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4)
#264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덕준아, 덕준아!”
“응? 왜 그래 군자. 얼굴이 왜 이렇게 사색이 됐어?”
“큰일이다. 내가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게 생겼구나!”
“엥?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 이 부분을 좀 보거라.”
사색이 된 군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군자의 스마트폰 화면엔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출전자격’ 검색어에 대한 결과가 떠 있었다.
“이게 뭔··· 어라?”
“여기, 이 부분을 읽어 보아라. 올림픽에 나가려면 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 않느냐!”
“···어어, 뭐냐 이거···.”
평상시엔 시력보호용 안경을 착용하는 덕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안경을 슬쩍 들어올렸다. 군자보다 먼저 국가대표 양궁선수 활동을 한 덕준이었지만, 그 역시 올림픽 대표는 처음이었기에 그 내용에 대해선 자세히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2024 파리 올림픽 양궁선수로 출전하려면 최근 1년 동안 세계양궁연맹 주관 대회에서 최소자격기준점수를 획득해야 합니다.]“나는 아직 국내 선발전 외의 다른 대회에 출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이 말대로라면, 세계양궁연맹이라는 곳에서 주관한 대회에 출전해야만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는 말 아니더냐.”
“···그, 그러네?”
울상이 된 군자는 눈물까지 그렁그렁 맺힌 얼굴로 덕준의 두 팔을 붙잡았다.
“덕준아, 우리는 아무래도 함께 싸울 수 없는가 보다!”
때마침 숙소로 들어온 한영도 이 소란을 목격했다. 울상이 된 군자의 얼굴을 보며 한영이 질문을 던졌다.
“군자,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형님, 저는 올림픽에 못 나가게 되었습니다!”
‘올림픽에 못 나간다’는 말을 들은 한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그는 군자가 뜻밖의 부상이라도 당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부상으로 고생한 적이 있었던 한영이기에, 당연히 진지해질 수밖에 없었다.
“군자야, 어디 다쳤어?”
“아니, 그것이 아니오라—.”
그러나 군자가 보여준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한 한영은, 이내 딱딱했던 표정을 다시 풀며 언제나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이, 뭐야. 깜짝 놀랐잖아.”
“예···?”
“맨 아래도 읽어 봐.”
[세계양궁연맹 집행위원회는 최소자격기준점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에 준하는 실력을 보유했다는 적절한 증거를 보여주는 선수에 한해, 출전자격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추가 내용을 읽은 군자와 덕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의 내용이 너무 당황스러운 나머지, 문서의 최하단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상태였던 것.
“최소자격기준점수를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꼭 그게 있어야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냐. 이렇게 예외 조항이 갖춰져 있으니까.”
“···.”
“아무렴, 우리 협회가 널 대표로 뽑았는데 올림픽 출전자격 정도도 신경 안 썼으려구.”
“···그런···.”
“걱정하지 마, 군자야. 난 부상이라도 당한 줄 알고 깜짝 놀랐잖아.”
한영은 웃으며 군자를 토닥여 주었지만 군자는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확실히 확인해야 할 것 같아 양궁협회 직원들을 찾아갔지만, 그들 역시 한영과 같은 대답을 해 주었다.
“하하, 이 내용 때문에 걱정하셨구나. 군자 씨, 걱정하지 말아요. 올림픽 출전자격에 대해서는 우리가 확실히 체크했으니까요.”
“아아···.”
“군자 씨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확인했는걸요. 올림픽 본선 무대보다도 어렵다는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인데, 거기서 그렇게 멋진 모습을 보였으니··· 군자 씨에게 최소자격기준점수가 문제겠습니까.”
“그렇군요.”
“마음 놓고 있어도 돼요, 군자 씨. 하지만 놀라셨을 심정은 이해합니다. 저희가 다시 한번 체크할 테니까, 안심하십시오.”
“···참으로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돌아 나오려던 군자는, 다시 한번 직원을 향해 돌아서며 당부의 말을 더했다.
“크흐음—.”
“···어, 더 하실 말씀이라도?”
“그으··· 확실하게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결과 나오는 대로 바로 재통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돌아서는 군자를 향해, 이번엔 직원이 한 마디를 보탰다.
“군자 씨, 올림픽 엄청 하고 싶으신가 보네요.”
뜨끔했다는 듯 어깨를 움찔해 보인 군자는, 다시 한번 돌아서며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그··· 아무래도 그런가 봅니다.”
“매사에 진중하고 차분하신 줄 알았는데, 이런 전전긍긍한 모습도 색다른데요?”
“으윽, 놀리지 마십시요···.”
“푸하핫, 사람들이 왜 군자 씨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네. 난 남잔데도 막 팬 될 것 같은데요?”
다시 한번 깊이 고개를 숙이며 군자는 협회 사무실에서 돌아 나왔다.
생각해 보니 협회 직원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군자는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가지게 되어 버렸다.
혹자는 병역 혜택을 위한 올림픽 출전이라며 비난하기도 했지만, 사실 군자에게 병역 혜택은 큰 의미가 없었다.
가장 큰 의미는 나라를 위해, 팬들을 위해 활을 쏠 수 있다는 것. 효(孝) 뿐만 아니라 충(忠)의 가치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진정한 선비라면 충효(忠孝) 두 가지 가치에 모두 힘을 쏟아야 할진대, 최근엔 ‘충’에 힘쓰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그 동안 양궁 대표팀 선수들과도 꽤나 정이 들지 않았던가. 이들과 함께 대회에 나갈 수 없다면 그 역시 섭섭한 일일 테다.
다시 숙소로 돌아오니, 그 사이 덕준과 한영이 잔뜩 소문을 낸 듯 꽤나 많은 선수들이 몰려 있었다.
“군자, 올림픽 대표 탈락할 뻔 했다면서!”
“아아, 그것이—.”
“어휴, 그랬음 아쉬워서 어쩔 뻔 했어.”
“그러게 그러게, 우리 군자 거의 울 뻔 했다며?”
“예에? 하하,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덕준아, 네가 해명을 좀···.”
“뭔 해명이야! 그렁그렁 했던 건 사실이구만, 크크.”
“!?”
“크으으, 아쉽다 아쉬워. 군자가 올림픽 못 갔으면 내가 갔을 텐데!”
“헉, 규정 형님까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군자는 양궁 선수단을 비롯한 올림픽 대표팀과 빠르게 가까워졌다. 훈련에 임하는 성실한 태도, 서글서글한 호감형 성격, 거기에 최상의 타격감까지. 군자는 빠르게 친해지기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춘 최상의 팀메이트였다.
처음엔 아이돌이라는 직업 때문에 군자를 대하기 어려워 했던 선수들도 이제는 편하게 말을 걸어 왔다. 종목은 각기 달랐지만, 다 함께 국가를 대표하여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소속감이 그들을 하나로 묶었다.
“형님, 재춘이 형님.”
“어, 군자야.”
“형님은 어떻게 그렇게 지구력이 뛰어나신 겁니까? 조정 선수들은 평소 어떤 훈련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 우리는 합동훈련 외에도 따로 사이클이랑 로잉 훈련을 하는데··· 잠깐, 군자 너 근력 트레이닝에도 관심 있니?”
“물론입니다! 활을 안정적으로 당기기 위해선 뛰어난 배근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오, 그래? 그럼 우리랑 같이 운동 한번 할래? 저녁 먹고 추가 루틴 돌릴 건데.”
“너무 좋습니다, 형님! 꼭 찾아가겠습니다!”
타 종목 선수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며.
“군자야, 넌 아침마다 뭘 그렇게 쓰고 그리고 하냐?”
“아, 붓글씨와 산수화입니다. 형님, 누님들도 한 장씩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아니 선물도 선물인데, 우리도 좀 가르쳐 주라.”
“어어, 산수화 말씀이십니까?”
“응. 덕준이가 그거 하고 집중력이 엄청 올랐다고 좋아하더라고. 그 자식 얄미워서라도 나도 좀 배워야겠다. 사실 역도도 집중력이 엄청 중요한 종목이거든.”
“오오, 물론입니다! 그럼 명일 오전 여섯 시에, 역도팀 숙소에서 뵙겠습니다!”
“어? 여··· 여섯 시?”
“후후, 설마 겁 먹으신 것은 아니겠지요?”
“무, 뭔 소리야 임마. 그래 여섯 시 좋다. 밤에 유튜브 좀 덜 보면 껌이지 뭐.”
덕준과 한영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에게도 붓글씨 쓰기와 산수화 그리기 문화를 전파하며, 선수단의 집중력 향상에 기여했다.
양궁협회 임원들도 이 긍정적인 변화의 기운을 읽었다. 그저 성적주의로 뽑은 선수일 뿐인데, 양궁 대표팀을 넘어 선수단 전체에 이토록 플러스가 되니 협회 측에서도 어깨가 으쓱할 수밖에 없었다.
“그 유군자라는 친구 말입니다. 볼수록 참 기특하지 않습니까.”
“내 말이 그 말입니다. 아이돌이라고 다루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세상 세상 그렇게 예의 바른 친구는 처음 봤습니다그려.”
“헤헤, 위원님들. 제가 그랬잖아요. 우리 군자가 예의 하나는 데뷔 때부터 거의 조선시대 선비님급이었다니깐요.”
“허허, 자네는 언제부터 유군자 군을 알았다고 ‘우리 군자’라고 하나.”
“아유, 위원님! 전 옛날부터 팬이었죠. 근데 솔직히 이렇게 빨리 선수단에 섞일 줄은 몰랐어요. 군자가 먼저 다가서도 다른 선수들이 조금 배타적으로 행동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너무 빠르게 섞여서 팬인 저도 조금 당황 중이에요, 헤헤.”
“잘 된 일이지. 요즘은 아침에 산수화 그리기인가 뭔가 그걸 한다고, 다들 새벽까지 핸드폰 하는 일도 없지 않은가.”
“맞습니다. 선수들도 다 큰 성인인데, 라이프 패턴까지 일일이 규제하기 쉽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군자가 이런 부분에서 자연스럽게 기강을 잡아 주니까, 굳이 그런 부분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이제 와서 말인데, 난 애초에 그 친구 대표팀 들어오는 거 찬성이었어. 활을 좀 잘 쏴야 말이지.”
“예? 웬 가수가 국가대표냐면서, 엄청 반대하시지 않았나요?”
“이 사람아, 활 쏘는 거 보고 나선 항상 같은 의견이었어.”
군자가 가져온 긍정적인 분위기는 선수단 뿐만 아니라 그들을 관리감독하는 협회 사람들도 흡족하게 만들었다. 기강과 운동량이라면 애초에 어떤 선수단에도 밀리지 않았으나, 군자의 합류로 그 장점이 더욱 강화됐다.
이제 남은 것은 집중력을 유지하고, 부상을 조심하며 2024년 올림픽 예선 경기에 집중하는 것.
날씨가 조금씩 뜨거워지며, 올림픽 예선 경기도 가까워져 왔다.
군자의 출전 종목은 총 두 가지, 남자 양궁 개인전과 남자 양궁 단체전.
각 종목마다 모든 참가팀이 한 경기장에서 72발의 화살을 쏘아 상위 토너먼트 참가자를 가리는 예선 라운드를 진행한다. 물론, 군자 역시 이 예선 라운드에 참가해야 한다.
올림픽을 몇 주 앞둔 시점부터, 선수단은 프랑스 현지의 숙소로 날아가 차분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체력 훈련부터 다수의 미디어 촬영을 대비한 집중력 훈련까지, 모든 것을 마친 양궁 대표팀 선수단이 마침내 파리 교외의 예선 시합장으로 향했다.
“후우, 후우—.”
“덕준아, 퀄리피케이션 라운드(예선전)니까 너무 잘하려고 할 필요 없어. 그냥 본선 진출만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없이 쏴야 해. 알았지?”
그러나 덕준은 한영과는 생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안 돼, 영이 형. 우리는 세계 최강 대한민국 양궁 선수들이라고. 어중간한 점수로 예선 통과하는 건 내 자존심이 허락 안 하지.”
“그, 그러니. 하하—.”
“영이 형.”
“응?”
“올림픽 양궁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역대 최고 성적이 몇 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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