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3)
#293
궁(宮)
“컴백 무대는 [M Planet>에서 진행합니다.”
수많은 러브콜이 있었으나 솔라시스템이 선택한 것은 결국 [M Planet>이었다. 기획팀 직원들은 서은우 팀장의 결정에 모두 한 마디씩을 보탰다.
“역시 이번에도 컴백무대는 엠플이네요.”
“뮤직플래닛이랑은 사실상 같은 계열사니까, 엠플에서 컴백무대 하는 게 저희도 협조도 잘 되고 좋기는 하죠.”
“멤버들도 다 엠플에서 컴백무대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요.”
“데뷔 무대도 엠플이었고, 아무래도 국내 팬 분들이 편하게 보시기도 좋고.”
“엠플이 근본이긴 해요! 흐흐.”
그러나 수많은 빅 오퍼를 거절했다는 것에 아쉬움을 표하는 팀원들도 있었다.
“근데 [폴 키멜 쇼>나 [페이지스 나잇> 거절한 건 너무 아쉽네요. 금액도 국내 쪽이랑은 오퍼 규모가 달랐고, 스튜디오도 완전히 우리 쪽에서 컨트롤할 수 있게 해 준다고 했었는데···.”
“그러니까요. 다음 컴백 때도 비슷한 오퍼 들어왔음 좋겠다아···.”
“웹플릭스 다큐 스튜디오에서도 회신 왔습니다. 본인들은 칠린 다큐멘터리라면 언제든 제작 의향 있으니까, 이번이 아니더라도 천천히 일정 맞춰 보자는 식으로요.”
“예, 확인 감사합니다. 웹플릭스 다큐 건은 조금 더 홀드해 둬도 될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루나틱이나 벨로체도 웹플릭스 오리지널로 단독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적은 없었으니까요.”
“옙, 지속적으로 소통하겠습니다.”
“후아, 이렇게 보니까 새삼 우리 애들 위상이 대단하긴 하네요.”
“그러게요. 사무실 출근할 땐 그냥 20대 초반 바른 청년들인데.”
“뭐 제가 칠린 멤버나 최측근은 아니지만··· 그래도 솔직히 이런 일 있을 때마다 칠뽕이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헤헤, 과장님. 저희 다 칠뽕 맞고 일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칠뽕이라는 말에 서은우 팀장도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라시스템 직원 일동은 모두 하드워커이자 7IN의 찐팬이었다. 자신의 건강이나 워라밸 같은 것보다 7IN을 더 생각하고, 인생 전체가 멤버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열정은 찐팬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었다.
그 덕분에 솔라시스템은 단순한 기획사가 아닌, 7IN의 훌륭한 동반자로서 팬들에게 많은 칭송을 받고 있었다. 공식 굿즈의 퀄리티도 매우 훌륭한 편이었으며, 팬들이 지루할 틈 없도록 끊임없이 자체 컨텐츠를 생산해 내기도 했다.
“일 잘한다는 칭찬 들을 때마다 뿌듯하지 말입니다.”
“솔직히 좀 찔리지 않아요? 우린 그냥 월급 받으면서 덕질 하는 건데, 헤헤.”
“그렇긴 해, 흐헤헤.”
“난 애들 관리 잘한다는 칭찬이 제일 뻘쭘하더라. 솔직히 우리가 칠린 애들 관리할 게 뭐가 있냐고. 그냥 애들이 알아서 사생활 관리하고, 소통 잘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거잖아.”
“에이, 우리가 하는 게 왜 없어요. 우리 애들 이렇게 착하고 예의바릅니다! 하고 소문 내는 게 우리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네.”
한참 방글방글 웃던 팀원은,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 듯 손을 번쩍 들고 질문을 던졌다.
“근데 팀장님, 왜 그 많은 오퍼 중에 엠플을 딱 고르신 건지 그건 궁금합니다!”
“예, 안 그래도 설명해 드리려 했습니다.”
서은우 팀장이 [M Planet>을 컴백 무대로 낙점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컴백무대를 촬영할 장소. 오로지 [M Planet>만이 멤버들과 서은우 팀장의 촬영장소 요청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내 왔다.
해외 프로그램들은 높은 출연료와 대우를 앞세운 제시를 해 왔다. 그러나 촬영장소는 대부분 방송국 내의 스튜디오나 자국의 랜드마크 앞이었다.
물론 세계 여러 나라의 랜드마크 앞에서 공연을 한다면 글로벌한 그룹이라는 이미지는 심어 줄 수 있을 테지만, 멤버들과 서은우 팀장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다른 곳에 있었다.
조선의 왕궁, 경복궁에서 컴백 무대 촬영을 하고 싶다.
그것이 이들의 유일한 요구 조건이었으며, 이 장소 섭외가 가능한 방송국은 오로지 뮤직플래닛 뿐이었다.
방영 채널은 뮤직플래닛이 되겠지만, 7IN의 컴백 무대는 아마 전 세계인이 함께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런 어마어마한 미디어 이벤트를 경복궁에서 진행하게 된다면, 아마 세계인이 모두 경복궁의 아름다움에 경탄하게 될 테다.
이제는 위상을 높이는 데에 집중하기보다, 높아진 위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것들을 세계에 알리겠다.
그것이 군자와 멤버들의 의견이었다.
멤버들의 의견을 전해 들은 서은우 팀장은 탄복해 마지않았다.
어떻게든 이번 컴백 무대는 경복궁에서 진행하겠다.
해외 명품 브랜드 G사나 L사에서 한국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패션쇼를 진행한 적은 있었으나, 아이돌 그룹이 이런 국보급 문화재를 배경으로 컴백 무대를 촬영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최초이기에 그만큼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멤버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다.
인성 좋고 실력 좋은 멤버들 덕에 평소엔 꿀을 빨았으니, 이럴 때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솔라시스템과 뮤직플래닛은 경복궁 촬영 협조를 받아냈다. 그것이 7IN의 컴백 무대가 [M Planet>이 된 이유였다.
소식을 전해 들은 멤버들도 기뻐해 마지않았다.
“얘들아, 너희 컴백은 엠플에서 한다더라.”
“앗싸아—!!”
“크으, 이번에도 서 팀장님이 해내셨구만.”
“···그, 그럼 우리 정말 경복궁에서 촬영 하는 거예요?···.”
“하하, 곤룡포라도 입고 춤 춰야 하나~”
“어허, 근정전 앞에서 곤룡포를 입다니. 그 얼마나 무엄한 행위더냐.”
“아하하핫, 그것도 맞는 말이네~”
무엄하다는 이유로 시우를 다그쳤지만 군자의 만면엔 싱글벙글 미소가 가득했다.
경복궁이라면 왕이 지내던 궁궐 아니던가. 어린 시절에도 그 근처를 두어 번 지나다녀 본 것이 전부였다.
용안(龍顔)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것은 이 나라 최고의 선비들 뿐이었다. 하물며 그 앞에서 가무(歌舞)를 선보이는 것은, 진정 명인 수준의 예술가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었고.
당연한 말이지만 군자에겐 허락되지 않던 일이었다. 궁궐은커녕 저잣거리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철저하게 금지당했으니, 궁궐에서는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허나 이제는 경복궁에서 가무를 즐길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근정전 앞뜰에서 자유로이 발을 놀리며 목청을 높일 수 있다.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오르는 군자였다.
“···고맙다, 친구들아. 너희 덕분에···.”
사실 경복궁에서 컴백 무대를 가진다는 것은 군자의 생각은 아니었다. 감히 궁궐에서 노래를 부르다니, 아직도 선비의 마음을 가진 군자에겐 너무도 무엄한 일로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에도 친구들이 군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
컴백 무대를 할 장소를 고민하던 중, 동료들이 먼저 경복궁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컴백 무대 말야, 경복궁에서 하는 건 어때?”
“경복궁?”
“얼마 전에 G사 패션쇼 하는 거 봤는데, 조명 잘 쏘니까 경복궁이 진짜 겁나 힙하더라고?
“오오, 나도 그거 봤어여! 진짜 짱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거기서 무대 하면 진짜 개멋질것 같지 않아?”
물론 처음부터 군자를 위한 발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궁궐에서 컴백 무대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순간부터 군자의 눈이 초롱초롱해졌음을, 멤버들은 놓치지 않았다.
“겨, 경복궁에서 무대를···.”
“헉, 군자 형아 뭐예여. 눈 왜 이렇게 초롱초롱한데!?”
“그, 그럴 리가 없다. 나는 평소와 같이 차분한 상태거늘.”
“전혀 아닌데? 아까부터 왜 그렇게 심호흡을 하고.”
“그, 티가 나나 보구나.”
“응, 아주 아주 많이.”
“헤헤, 군자 형은 원래 뭐 숨기는 건 서툴잖아여.”
“후우, 궁궐에서 가무를 선보인다는 생각을 하니 황망하여 마음을 숨기지 못했나 보구나.”
“황망해? 왜에? 너무 무엄한 행동 같냐?”
“물론이다. 선비로서는 도를 넘는 무례한 행동일 테지.”
“그래서, 하기 싫어?”
“···.”
곰곰이 생각하던 군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과거엔 평생을 억압받으며 살았다. 그토록 좋아하던 춤과 노래는 꼭꼭 숨어서 즐겨야 했다. 그러나 이 세상엔 그 무엇도 군자의 재능을 억누르지 않았다. 그가 몸을 움직이고 입을 열면, 언제든 어디서든 환호와 칭송이 뒤따랐다.
이토록 즐거운 세상에 왔는데, 궁궐에서도 한 번 놀아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군자는 다시 한번 친구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
“덕분에 경복궁에서 놀아 볼 수 있겠구나. 고맙다.”
“허어, 왜 자꾸 고맙대? 딱히 너 좋으라고 한 제안은 아니었다니까? G사 경복궁 패션쇼 보라고. 이건 코리안이면 그냥 뻑이 갈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아이, 뭐··· 그럼 그러세요···.”
“후우, 이제 슬슬 진짜 컴백한다는 실감이 나네여.”
“정규 컴백은 꽤 오랜만이잖아. 팬 분들도 다 기다리고 계실 거야.”
컴백 무대를 할 장소까지 결정되니 소년들은 더욱 강한 동기부여로 하나가 됐다. 작곡팀 지현수와 스칼렛 홀 사단도 새로운 타이틀곡을 완성시켰으며, 일곱 멤버들은 열한 개 트랙의 최종 녹음을 마쳤다.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 스칼렛 홀은 자신의 모든 노하우와 인맥을 갈아 넣으며 7IN의 앨범 편곡과 믹싱, 마스터링 작업을 진행했다.
그 어떤 환경에서 들어도 부담감 하나 없이 완벽한,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살리면서도 비트의 질감까지 깔끔하게 표현해 내는 괴물 같은 후반 작업. 그것이 스칼렛 홀을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로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하나의 트랙이 완성될 때마다 멤버들은 환호성을 참을 수 없었다. 모든 곡이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앨범이었다.
“홀 선생님, 진짜 이렇게 영혼 갈아 넣어도 되는 거예여?”
“어쩔 수 없어. 나도 끌리는 작업엔 이렇게 집착하게 된단 말이지.”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안 피곤하냐고? 졸라게 피곤하거든? 지금 다크서클이 쇄골까지 내려와 있다고.”
“아, 아뿔싸···.”
“너가 조금만 덜떨어진 아티스트였다면, 나도 대충대충 했을 텐데.”
“예? 그게 무슨—.”
“어쨌거나, 릴 핌프에게 고마워해야겠어. 덕분에 이렇게 너희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잖아.”
마지막으로 갈수록 후반 작업 일정은 괴로워졌으나 스칼렛 홀 사단은 묵묵히 자신들의 할 일을 해냈다. 덕분에, 납품 기일보다 일주일이나 빠르게 모든 트랙을 완성할 수 있었다.
솔라시스템은 컴백을 위한 모든 일정을 준비하고 컨트롤했고, 프로듀싱 팀은 몸을 갈아넣으며 완벽한 앨범을 완성시켰다. 그 사이, 소년들은 매일 14시간 이상을 연습실에서 보내며 완벽한 무대를 위한 준비를 해 내가고 있었다.
“허억, 허억—.”
“후아, 죽겠네 진짜.”
매일매일이 기진맥진의 연속이었지만 소년들은 웃었다. 이번 앨범은 분명 7IN 커리어 최고의 작품이 될 터였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끝난 뒤.
마침내 7IN의 컴백 무대 촬영일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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