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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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인
삐이이이-.
가장 먼저 버저를 누른 것은 힙합 레이블 DMG의 프로듀서 라이엇이었다.
정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라이엇은 버저가 부서지도록 주먹을 내리쳤다.
‘예의단속반’ 무대에 앞서 이미 두 번의 경연이 있었다.
두 번의 경매에서 최초 입찰가는 모두 100코인 언저리였다.
약간의 경쟁 끝에 최종 낙찰가는 400코인 안팎에서 형성되었고.
그렇기에 이번에도 100코인 언저리에서 입찰이 시작될 것이라 예측한 심사위원들이었으나.
“1000!”
라이엇의 최초 입찰가는 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배, 백이 아니라 천이요? 라이엇 프로듀서, 확실합니까?”
“Definitely.”
초장부터 통큰 입찰에, 심사위원석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사위원들이 지급받은 경매용 코인은 총 3000개.
3000코인으로 여덟 번의 경매에 참여해야 하기에, 평균적으로 한 곡에 500코인 이상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나 라이엇은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호탕하게 1000코인을 베팅하며 의지를 드러냈다.
[예의없는 것들>을 반드시 자신의 곡으로 만들겠다는 의지.“DMG의 라이엇 프로듀서, 시작부터 상당히 높은 베팅인데요.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이 곡을 놓치게 되면 가장 크게 후회할 것 같은데요.”
“그렇군요. 그럼 [예의없는 것들>의 어떤 부분이 좋으셨는지, 간략한 심사평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냥, 존나 힙하고 존나 좋은데 존나 대중적인 곡이네요.”
라이엇의 원색적인 평에 정해진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라이엇 프로듀서, 아무리 그래도 욕은 좀···.”
“아,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가 느낀 감정은, 욕을 안 쓰면 표현이 안 돼요.”
라이엇의 말에 몇몇 심사위원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욕 나오게 좋은 노래라는 라이엇의 의견에 모두 공감하고 있는 듯 했다.
“솔직히 말하면, 각 벌스의 주제의식이 100% 일치하진 않아요. 제각각인 부분이 분명 있고, 너무 많은 요소를 담으려 한 부분도 보입니다.”
“단점이 없는 노래는 아니라는 뜻이군요.”
“근데 이건 프로의 시선이고요.”
“아하.”
“거문고 소리 미쳤고, 훅 중독성도 미쳤고, 벌스들은 개성 있고. 충분히 대중에게 어필될 만한 트랙이에요.”
“그렇군요.”
“게다가 마지막에 그건 뭐죠? 판소리? 그렇게 본격적인 판소리 랩을 벌스로 우겨 넣은 건 정말 처음 보는데. 그걸 아육시 경연 무대에서 보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러니까 1000코인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곡이라는 말씀이신 거네요?”
“네. 그런데 아마 더 오를 걸요?”
라이엇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버저는 연속해서 울리기 시작했다.
삐이이이-.
다음으로 포에틱 소속의 작사가 한이정이 1200코인을 불렀고.
삐이이이이-.
이에 질새라, 아육시 트레이너 영은채가 1400코인을 제시했다.
삐이이, 삐이이이, 삐이이이이-.
1500, 1600, 1750···.
입찰액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모든 심사위원들이 하나같이 극찬을 쏟아냈다.
“훅이 정말 말도 안 되게 착착 달라붙는데요.”
“거문고 베이스 비트에, 국악 풍으로 훅을 던질 생각은 누가 한 겁니까?”
“심지어 거문고, 가야금은 MTR도 아니고 현장에서 직접 연주한 소스 아닌가요?”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이런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조금 언밸런스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우리가 곡을 낙찰받을 수 있다면 그런 건 얼마든 수정할 수 있고요.”
“일단 소스들이 너무 좋고, 개성이 살아 있어서···.”
2500, 2600, 어느새 낙찰가는 3000 근처까지 치솟아 올랐다.
번쩍번쩍 올라가는 전광판을 보며, 군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경매라는 것에 참여해 본 적은 없으나,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군자도 알 수 있었다.
정성들여 만든 그들의 노래에, 심사위원단이 앞다투어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었다.
오른쪽에 선 지현수 역시 가슴이 벅차오른 듯 퀭한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믿지 못하더니, 결국 이렇게 멋지게 해 냈구나.
군자는 새로운 동료인 지현수가 자랑스러웠다.
“···군자야.”
“음?”
“너 덕분이야.”
“그게 무슨···.”
“네가 아니었다면 믿음을 가질 수 없었을 거야.”
“하하, 난 그냥 너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래, 난 나를 믿으라는 네 말을 믿은 거라고.”
음? 같은 뜻 아닌가?
어쨌거나, 이제 지현수를 괴롭히던 완벽주의의 저주도 조금은 약화될 것이다.
이렇게 멋진 곡을 만들어 냈으니, 이젠 본인의 능력을 조금 더 믿어도 될···.
[‘완벽주의’ 저주가 강화됩니다.]음? 약화가 아니라 강화라고?
[저주 : 미친 완벽주의 (극한의 완벽주의를 추구함)]“후후··· 노력했더니 보상이 따랐어···.”
“혀, 현수야?”
“하아, 다음엔 더 열심히, 더 죽도록 해야지···.”
그렇게 말하며 지현수는 퀭한 눈으로 씨익 웃었다.
이게 과연 잘 된 일인지 아닌지, 군자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예의없는 것들>의 입찰액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었다.
“2700! 한이정 심사위원이 2700코인 제시합니다!”
“저 2800 가겠습니다.”
“저, 전 2900이요.”
“이제 2900입니다! 입찰 상한가인 3000이 코앞인데요!”
이제 겨우 세 번째 경매인데, 전재산을 털어 넣는 심사위원들이 속출했다.
그 말인즉슨 다른 경연곡은 굳이 볼 필요도 없다는 것.
바로 다음 무대를 준비하고 있던 주하성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시청자 투표 1위, 거기에 천재 프로듀서 노엘의 조합.
창작곡 미션의 어벤져스라 평가받는 멤버를 갖췄음에도, 주하성의 팀 ‘플레이버즈’는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
“···으으, 저 3000 가겠습니다···.”
“사, 삼천! 최고 입찰액이 나왔습니다! 아육시의 영은채 트레이너, [예의없는 것들>에 3000코인을 입찰하며 낙찰 의지를 보였습니다!”
결국 영은채 트레이너가 3000코인을 쏟아부었지만, 그럼에도 버저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저도 3000 갈게요.”
“저도요.”
“저, 저도 삼천이요!”
“저도 3000 입찰합니다.”
한계입찰액인 3000을 제시한 심사위원만 여섯 명이었다.
일반적인 경매와 달리 사용 가능한 화폐가 한정되어 있기에, 입찰가가 3000에 도달한 순간 경매 진행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어어,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MC 정해진 역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경매 제도를 처음 구상할 때엔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
하나의 곡에 전재산을 태우는 심사위원이 무려 여섯 명이나 나타날 줄이야.
메인 모니터를 보며 잠시 고민하던 김석훈 PD는, 이내 새로운 대안이 떠올랐다는 듯 MC 정해진을 불러들였다.
김석훈 PD의 전언을 들은 정해진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예? 피디님, 진심이세요?”
“못할 건 또 뭐야.”
“이, 일단 뭐··· 알겠습니다.”
약 10분 간의 휴식 시간이 끝난 뒤, MC 정해진이 다시 단상에 올랐다.
“[예의없는 것들> 경매 결과, 총 여섯 분의 심사위원단이 최고가인 3000코인을 제시하셨습니다.”
“···.”
“[예의없는 것들>에 대한 여러분들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는데요.”
중대 발표라도 하듯, 정해진은 크게 호흡을 들이마시며 말을 이어 나갔다.
“이번엔 더욱 강력한 방법으로 여러분들의 의지를 검증하겠습니다.”
“···?”
“지금부터 창작곡 경매 2라운드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는 가상화폐인 ‘코인’을 통한 경매가 이루어졌지만, 2라운드부터는 화폐를 바꾸겠습니다.”
“설마···.”
“지금부터는 가상화폐가 아닌 진짜 돈을 사용하겠습니다!”
“!”
진짜 돈을 사용한다는 말에 몇몇 심사위원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입찰 상한선은 코인과 마찬가지로 3000, 총 삼천만 원입니다. [예의없는 것들> 팀원들은 총 3000코인을 나눠 갖는 것은 물론, 2라운드 경매의 낙찰 금액 역시 가져가게 됩니다!”
새로운 룰을 이해했다는 듯, 여섯 명의 2라운드 참가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이번엔 진짜로 곡비를 쓰라는 거네.”
“암튼 김PD님도 진짜 제정신 아니라니깐.”
“···내가··· 내가 살 거야···.”
다시 한번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MC 정해진이 오른팔을 크게 들어올렸다.
“자, 그럼 지금부터 [예의없는 것들> 경매 2라운드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엔 진짜 돈이 걸렸으나, 입찰액은 거침없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순식간에 1000만원을 넘어 1500만원, 2000만원까지. 금액을 듣던 군자의 눈동자가 핑핑 돌았다.
용돈으로 9500원만 받아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헌데 2000만원이라면, 9500원의 이천 배가 넘는 돈 아니던가.
문구점에서 세필 붓을 이천 개는 살 수 있는 돈이다.
붓이 이천 개라면 평생 붓글씨를 써도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먹과 화선지 역시 무한하게 살 수 있다.
아니, 사실 지필묵이 문제가 아니지.
그 정도 돈이라면 방에 작은 병풍을 사다 놓고 그걸 보며 마음을 정화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얼마 전엔 동양난 화분을 보았지. 그걸 두 개 정도 사 들여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방에 병풍과 난을 놓는다니, 생각만 해도 흡족한···.
···아니, 아니, 아니지.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잠시나마 사치의 꿈에 빠져 있던 군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청빈이야말로 선비의 근본이거늘,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것인가.
잡념을 지우며 군자는 그저 겸손하게 두 손을 앞으로 모았다.
저 올라가는 돈은 그들의 노력을 알아 주신 심사위원단의 찬사에 불과할진저.
본디 돈이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없는··· 아니, 없다가도 있는 것 아닌가.
군자는 명상을 통해 사리사욕에 맞섰다. 자꾸 눈앞에 동양난 화분과 12첩 병풍이 아른거렸지만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그것들을 머리에서 쫓아 버렸다.
그 와중, 어느새 경매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사, 삼천만 원!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도 상한가가 나왔습니다!”
[예의없는 것들>을 구매하기 위해 3000만 원을 흔쾌히 지불할 용의를 드러낸 것은 두 사람이었다.3대 기획사 JS엔터 소속 아이돌 ‘루나틱’의 리더 리온.
마찬가지로 3대 기획사인 BET 소속 제작자이자 이사인 우경훈.
영은채 트레이너는 끝까지 맞서 싸웠으나, 금액이 2천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순간 눈물을 머금으며 입찰을 포기했다.
“···미안해요··· 전세··· 자금 대출만··· 아니면··· 흑흑···.”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심사위원 두 명이 마침내 ‘예의단속반’ 멤버들 앞에 섰다.
“자, 이제 남은 건 두 분입니다. 3000코인에 현금 3000만 원까지! 낙찰가가 결정된 가운데, 이제는 ‘예의단속반’ 멤버들이 직접 결정하게 됩니다. ‘루나틱’의 리더 리온, BET의 우경훈 이사. 두 사람 중 누구에게 곡을 팔게 될지!”
리온과 우경훈, 최후의 2인은 ‘예의단속반’ 멤버들을 돌아보며 마지막 구애를 펼쳤다.
“군자 씨, BET엔터는 다 알죠? 내 결정이 곧 BET의 결정이에요. 군자 씨와 BET가 좋은 관계가 된다면 너무 멋진 일일 것 같은데.”
우경훈 이사의 말이 끝나자, 리온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월광> 커버 잘 봤어요. 이번 무대도 참 좋았고. 솔직히 이 곡, 정말 욕심이 납니다.”
흐음, 두 사람 중 누구를 골라야 한단 말인가.
군자가 잠시 고민에 빠져 있던 도중.
파아앗-.
“음?”
[‘귀인’이 등장했습니다!]눈앞에 선 두 사람 사이에서, 처음 보는 상태창 메시지가 떠올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