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5)
#265
좋은 건 우리만
“신기록? 그건 왜?”
“흐흐, 이번에 내가 그 기록 깨 주겠어.”
“그래에? 쉽지 않을 텐데~”
“푸하핫, 형이 기록 보유자라 이거지?”
“후후, 뭐 그런 건 아니지만.”
“무튼 모르는 거야. 나 오늘 컨디션 최상이라구.”
“그래? 좋아~ 그럼 응원하지 뭐~”
“이 씨, 긴장감 1도 없네. 두고 보자고.”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신기록을 세우겠다며 기세등등한 덕준과 달리, 경기를 준비하는 한영의 모습은 차분하기 그지없었다. 벌써 올림픽만 두 번째 출전인 한영은, 덕준이 말한 ‘퀄리피케이션 라운드 신기록’의 보유자이기도 했다.
“형님은 참으로 차분해 보이십니다.”
“아냐, 나도 긴장 많이 돼~”
“그런 것 치고는 너무도 편안하게 웃고 계시지 않습니까.”
“뭐, 쎈 척 하는 거지~”
그렇게 말하며 한영은 다시 한번 씨익 웃었다.
그러나 군자는 알 수 있었다. 긴장한 것은 오히려 덕준 쪽이었다. 올림픽 신기록을 깨겠다며 자신만만했으나, 사실 그건 긴장감을 가리기 위한 허세일 터.
반면 한영에게서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예선 라운드에서는 결코 떨어질 리 없다는 조용한 자신감이. 태연하게 덕준을 북돋워 주는 한영이었으나, 사실 마음 속으로는 그를 걱정하고 있는 듯 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예선 라운드 통과야. 게다가 오늘은 온 세상 미디어가 다 모여들 거고.”
“그, 그렇긴 하겠지···.”
“하지만 평소 실력대로만 쏘면 통과 못 할 리가 없어. 덕준이 너도, 그리고 군자도.”
“···.”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우리 본선 토너먼트에서 또 봐야지.”
“···당연하지!”
다시 한번 덕준을 독려한 한영이 이번엔 군자 쪽을 바라보았다. 덕준과 달리, 군자는 딱히 걱정되지 않는다는 듯 한결 부드러운 표정의 한영이었다.
“군자, 넌 괜찮지?”
“예 형님.”
“좋아. 우리 다 같이 즐기자.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라잖아~”
잠시 후, 본격적으로 올림픽 퀄리피케이션 라운드가 시작됐다.
예선 라운드인 만큼 이를 중계하는 방송국은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경기장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기자와 방송 스태프들이 몰려들었다.
찰칵, 찰칵—.
물론, 대부분의 카메라는 ‘팀 대한민국’ 멤버들을 향했다.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올리고 있는 아이돌 그룹 7IN의 리더 격인 유군자가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사실은, 자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매스컴의 구미를 당기게 했으니까.
물론 처음엔 군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몰렸지만, 덕준과 한영 역시 빼어난 용모의 소유자였기에 관심은 자연스레 ‘팀 대한민국’ 전체로 확장됐다.
이미 미디어 대응 훈련을 마친 대한민국 선수단은, 쏟아지는 관심에도 꽤나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상을 카메라 셔터 소리와 함께 보내는 군자의 존재가 많은 도움이 됐다.
찰칵, 파바바밧—.
셔터 소리는 끊이지 않으며 대한민국 선수단의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이는 경쟁국 선수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팀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히는 중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꽤나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젠장, 여기는 콘서트장이 아니라 올림픽 예선 경기장이라고.”
“저 자식들, 개념을 상실한 건가? 손이나 흔들고 있을 때야?”
중국 대표팀 선수단은 잔뜩 심통이 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
“듣자 하니 저 유군자라는 놈은 올림픽 최소기준도 못 채웠다고 하던데.”
“그럼 어떻게 올림픽에 나온 거야?”
“협회에서 돈이라도 찔러 줬겠지. 인기 있는 놈이 국가대표로 나온다면 분명 관심도가 올라갈 테니까.”
“쳇, 올림픽을 광대놀음으로 만들다니···.”
“실력으로 박살을 내 버리자고.”
그 뿔난 표정과 악에 받친 목소리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눈과 귀에도 들어왔다.
사실, 적개심을 품은 것은 비단 중국 팀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양궁 올림픽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한영과 덕준에게 연이어 참패를 당한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터키 등 타국 대표팀 선수들도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하하, 어째 다들 우리를 싫어하는 것 같은데~”
“상관없어. 나도 쟤네들 똑같이 싫으니까.”
“후후, 덕준아. 군자라면 적(敵)까지 가슴에 품을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 근데 군자는 내가 아니라 너잖아. 난 가슴에 안 품고 그냥 활로 쏴 버릴래.”
“헉, 그래선 안된다. 양궁은 사람이 아니라 과녁을 맞추는 종목이거늘.”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말이!”
“푸하핫, 덕준이 이제 긴장은 다 풀린 것 같네~”
대한민국 대표팀을 향한 수많은 적개심에도, ‘양궁소년단’은 기죽지 않으며 차분하게 첫 화살을 준비했다.
예선 라운드는 총 72발을 쏴야 하는 장기 레이스.
종전의 올림픽 신기록은 2016년에 한영이 기록한 701점이었다. 720점 만점에 단 19점만을 잃었으니, 가히 미친 기록이라 할 만한 점수였다.
그러나 ‘팀 대한민국’ 선수단은 그 이상의 초반 기세를 보이며 맹렬하게 기록을 쌓아 나갔다.
[김덕준, 10점.]“앗싸아—!!”
온전히 집중력을 찾은 덕준은, 처음부터 8개의 화살을 모조리 과녁 정중앙에 때려 박아 넣었으며.
[고한영, 10점.]“하하, 이러면 첫 발이 너무 아쉬운데~”
첫 번째 화살이 9점에 꽂히며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 한영이었으나, 그 이후부터는 내내 10점에 안정적으로 화살을 꽂아 넣으며 덕준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유군자, 10점.]“후우—.”
그러나 모두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군자였다.
총 열한 발의 화살 모두 10점. 그러나 놀라운 것은 스코어 뿐만이 아니었다.
소름이 끼칠 만큼 정밀한 루틴, 자신의 감을 완벽히 믿는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릴리즈, 퍼펙트 스코어를 기록 중임에도 전혀 놀라울 것 없다는 듯 태연자약한 표정까지.
“살끝이 나쁘지 않구나. 바람 또한 잠잠하니, 내 원하는 대로 화살을 쏘아 보낼 수 있음이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군자가 화살통을 매만졌다. 오직 경쟁팀의 궁사들만이 그 모습에 놀랄 뿐이었다.
“···뭐야 저 자식?”
“11발 연속 10점이라고?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저런 실력으로 양궁월드컵에 한 번도 안 나온 거지?”
“방금 바람이 변했는데··· 그냥 쐈어.”
“확신을 가지고 쏜 건가? 아니면 운일지도 몰라.”
“멍청한 자식아, 넌 저게 운으로 보여?”
동요하는 경쟁국 선수들을 보며 덕준과 한영은 뿌듯하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크으, 이럴 줄 알았지. 영이 형, 나 막 심장이 두근두근 해요.”
“하하, 군자 잘하는 거야 뭐 기정사실이었잖아~”
“기록은 내가 깨겠다고 했는데, 이대로라면 군자가 깨겠는데요?”
“아까도 말했지만 중요한 건 본선행 티켓이야. 기록에 너무 집착하다간 루틴 무너진다~”
“크크, 그러는 형도 엄청 진심으로 쏘고 있잖아요. 군자한테 지기 싫은 거 아니에요?”
덕준의 말대로였다. 대표팀 맏형이라는 포지션에 충실하며 덕준과 군자의 멘탈케어를 자처한 한영이었으나, 그의 가슴 속에서도 잔잔한 승부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 페이스대로라면 유군자는 확실히 한영의 기록인 701점을 넘어설 터.
그러나 한영 역시 높은 벽 앞에서 더욱 뜨거워지는 선수였다.
[김덕준, 10점!] [고한영, 10점!] [유군자, 10점!]10점, 10점, 10점의 행렬.
난전으로 시작한 예선이었으나 어느새 점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선두그룹엔 ‘팀 대한민국’ 멤버들이 포진해 있었다.
예선 현장엔 올림픽 예선으로서는 드물게 방송 카메라까지 따라와 있었다. 수많은 선수들이 동시에 화살을 쏘는 만큼 다소 시시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세 사람의 고공 행진은 그런 예상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와미친 군자 또 10점이야] [니ㅏㅍ초ㅜㅇ니ㅏ푼항할하ㅏㅏ나너무떨려] [아니 이정도면 안 떨어도 되는거아냨ㅋㅋㅋㅋ?? 본선은 무조건 진출일듯] [ㅁㅈㅁㅈ지금부터 군자가 맛탱이 가서 5점만 계속 쏘는거 아니면ㅋㅋㅋㅋ] [와근데 미쳣나바ㅠㅠㅠㅠㅠ우리선수들 왜케 잘함? 왜케 멋짐?] [군자도 군잔데 오늘은 김덕준이라는 분이 미쳣으뮤ㅠㅠㅠㅠㅠㅠ] [다들 집중한거봐··· 경기전엔 잡담도 하거 그러더니 완전 집중력 미침] [하아 군자 화살쏠때 옆선 진짜 개섹시함 몇번을 봐도 안질리네] [제일 섹시한거 점수판임ㅋㅋㅋㅋ미쳣어] [아니 이게 맞는거야? 지금 30발 넘게 쐈는데 감점이 거의없엌ㅋㅋㅋㅋ]한 시청자의 말처럼, ‘팀 대한민국’ 세 사람의 점수표는 거의 퍼펙트 스코어나 다름없었다.
현재 33발의 화살을 쏜 상황, 1위인 덕준이 327점을 기록 중이었으며.
그 뒤를 바짝 추격 중인 군자와 한영이 모두 공동 326점으로 근소한 차이만을 남겨 두고 있었다.
이에 자극을 받은 듯, 경쟁국 선수들의 스코어도 전체적으로 상승했으나 선두그룹의 고공행진을 가로막을 수준은 되지 못했다. 중국 대표팀의 에이스, 리장량 역시 322점이라는 남부럽지 않은 점수를 기록했음에도 선두그룹엔 4점이 뒤쳐져 있었다.
“젠장, 이게 무슨··· 이거 도핑 아냐, 도핑?”
“리장량, 웬 도핑 타령이야. 방송 카메라도 와 있으니까 자제해야지!”
“코치님도 아시잖아요, 집중력을 강화해 주는 약물도 있단 말입니다!”
“일단 목소리 좀 낮춰. 넌 목소리가 너무 커! 내가 보기에도 수상하지만, 당장 떠들어서 뭐 어쩌겠냐고!”
목소리가 크다며 리장량을 타박하는 중국인 코치였으나, 다른 이들이 듣기엔 선수와 코치를 비롯한 중국 팀 모두 목소리 크기는 매한가지였다.
중국어 회화가 어느 정도 가능한 한영은, 그들의 말을 대충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영이 형님, 저 친구들이 뭐라고 하는 겁니까?”
“흐음, 우리 집중력이 말도 안 되게 좋다고 하네~”
“하하, 그렇다면 칭찬이군요.”
“마냥 칭찬은 아닌 것 같아~ 대체 무슨 나쁜 짓을 했길래 저렇게 집중력이 좋은 거냐고, 약간 의심하는 것 같거든~”
“아하.”
발언의 실체를 알게 된 군자였으나 여전히 표정에 동요는 없었다. 오히려, 그 의심이 귀엽다는 듯 피식 웃기까지 했다.
“후후, 약물이라 함은 적어도 이 대회에서는 불법으로 규정된 행위이지 않습니까.”
사실 군자의 입장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 사고회로였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더 좋은 방법이 있는데, 어째서 몸에 바늘을 꽂아 가며 위험한 방식을 택한단 말인가.
“저들은 아마 붓글씨를 쓰지도 않으며, 초충도나 산수화를 그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뭐, 그렇겠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중국 역시 그러한 전통을 가지고 있었을진대, 어찌 훌륭한 옛것을 잃고 현대문물의 이기만을 생각하는 것인지···.”
“그러게 말야~ 뭐, 좋은 건 우리만 누리자구~”
한영의 말에 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의 경우엔 박애주의자인 군자였으나, 굳이 불손한 의심을 하는 자들에게까지 좋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진 않았다.
쐐애애액, 퍼어어어어어억—!!
[유군자, 10점!] [김덕준, 10점!] [고한영, 10점!]예선 라운드는 어느새 절반을 넘어갔으나, 대한민국 선수단은 여전히 채 10점도 깎이지 않은 최상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