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78)
#278
천운
유군자 vs 리장량의 대진으로 펼쳐지는 남성 양궁 4강 2경기, 시청률 집계는 65%부터 시작됐다.
제 아무리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이라고 해도 60%가 넘는 시청률은 경이적인 기록이었다. 생방송 대신 하이라이트 클립 등으로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음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놀라운 기록이었다.
물론, 군자의 열렬한 팬인 연지 역시 온 가족과 함께 TV 앞에 앉아 군자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제발, 제발···.”
“걱정하지 마 연지야. 엄마가 절이랑 교회 다 다니면서 군자 이기라고 기도 했다.”
“엥? 엄마는 불교야, 아니면 기독교야?”
“불독교라고 하지 뭐. 뭐가 됐든 우리 군자 도와주는 신이 진짜 참된 신 아니겠니?”
“누나, 근데 군자 형은 유교니까 공자님한테 기도해야 하는 거 아님?”
“이연준, 산통 깨지 말고 움짤이나 잘 따. 알겠냐?”
“알았다고··· 돈 주기로 한 거 까먹지 마라.”
“준다고 이 자낳괴야. 아빠, 지금 풍속 어느 정도야?
“대회장 근교는 풍속 3m/s 정도라는데. 그런데 풍향이 자꾸 바뀌는구나···.”
“아이, 그게 제일 안 좋은 건데··· 군자는 괜찮겠지?”
이번 올림픽을 거치며, 연지의 가족들은 모두 군자의 열렬한 팬으로 거듭났다. 남동생 연준도 시큰둥한 척 했으나 군자가 양궁을 할 때만큼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이연준, 군자 움짤은 왜 돌려보고 있는데?”
“···쿼, 퀄리티 체크 하는 거야···.”
“퀄리티 체크? 그딴 걸 왜 하는데?”
“거지 같이 따면 누나가 또 지랄할 거잖아.”
“흐음, 그래에~?”
“무, 뭘 꼬라봐.”
“야, 솔직히 말해 봐. 우리 군자 남자가 봐도 멋지지? 막 닮고 싶고 그렇지?”
“꺼져, 남자 아이돌 관심없거든?”
“후후, 부끄러워 하긴.”
“아니라고!”
입덕해 버린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연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이게 다 우리 군자가 대중픽이라는 증거라고.
그러나 오늘 군자의 얼굴에선 미소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지야, 오늘 군자 얼굴이 왜 이렇게 무섭니?”
“후음, 그러게. 오늘은 웃지를 않네.”
“어째 화 난 것 같아 보이는데—.”
“그런가···.”
연지 어머님의 추론처럼, 군자의 마음속엔 작은 분노가 일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상대인 리장량, 그리고 중국 선수들에 대한 분노였다.
8강 고한영 vs 왕하오핑의 경기를 보며, 군자는 상대인 왕하오핑의 행동에 집중했다.
끊임없이 어깨를 툭툭 치며 고한영을 바라보는 왕하오핑의 모습, 저것은 필시 왕하오핑을 비롯한 중국 선수들이 한영의 몸 상태를 알고 있다는 증거다.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것일까. 저 팀의 코치는 한국인이라 했지. 어쩌면 그가 입수한 첩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보를 입수한 경로보다 군자를 화나게 한 것은 왕하오핑의 태도였다.
상대의 약점을 알고 그것을 이용하는 경기 방식을 비난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저 방식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 아닌가.
경기 중에 계속해서 한영의 주의를 끌며, 어깨에 대해 신경쓰도록 하는 왕하오핑의 제스쳐는 군자를 화나게 만들었다.
꼴불견이구나. 저 팀의 지도자는 대체 무엇을 가르친 것인가.
그것이 분노의 시작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선수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리장량이 그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곧 4강에서 만나게 될 선수이기에 군자는 가볍게 목례만을 하며 지나가려 했다. 그러나 리장량이 먼저 군자의 어깨를 낚아챘다.
“어이, 네 친구 말이다.”
“···.”
“어깨는 괜찮대? 오른쪽 어깨 말야.”
중국어는 대부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군자는 리장량의 동작만으로도 그의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이 자는 지금 한영의 부상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다친 어깨로도 제법 쏘던데. 약이라도 한 거 아냐?”
“···.”
“근데 그거 알아? 올림픽에선 무슨 약이든 잘못 쓰면 메달 박탈이라고. 세계랭킹 1위가 약물로 메달을 빼앗기면, 그것도 꽤나 재미있는 일일 거야. 그치?”
리장량은 주사바늘을 꽂는 시늉을 하며 군자를 도발했다. 선 넘는 말장난질에 군자의 눈썹도 함께 움찔했다.
자신을 향한 비난이나 비하는 모두 참을 수 있었다. 아니, 참는 것이 아니라 껄껄 웃어 넘길 자신도 있었다.
그러나 어깨 부상을 참고 끝까지 멋지게 경기를 해낸 한영을 조롱하다니.
이것이 정말 공맹(孔孟)의 나라에서 태어난 이의 언동이 맞단 말인가!
군자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 동안은 어째서 덕준이 그토록 중국을 이기고 싶어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그 마음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군자였다.
“한영이 형님이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는 곧 알게 될 것입니다. 3-4위전에서 그를 만나게 될 테니.”
“뭐?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한국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리장량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으나 군자는 괘념치 않았다. 어차피 이 자와는 언어가 통한다고 해도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내 예언 하나 하지요. 당신은 절대로 나를 이길 수 없습니다.”
“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씨불씨불—.”
“단언컨대, 나는 당신과 같이 탁한 영혼을 가진 자에게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으니.”
“!”
말은 통하지 않았으나 리장량 역시 군자가 자신을 경멸함을 알아챈 것 같았다.
“이 새끼가—!!”
그대로 군자의 어깨를 낚아챈 리장량이었으나 이번엔 군자가 그의 손을 뿌리쳐 버렸다. 순간 느껴진 우악스런 손아귀 힘에 리장량이 흠칫한 사이, 군자는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야, 좆밥 새끼! 이리 와 봐, 아예 여기서 승부를 내자!”
리장량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으나 군자는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제 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했다. 남은 이야기는 경기장 위에서, 이 화살에 담아 전하면 그만이다.
휘이잉—.
오늘따라 바람은 머리칼이 날릴 정도로 강하게 불었다. 날아가는 힘이 좋은 양궁용 리커브 보우였으나, 바람이 이 정도라면 화살의 궤적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거센 바람 속에서도 리장량은 꽤나 자신만만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바람을 대비한 훈련을 이미 충분히 마쳤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퍼억, 퍼어억, 퍼어어억—.
[10, 9, 9—!! 28점, 놀랍습니다!! 이런 불규칙한 바람 속에서 굉장한 고득점을 기록하는 리장량입니다—!!] [지금 이 상황에서 28점이나 쏘았다는 건, 평상시 30점 이상의 난이도입니다—!! 앞으로 바람은 더더욱 거세질 예정이라 하니, 여기서 28점을 쏜 것은 리장량에겐 매우 큰 호재입니다!!] [리장량, 만족스럽다는 듯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소리를 지릅니다!! 관중석에 앉은 중국인 관객들이 그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네요—!!]중국인 관객들은 소음 같이 큰 목소리로 리장량의 이름을 외쳤다. 관객들에게도 풍속이 느껴질 정도의 악조건이었다. 그 시끄러운 응원 속, 구석에 앉아 군자를 응원하던 7IN 멤버들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아니, 바람이 뭔··· 이거 괜찮은 거 맞아?”
“아하하핫, 빗방울까지 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뺘, 뺨이 따가워요··· 화살도 휠 것 같아요···.”
“그러게. 저 중국 선수 대단한데여··· 이런 바람 속에서 28점을 쏘넹···.”
“이 정도면··· 상대 실수를 기대해야 할 것 같은데.”
“아오, 귀 아파. 난 근데 중국 사람들 기고만장한 게 왜 이렇게 킹받냐.”
“태웅, 말 조심해. 누가 들을라.”
“솔직히 맞는 말 아니냐. 양궁은 정숙이 기본 매너인데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응원을 하냐고. 나도 확 두성으로 소리 질러 버릴까 보다.”
7IN 동료들은 물론, 국가대표 팀 동료인 덕준과 한영 역시 표정이 어두웠다.
좋은 점수를 내기엔 환경이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바람이 부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여기에 빗방울까지 섞였다. 사로 위엔 비를 막기 위한 설비가 갖춰져 있었으나, 이렇게 비바람이 들이칠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손과 시위도 젖게 된다.
“형, 군자 괜찮을까···.”
“···글쎄. 악천후 훈련을 하긴 했는데···.”
항상 긍정적이었던 한영도 이 날씨는 어렵다는 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숱한 대회를 나가 본 국가대표 선수인 만큼,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인지 더 잘 알았다.
“솔직히 리장량 쟤도 운 좀 따라 준 것 같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중요한 건, 어쨌든 저 친구는 28점을 쐈다는 거야.”
“끄으응—.”
부디 군자에게도 천운이 따라 주길.
운이든 뭐든, 최소한 28점 정도는 나와서 세트 스코어를 가져갈 수 있게 되길.
한국, 그리고 군자를 응원하는 모두가 간절한 기도를 보내는 가운데, 마침내 군자가 시위를 당겼다.
[유군자 선수, 첫 번째 활시위 당깁니다. 8강 저스틴 킹 선수와 경기할 때와는 사뭇 다른 표정입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 유군자 선수도 긴장을 한다는 증표일까요?] [여기서 긴장하면 안됩니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고 있습니다만, 최대한 릴랙스하면서 유군자 선수의 경기를 해야 해요. 유군자 선수, 집중해야 합니다—!!]그러나 군자는 긴장한 것이 아니었다.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다만,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가 났을 뿐.
꽈아아악—.
모두가 천운을 바라고 있었으나 군자는 딱히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파아앙—!!
태연자약하게 놓은 시위가 화살을 쏘아 보냈다. 풍향을 거슬러 날아간 화살은, 바람에 밀려 시나브로 제 위치를 찾으며 보기 좋게 과녁에 명중했다.
퍼어어어어억—.
[유군자 : 10점.] [오오, 유군자 선수—!! 일단 시작이 좋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10점을 쏘며 가능성을 살립니다—!!] [시끄럽던 중국인 응원단들, 침묵합니다—!! 그러나 한국인 응원단 역시 조용합니다!! 우리 한국인 응원단, 역시 타국 응원단과는 다르게 품격을 보이는군요—!!]산중에서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시위를 당겨야 했다.
이런 좀스러운 빗방울이 방해를 한들, 목표물을 맞추지 못할쏘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잡아당긴 두 번째 화살, 풍향과 풍속 계산은 진즉 끝났다.
슈우우욱, 퍼어어어어어어억—!!
[유군자 : 10점.] [2, 2, 2연속 10점입니다아아아—!! 아니, 뭐죠—!? 바람이 이렇게 부는데, 두 발 연속으로 정중앙에 화살 꽂아 넣었습니다—!!] [그냥 10점도 아닙니다!! 중앙의 카메라 바로 옆에 바짝 바짝 붙인, 한없이 정중앙에 가까운 10점!! 유군자 선수, 신기를 선보입니다—!! 바람을 타며 너울너울 날아가는 화살, 놀랍습니다—!!]모두가 경악한 가운데, 군자는 태연하게 첫 세트의 세 번째 시위를 잡아당겼다.
천운이라, 과연 이 날씨가 누구에게 천운이란 말인가.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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