 상병쯤 달았으려나? 보고 부러워 죽게 만들어 주자고.”
“네 형! 좋아여!”
연말 퍼포먼스 준비는 차질 없이 진행되어 갔다. 벨로체가 주도적으로 준비 작업을 이끌어 주었기에, 정규 앨범 작업과 병행하면서도 큰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시상식이 다가오자 슬슬 다른 팀들의 퍼포먼스 소식도 들려 왔다.
누구누구는 보컬 멤버들을 싹 다 모아서 엄청난 발라드 메들리를 준비 중이라더라.
원로 가수 누구누구는 모 아이돌 팀 멤버와 레전드급 콜라보레이션을 준비했다더라.
그러나 7IN과 벨로체가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떡밥이 퍼지자, 모든 아이돌 팬덤의 관심사는 그 곳에 몰렸다.
[와 상반기의 7IN – 하반기의 벨로체가 콜라보하는거임?] [그럼 사냥시랑 플래쉬라잇 메쉬업하려나 미친;;;;] [후 진짜 이건 실패할수없는 조합이네 거의 김치피자탕수육 같은 너낌 아니냐겈ㅋㅋㅋㅋ] [나 얘네 두 팀 다 너무 조흐뮤ㅠㅠㅠㅠ둘다 퍼포에 ㄹㅇ진심이고 너무 열심히 성실히 하는 멤들밖에 없어서 막 최애팀은 아닌데 그냥 볼대마다 흐뭇해짐] [ㅋㅋㅋㅋㅋㅋ그냥 으르신 접대용 콜라보아님?] [ㄴ ???] [ㄴ 뭔개소리야 ㅋㅋㅋ어르신이 누군데] [누구긴ㅋㅋㅋㅋ말 안해도 뻔한거 아닌가] [ㄴ 어르신은 무슨ㅋㅋㅋㅋ하반기에 벨로체보다 잘 판 남돌 누구있음?] [ㄴ 진짜 이런 패턴 지겨워 ㅋㅋㅋ그러는 넌 누구 팬인데] [ㅋㅋㅋㅋ근데 두팀다 핫하긴 한가바 콜라보 소식만으로 벌써 이렇게 시끌시끌하넹] [올해 빌보드 TOP20 안에 들어간팀이 얘네밖에없잔음] [리온이 제대하기전엔 얘네가 케팝 기둥임ㅠㅠ] [후 다시 여돌에서 남돌로 메타 넘어오는건가 넘모반갑다진심] [파엘이랑 칠린애들 친목질하는것도 귀여워 죽겠슴ㅋㅋㅋㅋ] [무대 준비과정 리얼리티로 안나오낰ㅋㅋㅋ보고싶당]수많은 관심이 몰린 가운데, 몇몇 팬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난 다 좋은데 칠린이들이 병풍하다가 내려올까바 그게 걱정임 ㅠㅠ] [헉 나도··· 솔직히 그게 제일 걱정된다 ㅠㅠㅠㅠ] [우리 애들 또 착해서 형들이랑 무대 한다면 그저 좋아서 뭐든 한다고 했을텐데······] [후우 댄서분들 비난하는건 아닌데 그래도 울애들이 백업댄서 역할만 하다가 내려온다그러면 ㅈㄴ속상할것가틈] [에이 설마 벨로체가 무대 그렇게 짰겠어?] [또 모르는거임··· 이런건 회사랑 회사간 알력싸움이기도 해서] [그냥 무대 잘 나오길 기대해야지ㅠㅠㅠ기대되면서 걱정도 되고 그르네]대상 수상의 향방을 예측해 보는 팬들도 많았다.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활약한 팀이 극명하게 갈리기에 수상 예측 역시 다양하게 나누어졌다.
많은 팬들은 벨로체의 대상 수상을 예상했으나, 그 와중에도 7IN이나 유아린, 쏜즈 등 다른 그룹이 대상을 탈 것이라는 예상 또한 존재했다.
수많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마침내 방송 3사의 연말 시상식이 그 막을 올렸다.
유독 두각을 나타낸 아티스트가 많았던 만큼, 올해 대상의 향방을 짐작하기는 쉽지 않았다.
상반기의 활약상만 본다면 7IN에게도 가능성이 있었으나, 이후 하반기부터 여성 솔로 유아린, 1티어 걸그룹 쏜즈, 그리고 최적의 시기에 컴백하여 빌보드 TOP10을 향해 가고 있는 벨로체까지.
수많은 팀들이 각축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마침내 시상식 생방송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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