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81)
#281
박빙
유군자 vs 리장량 경기의 공식 시청률은 78%로 집계됐다.
전 국민이 모두 올림픽 경기를 시청하던 80~90년대와 달리, 오늘날엔 이렇듯 기묘하리만치 높은 시청률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모두를 경악하게 만든 시청률이었으나, 더 놀라운 것은 해외 반응이었다.
한국 대 중국의 대결이었으니 두 국가에서는 높은 시청률이 나올 법 했다. 워낙 메달이 유력한 종목이었던 데다가, 경기 전에는 신경전까지 있었으니.
그러나 이 경기를 지켜본 것은 한국인과 중국인들 뿐만이 아니었다.
올림픽 4강 2경기, 유군자 대 리장량 경기는 2024 파리 올림픽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최고의 월드와이드 시청률과 검색량, 스트리밍 량, 트래픽을 기록했다.
최고의 인기종목인 육상, 수영, 구기종목을 통틀어도 이 경기보다 높은 관심을 받은 경기는 없었다.
군자가 3연속 ‘로빈 훗 애로우’로 경기를 끝내는 순간, 추산 시청자는 억 단위를 넘어 십억 단위까지 치솟았다. 하이라이트 클립을 제공하는 방송사 페이지, 올림픽 공식 페이지, SNS 계정이 모두 동시에 먹통이 되고 말았다.
그러한 인기는 단순히 군자의 빼어난 용모 때문만이 아니었다. 현역 아이돌 출신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특수성 때문도 아니었다.
압도적인 실력. 현역을 넘어 양궁이라는 종목의 역사 전체를 뒤져 보아도 다시 없을 미친 퍼포먼스. 전 세계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다름아닌 군자의 활 쏘는 능력이었다.
외국 네티즌들의 반응도 당연히 뜨거웠다. 올림픽을 주제로 한 커뮤니티엔 연일 군자에 대한 이야기가 피드를 가득 매웠다.
[올림픽에서 새로운 어벤져스 멤버를 찾은 것 같아.] [이제 캡틴에 이어서 호크아이도 은퇴할 수 있겠구만!] [웃기지 마. 침몰하는 마블호에 이 멋진 소년을 태우지 말라고.] [아니 근데 이런 애가 무슨 아이돌을 하고 있었대?] [아이돌은 활 잘 쏘면 안됨? 편견에서 벗어나라고.] [그냥 잘 쏘는 게 아니라 당황스러울 정도로 잘 쏘니까 하는 말임] [유군자를 주연으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리부트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난 PC주의를 좋아하진 않지만, 이런 ‘동양인 레골라스’라면 찬성임] [나도 마찬가지야. 솔까 우리가 동양인이든 서양인이든 이딴 거 신경이나 쓸 것 같음? 제일 중요한 건 간지와 활 실력이라고.] [올림픽을 보다가 게이가 될 줄은 몰랐네] [이렇게 곱상하게 생긴 놈이 어떻게 이렇게 활까지 잘 쏘는 거임?] [근데 이 자식 아이돌이었다며?] [그게 왜? 너도 편견충임?]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동생은 얘를 이미 알고 있더라고. 이 멋진 새퀴를 그동안 지 혼자 알고 물고 빨고 있었다는 게 좀 열받아서] [아하;;]이제는 군자를 모르던 이들이 먼저 군자의 정보를 찾고, 활약상을 모아 클립을 만들기 시작했다. K-POP을 좋아하던 팬덤이 흡수되는 것은 물론, 덕질과는 아예 상관이 없을 것 같던 이들까지 군자에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아니 이 자식 줄타기는 또 왜 이렇게 잘하는 거임] [말 타는 영상도 있음. 진짜 몽골 전사같지 않아?] [몽골 전사라니··· 군자의 국적은 한국임. ‘화랑’이라고 해줘] [화랑이 뭔데?] [옛 한국의 왕실 직속 정규군임. 꽃미남들만 뽑아서 만든 부대였대] [아니 뭐 그런 씹덕같은 설정이 다 있담] [근데 멋질 것 같긴 하다···] [당연하지 300명의 레골라스가 300마리 백마를 타고 다그닥 다그닥 달려와서 화살 푱푱푱 쏘는건데 그게 멋이 없을 수가 있냐] [에이 레골라스는 오바야] [오바인지 아닌지 양궁 경기 영상 보고와서 다시 말하셈] [화살에 화살 꽂는 미친짓을 3연속이나 했다구] [[반지의 제왕>에도 이런 장면 나오면 개오바라고 욕했을듯] [얘 영상 더 보려면 뭐 어떻게 해야 하는 거임? 제이라이브? 이거 깔면 활 쏘는거 맨날 볼 수 있냐?]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온라인 언급량은 2020년 이후 기록된 모든 통계를 갈아치워 버렸다. SNS엔 1초 단위로 팬아트가 생산되었으며, 군자의 SNS 팔로워 수는 이제 전세계를 통틀어 30위권 안쪽으로 진입했다.
“푸흐흣, 크헤헤헷···.”
모두가 군며드는 장관을 바라보며, 연지를 비롯한 기존 군자의 팬들은 그저 흐뭇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국가대표에 도전하겠다는 선언을 한 시점부터 올림픽 참가, 그리고 결승전을 앞둔 이 시점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반응과 팬들의 심경은 마치 지하에 처박혀 있다가 수직으로 떡상한 코인에 탑승한 기분이었다.
처음에는 군자의 올림픽 대표팀 승선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때다 싶어 논란 가득한 기사를 써 댄 기자들의 얌체 주둥이를 얼마나 때려 주고 싶었는지. 그러나 상황은 빠르게 반전됐다.
실력으로 논란을 잠식시키고 당당히 선발전 1위로 태극 마크를 단 것도 모자라 예선에서는 세계신기록을 세웠으며, 본선이 시작되고 나서부터는 단 한 발도 10점 아닌 화살을 쏘지 않으며 완벽한 경기를 이어 갔다.
4강 리장량전은 그 놀라운 행보의 정점이었다.
시작부터 중앙에 빠바박 세 발을 박은 것도 모자라 2세트에선 아예 같은 구멍에 화살 세 개를 쑤셔넣어 버리더니, 3세트의 화살 세 발은 1세트에 쐈던 화살의 꽁무니에 꽂아 버렸으니까.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자마자 하루 만에 천만 단위 조회수를 돌파하며 인기 영상의 최상단을 점거해 버렸다. 경기가 끝난지 24시간이 지났으나, 조회수는 아직도 가파른 속도로 치솟고 있었다.
“이제 모든 지구인이 우리 군자의 매력을 다아 알아 버렸구만?”
한때는 군자가 너무 유명해지는 것이 탐탁치 않았던 연지였으나 이제는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나만의 작은 아이돌’로 남기기엔, 이미 7IN과 군자의 위상은 너무나도 올라가 버렸으니까.
아무래도 7IN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기 전, 군자가 먼저 세계 1위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 같았다. 아직 결승전 상대인 덕준이 남았지만, 군자는 대회 내내 덕준을 한 차원 뛰어넘는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 왔으니까.
“휴우, 이제 진짜 결승 한 경기 남았네.”
내 아이돌이 올림픽 금메달이라니.
포디움 중앙에서 월계관을 쓴 채, 애국가를 배경으로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새삼 군자 팬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연지였다.
솔직히 군자를 만나기 전엔 다른 아이돌을 좋아한 적도 있었지만, 그 누구도 이토록 짜릿하고 행복한 덕질 라이프를 제공한 적은 없었다.
결승전 역시 모든 가족들이 모여 함께 응원하기로 한 연지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응원 선수가 3 : 1로 갈렸다. 부모님과 연지는 당연히 군자를 응원했으나, 동생 연준은 반골 기질이 발동한 것 같았다.
“나는 덕준이 형 응원할래.”
“허, 언제 봤다고 형이래.”
“몰라, 뭔가 다들 유군자만 응원하는 것 같아서 킹받음.”
“군자는 왜 유군자고, 덕준이는 왜 덕준이 형인데? 둘이 동갑 아냐?”
“아 몰라, 아무튼 난 오늘 덕준이 형 픽이야.”
“같은 준자 돌림이라고 챙기는 거?”
“뭐래, 재밌냐?”
“얘들아, 이제 시작한다!”
티격태격하던 연지 남매도 결승전 중계가 시작되자 입을 다물고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양궁 개인전 결승전이 펼쳐질 올림픽 양궁 경기장입니다. 결승전에 진출한 대한민국의 두 선수, 유군자와 김덕준 선수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참 훈훈한 광경인데요!] [이번 대회 내내 서로에게 의지가 됐던 두 선수입니다. 아마 저렇게 끈끈한 우정이 없었다면 대표팀 선수들이 이토록 훌륭한 성적을 거두기 힘들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대표팀은 실력적으로도 뛰어납니다만, 정말 훌륭한 팀 스피릿을 보유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렇기에 단체전 성적도 벌써 기대가 됩니다. 자아, 이제 선수들이 인사를 마치고 사로로 들어갑니다!! 곧 금메달의 주인이 가려지게 됩니다!! 2024년 최고의 궁사는 유군자인가, 아니면 김덕준인가!! 탑독은 유군자 선수입니다만,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승부를 결정지을지도 모릅니다—!!]“오늘은 내가 이길 거야.”
“하하, 쉽지 않을 것이다.”
“으으··· 그래, 어렵겠지··· 그래도 해 볼 거라고···.”
“오오?”
“두고 봐··· 아무튼 오늘은 다를 거야···.”
덕준은 군자의 실력이 두렵다는 듯 질색을 했지만, 그럼에도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만큼은 잃지 않은 것 같았다
유군자에게는 지지 않겠다는 투쟁심이 덕준을 이끌어 왔으니까. 마침내 결승전에서 그 군자를 만났으니, 덕준의 전의가 불타오르는 것도 당연했다.
군자의 입장에서도 만족스러운 결착이었다. 리장량 같은 자를 만나 허무하게 끝나는 것보다는, 최고의 실력과 의지를 가진 선수와 멋지게 싸워서 승부를 가리는 것이 더 보기 좋지 않겠는가.
[자아, 이제 첫 세트 시작합니다—!! 오늘은 유군자 선수가 먼저 쏩니다!! 오늘도 차례 돌아오자마자 바로 사로 위에 서서 시위 당기는 유군자 선수!! 결승전임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쿨한 모습입니다—!!] [저 미친 쿨함에 전세계가 반했습니다!! 얼음 같이 가라앉은 심장은 분당 50회도 채 뛰지 않습니다—!! 과연 첫 화살은 어디로 가게 될지—···.]파앙, 파아앙—.
[유군자 : 10점.]같은 메시지가 세 번 연속으로 출력됐다. 4강전보다 바람이 잠잠해진 지금, 군자에게 퍼펙트 세트는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와아아아아아—.
[해냈습니다—!! 유군자 선수, 처음부터 퍼펙트 세트로 기선제압 합니다!! 정말 대회가 끝날 때까지 오로지 10점만 쏠 생각인가 봅니다, 유군자 선수—!!] [상대인 김덕준 선수,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활을 만진 순간부터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따라 유독 눈빛이 날카로워 보이는 김덕준 선수입니다, 아무래도 제대로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파앙, 파아앙, 파아아아앙—.
덕준의 시위에서는 군자보다 더 날카롭고 전투적인 소리가 났다.
[김덕준 : 10점.] [김덕준 : 10점.] [김덕준 : 10점.]그러나 소리가 다를 뿐, 결과는 같았다. 완벽하게 집중력을 끌어올린 덕준의 경기력은, 앞선 4강전에서 리장량을 박살내고 올라온 군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기, 김덕준 선수도 30저어어엄—!! 퍼펙트 세트입니다아아—!! 처음부터 30점 찍는 두 선수, 점수 1점씩 나눠 갖습니다!!] [유군자 선수,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상대에게 포인트 내줍니다—!! 세트 스코어 1대 1, 유군자의 첫 실점입니다!!] [그러나 이건 유군자 선수가 못 쏜 게 아니요!! 김덕준이 잘 쐈습니다!! 30점에 30점으로 응수하는 김덕준 선수, 이건 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양상인데요—!?] [유군자 선수, 재미있다는 듯 웃습니다!! 자아, 이제 유군자 선수가 두 번째 세트를 준비합니다!! 최고 수준의 대결입니다아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