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99)
#299
금의환향
유럽 투어의 시작점인 스페인 마드리드의 숙소에서, 소년들은 갱신된 차트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2, 2위··· 형들, 우리가 2위래요···.”
“아니, 벌써 이렇게 된다고? 진짜로?”
“아하하핫, 이건 너무 꿈 같은데~”
“와 씨··· 나 아육시 나오기 전에 소원이 빌보드 TOP 100이라도 들어 보는 거였다고.”
“근데 지금은 2위··· 와아···.”
“진짜 와 소리밖에 안 나오네, 허어—.”
순위는 모두의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초반 진입 순위를 높여 놓은 것은 그룹의 인기도였지만, 음원 자체도 쉽게 들을 수 있도록 잘 뽑힌 것이 주효했다.
K-POP 시장에서는 이미 1티어 그룹이 된 7IN이지만, 남자 아이돌 음악은 관심이 없는 이들이 듣기엔 언제나 난해한 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앨범의 두 타이틀곡은 모든 이들을 능히 사로잡을 만한 대중성을 갖추고 있었다.
거기에 북미 투어를 돌며 벌써 백만에 가까운 관객을 만났으니, 인기 지표가 치솟는 것은 당연했다. 유럽에서도 벌써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번화한 거리 곳곳에서 7IN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딱 한 곡, 8주 째 1위 자리를 수성 중인 칼리 브라운의 [Confession>. 두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1위를 차지할 만큼 영어권에서 막강한 파괴력을 가진 곡이었으나, 상승 추이로 봐선 충분히 역전이 가능해 보였다.
“빌보드 1위는 진짜 꿈 같은 얘기였는데.”
“이제 딱 한 계단 남았네여··· 진짜 어이가 없넹.”
“빌보드 1위 곡 작곡가가 되는 건 어떤 기분일까···.”
“지현수 넌 이제 곧 알게 될 텐데 뭐.”
“너무 방심들 하지 말거라. 또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 일 아니더냐.”
“맞는 말이다.”
“그래, 빌보드 순위고 뭐고···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하면 되는 거지.”
소년들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으나 팬들의 마음은 좀처럼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까지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에 진입한 가수들은 꽤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HOT 100 차트 1위를 기록한 가수는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다.
딱 한 번만 1위를 ‘찍먹’하기만 해도 가문의 영광으로 남을 만큼의 업적이다. 수많은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커리어의 최종 목표로 삼고 있었다.
최애 아이돌이 그런 위업에 단 한 발자국만을 남겨두고 있었으니, 팬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ㅁㅊㅁㅊㅁㅊㅁㅊ벌써2위야ㅠㅠㅠ] [이러다가 진짜 1위 하는거 아님?] [ㅠㅠㅠㅠㅠ하 너무 떨린다진짜] [아이돌서바로 데뷔했으니까 첨부터 나만의 작은 아이돌일수는 없었지만,,, 이정도로 월클 될줄은 진짜 상상도 못했다구ㅠㅠㅠㅠ] [근데 지금 1위 칼브 신곡은 언제쯤 내려올까] [그노래도 사기적으로 좋긴 하던데ㅠㅠㅠ내려오긴 하겠지?] [또 몰름,, 싸이아저씨도 무조건 1위 할줄 알았는데 마룬5한테 계속 밀려서 결국 2위까지밖에 못했자나ㅠ] [2위도 너무 대단한거긴 하지]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올라온거 1위 하는거 보고싶음 ㅠㅠㅠㅠ애들이 또 얼마나 기뻐하겠냐구] [근데 웃긴건 칠린이들은 팬들이 기뻐할 것 같다고 좋아함ㅋㅋㅋㅋ우리는 칠린이들이 좋아할것 같다고 좋아하곸ㅋㅋㅋㅋ] [이거 완전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ㅋㅋㅋㅋㅋㅋ가장 이타적인 가수와 팬덤의 만남ㅋㅋㅋㅋ] [이게 다 유군자의 예절교육 때문이다] [어허 때문 말고 덕분] [그래 덕분이닼ㅋㅋㅋㅋㅋㅋ] [이와중에 투어 공연 보는 유럽팬들은 얼마나 좋을까ㅠㅠㅠ] [나 지금 프랑스에 있는데 진짜 거리에서 칠린이들 노래 개많이나옴ㅋㅋㅋㅋ] [ㄴ 헐 너무부럽다ㅠㅠ파리공연감?] [당연하짘ㅋㅋㅋ내 버킷리스트 하나 클리어했움] [ㅠㅠㅠㅠㅠㅠ개부럽다진심]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유럽 투어는 오프닝부터 현란하기 그지없었다. 올림픽에서 연을 맺었던 유럽의 양궁 선수들이 활활 타오르는 불화살을 시위에 먹였다.
화르르륵—.
힘 있게 날아간 불화살은 거대한 장막을 태우며 무대를 활짝 열었다. 불과 함께 시작된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쥐불놀이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Whoa——.
2집 타이틀곡인 [All Chemi>가 순식간에 유럽 관중들의 떼창을 만들었다. 열정적인 라틴계 관객들은 체력 안배 따위는 관심도 없다는 듯, 오프닝부터 용수철처럼 튀어오르며 소년들을 고무시켰다.
이렇듯 뜨거운 관객들 앞에서 어찌 힘을 아낄 수 있단 말인가.
그 호응에 힘을 받은 소년들 역시 온 몸을 불사르며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이제 소년들의 라이브는 ‘아이돌 치고’ 좋은 수준이 아니었다. 팝 시장에서도 최고의 보컬 능력과 음색을 가졌다는 칼리 브라운도, 거친 퍼포먼스 중에는 7IN만큼 깔끔한 라이브를 선보이진 못했다.
적어도 ‘춤 추면서 노래하는’ 능력에 있어서만큼은, 7IN이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완벽한 공연을 선보이니 팬들의 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었다. 별 생각 없이 친구 혹은 가족을 따라 공연장을 찾은 이들도, 귀가할 즈음에는 완벽하게 7IN의 팬이 되어 버렸다.
[나 마드리드에서 7IN이라는 그룹의 콘서트에 갔어. 첫 K-POP 콘서트였는데 정말 완벽한 선택이었음. K-POP은 막연하게 너무 유약하고 부드러운 음악이라는 인상이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어떤 하드록 밴드보다도 강인했고 동시에 러블리했어. 이 친구들이 어째서 빌보드 차트 최상위권에 있는지 알 것 같더라니까.] [나도 마드리드 공연장에 있었어. 난 너무 감동해서 바르셀로나 공연까지 예매해 버렸다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투어니까 제대로 봐 두고 싶어] [두 딸래미랑 와이프 데리고 공연장 갔다왔다. 솔직히 집에서 축구나 보면서 맥주 마시고 싶었지. 시작 전까지만 해도 시발시발 하고 있었는데 막상 공연 보니까 그런 생각 들더라. 이 여자들이, 이 재미있는 걸 즈그들끼리만 보고 있었다 이거지?] [난 런던이랑 파리도 따라다닐 생각임. 인턴으로 모은 돈 전부 탕진할 것 같긴 한데 괜찮아 이게 인생 제대로 사는 법 아니겠음?]북미에 이어 유럽에서도 탄탄한 오프라인 팬 기반이 생기니 스트리밍 수치는 날이 갈수록 증가했다. 난공불락 같아 보이던 칼리 브라운의 [Confession>이었지만, 어느새 [Portrait>의 빌보드 지수가 그 아래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그렇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런던, 브뤼셀, 암스테르담 공연을 마치고 파리에 도착한 다음 날, 이번에도 소년들과 솔라시스템 직원들은 모두 노트북 앞에 모여 함께 순위를 보기로 했다.
빌보드 지수 증가 추이를 보았을 때, 3주 안에 7IN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해 보였다. 그러나 어떠한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에, 소년들은 숨을 죽이며 서은우 팀장의 빌보드 차트 공개를 기다렸다.
“···.”
가장 먼저 차트를 확인한 서은우 팀장이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
언제나 무표정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표정을 감추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니, 실패한 정도가 아니라 처음 보는 큰 웃음을 지으며 소년들을 와락 끌어안았다.
“축하합니다—!!”
“뭐, 뭐예요!? 진짜로—!?”
“팀장니임, 저희도 볼래요—!!”
[1 : [Portrait> – 7IN] [2 : [All chemi> – 7IN]지구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음악 차트인 빌보드 HOT 100, 두 개의 2집 타이틀곡이 나란히 그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었다.
* * *
소년들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것도 너무 포근하고 행복한 단 꿈을.
파리를 거쳐 베를린, 뮌헨, 부다페스트, 자그레브, 프라하, 이스탄불까지 이어진 유럽 투어를 마무리짓고 소년들은 쉴 새도 없이 아시아로 날아갔다.
그러나 체력이 소진되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어떤 공항에 내리든, 사람들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소년들을 맞이해 주었다. 외국인 멤버 한 명 없었으나 소년들은 세계 어디를 가도 마치 가족처럼 대접받았다.
동남아와 일본, 호주를 마지막으로 아시아 투어까지 끝낸 뒤 소년들은 마침내 고국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왔다. 인천공항에선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인파가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축하해, 너무너무 축하해—!!”
“고생 많았어—.”
그 동안 너무도 보고 싶었다는 듯, 한국의 팬들은 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로 멤버들에게 손을 뻗어 왔다. 그 작은 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소년들은 마치 개선장군처럼 입국장 통로를 걸었다.
환호성은 끊이지 않으며 인천공항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공항에서도 소년들의 귀국을 알고 있었던 것인지, 2집의 타이틀곡을 공항 전체에 틀어 주며 7IN의 귀환을 환영해 주었다.
“후후, 후후후.”
“군자야, 너 뭐가 그렇게 좋아서 바보같이 웃냐.”
“이것이야말로 금의환향 아니더냐.”
“엥?”
다른 소년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군자의 두 눈은 보람과 기쁨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금의환향, 군자가 꼭 한번쯤 해 보고 싶었던 것이다. 당당하게 과거에 급제하여, 멋진 가마를 타고 본가로 돌아오는 기특한 자녀이고 싶었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숙부 유형원에겐 굳이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에 그 열망은 가슴 속에 접어 두어야만 했다. 그러나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하고 이렇게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 순간, 이것이 금의환향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또 소원 하나를 성취해 버린 군자였다.
경호 인력의 도움을 받으며 소년들은 어렵사리 그리운 밴에 올라탔다. 모처럼 숙소로 돌아가자, 그제야 온 몸의 긴장이 풀린 듯 소년들은 침대에 널브러지고 말았다.
“와아아, 개 피곤하다—.”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아···.”
“아하하··· 씻어야 되는데에···.”
“일단 씻자꾸나. 어떤 병균이 옮아 왔을지 모르지 않느냐.”
군자의 타박에 소년들은 겨우겨우 샤워만을 마친 뒤 다시 침대에 몸을 던졌다. 샤워까지 하고 나니 침대에 눕자마자 수마가 소년들을 덮쳐 왔다.
“···다들 수고가 많았다아···.”
잠꼬대처럼 인사를 건넨 뒤 군자 역시 무거운 눈꺼풀을 내리감았다. 형광빛의 상태창은, 마치 이 이상의 만족감은 없다는 듯 군자 앞에서 밝게 점멸하며 빛나고 있었다.
* * *
7IN의 월드 투어는 대성공이라는 단어도 모자랄 만큼의 초특급 성공이었다. 30여 개 도시를 돌며, 가능한 한 최고의 스케일로 공연장을 섭외했음에도 모든 공연이 너끈하게 매진되며 대흥행했다.
투어를 통해 얻은 새로운 코어 팬덤 덕분에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다. 마침 칼리 브라운이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빌보드 차트 1위 장기집권을 노려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과는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올라간 인지도는 또 다른 스케일의 비즈니스를 시작하게 했다. 총 세 개의 디즈니 블록버스터급 영화에 크레딧 곡을 불러줄 수 있겠느냐는 제안이 가장 먼저 들어왔으며, 그 다음으로는 2026년 월드컵 개막 공연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뒤를 이었다.
UN 스피치도 빠질 수 없었다. ‘세계 문화의 대통합’이라는 주제로 열릴 UN 총회에서, 소년들은 연설을 마친 뒤 새로운 퍼포먼스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허나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성과가 7IN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감히 그 동안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그러나 모두가 막연하게 바라고만 있던 그런 성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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