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0)
#290
홈커밍
올림픽 일정은 모두 끝났지만, 군자와 양궁소년단 멤버들은 파리를 떠나기 쉽지 않았다.
한 달 남짓한 올림픽 기간 동안 수많은 선수들과 친분을 쌓았다. 4년 후 올림픽에선 군자를 보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은 군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했다.
“군자, 가지 마. 우리랑 일주일만 놀다 가자.”
“하하, 일주일은 조금 그렇고··· 다 함께 식사 정도는 하고 가겠습니다.”
“치이, 어떻게 이렇게 철벽을 칠 수 있어?”
“올림픽이 끝났으니 이제 저도 본업으로 돌아가야지요. 팬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래에···.”
“엘레나, 너무 아쉬워 하지 마. 군자랑 여행 다니다가 들키면 아마 네 목숨이 위태로워질 걸?”
“헉, 그, 그렇게 생각하니 또 그럴 것 같네.”
군자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것은 선수들 뿐만이 아니었다. 미디어 역시 군자와 한 마디라도 더 나누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올림픽 개최 도시인 파리는 군자를 위해 엠배서더 자격까지 제의하며 군자의 체류를 권유했다. 온 도시가 군자를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군자는 단호했다.
“이제 팬들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올림픽은 너무도 즐거운 축제였으나, 언제까지 축제의 장에 서 있을 수만은 없는 법이지요.”
언젠가 기회가 생긴다면 다시금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건 지금, 군자는 한시라도 빨리 본국으로 돌아가 팬들을 만나고 싶었다.
결국 군자의 귀국은 예정대로 이루어졌다. 군자에게 흠뻑 매료된 파리 시민들과 올림픽 선수단은, 공항까지 양궁소년단을 에스코트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군자, 다음에 또 보자.”
“4년 후 올림픽도 꼭 나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군자는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회 2관왕, 세계 신기록 작성, 개인전 ALL 10의 위업까지. 결과를 바랐던 것은 아니나, 승리자로서 귀국하는 기분은 꽤나 각별했다.
“근데 있잖아, 돌아갔는데 막 공항에 아무도 없고 그런 거 아냐?”
“글쎄, 그래도 기자 분들은 반겨 주시지 않겠느냐.”
“근데 이미 프랑스에서 인터뷰 너무 많이 해서··· 막상 한국 공항은 좀 썰렁할지도 몰라.”
“후후, 덕준이 너는 한국 팬들도 만나뵙고 싶나 보구나.”
“당연하지. 너는 아니냐?”
“나 역시 마찬가지란다.”
군자도 덕준의 의견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팬들을 만나고 싶다. 그 마음 하나로 귀국을 서두른 군자였다. 기대가 클수록 실망감도 커지겠지만, 막상 공항에 아무도 없다고 하면 조금은 섭섭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인천공항에 내려 게이트를 나간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양궁소년단 멤버들은 그런 걱정이 기우일 뿐이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공항엔 이미 미어터질 정도의 인파가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7IN의 팬들은 물론이며 올림픽을 통해 생긴 양궁소년단의 팬, 기자들, 올림픽 관계자들, 심지어 국가에서 직접 보내 준 경호 인력까지. 수많은 카메라가 소년들의 귀국을 생중계했다. 올림픽 뿐만 아니라 귀국 라이브 역시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자랑했다.
[자랑스러운 양궁소년단 멤버들이 지금 입국 게이트를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늠름한 모습입니다. 올림픽 생중계로 봤던 그 모습보다도 더 듬직하고 멋있어진 것 같은데요—!!] [이제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갈 유군자 선수의 모습도 보이네요. 이야, 아무리 봐도 참 잘생겼습니다. 저 얼굴로 올림픽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으니,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남자가 될 만도 합니다—!!] [유군자 선수,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입니다. 팬들은 유군자 선수가 얼마나 자랑스러울까요—!!]익숙한 팬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군자가 활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긴 시간 동안 군자만을 기다려 왔던 팬들은, 그 미소 한 번에 모든 기다림을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군자 애호가 여러분들, 제가 돌아왔소이다—!!”
“꺄아아아아악—.”
물론 그 사이엔 언제나처럼 연지도 섞여 있었다.
“군자야, 군자야아아—.”
여기서 더 멋있어질 수 있나 싶었는데, 어째 군자는 점점 더 멋있어지기만 했다. 이제는 올림픽 금메달까지 땄으니 온 세상 여자들이 모두 군자를 사랑하게 될 거다. 아니, 남자들이라고 사랑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냥 인간이라면 모두 군자에게 반할 테지.
그러나 이상하게도 연지는 그게 아쉽다거나 섭섭하지 않았다. 독차지하기엔 군자는 이미 커다란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 그렇다고 연지가 군자와 소통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손을 뻗으면, 이름을 부르면 군자는 항상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연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로를 받곤 했다.
“군자야, 너무 너무 고생 많았어.”
“오오, 연지 낭자 아니시오!”
언제나처럼 이름을 기억해 주는 군자를 보며, 연지는 그 다정함에 사르르 녹아 버릴 것 같았다. 사실 이름을 불러 주는 팬은 연지 뿐만이 아니었다. 비상한 지능과 기억력을 가진 군자는, 오프에 자주 나타나는 수천 명의 얼굴과 이름을 모조리 매치하여 외우곤 했다.
다정한 사람이 머리까지 좋으면 그건 범죄나 다름없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연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하, 참으로 행복하구나.”
팬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군자의 얼굴에도 함박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양궁소년단으로서의 군자를 좋아해 주는 팬이든, 7IN의 유군자를 좋아해 주는 팬이든. 좋아함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었으나, 역시 오래 정을 쌓아 온 이들을 만나니 행복했다.
바쁘게 달려온 한 달 남짓, 피로감을 느낄 새도 없었으나 막상 모든 일정이 끝나니 피로가 한 번에 몰려들었다. 그러나 오랜 팬들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군자는 기운이 차오름을 느꼈다.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응? 뭐가아?”
“여러분들을 보기만 했는데, 원기가 차오르고 피로가 풀리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흐히히, 넌 진짜 어떻게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해?”
“허어, 아직 모르시나 봅니다.”
“오잉? 뭘?”
“예쁜 분들에겐 말도 저절로 예쁘게 나오는 법이랍니다.”
“와아아, 진짜 이 요오오물아!”
이제는 자연스럽게 달달한 멘트를 날리는 군자를 보며 연지는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팬서비스고 뭐고, ‘감사하오’를 외치며 사방팔방에 큰절을 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언제 이렇게 요망한 말까지 할 수 있게 된 거지?
이젠 정말 장성한 아이돌이 다 됐구나.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연지는 연신 감격의 박수를 보냈다.
“멋지다 군자야! 브라보~”
팬미팅 시간은 짧았지만 그 사이에도 공항의 혼잡도는 순식간에 올라갔다. 인파가 더 몰려들기 전, 경호 인력이 서둘러 군자와 양궁소년단 멤버들을 에스코트하여 안전하게 차량에 태웠다. 커다란 밴의 문을 열었더니, 그리운 얼굴이 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자야아아—!!”
모처럼 만난 이용중 실장.
“혀어엉—.”
“보고 싶었다고, 이 자식아~”
그리고 한 발 먼저 귀국하여 군자를 기다리고 있던 7IN 멤버들이었다.
멤버들과는 프랑스에서도 짤막한 만남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용중 실장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군자였다. 이용중 실장은 군자가 나온 양궁 경기를 서른 번도 넘게 보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군자야, 솔직히 이 업계에 있으면서 할 말은 아니다만 나는 남자 아이돌엔 딱히 관심이 없단 말야. 그런데 이번에 올림픽 보면서 진짜 널 사랑하게 된 것 같다.”
“하하, 저는 진즉 실장님을 사랑하고 있었답니다.”
“야아,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냐! 무튼, 난 그렇게 멋진 운동선수는 진짜 오랜만에 본다고. 그 순간엔 네가 메시, 조던보다도 멋졌다니까?”
“과찬이십니다.”
“과찬이 아니라 임마, 어떻게 활을 그렇게···.”
이용중 실장의 호들갑과 함께 밴은 7IN 숙소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목욕재계 후 포근한 침대에 몸을 던진 군자였다.
“후우우우—.”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참 휴식이다. 올림픽 숙소도 불편함은 없었지만, 역시 고향 집만큼 포근하고 마음편한 곳이 없었다.
잠깐 침대에 누워 체력을 회복하던 중, 밖에서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요리왕 시우와 현수가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한 것 같았다.
“군자야, 밥 먹게 나와라~”
문을 열고 나가니 식탁엔 이미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호화로운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군자를 제외한 여섯 멤버가 모두 주방에서 부지런히 그의 식사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호사스러운···.”
“먹어 먹어, 금메달리스트한테 이 정도 보상은 해 줘야지.”
“보상이라니! 나는 그저 좋아하는 활을 실컷 쏘고 왔을 뿐이거늘.”
“그래? 그럼 다 치울까?”
“헉.”
그러나 식탁을 치운다는 태웅의 말에 군자가 헉 소리를 내며 입을 틀어막았다.
“아니 또 굳이 그렇게까지···.”
“보상 필요없다며~ 그럼 그냥 치워야지. 현재야, 식탁 치우자~”
“네엥~”
“자, 잠깐만! 안 먹겠다고는 안 했다!”
서둘러 착석한 군자는 다시 한번 음식 냄새를 맡아 보았다. 프랑스에서도 한식을 먹긴 했지만 국산 재료를 쓴 제대로 된 한식은 꽤나 오랜만이었다. 마침 멤버들이 만든 음식의 손맛이 그립기도 했다.
“···그럼 다같이 먹자꾸나···.”
“당연하지 임마! 이 많은 걸 혼자 다 먹으려고 했냐.”
“헐, 허얼, 군자 형아랑 같이 밥 먹는 거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여! 넘 좋당—.”
“아하하핫, 간 안 맞으면 말해 줘~ 조율해 줄게~”
그러나 한 술 떠먹어 본 찌개의 맛은 완벽했다. 모처럼 동료들과 함께 먹으니 더더욱 맛있는 것 같았다.
“태웅아, 넌 오그라든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허, 벌써 손발이 쭈글쭈글해지는데?”
“너희와 함께 밥을 먹으니 그 맛이 배가되는 기분이구나.”
“어으, 오글거려. 숟가락은 좀 잡게 해 주라.”
그렇게 행복한 식사를 마친 뒤, 늦은 밤까지 동료들과 이야기꽃을 피운 군자였다.
“···그래서, 모든 여성 분들에게 죽순을 선물해 주었지. 다들 행복해 하는 눈치였다.”
“그 분들은 아마 죽순이 목표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그래? 그렇다면 무엇이 목표였을꼬?”
“아마 밥 한 번 먹는 게 목적이었을 걸?”
“흐음, 그렇다면 잘 됐다. 죽순은 볶아 먹어도 참으로 맛있으니 말이다.”
“아니, 그냥 밥 말고 너랑 밥 먹는··· 에휴, 됐다.”
“형아 형아, 그 리장량 얘기도 좀 해 줘여.”
“중국의 그 친구 말이더냐?”
“네엥. 나 진짜 집에서 막 욕하면서 봤다구여!”
“후후,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나중엔 불쌍한 처지가 되지 않았느냐.”
“무튼 나한테는 완전 빌런이었음여. 형아는 사람이 너무 순해!”
“하하,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까—.”
* * *
그렇게 사흘 간의 휴식 및 시차적응기를 거친 뒤, 군자는 모처럼 솔라시스템 사무실에 출근했다.
“오랜만입니다, 유군자 씨.”
“네 팀장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군자가 올림픽을 치르는 동안 멤버들과 솔라시스템 스태프들은 새로운 앨범 준비에 열중하고 있었다.
스칼렛 홀과 지현수는 작곡과 편곡을, 나머지 멤버들은 작사와 탑라인 멜로디를 제시하였으며, 서은우 팀장을 비롯한 기획실 직원들은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과 컨셉을 만들어 나갔다. 오늘은 그렇게 만든 앨범의 전체적인 플로우를 군자에게 처음 공개하는 날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