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3)
#263
변수
군자를 태운 밴이 진천선수촌에 도착할 무렵.
“···어어?”
운전대를 잡은 이용중 실장은 당황하며 두 눈을 비벼야 했다.
“···하, 망했다···.”
선수촌 입구부터 기자들과 팬들이 구름처럼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
평소 같았다면 자체 경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서 다녔겠지만, 진천은 서울에서 꽤 떨어진 지방인데다가 군자의 선수촌 입소 날짜는 기밀유지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최소인원만 대동했다.
그러나 대체 어떻게 정보가 샌 것인지, 수많은 기자와 팬들이 군자의 밴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음률이 높은 밴의 차창 너머로도 이들의 아우성이 들릴 정도였다.
···군자 씨, 유군자 씨이···.
···군자야아아아···.
···이번 대표팀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으, 어떡하지··· 나 개털리겠는데···.”
기자들 몇 명 나와 있는 정도야, 짧은 인터뷰로 응대하고 넘어가면 그만이지만 이 정도의 인파가 모인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통제 불가능한 군중의 소용돌이에 군자가 휘말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
안 그래도 선수촌에 입소하는 일정인 만큼, 컨디션에 각별히 신경을 쓰라는 지침을 받았는데, 이런 부상의 위험에 군자를 내던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군자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이용중 실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오, 실장님. 기자들이 참 많습니다그려.”
“군자야··· 이게 웃을 일이 아니야아···.”
“무엇을 걱정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문이 열리자 마자 기자 분들을 훌쩍 뛰어넘어 선수촌으로 들어가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그게 말처럼 쉽게 되면 다행인데, 저 사람들을 어떻게 뛰어넘니.”
“후후, 괜찮습니다. 저 유군자, 이래봬도 신체능력에는 꽤나 자신이 있답니다. 과거엔 절 쫓는 호위무사들을 여럿이나 따돌린 적도···.”
“어휴, 또 조선시대 얘기야? 군자야, 그건 그냥 네 꿈 속 얘기라니까.”
난처한 표정을 짓던 이용중 실장은, 이내 결심을 굳혔다는 듯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주먹을 쥐었다.
“그래도 어쩌겠어, 뚫어 봐야지. 델타 포스! 준비됐냐!?”
“예에—.”
이용중 실장은 비장한 목소리로 매니지 팀을 불러 보았으나 대답이 시원찮았다. 다양한 경험으로 잔뼈가 굵은 매니지먼트 팀원들도, 이 기자들의 인산인해를 뚫는 것은 자신이 없어 보였다.
“후우, 해야 돼! 가야 한다고! 가자—!!”
마침내 밴이 멈춰 서고, 이용중 실장과 매니지먼트 팀이 밴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이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비키세요, 물러나세요—.”
사투를 각오한 이용중 실장이었으나, 놀랍게도 인파는 홍해처럼 갈라지며 군자의 앞으로 길을 만들었다.
“···엥?”
멀리서부터 위압감 넘치는 근육질의 사나이들이 걸어오고 있었다. 오버사이즈 트레이닝복을 걸쳤으나, 거대한 근육의 질감이 그대로 보이는 듯한 체구였다.
인파의 바다를 가르고 길을 만든 것은 그들이었다. 가슴팍의 태극마크를 보니, 이들 역시 진천선수촌의 멤버들인 듯 했다. 곧 군자가 그들을 알아보았다는 듯,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김태을 선수, 서강훈 선수, 문기주 선수!”
“헉, 우리 이름을 어떻게···.”
“어찌 몰라보겠습니까. 레슬링 대표팀 선수들 아니십니까!”
근육덩어리 사나이들은 쑥스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군자를 돕기 위해 선수촌 입구까지 나온 이들은, 군자와 마찬가지로 2024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대표 투기 종목 선수들이었다.
헤비급 국가대표 레슬링, 유도, 주짓수 선수들의 위용에 악바리 기자들도 슬그머니 길을 터 주었다. 트레이닝복을 입은 국가대표 선수들은, 그 거대한 체구와 어울리지 않는 앙증맞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군자에게 손을 뻗었다.
“기자 분들이 아침부터 진을 치고 계시더라고요.”
“아···.”
“혹시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다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됐습니다.”
체중이 120kg는 되어 보이는 헤비급 레슬러 김태을이, 커다란 턱을 움직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이제 우린 다 한 팀, 한 가족 아니겠습니까, 허허.”
“!”
“자, 가십시다.”
헤비급 선수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렇게 군자는 진천선수촌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후방의 이용중 실장은 그 모습을 보며 벅차오르는 가슴을 부여잡고 있었다.
“하··· 진짜 뽕 차오르네···.”
“실장님, 저분들 아니었으면 진짜 우리 엄청 혼났을 것 같지 않아요?”
“흐음, 아마 혼나긴 혼날걸? 정보 새서 기자들 몰린 건 팩트잖아.”
“예?”
그러나, 혼날 것이라는 말을 하면서도 이용중 실장의 얼굴에선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근데 좀 혼나면 어떻냐, 우리 군자가 저렇게 대접 받는 모습을 봤는데.”
“···그것도 그렇네요.”
“난 이제 쟤가 꼭 내 친조카 같아. 사랑받는 모습을 보면 괜히 내 기분이 다 좋아진다니까.”
매니지먼트 팀원들도 이용중 실장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성 훌륭하고, 사고 안 치고, 매니지먼트 팀원들에게 깎듯하고. 게다가 군자와 7IN 멤버들 덕에 상여금까지 매달 듬뿍 받으니, 그들로서는 싫어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후우, 이왕이면 금메달까지 딱 따 오면 좋겠다. 군대도 안 가고 오래오래 해먹었으면 좋겠어···.”
“실장님, 그건 너무 세속적인 기대감 아닌가요?”
“뭐 어때. 내가 원래 속세에 찌든 놈이야.”
매니지먼트 팀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군자와 헤비급 선수들은 어느새 선수촌 숙소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 * *
“와아아, 군자야—!!”
“하하, 군자 왔다~”
선수촌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군자를 맞이한 것은 양궁 대표팀의 김덕준과 고한영이었다.
“오오, 한영 형님, 덕준아.”
“잘 들어왔어? 아침부터 기자들 엄청 몰렸던데.”
“아, 태을 형님을 비롯한 투기 종목 선수 분들이 도와 주셨다. 덕분에 수월하게 입소할 수 있었지.”
“푸하핫, 그 형들 아침부터 전전긍긍 하더니 진짜로 가서 도와줬나 보네. 하긴, 태을 형 첫 인상이 살벌하긴 해~”
“군자, 이제부터 선수촌 사람들이랑 다같이 운동해야 할 텐데. 체력은 괜찮겠어?”
“후후, 한영이 형님. 저 유군자, 예전부터 체력 하나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답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 아 맞다, 팀복이랑 트레이닝복 줄게. 아마 오후 훈련부터는 바로 합류해야 할 거야!”
“오오, 알겠습니다!”
태극 마크가 가슴에 박힌 트레이닝복을 받고, 기쁨의 함박웃음을 지은 지 채 두 시간도 되지 않은 시점.
“허윽, 허윽, 허으윽···.”
첫 훈련이 채 절반도 지나지 않아, 녹초가 된 군자는 바닥에 퍼져 버리고 말았다.
“허윽, 혀, 형님··· 덕준아··· 가, 같이 좀···.”
“푸하하하하학, 영이 형! 쟤 좀 봐요.”
“하하, 군자! 체력엔 자신 있다면서~”
“체력 훈련이··· 이, 이 정도일 줄은···.”
“빨리 따라와~ 낙오자는 이따가 밤에 트랙 러닝 더 해야 한다구~”
“허윽, 으, 예에에···.”
겨우 몸을 일으키며 다시 훈련을 시작한 군자였으나 온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것이 대표팀 훈련이구나. 진천선수촌의 악명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구나!
평소 체력엔 꽤나 자신있는 군자였으나, 아이돌 활동을 위한 훈련과 국가대표급 선수들의 훈련은 결이 완전히 달랐다. 쓰는 근육이 달랐으며, 훈련의 밀도가 달랐다.
“군자, 계속 뒤쳐져 있을 거야?”
“흐으, 덕준아··· 너 정말 잘 뛰는구나···.”
“헤헷, 나 먼저 간다아~”
어느새 군자를 한 바퀴나 앞선 덕준은 다시 한번 군자를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덕준은 드디어 군자보다 잘하는 것이 생겼음이 매우 즐거워 보였다.
“덕준아, 덕준아아··· 같이 가자꾸나···.”
“하하, 군자! 힘내~ 빨리 끝내고 같이 물 마시자~”
“하, 한영 형님···.”
한편 런닝에서 신기록을 세운 한영은 이미 트랙 사이드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 양궁은 심폐지구력이 많이 필요한 종목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한영과 덕준은 진천선수촌 전체를 놓고 보아도 꽤나 상위권의 심폐지구력을 갖고 있었다.
“아니, 무슨 양궁 선수들이 저렇게 달리기를 잘 한단 말인가···.”
푸념하듯 중얼거린 군자였으나, 또 한편으로는 꽤나 합리적인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중력도 결국 체력으로부터 나온다. 체력이 뒷받침되어 주지 않는다면 집중력 역시 빠르게 소진되는 법. 양궁 선수들 역시 기본 체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조선시대부터 활을 쐈던 군자였기에, 그 취지에 쉽게 공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제 우리는 모두 하나의 팀 아니던가.
선수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느꼈다. 듬직한 형님들께서 길을 터 주시며 뭐라고 했던가. 이제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고 하시지 않았나.
게다가 지금 군자의 옆엔, 군자 때문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한 천재 궁사 연규정이 달리고 있었다.
정규 대표팀 명단엔 들어갈 수 없었으나, 연규정은 보결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혹여 올림픽 준비기간 중 부상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연규정이 대체 투입될 예정이었다.
군자 때문에 정규 멤버에서 탈락했으므로, 그에게 억하심정을 가질 만도 한 연규정이었다. 그러나 군자의 옆에서 달리는 그의 얼굴엔 분함이나 억울함이 보이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어억, 규정 형님···.”
“후우우, 힘 내 군자.”
“···.”
“나 밀어내고 대표팀 들어간 거잖아. 그러니까 잘해야지.”
“형님···.”
“이번에 느꼈어. 난 기복이 너무 심해. 집중력이 약하다는 증거지. 영이 형이 그러더라, 집중력은 체력에서 나오는 거라고.”
“···.”
“우리 같이 해 보자.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옙, 형님!”
이렇게 모두가 나를 돕는데, 어찌 약한 모습만 보이겠는가.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지만 군자는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이 힘든 훈련을 버텨 내고, 대표팀에 걸맞은 체력과 집중력을 갖추고 말 테다.
결국 첫날은 보충 훈련을 면할 수 없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군자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언제나 하위권이었던 체력훈련 성적이 점점 향상되는 것이 보였다.
“오오, 군자! 오늘은 기록 계측 마친 거야?”
“후, 후후··· 그래에···.”
“거의 죽어 가고 있긴 한데, 그래도 오늘은 보충훈련 안 하겠네?”
“그렇지··· 오늘은 회복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하, 엄청난 발전인데? 덕준이가 처음 대표팀에 왔을 땐 말야~”
“아 형! 진짜, 그런 말 좀 하지 말아요!”
“하하하하, 왜에~ 난 귀여웠는데~”
숨이 차서 폐가 다 아팠으나 그럼에도 군자는 웃었다. 심폐지구력을 비롯한 온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그렇게 무난한 훈련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변수가 군자의 앞에 나타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