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7)
307화 발표의 시간
[All Chemi>가 시작되자 무대의 두 번째 막이 열렸다. 숨겨져 있던 공간에는 수많은 악기로 구성된 빅 밴드 오케스트라가 숨어 있었다.서양의 오케스트라와 한국의 국악단으로 구성된 빅 밴드에서, [All Chemi>의 초반 멜로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태평소와 바이올린이었다.
BPM이 올라가고 곡의 분위기가 바뀌자 시상식장의 공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소년들의 노래를 듣던 사람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2-4 리듬에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에 화답하듯, 스티비 레이와 소년들도 새로운 대형을 만들어 나갔다. 전동 휠체어에 앉은 스티비 레이를 중심으로 소년들은 시그니쳐와도 같은 V자 대형을 이루었다. 후렴으로 시작되는 편곡에 맞추어, 여덟 멤버들의 몸이 박자에 맞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휠체어에 앉은 스티비 레이도 함께하는 퍼포먼스였기에 기껏해야 율동 수준의 안무를 예상한 관객들이었다. 실제로도 스티비 레이와 소년들은 귀엽게 팔다리를 움직이며 모두를 저항 없이 웃게 만들었다.
“와하하핫?.”
“아니, 레이 아저씨 너무 귀여운 거 아냐?”
시상식 곳곳에서 행복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스티비 레이와 함께 이 정도의 안무를 준비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를 웃게 하기엔 충분했다. 그러나 여덟 멤버들이 준비한 댄스 퍼포먼스는 이제 시작이었다.
빅 밴드의 연주가 심화되며 소년들과 스티비 레이 사이의 간격이 좁아졌다. 대형이 촘촘해지자 멤버들의 팔도 맞닿을 듯 가까운 거리에 위치했다. 이번에도 타악의 리듬에 맞춰, 열여섯 개의 팔이 완벽하게 같은 타이밍에 같은 각도로 움직이며 기하학적인 모형을 그려 나갔다. 오직 상체와 팔만으로도 가능한 안무, ‘텃팅’의 시작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기계처럼 맞아 떨어지는 텃팅은 그 동안의 연습량을 가늠케 했다. 스티비 레이와 소년들은 단순히 콜라보레이션한다는 데에만 의미를 둘 생각이 없었다.
그래미 어워드를 잘근잘근 씹어먹는 최고의 무대를 만든다.
이미 칠순이 넘은 스티비 레이였지만, 그 열정은 20대 초반의 소년들과 비교해 보아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거야;;;] [저거 텃팅아님? 울 애들이 몇번 한적 있자나] [ㅁㅈㅁㅈ 다이너스티에서도 했었음] [아니근데그걸무슨저할아버지랑하고있냐곸ㅋㅋㅋㅋㅋ] [와 다들 왜케잘하는데] [진짜 진심모드로 연습했나봄ㅠㅠㅠㅠ] [어,, 진심 개멋진데ㅋㅋㅋㅋ나 뭔가 옛날 가수들한테는 관심 없었는데 이렇게 찐으로 콜라보하는거 보니까 먼가 리스펙하게된다ㅠㅠ] [그니깐,, 울 애들 새삼 너무 대단하지않음?] [내말잌ㅋㅋㅋㅋ대체 어떻게 연습시킨건데] [레이옵 손끝 앙큼한거보라곸ㅋㅋㅋㅋ] [미쳣다진짜.. 미치긴했다]현장의 반응도 뜨겁긴 마찬가지였다. 그 누구도 스티비 레이와 소년들이 이런 식으로 콜라보레이션 무대를 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칼리 브라운은 이마를 짚으며 헛웃음만 짓고 있었다.
“아니··· 뭔··· 하하, 이러면 납득할 수밖에 없지···.”
무대를 보고 나서야 소년들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했음을 이해한 칼리 브라운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성의 있는 무대를 준비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마찬가지로 7IN에게 콜라보를 제의했던 코코 툰은, 아까부터 스마트폰을 켜고 소년들의 무대를 촬영하기에 정신이 없었다.
같은 아티스트들마저 이 콜라보레이션에 열띤 감탄과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었다. 그 한가운데서, 스티비 레이와 소년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텃팅 안무를 소화해 냈다. 마치 꽃이 피어나듯 열 여섯 개의 팔이 일제히 팔방으로 뻗어 나가자, 무대 중앙에 있던 커다란 나무 오브제에서도 꽃이 화려하게 개화했다. 무대를 지켜보던 모두의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아름다운 연출이었다.
텃팅 파트를 마친 이들의 팔은 서로 맞닿아 있었다. 모든 게 정신없이 돌아가는 무대 위였으나 이들은 느낄 수 있었다.
실수는 없었으며 공연은 완벽했다. 모니터 스피커를 뚫고 들어오는 환호성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맞닿아 있는 손끝에서 불안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흥분으로 인한 잔잔한 떨림만이 느껴질 뿐.
무대 중앙, 스티비 레이의 오른쪽에 선 군자도 오롯이 무대를 즐기고 있었다. 수많은 연습으로 인해 몸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빅 밴드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다시 한번 변주되며, 이번엔 스티비 레이도 그 사이로 들어가 더블 신디사이저 앞에 앉았다. 이제는 군자와 소년들이 준비한 퍼포먼스를 펼칠 차례였다.
가벼운 스텝과 함께 소년들의 발끝에서 경쾌한 타격음이 났다. 소년들이 처음 선보이는 탭댄스 퍼포먼스였다.
한층 올라간 BPM에 관객들의 박수 소리도 더 빨라졌다. 어느새 빅 밴드의 연주도 조금씩 잦아들고, 무대에는 소년들의 발에서 나는 탭 소리와 관객들의 박수 소리만이 남았다.
타다다닷, 타닷?.
처음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안무 퀄리티였으나 하이라이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양의 문화인 탭댄스로 시작된 퍼포먼스 파트는, 곧 가장 한국적인 모습으로 변형되어 나갔다.
무대 아래에 숨겨져 있던 일곱 개의 밧줄이 소년들의 발 아래를 받치며 떠올랐다. 동시에, 잦아들었던 빅 밴드의 연주가 다시 한번 멜로디를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탭 슈즈를 벗은 소년들은 일곱 개의 밧줄 위에 발을 올리고 아슬아슬하게 중심을 잡았다.
밧줄타기는 언제나 군자만의 전유물이었으나 이번엔 일곱 소년들이 그 무대를 함께했다. 물론 군자만큼 밧줄 위에서 자유롭게 운신할 수는 없었지만, 뛰어난 운동신경 덕에 짧은 연습기간으로도 소년들은 밧줄 위에서 멋진 퍼포먼스를 펼쳐 보일 수 있게 되었다.
투우웅?.
밧줄의 탄력을 이용하여 소년들이 허공에 몸을 띄울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경탄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길고 긴 그래미 어워드의 역사 속에서도, 밧줄에 몸을 맡긴 채 허공을 활보하는 공연 같은 것은 없었다.
투우우우우웅?.
동시에 하늘 위로 떠오른 소년들은, 중력에서 자유로워진 팔다리로 합을 맞춰 나갔다. 얼핏 제멋대로 몸을 날리는 것 같았지만 허공에서도 소년들은 마치 하나의 뇌로 연결된 듯 같은 동작을 취했다.
그 가운데서 군자는 더욱 특별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었다.
모두 밧줄타기를 익혔다지만, 어려서부터 저잣거리 공연으로 고인물이 된 군자의 밧줄타기는 거의 기예에 가까운 것이었다. 칼리 브라운을 비롯한 아티스트들은 이제 감탄사도 못 내뱉겠다는 듯, 그저 떡 벌어진 입으로 군자와 소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저게 무슨···.”
허나 군자에게는 편안한 곡예였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 세상 가장 낯선 자리일진대 군자는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안락함을 느끼고 있었다.
밧줄 위야말로 군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일 테다. 하물며 지금은 세상 가장 가까운 친구들까지 함께 있다. 회전으로 인해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와중에도 군자의 마음은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그렇게 놀라운 기술을 선보이면서, 군자는 심지어 핸드마이크를 잡고 노래까지 불렀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가사를 읊다가, 밧줄 위에 사뿐 올라선 순간엔 짤막한 연기까지 선보였다. 일취월장한 군자의 표정연기와 자연스러운 몸짓에 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군자 저 저 저 끼부리는거봐ㅠㅠㅠㅠ] [진짜 데뷔때 표정뚝딱 거리던거 아직도 생각난다구] [그땐 진짜 진지 처연 원툴이었는데 이제 끼쟁이 다돼버렸죠?] [웹드에서 연기했던것도 생각난닼ㅋㅋㅋㅋㅋ] [앜ㅋㅋㅋ그거 내 길티플레져임 진짜] [하아ㅏㅏ 그랬던 애가 지금 그래미에서 밧줄을 타고 있다고ㅠㅠㅠ] [이게 성장서사지] [봐도봐도 믿겨지지가 않아ㅠㅠㅠ진짜 내가 머 하지도 않았는데 보상받는 기분이야] [드뎌 우리 애들 멋진거 세상사람들이 다 알게 됐네] [그냥 감동이다 진짜,, 난 이걸 몇번이나 더 돌려보게 될까ㅠㅠㅠㅠ]보컬 위주의 부드러운 편곡으로 구성된 [Portrait>와 달리, [All Chemi>는 볼거리로 가득 채운 현란한 무대였다. 스티비 레이와의 텃팅, 소년들의 탭댄스, 마지막엔 밧줄타기까지 선보이며 소년들은 말 그대로 그래미 무대를 씹어먹고 있었다.
화려한 만큼 위험성이 있는 퍼포먼스였으나 소년들은 실수 하나 없이 무대를 완성시켜 나갔다. 밧줄타기 파트의 절정은 [All Chemi> 2절 후렴에 맞춘 쥐불놀이 안무였다. 밧줄타기에 쥐불놀이까지 결합된 퍼포먼스를 목도하자,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도 경탄의 기립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
그렇게 밧줄 위에서 내려온 소년들은 행복한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찰나의 마주침이었으나 서로의 의중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우리가 이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어.
그러나 놀라게 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제 화려하게 벌려 놓은 이 무대를 정리할 시간이었다.
[All Chemi>의 2절 후렴이 잦아들자, 곡은 자연스럽게 스티비 레이의 2024년 정규 앨범 타이틀곡 [Wonder>로 변주되어 나갔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들어온 것은, 빅 밴드 뒤에 자리잡은 수십 명의 소년, 소녀 콰이어(합창단)였다.다시 한번 피아노 앞에 앉은 스티비 레이와 소년들은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호흡을 맞춰 나갔다. 격한 밧줄타기로 숨결은 거칠어져 있었으나, 누구 하나 음이탈이나 플랫을 만들지 않았다. 그 소리의 덩어리 가운데서 피아노를 치는 스티비 레이는 그 어떤 때보다 행복한 모습이었다.
Wonder, I Wonder?.
다양한 볼거리와 구성을 갖춘 꽤나 긴 공연이었다. 소년들과 스티비 레이는 그들에게 주어진 15분이라는 시간을 꽉 채워서 사용했다. 그러나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마치 한 곡이 지나간 것처럼 공연이 짧게 느껴졌다.
끝을 직감한 모든 이들은, 소리가 주는 감동에 젖음과 동시에 이 공연이 끝나감을 아쉬워해야 했다. 소년들과 스티비 레이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실로 완벽한 협업이었다. 그러나 또 언제 이렇게 멋지고 대단한 선생님과 함께 공연을 할 수 있을까.
감정은 복잡했으나 군자와 소년들은 최대한 그것들을 억누르며 마지막까지 목청을 높였다. 아름답게 모인 목소리가 동시에 멎으며 공연의 끝을 알린 순간, 그래미 시상식장은 마치 7IN과 스티비 레이의 콘서트장이라도 된 듯 기립박수와 환호성 소리로 가득찼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완벽하게 무대를 끝냈다는 벅찬 감정, 함께 멋진 무대를 만들어 준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 이제 스티비 레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이 끝났다는 아쉬움, 수많은 감정이 해일처럼 밀려들어왔다. 그 감정의 파도 앞에서 소년들은 그저 부둥켜 안은 채 서로를 격려할 뿐이었다.
이제는 그래미 어워드 본상의 주인공을 발표할 시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