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1)
#261
얘기해 봐
대상 후보는 총 다섯 명이었으나 실질적으로 수상이 유력한 것은 오로지 두 팀, 7IN과 벨로체 뿐이었다.
두 팀 모두 빌보드 HOT 100 차트 최상위권 진입이라는 기염을 토했으며, 국내 음원 성적과 방송 실적도 훌륭했으니까.
유아린은 국내 한정으로는 어마어마한 활약을 선보였으나 해외 활약도가 아쉬웠으며, 음원에서 엄청난 강세를 보인 힙합 아티스트들은 방송 실적이 아쉬웠다.
그러나 7IN과 벨로체, 두 팀만큼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비슷한 실적을 낸 두 팀의 유일한 차이는 활약 시기 정도 뿐이었다.
자연스레 그들에게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시상자가 천천히 뜸을 들이며 단어들을 내뱉었다. 2023 뮤직 유니버스,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팀은—.
숨이 멎을 듯한 정적, 이후에 다시금 시상자의 입이 벌어졌다.
“축하합니다, 벨로체!”
“와아아아아아아아—.”
발표와 동시에 관객석에서 폭탄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많은 동료 가수들이 벨로체 멤버들을 둘러싸며 포옹과 악수, 축하를 건넸다. 2023년 최고의 아티스트 자리에, 벨로체가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축하해요, 형들! 진짜 너무 너무 축하해요!”
“아유, 고맙다 야~ 그래 그래, 고마워잉~”
“푸하핫, 왜 이렇게 아재 같이 인사를 받아여!”
가장 가까이에 있던 7IN 멤버들도 모두 벌떡 일어나 벨로체 멤버들과 진한 포옹을 나누었다.
마지막까지 대상 후보로 경쟁했지만, 소년들의 마음엔 그 어떤 질투나 시기도 없었다. 파엘이 단상에 올라 수상 소감을 발표하는 순간까지도, 소년들은 그늘 하나 없이 환하게 웃는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제는 시상대도 익숙하다는 듯, 어느새 말쑥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파엘이 능숙하게 스탠딩 마이크 앞에 섰다.
벨로체의 팬덤 ‘벨로스터’,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언급을 시작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넨 파엘은, 마지막 순간에 7IN 멤버들이 앉아 있던 좌석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올 하반기 컴백 앨범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어 준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번 연말 공연을 함께 준비했던 후배 그룹 칠린입니다.”
“!”
선배의 입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는 듯, 7IN 멤버들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졌다. 순간 지미집 카메라가 소년들 쪽으로 움직이며 그들의 표정을 포착했다. 생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 역시 파엘의 언급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헉ㄱㄱㄱ 파엘옵 우리 애들 언그뷰ㅠㅠㅠㅠ] [올해 대상 못받은거 속상했는데 이렇게 경쟁팀이 챙겨주네ㅠㅠㅠ] [루나틱 벨로체랑 칠린은 진짜 좀 각별한 관계긴 한듯] [선배그룹이랑 서로 가까이 지내는 거 너무 보기좋음] [파엘도 표정 보면 칠린이들 아끼는게 보이지않아?ㅋㅋㅋ넘모 뿌듯] [이 관계성은 진짜 대찬성임ㅋㅋㅋㅋ] [심지어 레전드 무대까지 만들었자나] [내년엔 칠린이들이 대상 받았움 좋겠다ㅠㅠㅠㅠ] [군자 올림픽때매 힘들지않겠움? ㅠㅠㅠㅠ] [그래두,,, 그래두 최애그룹이 대상 받는거 한번은 보고싶다규] [후 파엘옵이 무슨 말 해줄지 궁금하다아ㅏ]사전에 예고된 바 없는 발언이었기에 소년들의 표정에도 의아함이 가득했다.
“엥? 갑자기 우리를···.”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것일까.”
“나야 모르지··· 후우, 좀 떨린다.”
“아하하핫, 선전포고 하시는 거 이니냐구~”
다소 긴장한 7IN 멤버들이었지만, 파엘의 얼굴엔 훈훈한 미소가 가득했다.
“오랜만에 사랑스러운 후배 그룹이 생겼습니다. 물론 모든 후배들을 다 아끼지만, 칠린 친구들과는 조금 더 각별한 관계가 된 것 같습니다. 단지 친한 것을 넘어서서, 서로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정말 멋진 동생들입니다.”
“···.”
“벌써 아이돌로서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려왔습니다. 자칫 해이해질 수 있는 시점, 이 친구들이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정말 많은 걸 배웠고요. 그리고 솔직히, [다이너스티>에서 패배했을 때엔 조금 분하기도 했고요! 하하.”
가벼운 농담 섞인 수상소감에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파엘 역시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살짝 웃었지만, 금방 다시 진지한 태도로 돌아와 소감을 이어 나갔다.
“그렇기에 이토록 긴 시간을 할애하여, 감사와 존경의 의미를 전합니다. 칠린 친구들아, 정말 너무 너무 고맙다. 너희 덕분에 다시 열심히 달릴 수 있었어.”
파엘의 수상소감이 끝나자 마자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다시금 기립박수를 보냈다.
“와아아아아아아—.”
문장 하나, 단어 하나 하나에 후배를 향한 사랑이 느껴지는 멘트였다. 7IN 멤버들 역시 벌떡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일곱 소년들의 표정엔 모두 촉촉한 울음기가 맺혀 있었다.
“아 뭐야 저 형아 진짜아.”
“그러게. 왜 사람을 울리고 그런다냐.”
“···너, 너무 감동적이에요··· 이렇게 길게 언급해 주시다니···.”
“아하하하핫, 울지 마 울지 마~”
“대체 어떻게 이런 순간에도 그렇게 발랄하게 웃는 건데···.”
“오오, 형님들이 내려오신다. 한 번 더 따뜻하게 안아 드리자꾸나.”
수상 소감을 마친 벨로체 멤버들이 무대를 내려오자, 7IN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들을 향해 총총총 달려갔다. 또 한 차례의 포옹을 나눈 뒤, 열다섯 소년들은 붉어진 눈시울을 손등으로 슥슥 비볐다.
“감사합니다, 형님. 저희가 무엇을 했다고 이렇게 언급까지 해 주시고.”
“뭘 했다니. 내가 한 말들 다 진심이야. 면전에선 낯간지러워서 말 못했는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까 꼭 말하고 싶었어.”
“형니임···.”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 것이 무색하게,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군자를 보며 파엘이 따뜻하게 웃었다.
“위에서 말했지만··· 우리 앞으로도 계속 잘 지내 보자. 알겠지? 난 너게 진짜 좋아해.”
“예 형님, 저도 형님들이 참으로 좋습니다.”
“그래. 내년엔 너네가 꼭 대상 받아. 아마 내년엔 루나틱도 컴백할 것 같으니까, 쉽진 않겠지만 말야.”
“해 보겠습니다, 형님.”
파엘의 말에 군자와 소년들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소년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파엘은 축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그룹들을 향해 갔다.
“연락하자! 조심히 들어가고!”
“넵!”
다정한 손인사를 마지막으로, 파엘의 모습은 군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벨로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만큼이나 많은 카메라가 오로지 벨로체만을 따라다녔다. 그 가운데서 환하게 웃으며 모두와 손을 맞잡는 벨로체 멤버들은, 단연 오늘 밤의 주인공이라고 할 만 했다.
시기나 질투가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부럽기도 한 소년들이었다.
“···형들아, 내년엔 우리가 꼭 대상 타요···.”
“그러게. 갑자기 나도 확 그러고 싶네.”
“아하하핫,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기는 하네~”
“···부, 분명 엄청 행복할 거예요··· 구, 구름 위를 날아가는 기분일 거야···.”
난 다리가 풀릴 것 같다.”
“헉, 혁이 형도 다리가 풀려요? 이 탄탄한 다리가?”
“무튼, 상 욕심 없는 사람도 시상식에선 속물이 된다는 얘기가 뭔지 좀 알 것 같네. 내가 이렇게 관종이었나 싶어.”
“그래 현수야, 너무도 당연한 마음이다. 게다가 파엘 형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시지 않았느냐, 내년엔 우리가 꼭 이 상을 받으라고.”
군자의 말에 모든 소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굳이 그 의지를 이어받지 않는다 해도 소년들 스스로가 강렬하게 원하고 있었다.
연말 공연 연습을 할 때만 해도 상에 대해선 별 생각이 없었으나, 친한 그룹 벨로체가 대상을 받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이다.
시상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소년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체적인 목표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으나, 이젠 모두의 가슴 속에 동일한 목표가 생긴 듯 했다.
“목표가 없네 어쩌네··· 배부른 소리였다, 그치?”
“맞아여. 우린 아직 아무 것도 못 이뤘다구여···.”
“앨범 판매량 기록이 있긴 하지만, 그거야 우리가 아니라 팬 분들이 만들어 주신 기록이고.”
“맞는 말이네.”
“어쩐지 다들 같은 생각 하는 것 같은데~”
“정말? 시우 너도 욕심 생겼냐? 어째 아닌 것 같은데.”
“아하하핫, 나도 욕심쟁이라구~”
연말 시상식이 끝난 뒤, 멤버들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닷새 정도가 전부였다. 짧은 휴식기를 가진 다음엔 다시 스칼렛 홀의 팀과 함께 정규앨범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소년들이었다.
시상식에서 있었던 일, 파엘의 특별한 수상 소감, 그들에게 생긴 새로운 목표까지.
일련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스칼렛 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거 봐, 내 말이 맞지? 외부 자극이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 줄 때도 있다구.”
“과연, 호올 선생님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그나저나 시상식은 생각도 못 했네. 하긴, 그래미나 BET 같이 큰 본토 시상식들도 하반기에 활약한 가수들에게 더 유리하게 돌아가기는 하니까···.”
“괜찮습니다. 저희가 상반기에 압도적인 활약을 했다면 그런 유불리도 의미가 없지 않았겠습니까. 벨로체 형님들이 받을 만 하여 받으신 것이지요.”
군자와 대화를 나누던 스칼렛 홀이 잠시 턱을 괴며 생각에 잠겼다.
“흐음, 흐으음, 생각해 보니 조금 실수를 한 것 같기도 하네.”
“예? 실수라 하면···.”
“이번 앨범, 너무 큰 볼륨으로 하기보단 두 파트로 쪼개서 발매할 걸 그랬나 봐.”
“그렇게 하는 것에 장점이 있습니까?”
“만약 그렇게 했다면, 잘하면 너희도 올 하반기에 앨범을 낼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하.”
“그렇다면 벨로체라는 팀과 대상 경쟁 하는 데에도 조금 더 수월했을 거고. 어쩌면 너희가 목표를 조기달성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군자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의 새로운 목표가 대상이 된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 전략적으로 앨범을 쪼개어 발매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래?”
“앨범에는 서사가 들어가야 한다, 호올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기껏 만들어 놓은 이야기의 허리를 뚝 잘라, 반토막만 내놓는다면 누가 그 이야기를 좋아하겠습니까.”
“허어, 맞는 말이라 반박을 못 하겠네.”
맞는 말 천지인 군자의 발언에, 스칼렛 홀은 할 말을 잃었다는 듯 그냥 웃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엔 군자와 현수가 먼저 스칼렛 홀에게 제안할 것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대상은 타고 싶습니다.”
“정도를 벗어나진 않아도, 욕심은 내겠다 이거야?”
“정확합니다.”
“푸하학,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하여, 저희가 새로이 제안할 내용이 있사온데···.”
“그래, 얘기해 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