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74)
#274
질 자신이 없구나
A블럭의 8강 1경기, 유군자와 저스틴 킹의 경기는 시종일관 밝은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금발 벽안의 저스틴 킹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군자에게 달려와 격한 악수와 포옹을 퍼부었다.
“군자, 군자, 안뇽하세요!”
“허허, 저스틴 도령은 한국어를 하시는구려.”
“나는 당신의 팬이다! 사랑해! 너의 활 솜씨를 사랑합니다!”
군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외워 온 모습은, 마치 7IN의 서양 팬들을 보는 듯 했다.
“저스틴 도령, 영어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내가 영어를 할 줄 아니.”
“오오, 진짜? 군자야, 너무 너무 영광이야! 나 정말 너의 빅 팬이라고. 너처럼 잘 쏘는 친구는 정말 처음이라니까!”
“좋게 봐 주어서 감사합니다. 그저 매 순간 집중하려 노력했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따라 주었습니다.”
“오오, 겸손하기까지! 군자, 넌 세계신기록 보유자야! 세상 거만해도 괜찮다고. 아 맞다, 내 유니폼 안쪽에 싸인 좀 해 줄래? 바깥쪽엔 국기가 있어서 좀 그렇고, 요기 이 안쪽에 부탁해!”
군자에게 싸인을 받은 저스틴 킹은 아이같이 좋아하며 다시 한번 군자를 끌어안았다.
허허, 참으로 희한한 청년이로고.
본디 올림픽에는 각양각색의 인간군상이 총집합한다 들었다. 중국 대표팀의 선수들처럼 승부에 집착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대회 자체를 즐기자는 마음가짐으로 참가한 이들도 있는 것이다.
저스틴 킹의 티 없이 맑은 웃음은 그걸 보는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허나 군자는 마음을 놓을 생각이 없었다.
저렇게 방글방글 웃고 있어도 이 대회에서 8강까지 올라온 이 아니던가. 실력이 있는 자임은 분명하다.
“군자, 상대가 네 팬이라고 해서 봐 주면 안 된다. 알지?”
“당연한 말을. 나를 좋아해 주기에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으으, 무서운 말이네. 그럼 난 너 싫어해야겠다···.”
“상관없다 덕준아. 내가 널 좋아하니, 좋아하는 만큼 진심으로 임할 것이니.”
군자의 ‘진심 모드’ 선언에 덕준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 그러냐··· 그래, 오늘 컨디션은 어떤데?”
“후후.”
컨디션을 묻는 덕준의 질문에 군자는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제는 불란서의 환경에도 적응이 끝났단다.”
“오오?”
“컨디션은 최상이다. 오늘은 질 자신이 없구나.”
“오오오—!!”
군자의 자신감은 허풍이 아니었다.
퍼억, 퍼어억—.
[이야아아, 오늘도 10점, 10점, 10점만 쏘는 유군자 선수입니다!! 이러다가 정말 오로지 10점 스코어만으로 결승까지 가게 생겼어요!! 올림픽 양궁 역사상 이렇게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선수는 없었습니다!! 이건 정말 놀라운데요—!?] [아무리 집중력이 좋은 선수라도 한 번쯤은 흔들릴 법도 한데, 유군자 선수!! 도대체 어떤 극한 상황에서 집중력을 갈고 닦아 온 것일까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정중앙에 화살을 꽂아 넣습니다!! 오늘은 풍속이 다소 있는 날입니다만, 유군자 선수에게 바람 같은 것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머리카락이 조금씩 날릴 정도의 바람이 불었으나 군자의 스코어보드엔 오로지 ’10’만이 쌓여 나갔다. 첫 세트에서 30점을 기록한 군자를 보며 저스틴 킹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진짜 미쳤네! 군자, 바람까지 계산해 가면서 쏘는 거야!?”
저스틴 킹 역시 최대한 풍향을 읽으며 시위를 당겼다. 날선 바람 속에서도 그의 화살은 제법 힘있게 날아갔으나, 맞은편에 선 신궁의 기량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
[두 번째 세트 끝납니다!! 이번에도 30 대 28! 유군자 선수가 2점을 더 가져갑니다!! 벌써 세트 스코어 4 – 0, 이번에도 퍼펙트한 경기력입니다—!!] [아니, 도대체 이런 바람 속에서 어떻게 화살을 쏘는 걸까요!! 유군자 선수, 조선에서 온 선비 아이돌 컨셉으로 활동한다고 들었는데 오늘 모습은 고구려의 주몽이 환생한것 같습니다!!] [아이돌 칠린 소속의 멤버들도 관중석에 앉아 있군요!! 동료인 유군자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파리까지 날아온 모양입니다—!!]캐스터의 말처럼, 관중석에는 7IN 멤버들이 나란히 앉아 군자를 응원하고 있었다. 군자가 올림픽에 전념하는 동안 멤버들도 개인 활동 시간을 갖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절친의 올림픽 출전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이벤트였다.
“군자야아아아—.”
“군자 형아, 오늘 진짜 어벤져스 호크아이 같아여—!!”
“아, 근데 호구아이는 어벤져스에서 완전 약캐인데.”
“야 권태웅, 너 아직도 마블 보냐···.”
“뭐 임마. 한번 빠돌이는 영원한 빠돌이라고. 그래, 호구아이보단 욘두가 낫겠다! 욘두, 유도탄 화살로 10점 빠바박 해 줘—!!”
태웅의 유치한 응원이 들리기라도 한 듯, 군자의 화살은 유도탄처럼 10점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슈우욱, 퍼어어어어억—!!
동료들 앞에서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모든 화살은 빽빽하게 10점 과녁에 박혔다.
또 한 번의 30 – 30 – 30, 이번에도 군자는 자신이 내건 공약을 실현해 내고야 말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함성 소리, 그에 손을 들어 화답하는 군자. 뒤이어 상대였던 저스틴 킹이 달려와 군자에게 폴짝 안겼다.
“와하하하, 영광이었어! 양궁 시작하고 최고로 짜릿한 순간이었다고!”
“고맙소,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소이다.”
“장난해! 너가 나한테 배울 게 뭐가 있다고, 크크.”
저스틴 킹은 웃었지만 군자의 말은 진심이었다.
비록 궁술에서는 군자가 더 뛰어났을지 모르나, 경기를 진심으로 즐기는 저스틴 킹의 태도는 군자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었다.
중반 이후부터는 군자에게도 어려운 바람이 불었으나, 그런 저스틴 킹의 모습이 군자의 긴장감까지 이완시켜 준 것도 사실이었다.
“저스틴 도령의 즐기는 모습이 내 긴장감까지 풀어 준 것 같습니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뭐? 그래? 나 때문에 네 점수가 잘 나왔단 말야!? 젠장, 그럼 좀 적당히 나댈 걸 그랬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저스틴 킹은 결과에 완전히 승복한다는 듯 다시 한번 군자를 향해 두 손을 들어올렸다.
“Long live, the king! 군자, 네가 내 ‘king’이야!”
“후후, 킹은 저스틴 도령의 다른 이름 아니시오.”
“아니 말장난까지 하네! 나중에 캐나다 오면 꼭 연락해. 밥도 먹고, 같이 활도 쏘고 놀자. 컴파운드 보우라고, 꽤 재미있는 장난감이 있거든?”
“오오, 그렇습니까? 그것은 양궁과는 또 다른 활의 종류인가 봅니다.”
“응. 화살이 엄청 세게 나가서, 손맛이 장난이 아니거든.”
[유군자 선수, 캐나다의 저스틴 킹을 제압하며 4강에 진출합니다!! 이로서 유군자 선수는 단 한 경기만 더 이기면 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정말로 놀랍습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하는, 그것도 아이돌 가수로 활동 중인 청년이 모든 경쟁상대를 초전박살내며 올림픽 양궁을 발칵 뒤집어 놓고 있습니다!!] [이제 유군자 선수는 젊은 여성들만의 아이돌이 아닙니다. 남녀노소 모두가 TV로 유군자 선수를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8강 저스틴 킹과의 경기는 너무나도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포옹을 주고받는 두 선수를 보십시오. 저런 게 바로 올림픽 정신 아니겠습니까!!]훈훈하게 마무리된 8강전은 모두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았다. 흠 잡을 곳 한 군데 없는 완벽한 승리, 그에 이은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생방송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모두 이 장면에 한 마디씩 남기고 싶다는 듯, 채팅창은 실시간으로 활활 불타올랐다.
[하아ㅏㅏ 너무 뽕 찬다··· 얘네들 왜 이렇게 훈훈해] [캐나다 쟤 마음에 든다ㅠㅠㅠ졌으면 기분나쁠법도 한데 지자마자 뛰어와서 군자 안아주는거 너무 귀엽] [군자도 막 지나치게 기뻐하지 않고 상대 토닥토닥 해주는거 완전 으른이야··· 나는 이런 군자 으른미 때문에 미치겟움진짜ㅠㅠㅠ] [8강전 시청률 떴음!!! 56%랰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 [ㅎㅏ 이제 군자는 진짜 월클 돼버렸구나^^] [아이돌 정보는 HOT 젝키에서 멈춘 울아빠 오늘 본인한테 유군자 얘기로 선톡 보냄ㅋㅋㅋㅋㅋㅋ진짜 온가족 하나되게 만드는 미친매력이야] [이제 진짜 한판만 더 이기면 메달확정이뮤ㅠㅠㅠㅠㅠ나 너무 떨려] [4강에선 누구 만나지? 한국선ㄱ수만나나 설마] [ㄴㄴ아마 D블럭 중국인이 올라올듯? A블럭이랑 D블럭 1위가 4강 토너먼트에서 만나니깐] [아 그 리장량인가 하는 사람? 인터뷰 했던?] [걔도 인터뷰가 븅신같아서 그렇지 양궁 자체는 잘하드라···] [B블럭에서 고한영이랑 중국선수도 만났자나 왕하오핑인가] [걔는 저스틴킹이랑 다르게 되게 드릅게 경기하는 것 같던데ㅠㅠㅠㅠ]8강에서 멋진 승리를 거둔 군자를 찬양하면서도, 시청자들은 동시에 다음 경기인 고한영의 8강전을 걱정했다.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8강 무대, 고한영의 상대는 중국의 왕하오핑이었다.
깔끔한 경기 매너로 모두의 찬사를 받았던 미하일 슐럽, 저스틴 킹 등과는 달리 왕하오핑은 대회 내내 문제를 일으켜 온 선수였다.
특히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큰 소리를 내며 상대의 리듬을 깨거나, 상대 선수를 응시하며 알 수 없는 바디랭귀지를 보내는 등 기행동을 일삼아 관객과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아 왔다.
[왕하오핑 쟤는 대체 왜 저러는 거임?;;] [실력으로 안되니까 개지랄염병이라도 해서 올라가는거지] [조세근인가 먼가 한국인 코치는 중국 가서 저런 개잡기술이나 가르쳐 준 거야?] [진짜 한영옵이 저런 선수한테 져서 탈락하면 개킹받을것같긴 함] [덕준이가 중국인 한 명 제거했으니까 이제 고한영 차례임] [맞지맞지 군자 뜨기 전엔 고한영이 대표팀 에이스였잖아] [ㅎㅏ 근데 중국인 개지롤이 걱정이긴하다ㅠㅠ]한영의 팀메이트인 군자와 덕준 역시 시청자들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영이 형, 상대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면 안 돼. 알았지?”
“덕준이 말이 맞습니다. 형님은 형님의 경기를 하시면 됩니다. 오로지 활과 화살, 그리고 과녁에만 집중하시는 겁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그저 잡념일 뿐입니다.”
“형 형, 나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중국 애들한텐 절대로 지기 싫거든? 침착해야 된다고. 대답 좀 해 주라, 응?”
형님, 저 역시 덕준이와 같은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상대에게 관용으로 대하는 것이 저의 원칙이나, 왕하오핑이라는 선수는 선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형님이 평정심을 잃을까 걱정이···.”
“푸하하핫—.”
동생들의 걱정 러쉬에 한영은 재미있다는 듯 큰 웃음을 터뜨렸다.
“긴장은 내가 아니라 너네가 한 것 같은데?”
“예?”
“걱정하지 마. 나도 질 생각 없으니까.”
“오오—.”
“군자, 덕준.”
“···예, 형님.”
“이기고 올라갈게, 우리는 저 위에서 만나자. 알겠지?”
“!”
믿음직스러운 한영의 목소리에 두 동생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