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08)
308화 애프터 파티
무대에서 내려온 뒤로는 모든 것이 급류처럼 흘러갔다.
무대 연습이야 수백, 수천 번도 더 했기에 공연은 숨 쉬는 것처럼 편안했다. 백스테이지로 내려온 뒤에야, 소년들은 그들이 방금 지구에서 가장 대단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불렀음을 자각했다.
“세상에, 우리 방금 그래미에서 노래 한 거예여!?”
“그렇다더라··· 어이가 없어서··· 스티비 레이 형님이 내 편곡에 노래를 부르셨다고···.”
“미쳤어··· 뭐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난 아육시 떨어지면 체대 입시 준비하려고 했다고!”
“아하하핫, 웅이는 체대생도 어울리긴 해~”
“잘 해내 주었다, 모두들 밧줄 위에서도 자유롭게 운신하는 것이 참으로 훌륭하더구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민속촌 공연도 한 번···.”
“···저, 저는 어, 엄청 무서웠어요···.”
“후아, 후아아, 진짜 흥분이 식지를 않넹!”
“형드으을?.”
“뭐야, 양정무!?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백스테이지 리포터로 왔지. 무대 너무 너무 너무 멋졌어요! 역시 우리 형들이야.”
“어우, 정신 하나도 없네 진짜.”
군자와 소년들은 수많은 아티스트들과 눈인사를 하며 다시 귀빈석으로 향했다.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소년들은 그들의 눈빛 속에서 경탄과 존중을 읽을 수 있었다.
“···참으로 뿌듯하구나.”
그래미 어워드 무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솔직히 잘 알지 못하는 군자였다. 그러나 세계 제일의 소리꾼들에게 기립박수를 받는다는 것은 꽤나 어깨 으쓱해지는 일이었다.
우리의 팬 분들도 분명 이 방송을 보고 계시겠지.
팬들의 반응이 벌써 궁금해지는 군자였다. 처음에는 그 과한 주접과 호들갑이 영 쑥스러웠으나, 어느새 군자도 그 반응에 중독되어 버린 듯 했다.
남은 시상식 순서는 순식간에 흘러갔다. 장르별 [올해의 음악> 시상이 끝난 뒤, 본상 첫 번째 순서인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상>의 발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군자와 소년들이 노미네이트된 부문이었다.
수상에 대해선 별 기대감이 없었으나, 막상 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긴장이 된다는 듯 소년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상 탈 수 있을까여?”
“모르지, 후우?.”
[뮤직 유니버스> 시상식이야 7IN의 대상이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었으니 큰 긴장감은 없었다. 그러나 그래미 어워드에서 본상을 탄다는 것은 아티스트의 커리어에 방점을 찍었다고 해도 될 만큼 커다란 일이었기에, 수상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잘은 모르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상이라고들 하지 않았더냐.”
“아하핫, 나는 그래미 공연 한 것만으로도 만족해~”
“그래여, 우리 마음을 비웁시당!”
“비운 거 맞아? 다리 왜 그렇게 호달달 떠는데?”
“몰라여, 비우는 중이라 그래여···.”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소년들은 애써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스티비 레이를 비롯하여 시상식장을 메운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이미 소년들이 앉은 테이블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7IN의 퍼포먼스를 직접 목도한 아티스트들은 이미 통감했다. 다른 후보들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 정도로 노래하고 춤추는 이들이 상을 타지 못한다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말쑥한 수트를 빼 입은 시상자, 컨트리 가수 윌리엄 그레이브스가 마이크 앞에서 좌중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10년 전, 저 역시 이곳에서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이 멋진 자리에서 사랑스러운 신인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큐카드를 흘끗 내려다 본 윌리엄 그레이브스의 입꼬리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제가 이 상을 탔던 그 해처럼, 정말 멋진 아티스트가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되었네요.”
순간 윌리엄 그레이브스와 군자의 시선이 마주쳤고.
“7IN, 축하합니다?!!”
마침내 수상자의 이름이 불린 순간, 장내의 모두는 예상했던 결과라는 듯 다시 한번 기립하여 박수를 보내 주었다.
“어어어?”
“으어··· 어어!?”
어안이 벙벙한 소년들을 향해 무수한 꽃다발 세례가 날아들었다. 안면도 없는 수많은 이들과 포옹을 하고 세계 각국의 언어로 축하 인사를 받았으나 여전히 실감이 나진 않았다.
얼떨떨한 와중에 수상 소감을 위한 마이크가 소년들에게 돌아왔다. 미리 준비한 멘트가 있긴 했지만 정말 상을 탈 것이라 예상하진 못했기에, 외워 두었던 멘트들은 이미 새하얗게 날아가 버린 뒤였다. 결국 소년들은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감사 인사를 전달해야 했다.
소감은 [뮤직 유니버스> 대상을 탔던 순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년들은 시종일관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았으며, 함께 걸어 온 수많은 이들에게 꼬박꼬박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물론 그 와중에 태웅은 어벤져스 이야기를 꺼내며 뇌절을 할 뻔 하기도 했지만, 시상식장을 메운 사람들에겐 그마저도 귀여워 보이는 듯 했다.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7IN입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박수 갈채를 받으며 단상을 내려온 뒤, 소년들은 오랫동안 서로를 끌어안은 채 천천히 여운을 가라앉혔다. 들뜬 분위기 때문인지, 쿵쾅거리는 심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대체 우리 인생에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냐···.”
“우리가 그래미 본상을 탔어여··· 세상에, 그래미 수상자라구여 우리···.”
그나마 차분했던 군자가 길다란 팔로 동료들의 등허리를 토닥여 주었다. 그러나 군자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였다.
아름다운 밤이구나. 그러나 더불어 참으로 정신이 없는 밤이로다.
남은 본상 시상식도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갔다. 칼리 브라운, 코코 툰, 그리고 스티비 레이는 각각 자신이 노미네이트된 그래미 어워드 본상을 거머쥐었다. 모두 7IN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희망했던 아티스트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칼리 브라운은 수상소감을 통해 7IN을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올해는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한 해였어요. 딱 하나, 7IN과의 콜라보를 할 수 없었다는 것만 빼면요. 나 까고 또 릴 핌프랑 노는 거였으면 정말 화를 내고 싶었는데, 상대가 레이 아저씨라서 어쩔 수 없이 납득했지만요! 꼬맹이들아, 연락하고 지내자. 언젠간 꼭 같이 멋진 무대를 만들어 보자고.”
소년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칼리 브라운 뿐만이 아니었다. 시상식이 끝난 뒤엔 수많은 제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미 음악계의 거물들과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이 소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하나, 자신들의 그래미 애프터 파티에 소년들을 초대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랑 놀다 가자, 완전 재미있을 걸?”
“밤새 샴페인을 퍼부을 수 있다고.”
“같이 멋진 비즈니스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야, 설마 이것도 거절하는 건 아니지!? 한 번 거절도 태어나서 처음인데, 두 번은 진짜?.”
그러나 소년들은 그 어떤 제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고귀한 트로피를 품에 안고, 소년들은 곧바로 호텔로 돌아가는 밴에 몸을 실었다. 밴 안에는 이제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용중 실장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야아아, 축하한다?!! 내 새끼들, 너네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흐흐, 감사해요 실장님.”
“덕분에 나도 보너스 엄청 받게 생겼다고! 푸하하학?.”
“으이구, 좋으시겠어여!”
“그나저나 파티는 안 가게? 다들 부르는 것 같드만.”
“어후, 피곤해요. 그냥 숙소 가서 쉬려구요.”
이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가 되었으나, 화려한 파티와 밤 문화는 여전히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
푹신한 침대에 고단한 몸을 털썩 눕혔지만 이상하게도 잠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우리가 그래미를 땄어···.”
“진짜 이게 뭔 일이냐고···.”
“후우, 엄빠 보고 싶다···.”
“그러게 말이다. 나도 부모님이 보고 싶구나.”
“군자 넌 어제도 영통하는 것 같드만.”
“영상과 실물이 어찌 같을 수 있단 말이더냐. 게다가 난 지금 보고 싶단 말이다, 지금.”
“그럼 지금 영통 할까.”
“어허, 이 시간이라면 분명 일을 하고 계실 터인데 어찌···.”
그 순간, 호텔 문이 벌컥 열리며 별안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군자야?.”
“유찬 오빠아!”
그 목소리를 듣자 마자, 침대에 엎어져 있던 소년들은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만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어, 어머니! 아버지!”
일곱 소년들의 가족이, 그리운 집밥을 양 손 가득 싸 들고 소년들 앞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더할 나위 없이 자상하고 인자한 표정의 서은우 팀장이 소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러분, 지금부터 우리만의 애프터 파티를 열어 볼까 하는데 말입니다.”
“!”
“물론 다른 손님은 없습니다. 조촐한 파티가 될 테니까요.”
“너무 좋아요?!!”
* * *
가족들을 만나자 마자 소년들의 피로는 씻은 듯이 날아가 버렸다.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돌로서 성공 가도를 걸을수록 가족과는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특히나 바빴던 2024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는, 효심 지극한 군자마저도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렇기에 미국에서의 재회는 더욱 특별했다. 그리웠던 음식과 어머니 아버지 손맛은 차치하고서라도 그냥 이렇게 마주보며 대화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그지없었다.
“바쁘고 고단하실텐데, 어찌 여기까지 와 주시고···.”
“어이고, 우리가 너만큼 힘들겠니.”
“어머니, 아버지···.”
“너무 고생했어. 내 아들,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워.”
“!”
부모님의 ‘자랑스럽다’는 말은 언제나 군자를 웃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이보다 뿌듯한 말이 있을까. 몇 시간 전에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을 탄 군자였으나, 그에게는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것이 더욱 보람찬 일이었다.
피곤한 와중에도 군자와 소년들은 부모님과의 시간을 만끽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현재가 손뼉을 짝 하고 쳤다.
“맞다, 라방 킬까여?”
“라방? 지금?”
“넹. 팬 분들도 같이 놀면 좋으니깐여.”
“부모님들 라방 출연이 괜찮으실지.”
인혁은 걱정하는 눈치였으나, 정작 부모님들은 오히려 신이 난 것 같았다.
“우왕, 우리도 같이 나오는 거야!? 좋아 좋아!”
“앗싸, 오늘 화장 잘 먹었는데.”
세상 가장 인기있는 아이돌의 부모답게, 소년들의 부모님은 모두 관종의 기운을 간직하고 계셨다.
“아하하핫, 다들 못말린다니깐~”
“오예, 그럼 라방 키겠습니당!”
그래미 어워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커뮤니티를 배회하던 팬들은, 라이브 방송이 켜졌다는 소식을 듣고 일제히 채널에 집결했다. 순식간에 백만 단위의 팬들이 라이브 채널을 가득 메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