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1)
#301
스티비
2024년 하반기를 가장 뜨겁게 달군 아티스트는 칼리 브라운, 그리고 7IN이었다.
이미 연차가 꽤나 쌓인 칼리 브라운과 달리 7IN은 그래미 노미네이트 자체가 처음이었기에, 수많은 기성 아티스트들의 콜라보레이션 제안이 줄을 이었다.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해 온 것은 7IN에게 빌보드 차트 1위 자리를 빼앗긴 칼리 브라운이었다. 자신의 연속 1위 기록을 깨 버린 아티스트인 만큼 7IN에 억하심정을 가질 수도 있었으나, 칼리 브라운은 뒤끝 하나 없는 세상 쿨한 태도로 소년들에게 컨택해 왔다.
“코리안 보이들아, 늙은이한테 1위 자리 빼앗아 간 기분은 어때?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같이 그래미 무대 서 보는 건 어떻게 생각하니? 나도 너희도 다 빌보드 차트 1위 곡이 있으니까, 락 스타일로 신나게 편곡해서 메들리로 조지기만 해도 분위기 끝내줄 것 같은데. 괜찮지 않아?”
칼리 브라운에 이어 그래미 본상에 노미네이트된 여성 힙합 아티스트 코코 툰도 같은 목적으로 7IN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얘네들 무대 사랑함 (Fire) (Fire)] [우리가 같이 그래미 무대 서는 거 찬성하는 사람?] [아마 반대표는 없을 거야. 음알못들은 내가 다 암살해 버렸거든. 가장 영향력 있는 K-POP 아티스트랑 코코 툰의 콜라보레이션, 꽤 멋질 것 같지 않아?] [게다가 난 남자는 관심 없으니까 얘네 팬들도 안심일 테고.] [관심 있다면 언제든 DM Me 🙂 (smile) (smile)]칼리 브라운과 코코 툰 외에도 수많은 컨택이 이어졌다. 단 한 번도 퍼포먼스를 망쳐 본 적 없는 7IN이었기에, 본토의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 역시 7IN과의 무대를 원했다.
“참으로 감사한 일 아니더냐. 우리와 함께 공연하고 싶다는 이들이 이렇게 많으니!”
어떤 팀과 작업을 해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한 팀을 고르자니 선택이 쉽지 않았다.
“허나 제안이 너무 많이 와도 문제로구나.”
“끄흐음, 누구랑 콜라보하는 게 좋을까여—.”
“그러게. 다들 엄청 대단한 사람들이라, 누굴 고르기가 좀 그러네.”
“이거 본의 아니게 우리가 재는 듯한 모양새가 되겠구나···.”
“난 칼리 브라운 형이랑 하고 싶긴 한데, 코코 툰도 엄청 좋아하던 래퍼라서 욕심이 나네.”
“근데 두 팀 다 뭔가 우리가 끌려갈 것 같지 않아여? 색깔 강한 아티스트들이라···.”
“콜라보 무대니까 어느 정도 맞춰 가야겠지. 게다가 우리는 ‘그린이’잖아.”
“그린? Green? 우리 팀 컬러가 언제부터 초록이었어여?”
“나는 찬성이다. 대나무의 푸른 빛깔이 우리의 상징이 된다면—.”
“아니 틈새 대나무 영업 하지 말라고 임마.”
“아니이, Green이 아니고 ‘그린이’. 그래미 초보니까 ‘그린이’···.”
“현수 형아, 설명이 필요한 드립은 실패한 드립인 거 알져?”
“응, 그렇다더라···.”
비슷비슷한 선택지를 두고 소년들이 고민하는 사이, 7IN의 프로듀서 지현수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어라, 홀 누님이네. 안녕하세요?”
– 현수, 너희 곧 그래미 공연 준비해야 하지?
“아, 네. 안 그래도 그 건으로 회의 중이었어요.”
– 너희랑 같이 공연하고 싶다는 분이 계시는데, 한 번 만나 볼래?
“아, 그래미 시상식 공연이요?”
– 응. 미팅 한 번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어어,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 오케이, 곧 그 분 모시고 너희 합주실로 갈게.
전화를 끊으며 지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그래도 후보군이 많은데, 더 헷갈리게 생겼네···.”
은인 같은 스칼렛 홀이 소개해 주는 인맥이니만큼 만나 보긴 하겠지만, 많은 제안으로 이미 머리가 아픈 상황에서 후보가 추가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만나 보자꾸나. 무엇보다 호올 선생님께서 직접 주선하는 만남 아니더냐.”
“그래야지. 우리 엄청 도와주셨잖아.”
“막 홀쌤 회사 신인이라든지, 그런 사람들 꽂으시려는 건 아니겠져?”
“허억, 홀 선생님 그렇게 안 봤는데 설마···.”
“에이, 아니겠지. 일단 만나 보자구.”
바로 다음 날, 스칼렛 홀은 전화로 설명했던 익명의 아티스트와 함께 솔라시스템 사옥을 찾았다.
위이이잉—.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고급 전동 휠체어를 보며, 소년들은 눈앞의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벌리고 있었다.
“아니, 아니··· 잠깐만. 잠깐만여···.”
“뭐지··· 이거 꿈인가? 왜 우리 사무실에 저 분이 들어오시는 건데···.”
“내 어릴 적 영웅이셨다.”
“헉, 혁이 형 어렸을 땐 노래 했었구나···.”
돌처럼 굳어 버린 소년들을 보며, 휠체어를 탄 그 가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반가워요. 여기 스튜디오는 장애인용 시설이 아주 잘 돼 있구만!”
특유의 길쭉한 선글라스를 살짝 만지며 유쾌한 인사를 건넨 그의 이름은 ‘스티비 레이’. 현대 대중음악사를 통틀어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흑인음악의 거장이 7IN을 직접 찾아온 거다.
“같이 그래미 어워즈 공연을 합시다. 그 부탁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
* * *
소년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하겠습니다!”
“할게여!”
“무조건이죠!”
“음!”
“아하핫!”
“···!”
“존명!”
사실 스티비 레이를 잘 모르는 군자였으나, 그의 여유로운 모습만 보고도 어쩐지 알 수 있었다.
이 분은 거장 중의 거장이시다. 함께 무대를 할 기회가 있다면 결코 놓쳐선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스티비 레이가 먼저 소년들의 스튜디오를 찾아 주었다. 그 어떤 아티스트도 이렇게 먼저 7IN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하니, 소년들에게 스티비 레이의 제안을 거절할 명분 따위는 없었다.
“여러분을 보고 싶었습니다.”
“우, 우와, 감사합니다···.”
“진짜 꿈 꾸는 것 같아요.”
“나 역시 꿈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나이에도 젊은 재능을 만나는 것은 흥분되는 일이니까요.”
가벼운 인사를 마친 스티비 레이는 바로 본론을 꺼내들었다. 놀랍게도, 그는 이미 어느 정도의 무대 구상까지 해 놓은 상태였다.
수많은 장치를 이용한 현란한 무대를 제안한 다른 팀들과 달리, 스티비 레이의 제안은 어쿠스틱하며 릴랙스한 구성의 메들리였다. 어찌 보면 단순할 수 있었으나 두 가지의 제안이 이 무대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하나, 스티비 레이가 직접 신디사이저를 연주한다.
스티비 레이의 피아노 연주 실력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었다. 간단한 반주로도 스윙을 만들며 곡에 그루브를 더하는 그의 피아노 실력은 분명 무대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 터였다.
그리고 두 번째, 스티비 레이가 한국어로 노래를 한다.
7IN의 트랙인 [Portrait>, [All Chemi> 두 곡은 물론, 스티비 레이가 들고 온 곡인 [Wonder>와 [We> 두 곡까지 한국어로 번안하여 공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 왔다.
“하, 한국어로 노래를 하신다고요? 스티비 선생님께서!?”
“예. 내가 이 무대를 통해 전달하고픈 메시지는 상호작용, 그를 통한 화합입니다. 여러분의 앨범이 가진 ‘상호작용’이라는 키워드가 나를 사로잡았지요. 게다가 진정한 화합을 보여주기 위해선, 노랫말 역시 두 나라의 언어를 함께 사용해야 합니다.”
소년들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래미 무대에 서기 위해 본인들의 곡을 영어로 바꿔야 할 줄 알았다. 그러나 스티비 레이의 제안은 정반대였다.
흑인음악의 대부나 다름없는 거장이, 한국어로 7IN의 노래를 부르겠다니. 심지어 본인의 히트 넘버까지 한국어로 번안하여 부르겠다니!
“아, 하지만 절반은 영어로 부탁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암기력이 그렇게 좋진 않아서 말입니다.”
“그, 그럼요! 그래야죠!”
“흐헤헤, 그래도 이왕 하시는 거 2절까지 다 한국어로 해 보시는 건···.”
“권태웅 이 미친놈아!”
“오우, Michin-Nom? 그것이 한국의 비속어인가 보군요!”
미팅은 빠르게 끝났으나 내용은 제철 꽃게처럼 가득 차 있었다. 스칼렛 홀과 스티비 레이가 스튜디오를 떠난 뒤, 소년들과 기획팀원들은 한 곳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팀장님, 이거 굳이 저희가 의견 통합 안 해도 되죠?”
“물론입니다. 이건 여러분들이 전부 다 반대해도 제가 강행시킬 겁니다.”
“헉, 상남자.”
“근데 저희도 아무도 반대 안 할 걸여?”
당연합니다. 무조건 합니다.”
“혁이 형 눈 이렇게 초롱초롱한 거 오랜만인데요?”
“응, 너무 하고 싶다.”
“반대했다간 혁이 형 손에 죽을 것 같네···.”
“근데 현재 말마따나,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해요.”
“아하하핫, 당연하지~ 스티비 레이 선생님이잖아~”
결정은 순식간에 내려졌다. 칼리 브라운, 코코 툰 등 제안을 준 모든 아티스트들에겐 아쉬운 말을 해야 했으나, 소년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칼리 브라운이나 코코 툰과는 조만간 협업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래미 어워즈에서 스티비 레이와 함께 공연한다는 것은, 그들의 인생에 다시 없을 이벤트일 것이다.
그렇게 7IN과 스티비 레이의 합동 연습이 시작됐다.
놀랍게도 스티비 레이가 한국에 체류하며 솔라시스템의 연습실을 찾았다. 소년들이 그와 함께 노래하고 싶어 하는 만큼, 그 역시 소년들과의 무대를 열망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덕분에, 서울에서는 종종 ‘스티비 레이를 보았다’는 목격담이 전설처럼 돌기도 했다.
[나 오늘 밤 11시쯤에 스티비 레이 본듯??;;;] [(사진) (사진)] [이 레게머리 선글라스 아저씨 그분 아니심?] [아이 지랄맠ㅋㅋㅋㅋㅋㅋㅋ] [스티비 레이 아저씨가 왜 한국에 있는데] [그냥 닮은 사람이겠지;;] [아니 애초에 이렇게 특이한 헤어스타일에 특이한 선글라스 쓰고 전동휠체어 탄 사람이 몇이나 있겠냐궄ㅋㅋㅋㅋㅋㅋㅋ] [그런사람 또 있을 확률이 스티비레이가 뜬금 한국 올 확률보다 높으니까 지랄자제하셈] [그리고 손에 저거 뭔데? 연양갱 아님?] [스티비 레이가 왜 한국까지 와서 연양갱이나 먹고 있는데? 말이 된다고 생각함?ㅋㅋㅋㅋㅋ] [발견된 [아놔 진짜 존나닮았는데 이상하네ㅠㅠㅠ]허나 오히려 ‘스티비 레이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진 덕분에, 소년들은 큰 소동 없이 연습을 이어나갔다.
한국까지 날아와 준 그의 배려 덕분에 다른 스케쥴 역시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그 동안 다소 소홀했던 국내 예능 프로그램과 대형 유튜브 채널에 패널로 출연했으며, 음악방송 스케쥴과 국내 연말 시상식 무대 연습 역시 착실히 병행했다.
덕분에 팬들은 7IN을 더 자주 볼 수 있어서 즐거웠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래미 본상에 노미네이트된 만큼 시상식 무대를 준비해야 할텐데, 소년들이 지나치게 국내 스케쥴에 집중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나 소년들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차근차근 준비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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