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12)
312화 내 손을 잡아
300년 전의 유군자를 구한다. 하나의 목표 아래에 소년들은 빠르게 의지를 모았다.
“괜찮겠느냐? 위험한 여정이 될 터···.”
“으이구, 그렇다고 뒤주에 갇힌 널 그냥 두고 갈 수 있겠니?”
“오히려 잘 된 거 아냐?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된 거잖아.”
“···여, 여기 있는 군자 형도··· 군자 형이잖아요···.”
“아하하핫, 게다가 사고 좀 쳐도 어차피 하루 후에 귀환하는 거 아니냐구~”
숙부 유형원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 알았기에 군자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동료들의 의지는 벌써 꽤나 완고해 보였다.
“군자를 구하러 가자.”
“좋았어!”
그러나 소년들에겐 아직도 관문이 꽤나 많이 남아 있었다. 당장 이 옥에서 빠져나가는 것부터가 문제였으며, 관아에서 문원 유씨 생가까지 가는 길도 문제일 테다.
“군자야, 여기서 너네 집까진 얼마나 걸리냐?”
“대략 십리(3.8 ~ 4km) 정도 될 것이다.”
“아이, 미터법 좀 쓰라고 진짜.”
“한달음에 달려가면 일다경(一茶頃)이면 도착할 테다.”
“얘가 고향 땅 밟더니 언어습관까지 회귀해 버렸네.”
“무튼, 그렇게 멀지 않다는 거잖아여. 맞져? 그럼 갑시다!”
“아하하핫, 하지만 여긴 감옥인걸~”
시우의 말이 맞았다. 해괴한 동물 잠옷을 입은 채, 소년들은 나무 감옥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인혁과 태웅은 벌써 답을 찾은 듯 했다.
아까부터 자리에서 일어나 감옥 이곳저곳을 살피던 인혁과 태웅은, 구석진 나무 창살 하나를 잡고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형, 여기가 괜찮을 것 같죠?”
“음.”
“오잉? 형아들 지금 뭐 하는?.”
현재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인혁과 태웅의 커다란 몸이 투웅 하며 나무창살을 향해 돌진했다.
콰자작?!!
두 육중한 근육덩어리가 부딪히는 순간, 썩은 나무창살은 산산조각이 나며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 주었다. 삼지창을 든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간수마저 퍼뜩 일어나게 만들 만큼 커다란 파열음이었다.
“미, 미친, 이걸 이렇게 연다고여?!?”
“몰라 몰라, 열었음 된 거 아냐!”
“뛰어?!!”
“잡아라아아?.”
인혁 – 태웅, 일명 ‘근육즈’가 선택한 방식은 단순했다.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육탄으로 부숴 버린다. 물론 강철로 만든 장벽까지 박살낼 순 없었겠지만, 다행히 관아의 감옥과 사립문은 대부분 목재로 이루어져 있었다.
콰직, 콰지직?.
190cm에 달하는 인혁의 발길질이 모든 목재를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데드리프트로 200kg 이상을 들어올리는 태웅은 나무 수레를 번쩍 들어 퇴로에 집어던져 버렸다.
“끄어억?.”
“이, 이 놈들이?!!”
실로 무식하고도 호쾌한 탈옥작전의 시작이었다.
“이쪽이다?!!”
동물잠옷 집단의 선두엔 군자가 서 있었다. 전력질주로 문원 유씨 생가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에도, 지략가 현재는 기지를 발휘했다.
“허억, 허억, 여기 이 거적때기 다들 둘러여!”
“갑자기 이건 왜?”
“누가 누군지 모르게 해야지! 교란작전을 펴자구여?!!”
“오오, 똑똑해!”
마침 길가엔 말 두 필이 서 있었다. 군자에게 승마를 배운 현재, 원래부터 말을 탈 줄 알았던 시우가 지체 없이 그 말 위에 올라타며 고삐를 잡았다.
“기마대는 우리가 유인할게여! 군자 형은 집으로 가여?!!”
“아하하핫, 내가 조선 말을 타다니~”
“고맙다, 현재야! 시우야!”
“이랴, 이랴아?!!”
현재의 전술대로 기마 추격대는 현재와 시우를 따라 갈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위협은 존재했다. 남은 소년들은 다섯이었으나 그들을 추격하는 병졸은 족히 스물은 되어 보였으니까.
“잡아랏?!!”
그 천라지망을 뚫기 위해, 이번엔 군자가 새로운 경로를 설정했다. 군자는 물론 이제 소년들에게도 꽤나 익숙한 공간, 기와지붕 상단이었다.
“담벼락을 타고, 지붕 위로 달리자꾸나!”
기와지붕 위는 좁고 위태로웠으나 소년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더 좁고 위태로운 밧줄 위에서도 자유롭게 운신했던 소년들이었다. 수많은 연습과 실전 경험은 그들을 어엿한 저잣거리 공연단으로 만들어 주었다.
“저, 저 놈들이?!!”
“따라가라! 아래에서 잡으란 말이다?!!”
그런 재간이 없는 병졸들이 바닥에서 허우적대는 사이 삼 리(1.2km) 가량을 더 전진한 소년들이었다. 그러나 기와의 길이 영원히 이어질 수는 없었다.
다시금 바닥으로 풀썩 내려앉은 소년들의 앞에 병졸들이 횡대했다. 이미 대다수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으나, 두 눈만큼은 소년들을 잡겠다는 의지로 형형히 빛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웬 놈들이, 이렇게 뜀박질을 잘 한다더냐.”
그나마 다행인 것은, 먼 길을 달려오느라 손에 든 무기마저 내팽개친 채였다는 것. 그 예닐곱의 병졸들을 향해, 인혁과 태웅이 다시 한번 가슴을 펴며 나섰다.
“우리가 어떻게든 막아 볼게.”
“빨리 가라.”
“크으, 내가 이런 뽕 차는 대사를 하다니!”
비록 상대의 머릿수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영양 상태나 평균 신장이 좋지 못한 조선에서 인혁과 태웅의 피지컬은 마치 항우와 여포가 나란히 선 모습과도 같아 보였다.
“크, 이, 이 놈들이···.”
“무얼 하고 있느냐! 다 같이 덮쳐라!”
커다란 두 멤버가 병졸들과 육탄전을 벌이는 동안, 남은 세 소년들은 다시금 흙먼지를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이제 남은 것은 군자, 현수, 그리고 유찬 뿐이었다. 인혁과 태웅이 다수의 병졸을 붙잡아 두고 있었으나, 여전히 소년들을 뒤따르는 병력은 남아 있었다.
“가운데 놈이 우두머리다!”
“저 목청 좋은 놈을 잡아라?!!”
그 와중에도 길잡이가 누군지 파악했다는 듯, 병졸들은 이미 타겟을 정한 것 같았다.
“아뿔싸!”
외마디 비명을 지른 군자였으나, 현수는 동요하지 않으며 자신이 선두로 나섰다.
“허억, 허억··· 이제 내 차례구만···.”
“혀, 현수야, 괜찮느냐?”
“허억, 내가 너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 허억···.”
“숨 넘어가겠다, 현수야!”
“허억,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몰래 성대모사도 연습했다 이 말이야··· 허억···.”
“무, 무슨 모사?”
거적때기를 뒤집어 쓴 채, 현수는 군자의 발성을 정교하게 모사하며 남은 병졸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화자 좋다! 이제 곧 목적지로구나!”
“저 놈이다, 저 목청 좋은 놈이 주동자다!”
“잡아라!”
“아뿔싸! 예의, 예의, 예의가 없구나~”
“저 놈이 확실하다?!!”
남은 병졸들을 모두 끌고 사라지며 현수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워 보였다.
이제는 정말로 군자와 유찬만이 남은 상황, 이제 길모퉁이만 돌면 문원 유씨의 생가였다.
대문을 두드리는 것도 생략하고 황급히 담장을 뛰어넘어 그 집으로 들어가려던 순간이었다.
후우우웅?.
“흐업?.”
“허억!”
진검의 푸르스름한 날빛이 소년들의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그 검로(劍路)만 보아도 군자는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의 검술 스승이자 문원 유가의 호위대장, 위호선이었다.
“관아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
“그곳이 네놈들의 마지막 발자취일 터.”
“···.”
스승 위호선의 태도는 단호해 보였다. 그러나 군자는 알고 있었다. 그는 절대로 비무장 상태의 일반인을 함부로 해칠 인물이 아님을.
떨그렁?.
위호선이 던진 검이 소년들의 앞을 뒹굴었다. 재빨리 검을 잡아든 것은 군자가 아닌 유찬이었다.
“정 이 안으로 들어가고 싶거든, 너희의 뜻을 내게 관철시켜 보거라.”
아마도 이것이 마지막 관문일 터. 검을 잡아 든 유찬이 단호한 표정으로 입술을 앙다물었다.
“···혀, 형··· 이 분은 제가 맡을게요···.”
“유찬아,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
“···하, 할 수 있어요···.”
검을 쥔 두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으나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는 유찬이었다.
“유찬아···.”
모두가 군자를 여기까지 보내 주었다. 이제 사립문 하나만 넘으면 17세의 군자가 갇힌 뒤주가 나올 터였다. 여기서 발걸음을 멈춘다면, 동료들의 의지를 더럽히는 꼴이 될 터였다.
“···빠, 빨리 달려요···!”
유찬의 작은 고함 소리에, 군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벅지에 힘을 주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온 위호선이었으나, 유찬이 먼저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카아아앙?!!
“···거, 검은 제가 쥐었습니다···.”
“새파란 놈이, 제법 수행을 쌓았나 보구나.”
카앙, 카아앙?.
검 부딪히는 소리를 뒤로 하며 군자는 달리고 또 달렸다. 사립문을 박살낼 듯 뚫고 들어가, 마침내 익숙했던 마당 건너 곡식 창고 문에 이르렀다. 소란 때문인지, 하인과 하녀들로 북적이던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후우, 후우?.”
과거의 자신을 마주한다는 생각에 군자의 심박이 치솟았다. 단순히 이곳까지 달려왔기에 올라간 심박은 아닐 테다. 그토록 마음이 쓰였던 자신의 과거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 수 있게 되었단 말이다.
콰아앙?!!
곡식 창고 문을 걷어차니 과연 그 안엔 좁디 좁은 뒤주가 있었다. 그 안에선, 약관 소년의 흐느끼는 목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려 왔다.
“흐윽, 흐으윽···.”
“!”
“창아··· 창이는 어디에 갔느냐···.”
못난 놈이, 저 뒤주 속에서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망설임 없이 대번에 뒤주로 다가간 군자가 나무문을 박살내 버렸다. 그 안엔 눈물 콧물로 범벅된 옛 군자의 모습이 있었다.
“···다, 당신은?”
“일어나거라.”
“어, 어째서 얼룩덜룩 해괴한 망아지 복장을 착용하고 있는 것입니까?”
“어서 일어나라고 하였다.”
“아으, 다, 다리가 저립니다. 잠시만?.”
“어허, 시간이 없다!”
“히익···.”
이제 보니 참으로 못난 모습이로다. 춤추고 노래할 줄이나 알았지, 제.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 하나 뛰어넘지 못한 수동적인 놈 아닌가.
제 힘으로 숙부에게 대항해 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저 숙부의 매질에 기가 죽어 흐느끼기만 했다. 친구 창이가 아니었다면 아마 그의 인생은 이 좁은 뒤주에서 끝나 버렸을 터였다.
“못난 놈아.”
“흐윽, 뉘신데 그리 험한 말을 하시오···.”
“지금부터 널 구원할 자다.”
“그, 그게 무슨···.”
“노래를 부르며 살고 싶느냐.”
“!”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싶냔 말이다.”
눈물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도 소년 군자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서슬에 콧물이 조금 튀었으나, 어른 군자는 그저 온화하게 웃을 뿐이었다.
너의 의지는 내가 잘 안다. 그렇다면 그렇게 살면 되지 않느냐.
“그럼 나의 손을 잡아 보거라.”
손을 잡은 두 군자가 좁은 뒤주를 빠져나와 곡식 창고의 문을 열었다. 어느새 뉘엿뉘엿 떨어진 해가 뒷산 중턱에 걸려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장애물은 존재했다.
“유군자, 네 이놈.”
문원 유가의 우두머리이자 소년 군자를 뒤주에 가둔 장본인.
유형원이 두 사람에게 활을 겨냥한 채 툇마루에 서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