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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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이 아닌 최선
주하성의 선공으로 난데없이 시작된 프리스타일 랩 배틀.
평소 같았다면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싸움을 피했겠지만, 이번만큼은 군자도 물러서지 않으며 주하성을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힙합은 솔직함이 생명이라 했지.
그렇다면 이번만큼은 이 예의없는 참가자를 다그쳐도 되는 것 아닌가.
“예의, 예의, 예의가 없구나?”
‘예의’로 리듬을 타다가 자연스럽게 연결한 첫 번째 문장.
단순한 단어들의 조합이었으나 그만큼 강렬하며 충격적이었다.
그 첫 문장을 시작으로, 군자가 다시 한번 미친 훅을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예의, 예의, 예의가 없구나?
어이, 어이, 어이가 없구나?
어의, 어의, 어의를 불러라.
예의, 예의, 예의를 고치게.
이번에도 여지없이 모두가 뒤집어져 버리고 말았다.
“으아, 유군자아아—!!”
“아, 나 배 아파 죽을 것 같아-.”
첫 번째 프리스타일도 충분히 재미와 퀄리티를 모두 잡은 랩이었다.
이번엔 갑작스런 공격을 받았으니, 그에 물러서지 않고 맞선 것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대응하는 것도 모자라, 이런 미친 중독성을 가진 훅을 또 뱉는다고?
레이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참가자들은 이미 모두 하나가 되어 군자가 만든 두 번째 훅을 외치고 있었다.
“예의, 예의, 예의가 없구나!”
“어이, 어이, 어이가 없구나!”
“···진짜 어이가 없네.”
그 동안 수많은 래퍼, 아이돌 지망생들의 랩을 들어 온 레이첼 트레이너였다.
개중에는 종종 프리스타일을 잘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풍부한 어휘력을 바탕으로 즉흥 벌스(Verse)를 잘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유군자는 즉석에서 훅(Hook)을 만들어 버린다.
히트곡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독성 있는 훅.
프리스타일 랩을 하면서, 즉흥으로 훅까지 만들어 떼창을 이끌어 내는 경우는 결코 흔치 않다. 지망생은 물론, 프로 씬에서 활동하는 기성 래퍼들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랩을 잘하고, 어휘력이 풍부하고, 음악적 지식이 많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그것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이는 수많은 공연 경험을 통해 직접 배워 나가야 하는 부분이다.
공부 좀 한다고 바로 터득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 쟤는 대체 어떻게···.”
예의, 예의, 예의가 없구나?
어이, 어이, 어이가 없구나?
어의, 어의, 어의를 불러라.
예의, 예의, 예의를 고치게.
“어떻게 저런 돌아이 같은 훅을 딱딱 찍어내냐고···.”
다시 한번 관객들을 달아오르게 만든 군자가 이번엔 벌스를 뱉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라임의 기본을 지키는 것은 물론이었으며.
벌스의 가사는 주하성이 자신을 공격한 다음 상황에 대해 담고 있었다.
즉, 미리 써 온 리튼 벌스가 아니라는 뜻이다.
자네의 표정에 수심이 많구나?
불안한 마음에 싸움을 걸었나?
선두 자리가 좌불안석 이구나?
여유, 여유, 여유가 없구나?
“우와아아아아—!!”
“싸운다, 싸운다아아아—!!”
언제까지 선비? 아마 영원토록 선비.
지갑 속은 청빈, 허나 머릿속은 건실.
사군자를 섬김, 맘 속엔 서원을 설립.
부모에게 헌신, 스스로에게는 정직.
군자의 두 번째 랩을 통해, 레이첼 트레이너의 의혹은 완전히 해소됐다.
유군자, 이 미친놈은 정말로 퓨어 프리스타일(완벽하게 즉석에서 벌스를 만들어 내뱉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체 어떤 훈련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비정상적인 순발력이다.
그래 나도 안다, 내 위치는 4위,
하지만 어머님들껜 최고의 사위.
“푸하하하하학-.”
“하긴 어머님들이 군자 좋아하긴 하더라!”
그 와중에 헛웃음 나오는 워드 플레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니, 언제나 차가운 표정의 레이첼 트레이너도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쟤 진짜 웃기는 애네.”
그렇게 벌스를 마친 군자가 다시 한번 떼창을 유도했다. 촬영장 분위기는 거의 군자의 단독 콘서트 현장 같았다.
“예의, 예의, 예의가 없구나!”
“어이, 어이, 어이가 없구나!”
“어의, 어의, 어의를 불러라!”
“예의, 예의, 예의를 고치게!”
먼저 군자를 도발했던 주하성도 그 기세엔 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음 벌스를 내뱉지 못하며 그대로 항복.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프리스타일 랩 배틀의 승자는 군자가 됐다.
“효!”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소리 높여 외치며 군자는 승리를 자축했다.
이제 레이첼 트레이너가 여덟 명의 순위를 결정할 차례.
순위를 정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8~3위까지 참가자들의 순위를 정한 뒤, 레이첼 트레이너는 군자와 주하성을 흘끗 바라보았다.
솔직히, 랩 스킬만 본다면 주하성 쪽이 우위다. 훨씬 다양한 플로우로 가사를 뱉었다. 그 스킬은 아마 음원 미션에서 더욱 빛을 발하겠지.
그러나, 관객들의 호응을 얻은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군자 쪽이었다.
아이돌에게 중요한 건 기술 점수가 아니라 매력 점수다.
아이돌은 매력이 곧 실력.
레이첼 역시 영은채 트레이너의 그 말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렇기에, 주하성보단 유군자의 손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프리스타일 랩 경연 1위는 유군자, 2위는 주하성.”
“!”
“유군자 참가자가 가장 먼저 팀원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가져가게 됩니다.”
“와아아아-.”
모두가 레이첼 트레이너의 결정에 공감한다는 듯 박수를 보냈다.
순위가 결정됐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팀장들이 팀원을 영입할 차례.
이번 미션은 지난 미션과 다르게, 각 팀장들이 순서대로 한 명씩 멤버를 영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프로듀싱이 가능한 참가자가 몇 없기에, 한 팀에 모든 참가자가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방식.
우선 선택권을 얻은 군자가 40명의 참가자를 휘이 둘러보았다.
작곡 능력자를 최우선으로 뽑아야 한다.
군자의 시선이 자연스레 노엘에게로 향했다.
노엘, 현재 등수는 12위였지만 프로듀싱 능력만 놓고 본다면 48명의 생존자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참가자다.
군자의 시선이 노엘에게로 향하자, 몇몇 팀장들이 작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마 많은 팀장들이 노엘을 첫 번째 영입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거다.
이른바 귀한 매물이라는 것이로군.
등급은 플래티넘으로 50코인을 지불해야 했지만, 아까운 지출은 아니다.
마음의 결심을 굳힌 군자가 노엘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노엘은 군자가 자신을 선택할 줄 알았다는 듯, 턱을 살짝 들어올린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자, 랩 멋있었어.”
“고맙습니다.”
그렇게 군자가 노엘 영입을 확정지으려던 순간이었다.
노엘의 얼굴 옆에 상태창이 팟 하고 떠올랐다.
[노엘 (21)] [용모 : B- (A)] [노래 : B- (A+)] [춤 : B (A-)] [매력 : B (A+)]모든 능력치가 고루 분배된 꽤나 이상적인 상태창.
그러나 문제는 그 아래에 있었다.
[저주 : 여색 (지나치게 이성을 탐함)] [저주 : 쾌락주의 (쉽게 쾌락에 빠짐)]“—!?”
여색이라니, 쾌락주의라니!
이렇게 위험한 저주가 두 개 씩이나? 군자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간신히 고함을 삼킨 군자가 뒷걸음질을 쳤다. 살짝 멀리 떨어져서 보니 관상에 도화살도 언뜻 보인다.
“후우-.”
큰일 날 뻔했다. 제 아무리 작곡 능력이 뛰어난 자라고 해도, 이렇게 위험한 자와 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잘못 엮여 버리면 함께 데뷔해야 할지도 모른다.
현재에게 들었다, 아이돌이라면 여색과 쾌락적인 것을 멀리해야 한다고.
그 두 가지 저주를 모두 가진 자와 팀이라? 안 될 말이지.
군자가 다시 멀어지자 노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분명 자신이 선택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기에,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뭐야?”
“···.”
“나 뽑는 거 아니었어?”
“우, 우리는 궁합이 안 맞는군요.”
“뭐라고?”
황당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 노엘의 앞을 빠져나와, 군자가 다시 단상 근처로 갔다. 갑작스런 군자의 ‘노엘 패싱’에,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커져 갔다.
“뭐야, 노엘 안 뽑아?”
“왜 저런대?”
“또 기유찬 권태웅 뽑으려고 그러나?”
“에이, 설마. 창작곡 미션인데.”
“잠깐만, 그러면 주하성이 노엘 뽑을 텐데?”
“와, 그럼 또 어벤져스 나오겠네.”
놀란 것은 트레이너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군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트레이너들이 근심어린 얼굴로 군자를 바라보았다.
“쓰읍, 여기선 노엘이를 뽑는 게 맞는데···.”
“쟤가 도리토 앨범 수록곡 썼다는 애 맞죠?”
“네, 걔 맞아요.”
“왜 안 골랐을까?”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왜 어려운 길을 돌아 가니, 군자야···.”
“···군자님, 저라도··· 저라도 뽑아 주시면···.”
“영 쌤, 그럼 쌤도 무대 위에서 퍼포까지 하셔야 되는데.”
“···헉, 그건 좀···.”
그 와중에도 군자는 참가자들을 돌아보며 부지런하게 머리를 쓰고 있었다.
첫 번째 계획은 노엘을 뽑는 것이었으나 그것은 이미 물 건너 갔다.
그렇다면 남은 참가자 중 작곡이 가능한 이를 뽑는 것이 차선.
군자는 본인의 위치와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현재 군자의 등수는 4위. 충분히 데뷔를 노릴 수 있는 최상위권의 등수이며, 프리스타일 랩 경연 우승으로 팀원 우선 선택권까지 받았다.
아마 모든 참가자들이 그와 팀을 이루고 싶어 할 터.
즉, 이 순간 그는 갑의 위치에 있었다.
“나와 함께 팀을 하고 싶은 작곡 능력자 분, 혹시 있습니까?”
군자가 말을 마치자 마자 대여섯 명의 참가자가 자신을 뽑아 달라는 듯 우르르 몰려 나왔다. 대부분 브론즈, 실버 등급의 참가자들이었다.
군자는 그들의 면면을 유심히 살폈다. 작곡 능력이 상태창에 표시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안타까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춤과 노래 능력을 어느 정도 갖춘 참가자라면 좋고.
만에 하나라도 괜찮은 축복이 붙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군자 씨, 전부터 같이 한번 해 보고 싶었어요.”
“이거 제 싸클인데 한번 보실래요? 잠깐 들어 보셔도 되고···..”
“기억나? 우리 전에 식당에서 잠깐 같은 테이블 앉았는데.”
“저 진짜 간절합니다. 뽑으면 절대 후회 안 하실 걸요.”
모든 작곡 능력자들이 필사적으로 어필하는 가운데.
유독 한 참가자만큼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초롱초롱한 눈으로 군자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 안광이 지나치게 맑고 초롱초롱하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신경 쓰이는 사람이구만···.’
결국 눈이 마주쳐 버렸다. 초롱초롱 사나이는 군자를 바라보여 어색하게 입꼬리를 스윽 올려 보였다.
“군자님.”
“?”
“팬입니다.”
“예, 감사합니다.”
같은 참가자끼리 팬이라니, 희한한 사람도 다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얼굴을 슥 본 순간이었다.
“!”
그 초롱초롱한 눈망울 오른쪽에 뜬 상태창을 보며, 군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이것은 차선이 아니라 최선의 선택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