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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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2D 아이돌
MC 정해진의 발표가 끝나자 마자, 서른 명의 생존자들은 건너편 스튜디오로 장소를 이동했다.
마침 얼마 전 ‘아이돌 육상대회’를 촬영했던 대형 컨테이너 스튜디오엔 풋살, 장애물달리기, 양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위한 시설이 완비되어 있었다.
장소를 옮기고, 스태프들이 나누어 준 맨투맨 티셔츠까지 입은 뒤.
노란색 맨투맨을 입은 ‘팀 유군자’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하아아···.”
“···운동, 운동을 한다고···.”
기유찬과 지현수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여리여리한 골격의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운동회엔 적합하지 않은 체구였다.
“하하, 왜 그렇게 한숨을 쉬고 있어!”
“···시우 형.”
“뭐 어떻게든 되겠지, 하하하-.”
그리고 그 옆엔 두 사람보다 더 가느다란 체격의 현시우가 나풀거리고 있었다.
현시우 역시 기유찬, 지현수보다 운동을 못했으면 못했지 더 잘할 것 같은 인상은 결코 아니었다.
“시우 형, 혹시 운동 자신 있으세요?”
“하하, 운동?”
“넵.”
“아니, 자신 없어!”
“아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현시우에게 질문을 던져 본 유찬이었으나, 역시 반전은 없었다.
“괜찮아, 내가 다 부숴 버리면 돼! 나만 믿으라고! 우어어-.”
그 와중 오로지 태웅만이 의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이 다섯 마리 노랑병아리가 운동회의 최약체임은 누가 보아도 확실했다.
사실 멤버 구성부터 단추를 잘못 끼운 ‘팀 유군자’였다.
운동회 한정 ‘사기 캐릭터’나 다름없는 차인혁은, 모처럼 ‘개인 조회수 미션’의 옛 동료들과 함께 팀을 이루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밝혔다.
“이번엔 처음 만났던 친구들과 해 보고 싶어.”
“···그럼 경쟁해야 할 텐데.”
“괜찮아, 같이 살아남으면 된다.”
그렇게 차인혁이 먼저 떨어져 나갔고.
이후 하현재와 현시우가 동시에 함께하고 싶다며 다가왔으나, 이번엔 하현재가 현시우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선비 형아, 그럼 이번엔 슈 형이랑 한 번 해 봐여.”
“그래?”
“나는 벌써 두 번이나 같이 했잖아. 그리고 계속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면 자립심 떨어져서 안 됨여.”
“그럼 너는···.”
“아이, 괜찮아여. 나 여기 사람들이랑 다 친하거든여?”
운동신경이 뛰어난 하현재까지 그렇게 나간 뒤, 하얀 화선지 같은 현시우가 그 자리를 채웠다.
경연 한정 최강, 그러나 운동회 최약체인 노랑병아리 군단은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수많은 참가자들의 시선이 노랑병아리들을 향해 쏟아졌다. 모두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무조건 찢어 놔야지.’
‘유군자에 현시우? 경연 문자투표 화력은 미쳐 날뛰겠구만?’
‘저건 가만 두면 진짜 큰일나겠다.’
‘종목이 운동회라 다행이야···.’
군자 역시 그 살기등등한 시선을 느꼈다.
모두 적의로 가득차 있구나. 우리 조를 갈기갈기 찢어 놓으려는 것이 이 승냥이들의 속내렷다.
그나마, 대호(大虎) 같은 체구의 차인혁만큼은 악의를 보이지 않고 있었지만.
[저주 : 쓸데없는 잔걱정] [지금은 운동회를 하다가 누군가를 죽이진 않을까 걱정 중]“···저 형님이 가장 무섭구나···.”
막상 그의 상태창을 들여다 보니, 승냥이들 사이의 호랑이가 가장 두려운 군자였다.
옷을 갈아입고 가벼운 준비운동까지 마친 뒤, 본격적인 운동회가 시작됐다.
첫 번째 종목은 남자라면 누구든 좋아하는 미니축구 ‘풋살’.
하필이면 인혁의 팀이 상대로 걸려 버렸지만, 태웅만큼은 의욕과 승부욕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좋아! 가자고! 다들 풋살 좋아하지!?”
“하하, 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하는 거야?”
“뭐?”
“어어, 진검으로 축구공 자르기는 잘 하는데···.”
“뭐라고?”
“···으으, 빈혈···.”
“갑자기!?”
답이 없는 팀원들의 상태에, 태웅은 마지막 희망인 군자를 바라보았으나.
“하하, 걱정 마라. 내 소싯적에 돼지 오줌보는 좀 차 보았다.”
“무, 뭘 찼다고?”
군자 역시 답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삐이익-.
휘슬이 울리자 마자, 태웅이 공을 잡고 저돌적으로 전진해 나갔다.
[오오, 권태웅 선수! 아주 적극적으로 드리블 돌파를 해 나갑니다! 기술은 없지만 빠르고 우직한 것이 꼭 본인 춤 출 때 모습과 똑같네요-!] [순식간에 두 명을 벗겨 낸 뒤, 최종수비수 차인혁 선수와 맞섭니다!]“우어어어, 내가 첫 골 넣크허어허으억—!!”
퍼어억-.
그러나 차인혁의 어깨빵 한 번에, 태웅은 볼링핀처럼 가련하게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우아앗, 권태웅이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데굴데굴 굴러 광고판에 처박히는 권태웅! 저거 다 PPL인데, 너무 찌그러뜨리면 안 될 것 같은데요-!] [차인혁 선수, 엄청나게 강합니다! 그냥 덩치만 큰 게 아니네요! 공을 빼앗자 마자 부드러운 동작으로 전진해 나갑니다!]“이야아아앗-!”
“으아악-!”
다음으로 유찬과 현수가 가냘픈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었으나.
피익, 피이익-.
인혁은 마치 날벌레를 쳐 내듯 둘을 가볍게 제압하며 전진한 뒤 골대 구석으로 강슛을 꽂아 넣었다.
퍼어어어어어어어엉—!!
“하하, 공 완전 빨라!”
“야 현시우! 골키퍼가 감탄하고 있으면 어떡해!”
골키퍼 현시우가 반응조차 할 수 없을 만큼의 강력한 슈팅.
삐이이이익-.
[1대 0입니다아아아—!! 차인혁 선수, 원맨 플레이에 이은 강슛으로 득점 만들어 냅니다!] [이건 너무 강한데요-!? 밸런스가 붕괴의 주범 차인혁! 저 냉장고 같은 몸통 좀 보세요! 아이돌 지망생의 피지컬이 아닙니다—!!]한 골을 넣은 뒤로도 차인혁의 원맨쇼는 이어졌다.
수비수를 제쳐 버린 뒤 넣고, 몸으로 엉겨 붙어도 넣고, 중거리 슛으로도 넣고.
그 와중에도 태웅의 도전은 계속됐지만, 그는 단 한 번도 차인혁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결국 패배를 인정하고 군자에게 패스를 할 수밖에 없는 태웅이었으나.
“젠장, 유군자! 받아!”
“오오!”
뻐어어어어어엉-.
“—!?”
[홈런—!! 홈런입니다아아—!! 좌측 지미집 크게 넘기는 대형 홈런!! 유군자 선수가 축구경기에서 홈런을 기록합니다!!] [머리를 감싸 쥐는 권태웅!! 유군자 선수, 머쓱한 듯 머리를 긁적입니다만 공은 이미 날아가 버렸죠!!]“이런, 돼지 오줌보와는 차는 감이 좀 다르구나!”
“뭔 개소리야 진짜—!!”
이후 태웅이 간신히 두 골을 만회했지만, 추가로 세 골을 실점하며 7대 2의 처참한 패배를 기록한 뒤.
바로 다음 이어진 줄다리기에선 양정무의 팀을 잡으며 2라운드로 올라갔으나 이번에도 차인혁을 만나 버리고 말았다.
“하아, 또 저 형이야?”
“아니, 저건 짐승돌도 아니고 그냥 짐승이잖아···.”
맨 뒤에서 장갑을 낀 채 우뚝 서 있는 차인혁의 모습은 상대 팀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경기를 구경하던 참가자들도 모두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씩 했다.
“혁이 형, 미국 고등학교 풋볼 팀 주장이었다며.”
“NCAA(전미 대학 스포츠 협회) 레슬러 출신이라던데?”
“강도랑 4대 1로 싸워서 이겼대.”
“주짓수로 회색곰도 기절시켰다더라.”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닐 땐, 다들 저 형이 비밀경찰인 줄 알았대.”
“멕시코 갱단이랑 형 동생 하는 사이였다면서.”
“아니, 그런 양반이 왜 아이돌을···.”
“무서워···.”
그 와중에도 인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밧줄을 잡고 있었지만, 군자는 그의 상태창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저주 : 쓸데없는 잔걱정] [지금은 사실과 거짓이 섞인 헛소문을 걱정 중]세상에, 저 중 일부는 사실이란 말인가.
“잘 들어, 줄다리기는 힘이 아니라 협동심이야 협동심!”
“그래!”
“호루라기 울리자 마자, 발 박자 맞추면서 영차 영차! 알았지?”
“해 보자!”
이번에도 태웅이 의욕적으로 달려들었지만.
삐이이익-.
“우어어어어억-!”
인혁이 힘을 쓰자 마자, 종이인형 같은 노랑병아리들은 앞으로 와장창 무너져 버렸다.
[차인혁, 압도적인 힘입니다아아—!! 맨 뒤에서 묵직하게 힘의 중심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차인혁에게 패배한 권태웅 선수, 굉장히 분해 보이는데요!!]“젠장, 다음 다음!”
줄다리기 역시 ‘팀 차인혁’의 우승으로 끝난 뒤, 다음으로 이어진 경기는 발야구.
이번에도 태웅은 군자를 이해시키기 위해 필사적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군자, 넌 외야수야!”
“음? 내가 왜 야수냐고?”
“아니, 하··· 그럼 내야수는 알아?”
“너의 야수를 내가 어떻게 알지?”
“아오, 진짜아아—!!”
“오, 지금 그 모습은 야수 같구나.”
“···그냥 저 바깥에 서 있어. 그러다가 공 오면 잡는 거야, 알았지?”
“그러면 되는 건가?”
“그래.”
“어려울 것도 없구나.”
간신히 역할 배분을 마친 뒤 발야구 경기가 시작됐고.
뻐어어어어어엉-.
마침 타자가 호쾌하게 공을 퍼 올렸지만, 외야엔 군자가 있었다.
분명 저걸 잡으라고 했었지.
공을 잡는 것이야 어렵지 않다. 민첩한 움직임, 무언가를 낚아채는 손놀림. 모두 군자가 자신 있는 것이었으니까.
파바바바밧-.
민첩한 발놀림으로 낙하지점을 포착한 뒤, 두 손을 뻗어 정확하게 캐치.
[오오, 떠오른 공을 완벽하게 잡아낸 유군자 선수입니다아아—!! 이번엔 외야수 역할을 정확히 해냈습니다—!!] [유군자, 엄청난 커버 범위입니다!! 1루 주자 하현재 선수, 달리려다가 멈칫합니다!! 분명 안타가 될 줄 알았겠지요—!!]이번에야말로 태웅의 지시를 수행해 낸 군자가 활짝 웃으며 태웅을 바라보았다.
“태웅아! 내가 잡았다!”
그러나 태웅은 다급한 표정으로 군자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송구! 송구우우우!”
“음?”
“군자야, 송구 해야지이이이—!!”
“···그런가.”
태웅의 말에 군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번엔 태웅이의 마음에 쏙 들었는 줄 알았는데.
송구해야 한다니, 내가 또 무언가를 잘못한 모양이구나···.
울적한 표정으로 공을 땅에 내려놓은 군자는.
“송구하오···.”
마운드에 있던 태웅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얌마아아아아아아—!!”
[아아, 유군자 선수!! 갑자기 큰절을 올립니다!! 뭐죠 저건—!?] [송구하라는 말을 조금 잘못 알아들은 것 같은데요!? 권태웅 선수를 열받게 하려고 아주 작정한 모양입니다—!!] [그 사이 홈플레이트 밟는 하현재 선수!! 얄밉게 선취점 올립니다!!]“아이고, 아이고오···.”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태웅을 향해, MC 정해진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권태웅 참가자, 기운을 내십시오. 다음 경기는 분명 권태웅 참가자에게 유리할 것입니다.”
“저, 정말입니까?”
정해진의 말대로였다.
다음 종목은 장애물 달리기 릴레이. 미리 설치된 장애물들을 극복해 나가며 계주를 펼치는 게임이다.
다섯 명의 참가자가 가장 빠르게 완주하는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룰.
“장애물은 총 세 코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세로로 늘어선 쿠션을 통과합니다! 그 다음 포복 자세로 그물 아래를 통과한 뒤, 마지막으로 밀가루 속에 들어 있는 초콜렛을 입으로 꺼내 결승선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지금까지 가장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압도적인 힘을 가진 차인혁이었으나, 장애물 달리기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어엇, 차인혁! 첫 장애물부터 걸립니다! 세로로 늘어선 쿠션 사이를 좀처럼 통과하지 못하는 차인혁 선수!] [아아, 어깨가 너무 넓어요! 장애물 통과에 너무도 불리한 체형입니다! 그냥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마침 그 방법도 시도해 보는 차인혁! 그런데 옆통도 너무 큽니다! 어깨만 넓은 게 아니네요! 괜히 20대 후반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게 아니었습니다—!!]거대한 몸집 덕분에 차인혁이 부진한 틈을 타, 주하성과 양정무의 조가 좋은 성적을 냈다.
태웅 역시 이 틈을 노리고 있었다.
“이건 무조건 우리가 우승해야 돼! 알았지?”
“그래!”
“모처럼 온 기회란 말이야! 이번엔 꼭 잡아 보자!”
“좋아, 해 보자!”
삐이이익-.
그렇게 시작된 장애물 달리기.
놀랍게도, 첫 번재 주자인 현시우부터 폭주하기 시작했다.
“아하핫, 완전 넓어!”
스윽, 스윽, 스으윽-.
[현시우, 현시우—!! 뭐죠오오—!? 장애물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고 있습니다아아—!!] [차인혁에겐 그토록 어려웠던 장애물, 그러나 현시우에겐 너무나도 쉬워 보입니다!!]“푸하핫-.”
“종이 인간이야 뭐야!”
“진짜 2D 아이돌이잖아—!?”
“아하하핫-.”
발랄한 웃음소리와 함께 종이 인간 현시우가 속도를 높였다.’ 팀 유군자’의 대역전극이 시작될지도 모를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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