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77)
#277
4강 2경기
그림 같은 궤적을 그린 고한영의 마지막 화살은, 유리로 만든 무언가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과녁에 꽂혔다.
콰작—!!
과녁 정가운데의 중계용 렌즈가 박살나는 소리. 대한민국 궁사들의 오랜 트레이드마크이자, 이번 화살이 논란의 여지 없는 10점짜리 화살이라는 증표다.
화살이 꽂힌 위치를 확인한 한영이 왼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10 – 10 – 10, 또 한번의 ‘퍼펙트 세트’로 경기를 끝내 버리는 고한영이었다.
[경기 끝납니다아아아아—!! 고한영, 고한영, 한국의 고한영이 중국의 왕하오핑을 깔끔하게 제압하며 다음 라운드로 올라갑니다—!!] [마지막 샷은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렌즈 박살나는 소리 들으셨습니까—!? 과녁 정가운데에 꽂혀 버렸습니다!! 기가 막힌 궤적입니다!! 마지막 순간, 고한영 선수가 세계 랭킹 1위의 위엄을 보였습니다—!!] [상대 왕하오핑 선수,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입니다—!! 하긴, 그럴 만 합니다!! 경기 전엔 그렇게 승리를 확신했던 중국 선수들입니다만, 벌써 두 명이 한국 선수들에게 제압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번 올림픽 한 – 중 대결은 한국의 완벽한 승리로 전개되고 있네요—!! 가슴 속에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입니다—!!]패배한 왕하오핑은 상대와 인사를 할 생각도 없다는 듯, 붉어진 얼굴로 급하게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승리한 고한영은 달랐다. 관중석 앞을 돌며,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 준 관객들과 소통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물론 팀 동료인 군자, 덕준과 기쁨을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형! 혀어엉—!!”
“덕준아, 나 고막 떨어지겠다.”
“아니 어떻게 한 거야!? 마지막 그 샷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오—.”
“어떻게 하긴, 그냥 쐈는데 운이 좋았지 뭐.”
“아니 바람도 그렇게 엉망진창이었고 상대는 29점을 쏜 상황인데··· 진짜··· 아니, 진짜 미친 거 아님? 왜 이렇게 잘해?”
“흐흐, 고마워. 너가 그랬잖아, 중국 선수한테는 절대로 지지 말라고. 그래서 이 악물고 쐈지~”
“아으 기특해! 이러니까 우리 형이지!”
온갖 호들갑이며 주접은 다 떤 덕준과 달리, 군자는 차분하게 한영을 맞아 주었다.
“형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그래도 3세트로 끝나서 다행이네.”
“어깨는 괜찮으십니까.”
군자의 조심스런 질문에, 한영은 활짝 웃으며 오른쪽 어깨를 돌려 보였다.
“지금은 이긴 게 너무 기뻐서 그런가, 통증이 하나도 안 느껴지네.”
“···다행입니다, 형님.”
그렇게 말하며 군자는 한영을 향해 따뜻하게 웃어 보였다.
“덕준이의 말이 맞습니다. 정말로 멋진 경기였습니다.”
“흐흐, 다들 칭찬해 주니 부끄럽네.”
부끄럽다고 말하면서도 한영은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경기장은 프랑스에 있었으나, 관중석엔 태극기의 물결이 넘실거렸다.
* * *
[대한민국 고한영, 6-0으로 중국 왕하오핑 제압하며 4강 진출!] [두번째 한 – 중 대결도 한국의 완벽한 승리, ‘승리 비책’은 말뿐이었나.] [[포토뉴스] 언론 인터뷰 거절하며 숙소로 ‘런’ 하는 왕하오핑] [중국 조세근 코치, “우리는 언론으로부터 선수를 지킬 것.” 인터뷰 할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에 각국 미디어들 당황···.] [카메라 렌즈 박살내며 정중앙에 들어간 고한영의 위닝 샷, 아름다운 궤적!] [4강 진출 고한영 인터뷰, “동생들과 다함께 4강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켰을 뿐.”] [양궁 8강전 시청률 56%··· 점점 올라가는 올림픽 양궁 시청률, 과연 60% 벽 넘을 수 있을까.] [중국 주장 리장량, 8강전 승리··· 4강전에서 유군자와 정면대결.]두 번째 한중전도 한국 궁사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지켜본 시청자들과 네티즌들의 분위기는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키야아아ㅏㅏㅏㅏㅏ] [ㅋㅋㅋㅋㅋㅋㅋ중국 멸망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니까 인터뷰로 왜 깝쳤어 깝치길ㅋㅋㅋㅋ] [하오핑인지 뭔지 인터뷰도 안하고 도망칠때 개통쾌했움ㅋㅋㅋ] [와꾸력에서 1패 경기력에서 1패 도합 2퍀ㅋㅋㅋㅋㅋ] [ㅋㅋㅋㅋ중궈들 벌써 4패해버렸눜ㅋㅋㅋㅋㅋㅋㅋㅋ] [노노 5패임ㅋㅋㅋㅋ군자도 리장량인가보다 더 잘생겼자낰ㅋㅋㅋ] [고한영 마지막 샷 “됐다” 말하는 장면.gif] [아 이거 진짜 대존멋이야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 [놓는순간 들어갔다고 확신했나보뮤ㅠㅠㅠㅠ] [그리고 화살 날라가서 카메라 박살낸것까지 걍 레전드임] [생각할수록 중국 애들 인터뷰 한거 어이털리지않음?ㅋㅋㅋ] [근데 중국 입장에서는 그럴수도 있음ㅋㅋㅋ왜냐면 걔들이 절대 못한게 아님ㅋㅋㅋㅋㅋ솔직히 꽤 잘했어] [ㄴ 이거진짜맞음ㅋㅋㅋㅋ중국애들도 꽤 치더라 근데 그냥 한국선수들이 너무 넘사벽으로 잘하니까 게임이 안되는거] [후 진짜 요즘 TV만 틀면 국뽕이야··· 국뽕TV 흥하는거 진짜 이해 안됐는데 이맛이었구나 싶네^^] [진짜 온가족이 다 군자 덕준이 한영이 팬 됨ㅠㅠㅠㅠ선수들 하나하나 왜이렇게 멋지냐] [이제 덕준이만 이기면 진짜 4강에 한국선수 3명 되는거 아님?] [제발 그렇게 됐음 좋겠다ㅏㅏㅏ 한국 선수들이 금은동 싹쓸이 했음 좋겠어ㅠㅠ]사람들의 바람대로, 덕준 역시 무난한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16강에서 중국의 쉬웨이준을 만나 고생 끝에 8강에 진출한 덕준은, 8강에선 수월한 6-0 승리를 기록하며 한국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었다.
이로서 남자 양궁 개인전 4강 진출자의 명단과 대진이 모두 가려졌다.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김덕준 : 고한영] [유군자 : 리장량]네 명 중 세 명이 한국 선수인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타국 선수는 중국의 주장 리장량 뿐.
이제 다음 경기는 한국인 대 한국인, 김덕준과 고한영의 경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서로를 응원하던 동료 관계에서 이제는 결승 진출을 두고 싸워야 하는 관계가 되었지만, 덕준과 한영 사이에 어색함 같은 것은 없었다.
“이번엔 진짜 내가 이길 거야, 두고 봐!”
“하하, 그래 그래. 덕준이 실력 얼마나 늘었나 봐야지.”
이미 다양한 선수권대회에서 숱하게 만난 경험이 있는 두 선수였다. 물론 올림픽에서 맞서 본 적은 없었으나, 대회에서 상대로 만난다고 두 선수의 사이가 틀어지는 일은 없었다.
상대전적은 8승 2패로 고한영 쪽이 압도적인 우위였지만, 매번 접전을 펼친 만큼 이번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직전까지는 화기애애했으나 첫 활시위를 당긴 순간부터는 대회의 긴장감이 두 선수 사이를 감돌았다.
[김덕준, 퍼펙트 세트를 만들어 냅니다—!! 10 – 10 – 10, 이번 대회 첫 퍼펙트 세트 아닌가요—!?] [고한영 선수도 10 – 10 – 10입니다—!! 결승 진출을 앞둔 두 선수, 평소엔 우애 좋은 형 동생 사이였으나 이 경기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듯 치열하게 부딪힙니다—!!]첫 세트부터 퍼펙트 세트를 주고받으며 점수를 나눠 가진 두 선수는 두 번째, 세 번째 세트에서도 고득점을 기록하며 맞부딪혔다.
[고한영, 10점.]“오오오—.”
[김덕준, 10점.]“우와아아아—!!”
거의 비슷한 실력의 두 사람이었기에 승부는 연장전인 슛오프까지 이어졌다.
[세트 스코어 4-4 동점, 이번 대회 첫 슛오프입니다—!! 슛오프는 세 발의 화살을 과녁에 쏘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기존의 채점 방식과는 달리, 과녁의 중앙에 얼마나 가깝게 쏘았는가를 기준으로 채점 방식이 변경됩니다—!!] [그렇기에, 이 슛오프에선 반드시 승패가 나뉘게 됩니다!! 먼저 화살을 쏘는 것은 고한영 선수, 과연 얼마나 멋진 샷을 보여줄지—!!]퍼억, 퍼어억, 퍼어어억—.
한영이 세 발, 뒤이어 덕준이 또 세 발.
최상의 실력을 가진 두 선수였으나 승부는 각자의 몸상태에서 갈렸다.
아직 체력이 남은 덕준과 달리, 한영의 어깨는 이제 더 이상 10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
[경기 끝납니다아아아—!!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 승리를 거둔 것은 김덕준 선수입니다아아—!!] [놀랍습니다, 김덕준 선수!! 이번 대회 내내 괴물 같은 활약을 선보인 고한영을 잡아내며 결승전에 진출했습니다!! 평소엔 경기 종반으로 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오늘만큼은 거의 완벽한 경기력이었네요—!!] [마지막에 쏜 화살 세 발은 거의 예술이었습니다!! 모든 화살이 중앙의 점 가까이에 떨어졌습니다!! 고한영 선수, 김덕준 선수를 인정한다는 듯 박수를 보냅니다!! 반면 김덕준 선수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인데요—.]경기가 끝나자 마자 덕준은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 한 경기를 위해 모든 집중력을 다 끌어다 쓴 듯, 탈진해 버린 모습이었다.
반면 한영은 아직 인사를 하러 갈 정도의 여유는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패배한 한영이 먼저 덕준을 찾아가 그의 등을 토닥여 주었다.
“덕준아, 잘했어.”
“···.”
“너 진짜 잘하더라. 오늘은 내 완패야.”
“···형.”
“이왕 나 이기고 올라간 거, 군자까지—.”
“형도 고생했어, 아픈 어깨로도 그렇게···.”
“허, 너도 알고 있었구나.”
“몰랐어. 경기 중에 알았지.”
“···그래?”
“완전 감쪽 같이 숨겼던데. 솔직히 8강에서 중국 애 그렇게 두들겨패는 거 보면 누가 부상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어.”
“하하하—.”
한영은 유쾌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덕준의 등을 팡팡 두들겼다.
“그래도 기특하네.”
“엥? 뭐가?”
“나 다친 거 알면 너가 집중 못 할 줄 알았거든.”
“뭔 소리야, 이럴 때 이겨 먹어야지. 내가 상대 걱정을 왜 해?”
“푸하하학, 덕준이 왜 이렇게 컸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덕준은 한영을 걱정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런 덕준을 보며, 한영은 괜찮다는 듯 오른쪽 어깨를 돌려 보였다.
“이제 3-4위전만 끝나면 대회도 끝이니까, 괜찮아. 귀국한 다음엔 치료 잘 받고, 재활한 다음 다시 대회 뛰어야지.”
“응. 이번에는 꼭 제대로 치료 받아야 한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같이 군자 응원 하자.”
“응, 그래야지.”
군자를 응원하자는 말에 덕준이 야무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지는 4강 경기는 또 한번의 한 – 중 대결, 유군자와 리장량의 경기였으니.
[이어지는 4강 2경기, 아마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도 높은 경기일 것 같습니다!! 중국의 에이스 리장량과 대한민국 에이스 유군자의 대결—!!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지는 대진입니다—!!] [64강부터 지금까지 모든 화살을 10점에 꽂아 넣으며 올라온 유군자, 그러나 리장량 역시 단 한 번도 세트를 내주지 않으며 6-0 스코어로만 4강까지 온 괴물입니다—!!] [중국 팀의 인터뷰로 시작된 대결 구도가 4강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의 완승이었습니다만, 이 경기에서 리장량 선수가 승리한다면 분위기는 다시 반전되겠죠!! 과연 중국의 에이스는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다시 한번 대한민국이 양궁 최강국의 명성을 이어갈지—!! 두 선수,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사로에 서 있습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