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完)
공연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
허나 소년들에게 난장(亂場)은 이미 익숙한 무대였다.
반주는 커녕 박수 하나 없이, 수십 명의 심사위원 앞에서 춤을 추었던 것이 엊그제 같았다. 단 한 푼의 보수 없이도 그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변함이 없었다.
반주가 없다면 아카펠라 편곡의 노래를 부르면 그만이다. 일단 노래가 시작되면, 소년들을 둘러싼 관객들이 박수와 함성으로 반주를 만들어 줄 터였다.
뜻밖의 사고에도 소년들은 능청스러운 가무를 선보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소년들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인가 싶어 실망 중이었던 관객들도, 그 모습에 흥이 올라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작은 무대, 열악한 시설이었으나 즐거움은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인식되니 더욱 가까운 느낌이 들어 좋았다.
중요한 것은 무대의 크기나 규모 같은 것이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출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행복이었다. 그 가무에 호응해 주는 누군가가 있는 한, 소년들은 영원히 지치지 않으며 노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늘 기분 엄청 좋은데, 한 곡 더 할까요?!!”
“네에에에에?!!”
정해진 공연 러닝 타임은 진작에 끝났으나, 흥이 오른 소년들은 무대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대 아래선 이용중 실장이 연신 두 팔을 교차하여 X자를 만들며 내려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어휴, 반주도 없는데 뭐가 그렇게 신났냐고!”
“실장님, 딱 한 곡만 더 하고 내려갈게요. 네에?”
“차에서 조그만 앰프라도 가져올까?”
“에이, 뭔 앰프예여~”
“야, 너네 그래미 본상 수상자야. 체통을 좀 지키시라고, 어?”
“아하하하핫, 하지만 MR 없어도 충분히 즐거운걸요~”
“진짜 내가 못 산다, 어?”
“에이~ 실장님 우리 좋아하는 거 다 알거든여~”
“아니거든?”
“근데 왜 치아가 보이시는···.”
“아오, 느그들 마음대로 하세요.”
언제나 그랬지만 오늘도 이용중 실장은 소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소년들이 다시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자 드라이아이스 연기로 가득 찬 바닥이 구름처럼 일렁거렸다. 떼창을 멜로디 삼아, 발구름을 리듬 삼아 공연을 이어 나가니 음향 시스템 같은 것이 없이도 소년들은 관객들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푸하학?.”
“이렇게 하는 것도 좋은데!?”
“형아들, 우리 딱 한 곡만 더 할까여?”
“난 좋아.”
“···저, 저도 너무 좋아요···.”
군자 역시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하자꾸나.”
무엇도 짜여져 있지 않았으며, 어떠한 장치도 없었으나 군자와 소년들은 무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며 목청을 높였다.
가장 기본적인 증폭 장치 없이도 소년들의 목소리는 가장 뒤에 선 관객에게까지 닿았다.
새처럼 가벼운 몸짓과 스텝은 조명이 떨어지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였다.
언제나 그저 지금처럼만. 빌보드나 그래미 어워드 같은 큰 무대가 아니어도 좋다. 그저 지금처럼만 이 친구들과 노래하고 춤추며 살고 싶다.
조금만 더 욕심을 내자면, 소중한 팬들과도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겠구나.
“진부한 문장이지만 말이다.”
“응?”
“우리,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하자꾸나.”
군자는 자못 진지하게 말했으나 소년들은 뭔 헛소리를 하냐는 듯 황당한 표정으로 군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넌 종종 그런 당연한 말을 진지하게 하더라?”
“당연한 거 아니냐구여! 어디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여.”
“우린 소속사 이권 다툼 어쩌고, 계약기간이 어쩌고, 그런 헛소리도 안 하는 거야. 다들 알았지?”
“아하하하핫, 난 돈 많아서 괜찮아~”
“···시, 시우 형 멋져요···.”
“그래, 문제 생기면 현시우가 돈 빌려줄 거라고.”
“아하하핫, 열 장까지는 가능할 거야~”
“뭐야, 진심으로? 그럼 나 십만원만···.”
“웅아, 아마 그 열장이 아닐걸?”
시답잖은 소리를 주고받는 동료들을 보며 군자도 활짝 웃었다.
“시우야, 나도 십 전만 빌려다오!”
“아하하핫, 십전은 또 뭔데~”
이제 더는 바랄 것이 없다.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나는 언제까지고 행복할 테다.
이제는 행복이 영원히 끝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 더 하고 싶은데 딱 하나만 더하자.”
“그쳐? 더 하면 실장님 진짜 빡치실 듯.”
“오케이, 그럼 마지막은 [예의없는 것들> 고?”
“아하하핫, 좋지~”
“그래! 올라가자아?.”
그 난장판 같은 무대 위에서도, 소년들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 * *
[정규 2집으로 빌보드 차트 11주 연속 1위, 그래미 어워드 본상 거머쥔 7IN··· 대한민국 역대 1위 가수 후보군에 당당히 오르다.] [2025년 늦여름 컴백 예고한 7IN, 10트랙의 정규 3집 예고에 벌써 뜨거운 반응!] [선공개한 3개의 티저 영상, 모두 조회수 1억 뷰 돌파··· 티저 영상 조회수 신기록 수립.] [5개월 만의 컴백, 그 시작은 월드 투어··· 한국을 시작으로 다섯 개 대륙을 도는 7IN의 세 번째 월드 투어, 역대 최다 관객 예상.] [로즈 볼 스타디움, 캄프 누, 스타디오 아즈테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타디움에서 투어 콘서트 여는 7IN, 이제는 명실상부 글로벌 1티어 아티스트.]서울 콘서트가 열리는 상암월드컵경기장에는 벌써 7만여 명의 관객이 운집해 있었다.
그라운드 좌석은 물론 경기장의 모든 좌석까지 단 한 자리도 빠짐없이 모두 채워졌다. 공연이 시작하기 몇 시간 전부터, 월드컵경기장은 소년들을 기다리는 팬들의 열기로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그 웅장한 무대 뒤편의 백스테이지에서, 소년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콘서트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후우, 후우?.”
“현재 너도 가만 보면 긴장을 안 하진 않더라.”
“당연하져. 저 은근 긴장하는 타입이라구여.”
“근데 무대 올라가면 윙크 하고 끼 부리고 난리가 나잖아.”
“몰라여··· 그땐 뭔가 나 아닌 자아가 튀어나오는 것 같음여. 근데 무대 직전엔 이렇게 떨린다니깐여.”
“야, 편하게 해 편하게. 누가 잡아먹냐.”
“그러는 형아는 아까부터 화장실을 몇 번을 가는 건데여.”
“으으, 난 공연 때만 되면 왜 이렇게 물이 먹고 싶나 몰라.”
태웅과 현재는 잡담을 주고받았으며.
“억.”
“여기?”
“흐억.”
“여긴가.”
“흐에엥.”
“아니군.”
“히극.”
인혁은 현수에게 스트레칭 마사지를 해 주고 있었다.
“아하하핫, 다들 긴장했나 봐~”
“···혀, 형은 긴장 안 돼요?···.”
“글쎄에~ 유찬이 배 고프니~”
“···고, 공연 전엔··· 뭐 먹으면 안 되는데···.”
“아침에 만든 양송이 스프인데, 먹어 볼래~? 난 이거 먹으면 노래가 잘 되더라~”
“···그, 그럼 한 입 먹어 볼게요···.”
“아하하핫, 어때?”
“···너, 너무 맛있어요!”
시우는 유찬에게 따뜻한 양송이 스프를 배급하며 긴장을 풀어 주는 중이었다.
그 가운데서, 군자는 눈을 감은 채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쿠웅, 쿠웅, 쿠우웅?.
몇 번을 하든 마찬가지였다. 팬들을 만나기 직전의 이 순간에는 심장이 뛴다. 아마 이 일을 얼마나 더 하든, 이 심장 박동이 진정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피하고 싶은 긴장감과는 다르다. 오히려 기대감에 가깝다.
이제 몇 분 뒤엔 그 누구도 쉽게 맛볼 수 없을 극락이 펼쳐지겠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자가 되어, 잠시나마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눈 감고 실실 웃어요?”
정무의 목소리였다. 오늘 콘서트의 특별 게스트로, 두 곡을 함께 하기로 한 정무가 군자에게 말을 걸어 왔다.
“정무로구나.”
“형들, 이 기사 봤어요?”
“기사? 무슨?”
정무는 대답 대신 스마트폰을 들어 소년들에게 보였다.
[300년 전 조선 시대 가곡에서 ‘화음’ 사용된 흔적 발견··· 고고학계 신선한 충격에 빠지다.] [서양가곡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화음이 조선시대 가곡에도 있었다? 놀라운 발견에 고고학계 ‘술렁’]“오잉?”
“이게 끝이 아니라니까요. 이것도 봐 봐요.”
[300여 년 전 그림으로 추정되는 풍속도에 ‘5인조 아이돌’ 발견··· 화음에 이어 놀라운 발견에 고고학계는 연일 충과 공포의 도가니.] [‘군무’ 추고 있는 5인조 조선 동자들의 모습, 누가 봐도 5인조 K-POP 아이돌!] [풍속도 속 다섯 동자들, 정말 K-POP 아이돌의 원조일까.] [‘가무의 나라’ 조선의 K-POP이 세계를 집어삼킨 이유··· 답은 역사 속에 있었다.]“신기하지 않아요? 조선 시대에도 아이돌이 있었나 봐요!”
“흠흠, 그렇구만.”
“아니, 춤은 그렇다 해도 화음은 진짜 어떻게 된 거지? 조선 음악엔 그런 거 없었다고 하던데.”
아리송한 표정의 정무를 보며 태웅이 연기 톤으로 말했다.
“뭐어, 누가 가르쳐 줬을 수도 있지.”
“에이, 그걸 누가 가르쳐 줘요.”
“현대인이 시간여행을 해서 잠깐 조선으로 건너갔다든가.”
“푸하하핫, 이 형이 진짜. 됐거든요?”
“그나저나 그림 진짜 예쁘다앙.”
“그러니까요. 누가 그린 걸까요? 또 대체 누구를 그린 걸까요···.”
“가운데 얘는 웃는 게 진짜 예쁘네.”
“그러게. 평소에도 이렇게 웃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엥? 웅이 형은 이 사람 누군지 알아요?”
“그럼 그럼. 난 만나 보고 왔다구.”
“아이, 진짜 왜 자꾸 이상한 소리 하는거야 이 형들이.”
정무는 헛소리 말라는 듯 깔깔 웃었으나, 군자를 비롯한 소년들은 어째서 이런 유물들이 새로 출토된 것인지 알고 있었다.
이것은 필시 어린 군자의 흔적일 테다.
“어린 군자도 멋지게 살고 있나 보구나.”
“헤헤, 벌써 그룹까지 만들었나 본데여?”
“그나저나 화음 그거 진짜 익히기 어려운 건데, 역시 음감이 좋은가 봐.”
“그러게. 권태웅은 아직도 가끔 틀리는데.”
“아이, 난 래퍼잖아···.”
시간을 건너뛰어 전해진 어린 군자의 소식에 현세의 군자도 흐뭇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비단 군자와 소년들만 행복한 것이 아니었다. 조선시대에 남겨져 있던 어린 군자 역시 이제는 진정한 행복을 찾은 듯 했다.
이제 군자에겐 진정 티끌 만한 고민조차 없었다.
그저 무대 위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칠린 여러분, 무대 올라갈 준비 하실게요!”
“옙, 알겠습니다!”
스태프의 대기 사인이 떨어지고, 소년들은 각자 이름이 새겨진 핸드마이크를 손에 잡았다. 손에는 땀이 흥건했지만 입가엔 모두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번에도 잘 해 보자구여.”
“당연하지. 오늘은 음 절대 안 틀린다.”
“으으, 나 다크서클 안 보이지?”
“아하하핫, 그거 예쁘다니까~”
“···혀, 형들, 오늘도 다같이 힘내요···.”
“사랑한다.”
“푸하핫, 뭔 사랑 고백을 그렇게 무뚝뚝하게 한대여?”
“···그, 근데 좋은데요··· 저, 저도 형들 사랑해요···.”
“아하하핫, 나도~”
“나, 나도 껴 줘요! 오늘은 8인조라며!”
“하하, 그래 정무야. 너도 이리 오거라.”
“사랑해! 아오, 진짜 다들 완전 사랑한다!”
격한 사랑을 외치며, 한 덩어리가 된 소년들이 마침내 무대 위로 올라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하얗게 떨어지는 조명을 받으며, 군자는 세상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