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72)
#272
군자의 포부
올림픽 도중 공개된 중국 선수들의 인터뷰는 누가 보아도 노골적으로 한국을 겨낭하고 있었다.
대회 도중에, 그것도 특정 국가를 이토록 대놓고 저격하는 인터뷰는 드물었으므로 대중들도 당연히 그 인터뷰에 관심을 보였다.
[갤럼들 중국 양궁애들 인터뷰 봄?] [ㅇㅇ영상이랑 텍스트 다 봄ㅡㅡ 진짜 개빡치던데] [아니 올림픽 세계인의 축제 아녔냐고 ㅋㅋ중국애들만 왜 이렇게 화나있대?] [그래서 중국애들 예선 몇위였냐고 ㅋㅋㅋㅋ] [안하무인은 그냥 얘네 종특인듯] [아니 뭐 제대로 이긴것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 자신만만함? 진짜열받아 ㅋㅋㅋㅋ] [그 군자랑 경기한 독일 선수는 끝나고도 엄청 존중해주던데ㅠㅠㅠ진짜 비교됨] [저기 코치 한국인이던데 그것도 짜증나더라] [ㅇㅇㅇㅇ맞음 한국인 코치 인터뷰하는거 봐써? 중국보고 우리나라라고 하던뎈ㅋㅋ] [아예 중국 국적도 땄다던뎈ㅋㅋㅋ박쥐가 따로없음] [진짜 어떻게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싫은 나라가 있을수 있지?] [여러분들 너무 흥분하신 것 같은데] [ㄴ 엥? 뭔소리야 너무 흥분한것 같다니;; 넌 열 안받음?] [아닌게 아니라 번역이 좀 잘못됐음. 중국 선수들과 조세근 코치가 그렇게 강한 어조로 말하지 않았음. 그리고 자신감을 나타내는 건 모든 운동선수들의 기본 소양이다.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 [ㄴ 뭔 개소리야 조세근은 대놓고 한국어로 인터뷰했는뎈ㅋㅋㅋㅋ] [ㄴ 위에 댓글 중국인인듯? 말투도 좀 어색하지 않아?] [ㄴ 헐 맞네 개소름;;] [ㄴ 제발 한국 커뮤니티에서 나가줘ㅋㅋㅋㅋ부탁할게] [너거 한국놈들 메달 딸 수 있나 보라. 웃기는 소리] [ㄴ 와 말투봨ㅋㅋㅋㅋㅋㅋ찐 중국인이었네] [ㄴ 좀 가라고 제바류ㅠㅠㅠㅠㅠ] [하아 군자랑 한국선수들은 대응 인터뷰 안 하나?] [제발 우리도 인터뷰좀 해ㅠㅠㅠㅠ왜 처맞고만 있어]대중의 바람대로, 곧 한국 선수단과 오진식 코치가 기자들 앞에 섰다. 대회 중 인터뷰는 한국 팀에게도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선제공격을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코치진의 판단 하에 인터뷰에 응하기로 한 것.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대표팀 헤드코치 오진식이었다.
“중국 선수단, 그리고 조세근··· 아니, 차오슈꺼 코치가 한 인터뷰는 잘 보았습니다. 우리 한국 선수단을 제압할 수 있다는 근거로 체력을 이야기하던데요. 아무래도 차오슈꺼 코치가 한국에서 코치 생활을 한 지 오래돼서 그런가, 한국의 현장 분위기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하는지, 또 얼마만큼의 성취도를 보였는지··· 그걸 안다면 결코 저런 인터뷰는 할 수 없었겠죠.”
“그렇다면 코치님은 한국 선수들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으십니까?”
“물론입니다. 중국 선수들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선수와 붙는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합니다. 여러 국민 여러분들의 평가처럼, 이번 양궁 대표팀은 역대 모든 올림픽 대표팀을 통틀어 보아도 가장 강력한 대표팀이니까요.”
이어서 고한영, 김덕준도 각각 대응 인터뷰를 가졌다.
“중국 선수들의 인터뷰는 잘 보았습니다.”
“어땠습니까, 고한영 선수. 현 세계 랭킹 1위로서, 중국 선수들의 지나친 자신감이 불쾌하지는 않던가요?”
“어어, 딱히 기분이 나쁘진 않았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는 누구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니까요.”
“아하—.”
“어차피 오래 가지 않을 자신감입니다. 조만간 토너먼트에서 우리 선수들을 만나게 되면 알게 되겠죠. 어째서 저와 덕준이가 세계랭킹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어째서 군자가 이번 예선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는지 말입니다.”
“하하, 동료들에 대한 믿음이 엄청나군요. 이번엔 김덕준 선수의 말씀도 들어 보겠습니다. 중국의 저격성 인터뷰, 어떻게 보셨습니까?”
“으음, 일단 중국 선수들은 눈앞의 경기부터 신경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올림픽은 최고의 선수들만 출전하는 대회잖아요. 당장 있을 경기의 상대는 언급조차도 없고, 한국 선수들만을 견제한다는 건 오만이죠.”
“하긴, 김덕준 선수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네요. 올림픽에 한국, 중국 선수들만 나오는 건 아니니까요.”
“네. 우리의 마인드셋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100% 최선을 다한다. 반대편 사로에 중국인이 서 있든, 이탈리아인이 서 있든. 양궁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니까요.”
“오오··· 참 멋진 말씀입니다.”
인터뷰를 하는 덕준을 보며 군자는 연신 엄지를 추켜세웠다.
“크으으—.”
양궁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 참으로 훌륭한 말 아닌가.
그러나 군자는 그렇게 멋진 말을 할 자신이 없었다. 양궁은 스스로와의 싸움이라는 덕준의 말, 사실 군자도 비슷한 멘트를 준비했지만 선수를 빼앗겼으니 그 역시 사용할 수 없었다.
덕준의 인터뷰에 감탄하다 보니 어느새 군자의 차례가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할지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이크를 잡으니 순간적인 혼란에 빠진 군자였다.
“···안녕하십니까. 유군자라 하옵니다···.”
“아하하, 매번 느끼지만 인사가 참 앤티크하십니다.”
그 바람에 인사도 입에 익숙한 조선 스타일로 해 버리고 말았다.
전방에 앉은 작가들과 몇몇 카메라 스태프들이 웃음을 참듯 입을 틀어막았다. 그 옆엔 매니저 이용중 실장이 필사적으로 오버액션을 하며 심호흡을 주문하고 있었고.
‘숨 크게, 크게에—!!’
하마터면 집중력을 잃을 뻔한 군자였으나, 이용중 실장의 그 모습을 보며 호흡을 되찾은 군자였다.
그래, 먼저 말을 할 수 없다면 질문을 기다리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멋진 답변은 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소신만큼은 밝힐 수 있을 터.
이윽고 진행자가 군자에게 첫 질문을 던졌다.
“중국 팀은 한국 팀의 문제점으로 체력을 지적했습니다. 유군자 선수, 대표팀의 체력 훈련은 어땠습니까?”
“으음—.”
잠시 동안 진천에서의 훈련을 떠올린 군자였다.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레슬링, 경륜, 복싱, 유도, 축구와 같이 근력과 지구력을 총동원하는 종목의 선수들을 당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쉽지 않았습니다. 제 체력이 얼마나 부족한지, 여실히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
군자의 답변에 오진식 코치의 눈썹이 움찔했다. 체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오 코치와는 결이 다른 답변이었으니까.
“아하, 그렇다면 유군자 선수는 아직 본인의 체력에 100% 자신감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예. 열심히 훈련했습니다만, 아직 최상의 체력 상태라고 보긴 어려울 수도 있겠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흥미로운 답변이라는 듯, 진행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한국 팀의 약점으로 ‘체력’을 지적한 중국 팀의 발언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보아도 되겠습니까?”
“관점에 따라서는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저에 비해 체력적인 우위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아하··· 그렇다면 질문 하나만 더 하겠습니다. 양궁을 하는데 어째서 체력이 중요한지, 그 부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청자 분들도 계실 겁니다. 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간단합니다.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화살을 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극한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전신의 에너지를 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결국 슛오프와 같은 장기전 양상으로 가면, 체력이 중요해질 수도 있다는 말씀이군요.”
“예.”
“만약 중국 대표팀이 그들의 주장대로 우월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런 상황에서는 확실히 유리할 수 있겠습니다.”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허어, 그렇군요.”
그러나 군자의 답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예? 그게 무슨—.”
“화살을 많이 쏠수록 체력이 소모된다면, 화살을 적게 쏘면 그만입니다.”
“!”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아홉 발의 화살을 모두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면 됩니다. 세간에서는 그것을 ‘퍼펙트 세트’라고 한다지요.”
“그, 그런···.”
“그렇게 한다면, 모든 경기를 단 아홉 발의 화살로 끝낼 수 있습니다.”
군자의 답변에 진행자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얼어 버렸다.
군자의 자신감은 오진식 코치나 한영, 덕준의 자신감과는 결이 달랐다.
체력적으로도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밝힌 그들과 달리, 군자는 체력의 우위를 주장하지 않았다.
우승에 이르기까지, 단 한 발도 빠짐없이 10점을 쏠 것이라는 포부.
자신의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선언이었다.
“하, 하하···.”
‘비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반박을 하고 싶은 사회자였으나 그럴 수도 없었다. 이미 64강에서 그 방식대로 미하일 슐럽을 제압하는 군자의 모습을 본 뒤였으니까.
인터뷰 대상의 발언에 적당히 반박하며 대담을 끌고 나가는 것이 진행자의 역할이었지만, 반박은커녕 오히려 기대감이 샘솟았다.
정말로 우승까지 모조리 퍼펙트 세트를 기록한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진행자조차, 군자의 그 원대한 포부에는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 * *
[팀 대한민국, 중국 대표팀 인터뷰에 정면으로 응수··· 승리 자신감 밝혀.] [유군자, “체력 부족? 상관없다. 전부 10점을 쏘면 그만.”] [과열되는 중국 vs 한국 라이벌리··· 과연 마지막에 웃는 나라는 어디일까?] [논란 속 진행된 32강, 한국 – 중국 선수들 모두 16강 진출··· 첫 한 – 중 대진은 김덕준 vs 쉬웨이준]중국 팀의 인터뷰에 이어진 한국 선수단의 인터뷰는 다시 한번 여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언론플레이를 최대한 자제해 오던 그 동안의 대표팀 특성상, 이런 디스에 맞섰다는 것부터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국 언론은 이런 반응에 호의적이었다.
[크으 이거지 속이 다 후련하다ㅏㅏ] [우리는 왜 참기만 해야됨? 지랄엔 지랄로 맞서는게 맞지] [심지어 지랄도 아니었음 ㅋㅋㅋㅋ우리 선수들은 다 품위있게 인터뷰 했드만] [그와중에 군자 사이다 진짴ㅋㅋㅋㅋㅋㅋㅋ] [체력 어쩌고저쩌고 왱앙앵알 하는거 제대로 멕임ㅋㅋㅋㅋ] [아 모르겠고 그냥 다 10점 쏘면 된다고~~~ㅋㅋㅋㅋㅋ] [그치 진짜 군자답변이 근본이짘ㅋㅋㅋㅋ체력도 중요하지민 결국 양궁은 활 쏘는 종목이잖아] [아니 현역 아이돌이 왜 제일 양궁선수다운건뎈ㅋㅋㅋㅋㅋ] [근데 군자가 진짜 전부 10점 쏠 수 있을가ㅠㅠㅠㅠ그건 엄청 힘든거 맞지?] [당연하지,,, 솔직히 말이 올 10이지 실제로 그렇게 하면 올림픽 역사에 남을듯ㅋㅋㅋ] [2016년에 김진우 선수 개쌉월클이었을때도 9발 올 10은 딱 한 경기밖에 못했음] [군자는 이미 슐럽이랑 경기에서 그거 보여줬으니까 할건 다 한거야] [그래도 그 포부가 멋지자너 ㅋㅋㅋㅋ난 그 말만으로도 이미 사이다임]대부분은 군자의 발언을 칭찬하면서도, 우승까지 전부 10점을 쏘겠다는 그 포부에 대해서는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
근본 있는 발언으로 중국 선수들에게 한 방 먹인 것이 통쾌하다는 반응이었지, 실제로 그런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딱 한 명, 군자 본인만큼은 진심이었다.
“군자, 근데 너 인터뷰 그거 정말이야?”
“무엇 말이더냐.”
“다 10점 쏜다는 거. 그냥 포부가 그렇다는 거지?”
“후후, 덕준아.”
“응?”
“군자(君子)는 거짓 다짐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으윽, 3인칭 뭔데···.”
언제나처럼, 군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