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0)
#300
크래미?
월드 투어가 끝난 뒤, 소년들은 서울 소재의 숙소에서 한가한 휴식기를 보내고 있었다.
2집이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만큼 휴식기는 길지 않을 예정이었다. 사흘 동안의 휴식 및 재충선 시간이 끝난 뒤엔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 국내 컨텐츠 위주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짧은 휴식기간 동안에도 7IN은 팬들과 소통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언제나 숙소의 요리 담당은 시우와 현수였으나 최근에는 인혁, 유찬, 현재가 주방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형아들아, 가서 장이나 봐 올까여.”
“그래, 같이 가자.”
“혁이 형은 안 돼여. 형 피지컬은 어딜 가도 너무 눈에 띈단 말임여. 현수 형이랑 나랑 둘이 다녀올게여.”
“하하, 이럴 땐 비리비리한 게 개이득이구만.”
“오오, 뭐 사 올 건데? 전에 했던 고추장찌개도 괜찮더라.”
“글쎄여? 머 일단 가서 보이는 대로 집어오려구여.”
“현재야, 난 낫토는 싫다. 그 끈적끈적한 식감이 별로더구나.”
“푸하학, 누가 조선사람 아니랄까봐 일본 음식 되게 싫어하넹.”
“그렇지 않다. 초밥은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지.”
“오케이, 그럼 낫토는 빼고 사 와 볼게여~”
“다녀와서 라이브 방송을 켜는 건 어떻게 생각하느냐. 팬 여러분들은 항상 우리가 요리하는 모습을 좋아하시더라만은.”
“좋져 좋져. 다들 로션 예쁘게 바르고 있으라구여.”
그렇게 장을 보러 나간 현재와 현수는 김밥 재료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며, 조물조물 손기술을 써서 만들어 내는 김밥은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주기에는 꽤나 적절한 요리였다.
[헉ㄱㄱ 라이브!!!!!] [알람뜨자마자 광광울면서달려오뮤ㅠㅠㅠ] [쿡방이다!!!쿡바압이이다!!!!! 우와아ㅏㅏㄱ] [하 넘모좋아 선물같아ㅠㅠ] [빌보드1위진짜진짜너무축하해] [마자 진짜 너무 너뭐머ㅜ눠무너무 축하해요] [요즘 칠린이들 때문에 뽕이 빠지질 않아ㅠㅠㅠ] [칠뽕 중독 이거 진짜 답없다궇ㅎ;;] [근데 애두라 피곤하지 않니? 투어 이제 막 끝났을텐데ㅠㅠ] [진짜 다들 넘 착한거 아니니] [항상 몸부터 챙겨야돼ㅠㅠㅠㅠ걱정됨] [휴 그래도 이렇게 보니까 넘 좋구만ㅎㅎㅎ] [김밥은 누구 아이디어야?] [얼굴만 보였는데 벌써 재밌음ㅋㅋㅋㅋ]라이브 방송만 켜면 펄펄 날아다니는 현재가 장바구니 속 재료를 하나씩 소개해 주었다. 현재가 사 온 비장의 재료는 게살맛이 나는 식재료인 크래미였다.
“자아아, 그리고 여기 크래미! 이걸로 바다맛이 나는 김밥을 만들어 보려구 합니당~”
[헉 나 크래미김밥 넘 좋음ㅎㅎㅎ] [윽 크래미;;] [난 참치마요가 더 좋던데ㅠㅠㅠ] [아냐 크래미도 맛있엌ㅋㅋㅋㅋ츄라이츄라이] [나두 크래미 짱조와하눈뎅ㅋㅋㅋㅋㅋ현재 나랑 입맛도 잘 맞넹ㅎㅎㅎㅎㅎ] [군자는 크래미 먹어본 적 있우?]크래미를 먹어본 적 있냐는 시청자들의 질문에 군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크래미라는 것은 생전 처음입니다. 그러나 맛잘알인 현재가 골라 온 재료이니,아마 틀림없이 맛있지 않겠습니까.”
[ㅋㅋㅋㅋㅋ맛잘알이랰ㅋㅋㅋㅋㅋ] [군자 이제 신조어도 막 쓰는거 너무 웃기고 기특함ㅋㅋㅋㅋ] [사실 맛잘알도 좀 지난 신조어긴 한데 군자가 쓰는거 보니까 왜케 트렌디해 보이짘ㅋㅋㅋㅋ] [나도 군자랑 크래미김밥 만들어서먹구싶다,,, 옆에서 보조 잘할수있는데ㅠㅠㅠㅠㅠ] [맞아,, 어차피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따까리일 거라면 차라리 칠린이네 따까리이고 싶다구;;] [크래미 먹구 기운받아서 그래미까지 가나욯ㅎㅎㅎ]크래미를 처음 먹어 보는 군자의 반응은 멤버들과 팬들을 즐겁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마름모꼴의 떡 같은 것에서 꽃게 맛이 난다는 말이더냐.”
“그렇다니까여. 아니 어뜨케 크래미도 모르고 살 수 있냐구.”
“후후, 현재야. 바다 내음이란 모름지기 바다에서 낚아올린 것들로부터 나는 것이다. 이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식재료에서 어찌 꽃게 맛이···.”
“아, 됐고 일단 먹어 보라니깐여. 자아, 냠!”
“허업—!?”
“어때여 어때여? 내 말이 맞징?”
“현재야! 구강에서 참게와 꽃게가 춤을 추는구나!”
“푸하하하학, 내가 뭐라고 그랬냐구!”
두 눈이 휘둥그레진 군자를 보며 팬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 [크래미 첫경험 리액션뭔뎈ㅋㅋㅋㅋㅋ] [너무 찰졐ㅋㅋㅋㅋㅋㅋ] [언제 한번 군자가 안먹어본 음식만 모아서 특집으로 다 먹여보고싶닼ㅋㅋㅋㅋㅋ] [헉 개재밌을듯;;;] [군자야 또 안먹어본거 말해죠ㅠㅠㅠㅠ]크래미김밥을 만들어 먹을 때까지만 해도 숙소 분위기는 평화롭고 아기자기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시청자 수는 수십만 단위를 넘어 백만에 육박했으나 소년들의 모습은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라이브 방송이 종료되자 마자 이용중 실장을 비롯한 소속사 직원들이 숙소에 들이닥쳤다.
남은 크래미김밥을 주섬주섬 주워 먹던 소년들은, 갑자기 나타난 서은우 팀장을 보며 다소 놀란 듯 했다.
“팀장님?”
“숙소까지 어쩐 일이세요?”
“···여러분들, 알고 있었던 겁니까?”
“예? 뭐를요?”
“크래미 김밥 말입니다. 혹시 뭔가 알고서 스포일링 한 것 아닌지···.”
“엥? 크래미가 어떻게 스포가 되는데여?”
그러나 소년들은 서은우 팀장이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고서야, 서은우 팀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후우, 하긴 그럴 리가 없지요.”
“팀장님, 무슨 일인데요?”
“방금 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잉, 미국이요? 왜요?”
“하하, 보나마나 핑프 공 아니겠느냐. 헤어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그 새 우리가 보고 싶어진 것이겠지.”
그러나 서은우 팀장은 군자의 예측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릴 핌프가 아닙니다.”
“예? 그렇다면 어떤···.”
“전미 레코딩 예술 과학 아카데미, NARAS로부터의 연락이었습니다.”
“예? 나, 나라스요?”
“그게 머 하는 곳인데영?”
“허어, 드디어 미국 나랏님께서 우리를 찾아 주신 것이로구나!”
“나랏님이라고? 그건 좀 아닌 것 같지 않냐?”
잘못된 예측이 빗발치는 가운데, 서은우 팀장은 가슴 벅찬 표정으로 NARAS의 정체를 밝혔다.
“NARAS라는 단체는 생소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미라면 모두들 들어보셨겠지요.”
“!”
“허허, 크래미라면 방금 우리가 먹은 식재료입니다만. 팀장님도 혹시 아십니까? 붉고 포슬포슬한 것이,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꽃게가 춤을 추는 듯한 신비한 음식이랍니다.”
“뭐야, 설마 그 사이에 크래미 광고 들어왔어요!?”
“후후, 태웅아! 아무래도 내가 크래미를 먹는 모습이 꽤나 탐스러워 보였나 보다!”
“하긴 찰지긴 했어. 그래도 이렇게 바로 광고가 들어온다고?”
“크래미가 아니라 그래미입니다.”
“···?”
“그래미 어워즈, 아마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더 이상의 혼동을 막겠다는 듯, 서은우 팀장은 글자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발음했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NARAS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래미 어워즈 본상의 최종 후보로 올랐다는 내용입니다.”
“—!?”
“아니, 잠깐만··· 그래미 어워즈요? 크래미가 아니라!?”
“예. 여러분들이 2024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의 후보가 됐다는 겁니다.”
* * *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미 어워즈를 꿈꾼다.
빌보드 차트 1위도 대단한 업적이지만, 그래미 어워즈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빌보드 차트 1위보다 몇 배는 더 엄청난 일이었다. 빌보드는 매주 갱신되는 차트이지만, 그래미 어워즈는 1년에 딱 한 번만 열리니까.
게다가 신인상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어떤 아티스트든, 그래미 신인상은 평생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다. 말 그대로 그 해 가장 두각을 나타낸 신인에게 주는 상인 만큼, 연차가 일정 수준 이상 쌓인 팀은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상이다.
그런 의미 깊은 상에 7IN의 이름이 올랐다.
소년들은 물론 회사 입장에서도 쉽게 예측할 수 없었다. 오로지 인기만으로 순위를 산정하는 빌보드 차트와 달리, 그래미 어워즈는 음악성과 예술성까지 겸비해야 본상 후보군에 오를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래미는 망설임 없이 소년들의 이름을 최종 후보군에 포함시켰다.
동양인으로서, 영어 노래가 아닌 자국의 노래로 그래미 어워즈 본상의 최종 후보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사람은 다 알았다. 아무리 인종차별이 줄어들었다 한들, 그래미는 여전히 권위적인 기준으로 수상자를 결정해 왔으니까.
그렇기에 7IN의 신인상 후보 선정은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다시 한번 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었다.
[7IN, 빌보드 차트 1위에 이어 그래미 어워즈 신인상 최종 후보 선정!] [한국어 노래로는 최초로 그래미 본상 후보 오른 7IN, 그래미 어워즈의 새로운 역사 쓰나?] [‘빌보드 차트 2주 연속 1위’ 7IN이 그래미 신인상 수상할 확률은?] [ㅎㅏ 미쳤다 진짜;;; 그래미 본상 후보래ㄷㄷㄷㄷㄷ] [2024년은 내인생에 영원히 기억될 한해인듯] [ㅁㅈ진짜 연초부터 덕질 롤러코스터였다구ㅠㅠㅠㅠ] [군자 국대한다고 난리났던게 엊그제같은데 금메달 두개 따 오고··· 하반기엔 빌보드 차트 1위하고··· 월드투어 다녀오더니 이제 그래미 후보까지ㅠㅠㅠㅠㅠ] [진짜 나 미칠것같아 난 아육시때부터 개찐팬이었다구 이제 세상 사람들이 다 우리애들 멋지고 잘나고 귀여운거 알아주는것같아서 맨날 찔찔울고다님] [그와중에 군자 넘웃기지않음?? 그래미랑 크래미 헷갈렸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그래미에서 연락 왔다고 해서 크래미 광고 들어왔다는줄 알았다는거 진짜 왜케 처웃김ㅋㅋㅋㅋㅋㅋㅋㅋ] [칠린이들 대단한점 = 능력 돌았는데 일곱명 다 웃수저임] [ㅋㅋㅋㅋㅋ난 유군자가 걍 세상에서젤웃곀ㅋㅋㅋㅋㅋㅋㅋ] [잠깐 그럼 칠린이들 그래미에서 무대도 하는거임?] [헉맞네] [본상 후보니까 당연히 하지않으까] [허ㅓㅓㅠㅠㅠㅠ와 벌써뽕차ㅠㅜㅠㅜㅠ] [그럼 막 엄청 거장들 다 모여있고 세계에서 젤 잘나가는 사람들 지켜보는 앞에서 우리애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한다는거자나] [미쳣다진짜]팬들의 예측처럼 그래미 어워즈 측은 소년들에게 특별 무대를 부탁했다. 처음으로 노미네이트되는 신인의 경우 긴 시간을 배정해 주지 않으나, 주최측은 특별히 7IN에게 넉넉한 공연시간을 배정해 주었다.
“좋은 무대를 보여 달라는 배려일 겁니다. 우리 역시 최고의 무대로 보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은우 팀장의 말에 소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작은 무대라도 진심을 다하는 소년들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멋진 무대를 보여 주고 싶었다.
“매번 하던 거 하는 건 싫은데. 뭐 좀 특별한 거 없을까?”
“콘서트 때 했던 편곡을 가져가는 건 어때여?”
“나쁘진 않은데 그것도 뭔가 돌려막기 하는 느낌이라 별로야.”
“세계인이 모두 지켜보는 만큼, 신선하고 충격적인 무대를 하고 싶구나.”
“릴 핌프랑 같이 해도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핌프랑도 사실 벌써 꽤 많이 해서 좀 식상하지?”
“흐음···.”
고민에 빠져 있던 소년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전혀 뜻밖의 거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