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68)
#268
토너먼트 라운드
양궁 예선은 본격적인 올림픽 개막식 이전에 치뤄졌지만, 양궁소년단이 거둔 뛰어난 성적은 모든 국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세 사람 모두 700점이 넘는 초(超) 올림픽급 스코어.
현역 아이돌의 합류로 시작부터 많은 논란을 낳았던 남성 양궁팀이었으나, 예선전이 종료된 시점엔 ‘역대 최강의 양궁팀’이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국민적인 기대를 받기 시작했다.
[군자 한영 덕준 세 사람 전부 700점 넘은게 개 레전드인것 같음] [ㅁㅈㅁㅈ 스코어 표 봐써? 세사람만 저만치 멀리 올라가있는거 너무 멋짐폭발이야ㅠㅠㅠ] [어뜨케 잘생긴 사람들이 활도 이렇게 잘 쏴?] [진짜 말까지 타고 있었으면 화랑 그 자체였을듯,,,] [남자 양궁은 개인전 단체전 전부 메달 싹쓸어올것같아] [게다가 예선 성적 좋아서 탑시드까지 다 먹었자낰ㅋㅋㅋ이제 이론상 금은동 싹쓸이 쌉가능임] [난 금은 덕준이가 탔음 좋겠오ㅠㅠㅠㅠ뭔가 마음 가는 캐릭터임] [에이 그래두 군자가 따지 않으까 ㅋㅋㅋㅋ기량 수준이 다르던데] [그건 그렇더라,,, 진짜 집중력 장난아니던데] [근데 또 몰름 ㅋㅋㅋㅋ본선 64강부터는 1대 1 토너먼트자나] [하긴 선발전이나 올림픽예선은 다 그냥 기록라운드였지?] [마자 거기선 그냥 나만 잘하면 되는데··· 1대 1 경기는 상대가 신경쓰일수밖에 없을듯ㅠㅠㅠ] [그거 우리나라가 양궁 금은동 싹쓸이해가니까 올림픽위원회에서 룰 바꾼거라며] [ㄴ 헐 진짜임? 그런게 가능해?] [다른 명목이 있었겠지만 한국 독주 막기 위한 룰이라는게 정설임] [으으 싫다ㅠㅠㅠㅠㅠ]그러나 일각에서는 ‘넉아웃 라운드’ 제도에 대한 불안감을 제기하기도 했다.
본선부터는 모두의 기록을 한번에 모아 채점하는 방식이 아닌, 1대 1 경기에서 승자가 상위 라운드로 올라가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도 한 번의 컨디션 난조로 탈락하는 경우가 종종 나오곤 했다. 1대 1 방식인 만큼 TV 중계에는 보다 이상적이었지만, 절대적인 기량을 가진 한국 선수들에겐 불리한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예선 라운드를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과했음에도 군자, 덕준, 한영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다음 라운드를 준비했다.
“영이 형, 그거 알아? 토너먼트 라운드는 한국 팀들 견제하려고 만든 룰이래.”
“엥? 그래에?”
“응. 그렇게 해야 잘하는 한국 선수들이 이변으로 떨어지고, 다른 나라들도 메달을 딸 기회가 생기니까.”
“하지만 토너먼트 라운드 제도가 생긴 뒤에도 한국 선수들이 메달 제일 많이 땄는걸~”
“맞지. 아무리 룰이 바뀌어도 결국 잘하는 선수들이 메달 따는 건 어쩔 수 없으니까.”
덕준의 말에 군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물론이다. 경기 방식이야 어찌 됐든, 결국 가장 잘 쏘는 자가 살아남는 법 아니더냐.”
군자가 한참 활을 쏘던 시대엔 훨씬 더 많은 부조리가 존재했다.
양반가의 자제들이 참가하는 활쏘기 대회는 단순한 체육대회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그 자체로 가문 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정치적인 의미까지 내포되어 있었다.
군자 역시 문원 유씨 가문을 대표하여 대회장에 나서곤 했다. 숙부 유형원은 힘 깨나 쓴다는 사대부였으나, 조선엔 문원 유가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권문세가도 많았다.
그들이 제시하는 부당한 경기 방식에, 숙부 유형원은 감히 불만을 제기하지 못했다.
“전년도 우승자의 과녁 앞엔 짚단을 놓는 것이 어떠한가.”
“예? 구, 군자의 과녁에만 말씀이십니까?”
“명색이 우승자인데, 그 정도의 난관은 있어야 공평하지 않겠나.”
“하지만 그렇게 하면 과녁을 볼 수 없···.”
“허허, 평소엔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자네답지 않구만. 군자는 무엇이든 쏘아 맞출 수 있다면서? 날아가는 새라도 꿰뚫을 수 있다는 아이에게, 고작 짚단 따위가 얼마나 대단한 방해물이겠는가.”
“···그, 그런···.”
“어쨌거나, 짚단은 이미 준비되었으니 다른 소리 말게. 여기서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아니겠지?”
“···알겠습니다.”
유형원은 전형적으로 강자 앞에서는 비굴하고, 약자 앞에서는 엄격해지는 인물이었으니까.
더 세력이 강한 권문세가 양반들 앞에서는 찍 소리도 못했으나, 군자에게 돌아가서는 도깨비처럼 눈을 부라리며 그를 몰아세우곤 했다.
“이번엔 네 과녁 앞에만 짚단을 세울 예정이다.”
“예? 숙부님, 그게 무슨···.”
“간단한 일이야. 화살은 애초에 포물선으로 날아가니, 짚단을 넘기는 경로로 활을 쏘면 될 일 아니냐.”
“하지만 과녁을 볼 수 없다면 거리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숙부님, 재고를···.”
“시끄럽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야. 군소리 말고, 경기를 준비하거라.”
“숙부님···.”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네가 더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분명 너를 보필하던 종놈들이 일을 똑바로 하지 않은 탓이겠지. 경기를 그르친다면 그 놈들을 매우 칠 것이니, 그런 줄 알거라.”
“!”
비열한 유형원의 간교는 언제나 군자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그러나 군자는 그런 상황에서도 결코 실패한 적이 없었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억—!!
“관중(貫中)이요—.”
“우와아아아아아—!!”
과녁 사이에 높인 짚단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신궁의 재능은 장애물조차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소중한 이들을 구해 내기 위해, 군자는 언제나 불가사의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담장 너머로 그 모습을 보던 문원 유가의 솔거노비들도 입을 틀어막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 이번에도 도련님이 정중앙을 맞히셨구만유!”
“돌쇠 이놈아, 정말이더냐? 과녁 사이에 짚단을 놓았다면서? 그런데도 중앙을 맞추셨다고?”
“예! 지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구먼유!”
“에잉, 충청도 놈들은 으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는 소리만 하느냐. 나도, 나도 좀 보자!”
“아악, 영감님! 지 허리 끊어져유! 그렇게 막 올라타시며는—!!”
다른 권문세가 양반들의 장난질, 거기에 숙부의 협박까지. 이런 극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 군자였다.
그에 비하면 올림픽위원회의 룰 변경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그러나 덕준은 대진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잔뜩 이맛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으으, 64강부터 이탈리아··· 32강은 미국··· 뭐야 이거··· 나 탑시드 맞는거냐고.”
“하하, 덕준이는 아무래도 대진이 마음에 들지 않나 보구나.”
“응. 뭔가 좀 꼬인 것 같다··· 하아아—.”
확실히 덕준의 블록에는 강자들이 다수 포진해 있었다. 메달권으로 점쳐졌던 후보들이 파리의 기후에 적응하지 못하며 대거 낮은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 반면 군자와 한영의 블록은 상대적으로 수월해 보였다.
“군자랑 영이 형 부럽다··· 난 까딱하면 탈락이야···.”
“에이, 무슨 약한 소리야~ 예선에서 700을 넘게 쐈으면서.”
“그거야 군자랑 영이 형이 같이 쐈으니까 그랬지. 나도 지기 싫어서 엄청 안간힘 썼단 말야.”
“흐으음, 그렇구나.”
덕준의 말에 잠시 고민하던 한영은, 이내 해결책이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건 어때? 모든 경기에서 우리를 상대한다고 생각해 보는 거야~”
“쩝··· 그게 그렇게 쉽게 되려나···.”
“하하, 아무래도 덕준이는 무리인가 보네~”
“어?”
“군자는 그랬거든~ 모든 경기마다 우리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높은 점수를 쏠 수 있을 것 같대.”
“···그래?”
“응~ 그래서 덕준이 너한테도 말해준 건데, 안 되면 뭐 어쩔 수 없—.”
“아니! 누가 안 된대?”
“하하.”
“나도 그렇게 할 거야! 유군자가 하는 건데, 내가 못 할 리 없잖아. 내가 양궁도 더 오래 했고, 또 내가 세계랭킹도··· 뭐 아무튼!”
“하하하, 그래 그거야.”
“좋아! 대진이 좋든 나쁘든 무슨 상관이야? 어차피 금메달 따려면 다 이겨야 되는 상대들인데.”
“이제야 덕준이 같네~”
덕준의 멘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한영을 보며 군자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항상 방글방글 웃는 얼굴의 한영이지만, 경력에서 나오는 관록으로 선수단의 구심점이 되어 주고 있었다.
덕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편한 대진의 군자였지만, 16강부터는 군자의 대진도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16강에선 중국의 2인자 왕하오핑, 8강에서는 신흥 강팀 체코의 얀 코스첵을 만난다. 어려운 여정이겠지만, 군자 역시 한영의 말을 되새겼다.
군자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동료이자 경쟁자는 다름아닌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단이었다.
이들과 경기한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누구인들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우리 4강에서 만나자.”
“그래야지. 식당에서 자꾸 중국 애들이 째려봐서 짜증나더라. 군자, 다른 선수는 몰라도 중국 선수한테는 절대로 지지 마. 아니, 아니다. 이기는 건 당연하고, 한 세트도 내 주지 마! 알겠지?”
“하하, 그래. 덕준이 너도 지면 안 된다.”
“당연하지!”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 한 팀을 이룬 세 소년이었지만, 팀워크 역시 그 어떤 올림픽보다 훌륭했다. 서로가 서로를 독려해 주며, 소년들은 마침내 올림픽 본선 토너먼트 무대에 올랐다.
“후우우—.”
경기장에는 예선장보다 훨씬 더 많은 관중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국 팬들은 물론, 파리 현지인들과 관광객들까지 이미 ‘양궁소년단’의 팬이 된 듯 했다.
“꺄아아아아악—.”
“Cheer up, Boys—!!”
“사랑해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은 파리 인근 교외의 올림픽 양궁 경기장입니다. 오늘 경기를 펼치는 대한민국의 고한영, 김덕준, 그리고 유군자 선수가 이곳 생 피에르 경기장에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선부터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기대감을 모았던 소년들이죠! 중계 카메라 역시 세 소년들의 얼굴을 계속해서 비춰 주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도 ‘양궁소년단’의 인기가 올라온 것이 체감됩니다. 관객석에서 소년들의 이름을 부르는 각국 응원단의 목소리가 제 귀청까지 울려퍼지는데요.] [자아, 기대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소년들의 얼굴에는 평안함이 흐르고 있습니다. 멘탈 컨트롤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온갖 언어로 된 응원을 들으며, 소년들은 마침내 첫 상대를 맞이했다.
상대의 표정에 긴장감이 흐르는 것과 반대로, 세 사람의 얼굴에는 잔잔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어젯밤 잠도 잘 잤는지, 군자의 얼굴에는 윤기까지 흐르고 있었다.
그저 연습했던 대로, 언제나 해 왔던 대로.
상대는 팀 동료인 덕준과 한영, 그리고 나 자신이다.
암시를 되뇌며 군자가 첫 번째 활시위를 당겼다.
꽈아아아악···.
담담한 표정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군자의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올림픽 본선에서 처음 보는 눈부신 미소년의 모습에, 전 세계의 시청자가 환호한 순간이었다.
피유우우웅—.
홀연히 군자의 손을 떠난 화살은
콰직—!!
과녁 한복판의 중심점, 그 안의 소형 카메라 렌즈를 정확히 박살내 버리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