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7)
#297
Worldwide
월드 투어를 시작하기 직전, 소년들은 솔라시스템 사무실에 모여 첫 빌보드 진입 순위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스마트폰만 꺼내면 확인할 수 있는 순위였으나,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함께 회의실에 앉아 서은우 팀장의 발표를 기다렸다.
조짐은 나쁘지 않았다. 앨범은 발매 일주일도 되지 않아 150만 장 이상이 팔려 나갔으며, 뮤직비디오 조회수도 아이돌 뮤직비디오로서는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치솟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언제나 예상치 못한 변수는 존재한다. 올림픽 시즌이 끝난 뒤 북미의 대형 팝스타들이 대량으로 복귀 앨범을 낸 시점이었으므로, HOT 100의 상위권으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마침내 차트 공개 시간이 되자, 노트북 앞에 앉은 서은우 팀장이 먼저 순위를 확인했다.
“···.”
포커페이스의 달인답게, 표정만 봐서는 순위를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침묵이 지나가는 사이, 소년들은 모두 나름대로 순위를 예측해 보고 있었다.
[사냥의 시간>은 70위로 진입하여 TOP 10까지 진입했다. 이번엔 정규 1집 때보다 추이가 좋으니, TOP 50 데뷔도 가능해 보였다. 운이 좋다면 TOP 30으로 차트 인 할수도 있을 것이다.지금까지 빌보드 차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K-POP 아티스트인 루나틱의 신기록이 24위 진입이었다. TOP 30 안쪽의 차트 인이라면, 몇 주 안에 충분히 1위를 노려 볼 수 있는 성적이라는 뜻이다.
“후우—.”
긴 심호흡 소리가 침묵을 깼다. 몇 번이고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소년들이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언제나 긴장이 됐다.
진인사대천명, 최선을 다한 뒤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 순리라지만 그 하늘이 자신의 편이었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가 같을 터.
군자 역시 두 손을 모으며 기도를 올리는 중이었다. 동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했다. 낮은 순위로 팬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그렇게 대략 10초 간 쥐죽은 듯한 침묵이 지나간 뒤.
제일 먼저 인내심이 바닥난 태웅이 테이블 앞으로 푹 엎어졌다.
“흐억, 뜸 들이지 마세요 팀장님.”
“안 그래도 지금 결과 공개하려 했습니다.”
“바깥은 왜 이렇게 조용하지, 뭔가 불길한데···.”
태웅은 불길함을 느낀 듯 눈썹을 팔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대형 모니터에 차트를 띄우는 순간, 서은우 팀장의 입꼬리는 위를 향해 살짝 올라갔다.
[14 : [Portrait> – 7IN] [17 : [All Chemi> – 7IN]“—!?”
빌보드 HOT 100 차트 TOP 20위권 진입, 그것도 타이틀곡 두 개가 모두 다.
리액션조차 취하지 못한 채 입만 떡 벌린 소년들을 향해, 서은우 팀장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축하합니다. 여러분이 다시 한번 기록을 갱신했습니다.”
“···우와아아아악—.”
환호성은 뒤늦게 튀어나왔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소년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나눴다.
“와 씨, 이건 진짜 예상도 못 했어여—!!”
“그러게, 14위래! 미쳤어! 지난 번 최고기록이랑 거의 비슷한 순위 아냐?”
“허허허, 허허허헣, 지화자 좋다아—.”
“아 유군자 웃는 거 봐. 야, 침 흐르겠다!”
“허허헣, 좋은 것을 어찌할꼬!”
“얘는 세상 사리사욕 없는 것 같다가 이럴 때는 아주 속세인이 따로 없다니깐.”
군자는 이제 인정하기로 했다. 돈과 명예는 좋은 것이다.
청빈(淸貧)은 지켜야 할 가치라지만, 그렇다고 곳간이 풍족해지는 것이 나쁜가?
아니다, 결코 그렇지 않다. 그가 돈을 벌어야 회사 식구들이 함께 돈을 벌고, 동시에 팬들의 마음도 풍족해지는 것이다.
또한 작년부터 시작한 자선 활동을 이어 나가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선비랍시고 계좌를 텅텅 비우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란 말이다.
게다가 종종 맛있는 간식도 사 먹어야 했다. 삼찬(三饌)에 냉수로 안분지족하는 것이 선비의 삶이라 생각했으나 간식은 도저히 포기가 안 됐다.
아니, 맛있는 걸 그렇게 잔뜩 만들지 말든가.
세상이 달라지고 맛있는 것이 많아졌으니 이것은 군자의 잘못이 아닌 세상의 잘못이다. 군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여튼 돈을 많이 벌고, 명예도 두둑히 챙기며, 간식도 야무지게 먹기 위해선 빌보드 순위가 높은 것이 유리했다. 헌데 그 순위가 기가 막히게 나왔으니 어찌 아니 기뻐할 수 있단 말인가.
멤버들과 서은우 팀장은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어깨동무를 하고 강강수월래를 돌았다. 투어의 시작부터 기운이 좋았다. 분명 팬 분들도 이 성과를 기뻐해 주시겠지.
군자의 생각처럼, 팬들은 올림픽 기간부터 도저히 빠지지 않는 뽕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내 아이돌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 온 것도 대단한데, 본업으로 돌아오니 또 우주에서 제일 잘난 아티스트가 되어 버린다. 이제 7IN의 팬덤은 집단을 넘어서 군단이 되어 가고 있었다.
콘서트 예매에 성공한 팬들은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7IN 콘서트는 현 시점 세상에서 가장 예매하기 어려운 공연이 되어 버렸으니까. 김영웅 콘서트 예매훈련으로 단련이 된 예매전사들도 7IN 콘서트 앞에서는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러나 그 어려운 예매 전쟁을 뚫고 콘서트장에 도착한 팬들에게 실망이란 없었다.
잠실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시작된 7IN의 정규 2집 월드 투어, [The Alchemist>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아이돌 콘서트였다.
경복궁에서 가진 컴백 무대도 환상적이었지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다양한 무대장치를 활용할 수는 없었다. 그 아쉬움을 해소하겠다는 듯, 콘서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했다.
[예의없는 것들>부터 [Portrait>까지, 국내 차트 1위를 차지한 곡들만 줄세워도 충분히 공연 셋리스트를 채울 수준이 되었으나 소년들은 콘서트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를 원했다.정통 락 밴드의 구성으로 편곡한 [Concept : 忠>, 아카펠라로 재구성한 [몽중화>, 앵콜 무대에선 2집 타이틀곡인 [Portrait>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편곡하여 다시 불렀다.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새로운 무대, 심지어 단 한 번의 실수도 없는 완벽한 라이브까지. 팬들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즐거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쿠스틱 편곡의 기타 세션은 국내 최고의 기타리스트 나우리가 맡았으며, 영의정은 아카펠라 버전 [몽중화>의 코러스 보컬을 자청했다.
단독콘서트에 존재감 강한 게스트를 섭외하는 것은 팬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으나, 7IN 콘서트를 찾은 게스트들은 모두 소년들을 뒷받침한다는 본인들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어딜 가도 주인공 역할을 했을 영의정이 코러스 보컬을 하는 모습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 밖에도 반가운 게스트는 또 있었다. 후반부엔 한때 7IN의 멤버가 될 뻔 했던 양정무가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하여, [아육시> 시절의 경연곡이었던 [Suit Up> 퍼포먼스를 함께하기도 했다.
“헉, 양정무다!”
“오늘은 칠린 아니고 팔린이네—!!”
[아육시> 시절만 해도 비호감 1티어 위치를 놓치지 않았던 양정무였으나, 이후 모습은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그 뒤로도 꾸준히 멤버들과 소통하고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며, 양정무는 7IN 제 8의 멤버로 인정받고 있었다.그런 양정무가 무대 위에서 소년들과 함께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팬들은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양정무가 너무도 행복하다는 듯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쟤 웃는 거 봐.”
“진짜 행복한가 보네.”
무대 위에서 애교 잘 부리기로 유명한 양정무였지만, 7IN 콘서트의 특별 게스트로 참여한 그 날만큼은 조금 다른 표정이었다. 가짜 애교가 아닌 진심 행복이 가득 담긴 얼굴. 몇몇 팬들은 그를 걱정하듯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정무야, 광대 터지겠다—!!”
“얼굴 필러 괜찮아—!?”
그러나 무대를 마친 양정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활짝 웃으며 답했다.
“괜찮아요! 형들이랑 같이 너무 너무 무대 하고 싶었는데, 얼굴 싹 무너져도 좋아! 걍 한 번 더 갈아엎으면 되지!”
“푸하하하학—.”
웃음과 감동으로 가득했던 콘서트의 마지막 앵콜 무대는 [사냥의 시간>이었다. 곡 전반에 깔린 웨스턴 컨셉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세트와 배경 LED, 그 위에서 소년들은 로프 액션을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팬들을 흥분시켰다.
우와아아아아아아—.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도 환호성은 도무지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멤버들은 언제나처럼 서로를 얼싸안으며 감동을 나눴다.
“수고했어, 다들 너무너무 수고했어!”
“아하하하하, 우리 팀이 세상에서 젤 멋진 것 같다니깐~”
“쩡무! 일로 와라. 이 짜식 아까 실수했지?”
“헉, 티 났어요?”
“아니야 장난이야, 아마 아무도 몰랐을 걸? 너도 너무 잘했어. 걍 현역 아이돌 같던데 뭐.”
“흐흐흐, 나 아육시 8등 출신이라구요!”
“너 광대 좀 어떻게 해 봐. 아까부터 광대 터질 것 같다고.”
“어쩔 수 없어요. 지금 진짜 개 행복하다니깐요.”
“아하하하, 우리가 8인조라면 좋았을 텐데~”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 군자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와아아아아—···.
시야가 어두워지자 환청처럼 환호성이 들렸다. 수만 개의 응원봉이 만들어 낸 빛의 물결이 눈꺼풀 안쪽에서 넘실거리는 듯 했다.
벌써 콘서트를 몇 번이고 했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다. 온 몸이 붕 뜬 느낌, 꿈 속을 헤엄치는 듯한 비현실적 체험.
이보다 더한 행복감이 있을까. 이보다 짜릿한 고양감이 있을까.
그러나 월드투어는 이제 막 시작했고, 겨우 3만 명 남짓의 팬을 만났을 뿐이다. 30여 개 도시를 돌며, 소년들은 곧 100만이 넘는 팬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서울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소년들은 곧바로 북미행 비행기를 탔다. 바쁘게 지내 온 소년들이었으나 이 정도로 빡빡한 해외 투어 일정은 처음이었으니 모두가 멤버들의 체력을 걱정했다.
물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군자에게 해외 스케쥴은 매번 생소한 경험이었다. 시차가 바뀐다는 것은, 조선시대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느낌이니까.
그러나 그럼에도 소년들에게 지친 기색은 없었다. 도시마다 그들을 환영하지 않는 곳이 없었다.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그들은 극진한 손님 대접을 받았으며, 정성껏 만든 판넬을 든 팬들은 생목으로 그들의 노래를 불렀다.
개중에는 유창한 한국말을 하는 팬들도 있었다. 7IN을 만나기 위해, 그 짧은 인사를 위해 한국말을 배우고 연습했다고 한다.
이런 팬들 앞에서 어찌 힘든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어찌 겸손함을 잃을 수 있단 말인가. 절로 힘이 샘솟음을 느끼며, 군자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와아아아아악—.”
“사랑해요—!!”
그렇게 미국 서부 LA에 도착한 지 이틀 째.
이번에도 콘서트 바로 전 날, 갱신된 빌보드 차트 순위가 다시 공개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