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5)
305화 GRAMMY
7IN의 제이라이브 방송에 갑자기 툭 튀어나온 스티비 레이는,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에서도 많은 화제가 됐다.
모처럼만의 복귀 앨범으로 빌보드 차트 입성은 물론 그래미 어워드 노미네이트까지 된 스티비 레이가 시상식에서 어떤 공연을 선보일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칠순이 넘은 나이에 몸까지 불편한 만큼 시상식 퍼포먼스는 거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적어도 음악에 관한 한 스티비 레이는 타협을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뜬금없이 성사된 7IN – 스티비 레이의 콜라보레이션에, 현지의 반응은 다양하게 엇갈렸다.
[WTF] [7IN + 스티비 레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조합이야] [이건 진짜 그래미 어워드 역사에 남을 콜라보레이션이 될 수 있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두 아티스트가 한 무대에 서게 됐네] [2024년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 : [Wonder>, [Portrait>] [7IN의 보컬은 언제나 과소평가받아 왔어. 댄스 퍼포먼스가 너무 화려하니까 상대적으로 이들이 가진 음색이 덜 주목받는 느낌이야] [스티비 레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이라면 아마 보컬 퍼포먼스 위주가 될 텐데, 이번 기회에 다들 확실하게 알게 되겠네. 7IN의 노래 실력은 정말 최고라고] [7IN의 음악에 어깨를 흔드는 스티비 레이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즐거워져] [이제 나는 누가 상을 받든 상관없음. 이 무대를 볼 수 있게 됐으니까!]긍정적인 반응이 다수였으나, 일각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너무 뜬금없지 않음?] [7IN이 세계적인 그룹이 된 건 누가 뭐라고 해도 화려한 퍼포먼스 덕분이야. 근데 스티비 레이랑 공연하면서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인생 딱 한번 뿐인 그래미 신인상 무대인데, 잘못된 선택을 한 듯] [차라리 칼리 브라운이랑 [Brown Funk> 같은 곡으로 무대를 하는 게 더 나았을 듯. 칼리 브라운은 춤도 기깔나게 추잖아?] [스티비 레이는 너무 늙었어] [난 차라리 스티비 레이의 단독 무대를 보고 싶어. 그 울림 있는 목소리에 다른 잡음이 섞여 들어가는 건 원치 않음] [선택을 이해하지 못하겠는 건 아냐. 어떤 가수가 스티비 레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을 거절할 수 있겠음? 하지만 좋은 선택이라고는 말 못하겠네] [망한 무대 나온다에 내 X알 걸 수 있음]다양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었으나 당사자인 소년들과 스티비 레이는 괘념치 않았다. 아니, 사실 신경 쓸 시간조차 없었다. 미국에 도착하자 마자 토크쇼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릴 핌프와의 설전, 빌보드 차트 입성 등 최근엔 미국 현지 토크 쇼에 출연할 일이 많았던 소년들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스티비 레이는 미국인임에도 최근에는 토크쇼 출연이 전무했다.
꽤나 오랜만에 스튜디오 카메라 앞에 서는 스티비 레이였으나, 빨간 불이 켜지자 마자 여유롭고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MC를 포함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했던 것은 이 콜라보레이션의 기원이었다. 대체 어떻게 두 팀이 만나게 된 것인지, 스티비 레이는 간간이 유머를 섞어 가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대단한 서사는 없었습니다. 그냥 내가 먼저 연락했어요. 같이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 무대를 꾸며 보자고 말입니다.”
“오오?.”
“사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기 전에도 난 이미 이 소년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래된 음악인이지만, 옛날 노래만 듣다 보면 머리가 굳고 듣는 귀가 닫혀 버리죠. 그래서 억지로라도 요즘 음악을 듣는 편인데, 7IN의 노래는 일부러 들으려 하지 않아도 그냥 저절로 귀에 감겨 오더군요. 가끔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좋은 노래도 있었죠.”
“하하핫, 레이 씨가 눈을 번쩍 뜰 정도라고 하면 뭐라고 받아쳐야 할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사회자 생각도 좀 해 주세요.”
“그래요, 내가 눈을 뜬다면 그건 기적일 테죠. 그러니까 기적적으로 좋은 노래였다는 겁니다.”
전설적인 아티스트가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동안, 일곱 소년들은 바른 자세로 앉아 그의 대화를 경청했다. 이렇게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같은 카메라 앞에 앉아 있지만, 사실 스티비 레이와 만나게 된 것이 꿈만 같은 소년들이었다.
스티비 레이에 대해 잘 몰랐던 군자도 그의 음악을 찾아 들어보곤 경탄을 금치 못했다. 언어나 장르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솔라시스템 연습실에서 함께 합주하며 그 감동은 확신이 됐다.
이 분, 스티비 레이 선생님은 지금까지 군자가 만났던 그 어떤 예술가보다도 높은 성취를 이루어 내신 분이다.
처음이자 마지막 그래미 신인상 무대를, 이런 거물급 아티스트와 꾸밀 수 있다는 것은 군자와 소년들에겐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소년들이 이러한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먼저 연락을 준 스티비 레이에게도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그렇기에 군자 역시 스티비 레이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스티비, 최근에는 쭉 한국에 계셨다는 루머가 있던데 사실인가요?”
“예, 두 달 정도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래미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서였지만, 굉장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들이기도 했지요.”
“오, 예를 들면 어떤?”
진행자의 질문에 스티비 레이는 대뜸 구성진 한국 민요와 트로트를 불러제끼기 시작했다.
“Uh Money Rule, Uh Money LA Broo-Gee Motown Go···.”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정확한 ‘어머니’와 ‘효심’ 발음에 군자는 감격을 금치 못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 발음이지.
스티비 레이의 퐁듀 같이 진한 소울은 한(恨)이 서린 한국 민요와 트로트를 소화하기에 최적이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네임드 흑인 홍길동에, 방송을 지켜보던 한국 커뮤니티도 들끓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아뭔뎈ㅋㅋㅋㅋㅋㅋ] [레이옵 의문의 흑인홍길동행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저런걸 가르쳤냐고 군잨ㅋㅋㅋㅋㅋㅋㅋ] [이와중에 흐뭇하게 어깨 덩실거리고 있는거봨ㅋㅋㅋㅋ진짜 개킹받음] [이게 진짜광기임] [리얼 인정인겤ㅋㅋㅋㅋ레이옵이랑 콜라보하게 됐으면 다들 굽신굽신만 하고 있지 누가 저딴거 가르칠 생각이나 했겠냐곸ㅋㅋㅋㅋ] [그와중에 오픈마인드로 민요 배워버린 레이옵도 너무 귀여운것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제 스티비 레이 옹은 그냥 다같이 레이옵이라고 하기로 한거임??ㅋㅋㅋㅋㅋㅋ 뭔 아이돌이냐곸ㅋㅋㅋㅋㅋㅋ] [근데 자꾸 보니까 카와이한것같지않음?] [ㅋㅋㅋㅋ이러다 정들겠다곸ㅋㅋㅋㅋㅋㅋ] [MC양반 입벌어진거봨ㅋㅋㅋㅋㅋㅋㅋ]두 번의 토크쇼 출연 덕에, 7IN – 스티비 레이의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더욱 높이 치솟았다. 함께 그래미 어워드 공연을 준비하는 다른 아티스트들 역시 두 팀의 콜라보레이션을 기대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대 속에서, 소년들과 스티비 레이는 필라델피아 인근 스티비 레이의 합주실에서 부지런히 최종 연습을 준비했다.
그래미 어워드 참석을 위해 미국에 왔다. 어쩌면 생애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다는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종종 그러한 욕심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지만, 음악에 집중하다 보면 이내 모든 잡념이 날아가고 마음이 평온해지곤 했다.
스티비 레이의 피아노 반주는 언제나 가장 좋은 진정제가 되어 주었다. 그 위에 일곱 소년들이 목소리를 섞다 보면, 다른 모든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곤 했다.
좋은 기회를 얻었으니, 멋진 공연을 하는 거다.
군자를 비롯한 소년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그 생각 뿐이었다.
* * *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2월이 됐다. 시상식 당일, 커다란 밴의 문이 열리자 마자 목성의 번개 같은 플래쉬 세례가 소년들을 덮쳤다.
찰칵, 찰칵?.
“7IN?!!”
“여기 좀 봐 주세요!”
“활짝 웃어 줄 수 있을까요?!!”
수많은 스타들이 참여한 시상식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7IN만큼 많은 주목을 받은 팀은 없었다. 밴에서 내려 레드카펫을 밟자 마자, 소년들은 지구의 주인공이 된 듯 했다.
어느 정도 드레스코드가 정해진 시상식인 만큼, 오늘은 소년들도 깔끔한 턱시도를 착용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타이와 소매 끝의 자수, 커프스링크, 악세사리 등으로 한국풍을 가미한 모습이었다.
되도록이면 모든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쉴 새 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가 시야의 칠할 이상을 앗아가 버렸다. 멀리서부터 비명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벌써부터 팬들이 꽤나 많이 몰려든 듯 했다.
그 분들을 만나 뵈어야 할 터인데.
마음이 달아올랐으나 뜻대로 할 수 없는 군자였다. 오늘만큼은 모든 일정과 동선이 초 단위로 짜여져 있었으니까.
정해진 동선을 걸으며 소년들은 연신 큰 호흡을 반복했다.
“후읍, 후으읍?.”
“흐아, 이거 엄청 갑갑하긴 하네여.”
“아하핫, 숨이 잘 안 쉬어져~”
“그러게 말이다. 서구의 예복은 가슴팍을 참으로 답답하게 하는구나.”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불편감과 달리, 그래미 라이브를 지켜보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최애 아이돌의 섹시한 턱시도 차림이라니. 돈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비행기 표를 끊어서 저 은혜로운 풍경을 직관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와중에 악세사리로 7IN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 것도 팬들의 눈에는 그저 예쁘게만 보였다. 아마 퍼포먼스를 펼칠 때엔 그 아이덴티티가 훨씬 더 강조된 의상을 입을 터였다.
과연 7IN은 신인상을 받을 수 있을까.
스티비 레이와 함께하는 퍼포먼스는 또 얼마나 감동적일까.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는 동안, 소년들은 시상식이 열리는 연회장 안으로 들어가며 수많은 셀럽들과 인사를 나눴다.
“야, 오랜만이다! 아닌가? 얼마 전에 봤나?”
“Wow, SSI-BBA Brother?!!”
“헐, 나 깐 애들이네? 안뇽?”
이제는 그냥 동네 친구 같은 릴 핌프, 가디언즈의 보컬 채드 라이언, SNS상으로만 만났지만 어쩐지 구면 같은 여성 래퍼 코코 툰.
“아, 너네가 7IN이구나?”
“진짜 진짜 만나고 싶었어! 너무 팬이라구.”
“울 엄마가 너네랑 결혼하고 싶다더라. 걱정하지 마, 내 선에서 커트했으니까.”
“얘들아! 결혼해 줘! 내가 사는 주에선 남자끼리 결혼해도 합법이란다!”
그 밖에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으나 어쩐지 7IN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수많은 아티스트들까지, 무수한 악수와 포옹의 요청이 쏟아졌다.
덕분에 소년들이 자리를 찾는 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자리에 앉고 난 다음에도 수많은 이들이 찾아와 대화를 나누고, 포옹을 하고, 연락처를 교환하며, 서로 SNS를 팔로우했다. 군자와 소년들에겐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순간들이었다.
“···으억···.”
“어째 춤 추고 노래하는 게 젤 쉽네여···.”
“현재 넌 잘 어울리던데 뭐.”
“나도 노력한 거였어여. 미국 인싸들 너무 기 쎔여.”
“푸하학, 너도 기에서 밀릴 때가 있구나.”
“그냥 빨리 공연이나 하고 싶다.”
“그러게 말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