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89)
#289
마지막 목표
[130, 131··· 김덕준 선수의 심박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크게 호흡 내뱉는 김덕준 선수, 승부처인 만큼 실력발휘를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할 텐데요—!!] [이번 대회 들어 좋아진 모습을 보였습니다만, 그 동안 항상 중요한 순간에서의 기복을 지적받아 온 김덕준 선수입니다!! 대표팀 오진식 코치 역시 김덕준 선수가 걱정된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덕준의 심박 수가 한 계단씩 올라갈 때마다 오진식 코치의 이마 주름도 깊어졌다.
“후우, 덕준이 어떡하냐···.”
그 동안 누구보다 덕준의 경기를 많이 지켜봐 온 오진식 코치였기에 예감은 좋지 못했다. 중압감이 클수록 덕준의 화살은 자주 길을 잃었다.
덕준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심호흡을 하던 오진식 코치는, 이내 군자와 한영을 바라보며 새로운 지시를 내렸다.
“얘들아, 어깨 최대한 풀어 두고 있어라.”
“···.”
“슛오프 준비 해야지. 덕준이가 이번에 10점 못 쏘면, 그 다음은 슛오프잖냐.”
“···.”
그러나 오진식 코치와 달리, 군자와 한영의 표정에선 걱정이나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하, 코치님. 덕준이 못 믿으시는구나.”
“아니, 딱히 못 믿는다기보단··· 그동안 내가 봐 온 모습들이 있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코치님.”
아무리 선수와 가깝게 지낸다 해도 코칭스태프는 직접 경기를 뛰지 않는다. 그러나 4강전에서 덕준과 직접 겨뤄 본 한영은 알 수 있었다. 이번 대회를 거치며 덕준은 확실히 달라졌다.
“덕준이, 잘 할 거예요.”
군자 역시 한영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코치님, 저를 가장 힘들게 만든 선수가 덕준입니다. 덕준이에겐 2점이나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뭐, 그거야 그랬지만···.”
“오랜 시간 알고 지내온 친우는 아닙니다만, 덕준이는 달라졌습니다.”
“···그래?”
“예. 믿고 지켜보셔도 됩니다.”
동료들의 믿음직한 시선 끝엔 덕준이 있었다. 심박 수는 어느새 135,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는 덕준의 모습은 정제된 궁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쉴 새 없이 헛기침을 하고, 어깨를 움직이고, 부산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과녁을 재조준하고.
이런 모습이 관객들과 해설진을 걱정하게 했으나, 정작 덕준의 머릿속엔 긴장감 대신 엉뚱한 감정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이거 완전 영웅 될 기회구만!’
이게 10점 꽂히는 순간 나도 올림픽 포털 대문에 얼굴 나는 건가?
그 세속적인 기대감이 덕준의 심장을 더 빠르게 뛰게 했다. 희한하게도, 심박이 올라갈수록 과녁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
꽈아악—.
마지막으로 과녁에 오른팔을 정조준한 뒤.
피유우웅—!!
힘을 실어 날린 화살이 바람을 타고 대기를 가르며 10점을 향해 날아갔다.
빠가각—.
통렬한 소리와 함께 과녁 중앙의 렌즈가 박살나고 말았다. 여지 없는 10점. 화살이 꽂힌 지점을 확인하기도 전에, 덕준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승리를 자축했다.
[김덕준 : 10점.]뒤이어 전광판이 점수를 알려 주었고.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약속했던 것처럼 천둥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경기 끝납니다아아아아—!! 절체절명의 순간, 김덕준 선수가 10점 쐈습니다—!! 이야아, 완벽한 클러치 샷이었습니다!! 김덕준, 팀이 정말 10점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10점을 쏴 주네요—!!] [대한민국 선수단과 코치진, 모두 김덕준 선수를 향해 달려갑니다!! 개선장군처럼 두 팔을 벌린 채 동료를 맞이하는 김덕준 선수, 오늘 모습은 정말 멋진데요—!!]덕준에게 총총 달려간 군자가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곧 한영과 오진식 코치도 한 덩어리가 됐다.
“덕준아, 덕준아!”
“아으, 아파 아파!”
“네가 해냈구나, 정말로 해냈어!”
믿는다고 말은 했지만 내심 긴장하고 있던 군자였다. 자신이 활을 잡은 순간엔 긴장하지 않았으나, 덕준이 마지막 화살을 날리는 순간만큼은 심장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박이 치솟았다.
“와하하하, 덕준아~”
“형, 형, 오른팔 조심!”
“나 말야, 코치님한테 너 믿는다고는 했는데 그래도 너가 이렇게 멋지게 10점 쏠 줄은 몰랐다~”
“뭐야, 다들 나 못 믿고 있었던 거야!?”
“아니이, 그런 건 아닌데~ 헤헤.”
“아니긴 뭐가 아냐!”
머리를 긁적이는 한영을 보며 군자도 웃고 말았다. 오 코치님도, 한영도,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마지막 화살을 멋지게 날린 덕준이 더욱 기특하게 느껴졌다.
와아아아아아—.
환호성은 멈추지 않으며 경기장을 뒤덮었다. 이제는 모두가 대한민국 선수단의 팬이 된 듯 했다.
[해냈습니다—!! 유군자, 김덕준, 고한영, 세 명의 선수가 기어이 단체전까지 금메달을 따내고 맙니다!! 개인전에서는 금 – 은 – 동을 모두 가져가더니,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거네요!! 이로서 유군자 선수는 이번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합니다—!!] [미국 선수들, 패배를 인정한다는 듯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미국 선수단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 있는 모두가 이 양궁소년단의 기량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어찌 이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개인전 당시엔 한 사람씩 1, 2, 3위 자리를 채웠으나 단체전이 종료된 뒤엔 세 명이 모두 1위 자리에 올랐다.
“한영이 형님! 덕준아!”
“응, 왜?”
“이렇게 나란히 시상대에 오르니 정말로 좋습니다. 홀로 가운데에 섰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합니다!”
개인전 시상식 때에도 활짝 웃은 군자였으나 단체전 시상식 때엔 정말로 입이 귀에 걸린 군자였다.
본인은 금메달을 땄다지만, 함께 동고동락한 동료들이 완벽한 영광을 누리지 못했음이 내심 마음에 걸렸더랬다.
그러나 이렇게 단체전이 끝난 뒤엔 함께 가장 높은 곳에 설 수 있으니, 군자로서는 참으로 가슴벅찬 일이었다.
이번에도 태극기가 가장 높은 곳에 걸렸다. 모든 관객들은 여전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온 세상이 군자와 동료들을 축복하는 것만 같았다. 가슴벅찬 기분이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뿌듯함이 있겠지만, 이것만큼 각별한 뿌듯함도 없을 것 같았다.
노래라도 한 소절 뽑고 싶구나!
마침 애국가 반주가 나오기 시작하자, 군자는 목청을 아끼지 않으며 애국가를 제창하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관객들과 코칭스태프들도 모두 애국가를 따라 부르고 있었으나, 울림 풍부한 군자의 발성은 그 소리 사이를 비집고 관객들의 고막을 때렸다. 중계 스태프들의 지향성 마이크 역시 군자를 향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 나라 만세—.]“우와아···.”
“애국가 왜 이렇게 잘 불러?”
“음색 미쳤는데?”
지향성 마이크에 담긴 군자의 목소리는 중계장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까지 전달됐다. 뜻밖의 라이브를 듣게 된 팬들 역시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ㅁㅊ군자 애국가퀄ㅋㅋㅋㅋㅋㅋ] [아니 누가 애국가를 저렇게 예쁘게불러ㅠㅠㅠㅠ] [근데 예쁘면서도 보컬 힘 미쳣다;;; 관객 떼창 뚫고나오는거봐] [그래저거라고ㅠㅠㅠㅠㅠ여러분 칠린콘 진짜 무조건 가야됨 두번 가셈 세번 가셈] [진짜칠린은 음원보다 라이브가 10000배 더 짜릿한 그룹이야] [후우 근데 군자라이브를 올림픽에서 듣게 될 줄이얔ㅋㅋㅋㅋㅋㅋ] [진짜 내가 지금 꿈 꾸고 있는건가 싶다니깐ㅋㅋㅋㅋ] [나 올림픽에서 메달 따고 저렇게 진심으로 애국가 부르는 사람 첨봌ㅋㅋㅋㅋ] [근데 심지어 개잘불렄ㅋㅋㅋㅋㅋㅋㅋ] [미국팀사람들 놀란거봨ㅋㅋㅋㅋ개웃곀ㅋㅋㅋㅋㅋㅋ] [아니 당연히 놀라짘ㅋㅋ방금까지 10101010 하던애가 노래를 저렇게 개잘하는뎈ㅋㅋㅋ] [애국가 이렇게 달콤하고 설레는 노래였냐고ㅠㅠㅠㅠ]애국가를 부르는 순간마저 군자의 존재감은 빛이 났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올림픽 양궁 유일의 2관왕을 달성한 이가 군자였으니. 중계진 역시 이런 군자의 업적을 조명해 주었다.
[대한민국의 유군자 선수는 남자 개인전에 이어서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2관왕에 오릅니다. 올림픽 첫 출전에, 출전한 모든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 온 유군자입니다—!!] [정말 놀라운 선수입니다. 정말 매력적인 선수죠! 심지어 애국가도 잘 부릅니다. 우리가 어찌 이 소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모두를 황홀하게 만든 애국가 제창이 끝나고, 시상대에서 내려온 팀 대한민국은 차례로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결승전 상대였던 미국을 시작으로, 모든 경쟁상대들이 그들과 악수를 나누며 금메달을 축하해 주었다.
“축하한다.”
“너희야말로 금메달 딸 자격이 있는 팀이었어.”
“인정할 수밖에 없네. 너네 정말 잘 한다.”
심지어, 개인전에서 첨예하게 부딪혔던 중국 선수들마저 쭈뼛쭈뼛 다가와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축하해. 단체전도 잘 하더라.”
“다음엔 우리가 이길 거야.”
그 와중에도 소심한 다짐을 빼먹지 않는 리장량이었으나, 대한민국 선수들은 더이상 중국 선수들이 밉지 않았다. 어느새 그들의 눈에서도 독기와 적개심이 빠진 것이 보였으니까.
중국 팀원들과 인사를 마치고 난 뒤, 세 사람은 다시 한번 수많은 관객들을 마주했다. 그들을 기다렸다는 듯, 관객들은 다시 한번 환호성을 보내 주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이제 이 올림픽도 끝이구나. 시원섭섭한 감정이 군자를 스쳐 지나갔다.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최고의 궁사들과 함께 유감 없이 자웅을 겨뤘으며, 가장 큰 영광을 거머쥐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쉬움 속에서도 군자의 눈은 동료들을 찾고 있었다.
“유찬아, 태웅아, 현재야!”
“형아아—.”
“현수야, 시우야, 혁이 형님—!!”
“군자야아아—!!”
그 동안은 항상 관객석에서 군자를 지켜보기만 했던 동료들이다. 숙소로 찾아올 수도 있었으나 군자의 집중을 방해하기 싫어 철저히 관객의 스탠스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군자의 올림픽이 끝난 지금, 동료들을 끌어안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군자는 모처럼 만난 동료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양궁소년단 동료들도 물론 소중한 친구들이었지만, 7IN 친구들은 군자에게 집 같은 존재였다. 오랜만에 동료들의 목소리를 귓전에서 들으니, 시상대에서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 그 동안 신경을 써 주지 못해 미안해.”
“무슨 소리야, 너 방해하기 싫어서 우리가 일부러 피한 거구만.”
“형아, 형아, 진짜 세상에서 제일 멋져요. 너무 너무 너무 멋져!”
“···혀, 형, 고생했어요··· 나, 나도 많이 울었어요···.”
“우리 이제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가자. 우리가 다 알아봐 놨어!”
“야, 군자 좀 쉬게 해 줘라. 지금까지 고생했잖아!”
“아니, 맛있는 걸 먹어야 기력도 충전되고—.”
오랜만에 만났으나 여전히 똑같은 모습의 동료들을 보니, 찔끔할 뻔한 눈물이 쏙 들어가며 웃음이 나왔다.
“하하하하—.”
역시 이 곳이 나의 집이로구나.
이제 이 가족 같은 동료들과 함께 이룰 마지막 목표 하나만을 남겨 둔 군자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