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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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피자 먹방
군자가 도착한 곳은 합숙소 지하 1층의 트레이닝 센터.
경연 준비를 위해선 반드시 이용해야 하는 장소이기에, 참가자들도 이곳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 왔다.
그 트레이닝 센터 앞에, 못 보던 커다란 게시판 하나가 붙어 있었다.
“자, 잠깐만··· 이게 뭐야?”
“트레이닝 센터 예약자 명단?”
“···.”
이번에도 군자의 예감은 어김없이 적중했다.
코인으로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건, 바꿔 말하면 지금까지 아무런 대가 없이 사용하던 무언가에도 코인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는 뜻.
닷새의 합숙 기간 동안, 이 ‘트레이닝 센터 예약권’만큼 한정적이면서도 가치 높은 자원은 없다.
“와, 이제 연습실도 코인 내고 써야 돼?”
“···너무해···.”
“근데 이거, 누가 독점해 버리면 어떡하지?”
“아하하, 웅이 못된 생각 한다.”
“만약 독점이 가능하기만 하다면 군자가 가장 유리한 위치 아냐? 개부자잖아.”
그러나 군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귀한 자원이라고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누군가를 방해하면서까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선비의 방식이 아니었다.
“우리가 필요한 시간만 예약하자.”
단호한 군자의 발언에 모든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나도 그게 더 속 편하고.”
“···저, 저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아, 역시 군자는 아름다워.”
“아하핫, 대신 좋은 시간으로 예약하자.”
“그래 군자야. 그 정도는 해 주라.”
그러나 지하 1층으로 내려온 것은 군자의 팀 뿐만이 아니었다.
민강열과 장선재, 그리고 주하성 역시 낌새를 눈치채고 트레이닝 센터 앞에 모여들었다.
우르르 몰려든 다른 팀 멤버들 역시 트레이닝 센터 앞에 붙은 게시판을 보며 웅성거렸다.
“어, 이제부턴 트레이닝 센터도 예약해야 되나 봐!”
“세상에.”
“시간 당 10코인? 다행히 비싸진 않네.”
“군자네도 예약 하러 왔구나?”
상위권 참가자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트레이닝 센터 사용권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가 익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가장 많은 코인을 보유한 것은 군자였다.
군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 이 순간부터 경연 당일까지 트레이닝 센터를 통째로 독점해 버릴 수도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속, 먼저 입을 연 것은 민강열이었다.
“군자, 설마 여기 독점할 생각인 건 아니지? 하하.”
웃음기가 묻어 있었으나 다분히 뼈 있는 농담. 군자가 그 저의를 모를 리 없었다.
이들은 군자의 무리를 경계하고 있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운동회 1위 보상으로 팀을 완벽하게 지켜 낸 군자와 달리, 이들의 팀은 처음의 계획과 다르게 재구성되어 버렸으니까. 흔들리는 눈빛에서 민강열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아뇨, 독점할 생각은 없습니다.”
“오 그래? 크으, 역시 군자는 군자네.”
민강열과의 대화가 끝나자 마자 이번엔 주하성이 기다렸다는 듯 나섰다.
“그럼 오늘 저녁 시간은 우리가 예약해도 될까?”
그러나 군자도 이번만큼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뇨.”
“뭐?”
“우리도 그 시간에 예약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
“예.”
주하성이 군자에게 한 발짝 다가섰다.
“독점 안 한다면서, 시간 내 줄 생각은 없나 보네?”
“독점을 안 한다고 했지, 연습을 안 한다는 말은 한 적 없는데.”
“그럼 그냥 양보 좀 해 주지?”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너 돈 많잖아.”
“예.”
“언제든 다른 시간 예약할 수 있는데, 굳이 그 시간을 딱 골라야겠어?”
“예.”
“나 벌써 너한테 두 번이나 졌잖아. 배려 좀 해 주라.”
“···굳이?”
“아니, 형한테 그 정도도 못 해 주겠다고?”
군자와 주하성,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피할 생각이 조금도 없어 보였다.
유찬과 현수는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것 같은 표정이었으나 군자는 단호했다.
연습실 독점 같은 비윤리적인 짓은 안 한다. 그러나 내 권리를 스스로 포기할 생각도 없다.
무엇보다 동료들의 생존과 탈락까지 걸린 경쟁 아니던가.
처음부터 그 신경전을 지켜보고 있던 구성준 트레이너는, 이제는 개입할 타이밍이 됐다는 듯 참가자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 자, 일단 다들 올라가. 아직 3차 경연 주제 발표도 안 끝났잖아.”
“···넵.”
“3차 경연 주제랑 방식부터 듣고 와야지. 트레이닝 센터 예약 방식은 내가 쌤들이랑 상의해 볼테니까.”
대치 상황은 그렇게 끝났고, 참가자들은 다시 강당으로 모였다.
참가자들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MC 정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다시 3차 경연의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3차 경연 역시 대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만, 이번엔 두 팀이 같은 곡으로 경쟁하게 됩니다!”
“!”
“같은 곡으로 경연을 펼치는 만큼, 해석 방식의 차이가 확실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물론 멤버 간의 수준 차이 역시 명료하게 드러나겠지요!”
‘수준 차이’라는 단어에 몇몇 참가자들이 혀를 내둘렀다.
이젠 팀 당 멤버가 다섯으로 줄었으니, 정해진의 말대로 수준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보일 것이다.
“참고로, 3차 미션곡은 코인을 통한 구매가 아닌 100% 추첨으로 배정됩니다. 숙소 생활을 하며 코인을 사용할 일이 많아진 만큼, 이번 미션은 추첨을 통해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각 팀의 대표는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곧 여섯 팀의 대표가 단상 앞으로 나섰다. 군자 역시 노랑병아리 팀의 대표로 나서서 플라스틱 볼 하나를 뽑아 정해진에게 건넸다.
“오, 유군자 참가자는 그룹 ‘벨로체’의 [Suit Up>을 뽑았습니다! 도회적이고 섹시한 무드를 가진 트렌디한 노래죠!”
군자의 추첨이 끝난 뒤, 이번엔 주하성이 같은 노래를 뽑았다.
프리스타일 배틀, 2차 경연에 이어 벌써 세 번째 만남.
앞선 두 번의 경쟁에선 군자가 승리를 거뒀으나 군자는 방심할 생각이 없었다.
아니, 사실 방심 같은 것을 할 여유도 없었다.
[주하성 (22)] [용모 A (A+)] [노래 C+ (B)] [춤 A (S+)] [매력 A- (A+)] [축복 : 평정심 (어떤 무대든 반드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함)]네 가지 능력 중 무려 세 가지 부분에서 A등급 수준의 평가를 받는, 명실상부 이 오디션 최강의 실력자.
현재 상태만 놓고 본다면 얼마 전 만났던 귀인 리온과도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뽑기를 마치고 돌아온 주하성이 군자를 보며 가볍게 웃어 보였다.
“또 만나네.”
“···.”
“아직도 나랑 친하게 지낼 생각은 없나 보다?”
“말했잖습니까, 우리는 궁합이 안 맞는다고.”
“하하, 또 그 궁합 얘기야?”
“···.”
“그럼 어쩔 수 없겠다. 누구 한 명은 떨어져야겠네.”
말을 맺음과 동시에 주하성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그러나 군자는 이번에도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거 안됐구려, 난 떨어질 생각이 없는데.”
“하하, 그래? 나랑 똑같네.”
“어디 어떻게 되나 한번 봅시다.”
“그래, 재밌겠다.”
다시 한번 유군자 vs 주하성의 대결 구도가 성사되자 김석훈 PD의 입이 귀에 걸렸다.
“흐흐, 쟤네는 어떻게 뽑기를 해도 저렇게 예쁘게 하냐.”
초반엔 유군자 vs 양정무의 구도가 시청률을 견인했다면 중반 이후부터 부각된 것은 단연 유군자 vs 주하성의 라이벌 구도였다.
아이돌 명가 스타월드의 에이스 연습생 주하성, 근본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컨셉 장인 유군자.
지금까지는 군자가 연전연승해 왔지만 또 모를 일이다, 언제 주하성이 판도를 뒤집고 다시금 왕좌를 되찾을지.
“그래 얘들아, 난 둘 다 응원한다!”
* * *
3차 경연을 위한 곡 선정이 완료된 날 저녁 숙소.
“···그 뱀 같은 자가 또···.”
군자는 주하성을 떠올리며 초콜렛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웬만하면 모든 이들의 장점을 찾고 널리 사랑하려 노력하는 군자였다.
그러나 주하성이라는 인간은 참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연습실 앞에서 주하성은 명백히 여론을 선동하려 했다.
스스로를 약자로 보이도록 하며, 그의 사정을 봐 주지 않는 군자를 악당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였다.
적어도 이 시점에선, 모든 팀들의 견제를 받는 군자가 오히려 약자의 입장이었다.
만약 연습실 배분이 공평하게 이루어진다고 해도, 나머지 다섯 팀이 담합하여 연습실을 공유해 버린다면 그들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다.
반면 군자의 팀은 그들이 예약한 시간만을 사용해야 할 것이고.
주하성, 그 뱀 같은 사내가 그 생각을 하지 않았을 리 없다.
벌써부터 민강열, 장선재 무리와 함께 어울려 다니는 것이 그 증표다.
웬만해선 평정심을 유지하려 했으나 오늘만큼은 분한 마음을 참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이건 도저히 못 참겠구나.”
결국 친한 동료들을 모두 방으로 불러 피자 파티를 벌이고 나서야 분노가 조금 가라앉은 군자였다.
속이 시끄러울 때엔 이태리 빈대떡만한 것이 없지. 이럴 때엔 엽전이 넘쳐나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싶었다.
“크으, 부자 친구가 이래서 좋구나.”
“군자, 잘 먹을게! 헤헤.”
“아, 근데 어떤 미친놈이 파인애플 피자 시킴?”
“···내가 시켰는데···.”
“아, 혁이 형이었구나! 잘 먹겠슴다! 알로하!”
그렇게 한참 피자를 먹던 도중, 무언가가 기억났다는 듯 태웅이 입을 열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까 우리 연습실 예약은 어떡하지?”
“그러게여. 아까 구 쌤이 이따가 말해 준다고 하시지 않았나.”
“···마, 맞아요, 그러셨어요···.”
“흐음, 가위 바위 보 같은 걸로 결정하려나?”
그 순간, 마치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는 듯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트레이닝 룸 예약을 희망하는 참가자들은, 지금 지하 1층 트레이닝 룸으로 집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방송이 나오자 마자, 피자 파티 참가자들은 모두 남은 피자 조각을 입에 밀어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가 보자!”
서둘러 지하 1층 트레이닝 룸으로 향하니, 이미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그곳에 모여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참가자들의 앞엔 트레이너 구성준, 소예진, 레이첼이 서 있었고.
소예진은 이번에도 무언가가 불만스럽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리며 군소리를 했다.
“아니, 애들 연습실 정도는 빵빵하게 만들어 줘야 되는 거 아냐?”
“소 쌤! 카메라 카메라.”
“내가 뭐 틀린 말 했어요? 연습실 예약 가지고 경쟁이라니, 이건 진짜 아니잖아.”
“하하, 방송이잖아요.”
“그렇게 애들 갈아 넣고, 어른들만 재미 보는 방송?”
“소 쌤, 사운드감독 님이 쌤 마이크 끄신 듯···.”
“아 뭐 상관없어요, 어차피 김 PD님도 다 들었을 텐데 뭐.”
멀찍이 앉아서 모른 척 딴청을 피우고 있는 김석훈 PD를 향해, 소예진 트레이너가 쩌렁쩌렁한 발성을 쏘았다.
“김 PD님!”
“에?”
“이런 식으로 하실 거면 전 다음 시즌부터 부르지 마세요.”
“···아니 뭐···.”
“제발 시청률 말고 애들 생각도 좀 하시고, 예?”
“···맨날 생각하는데···.”
궁시렁대는 김석훈 PD를 보며 한숨을 팍 내쉰 소예진은, 이번에는 참가자들을 돌아보았다.
“미안, 쫄지 마. 원래 PD랑 이렇게 싸우고 그러는 거야.”
“···넵.”
“자, 그래도 연습실 배정은 해야지.”
“넵.”
“일단 독점은 안 돼. 하지만 원하는 시간대가 겹치는 경우도 있을 테니까···.”
“넵.”
“일단 팀장들 먼저 나와 볼래?”
소예진의 말에, 군자와 주하성을 포함한 여섯 명의 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론 가위바위보 같은 걸로 결정하면 공평하겠지만, 그건 우리 피디님께서 거절을 하셨고.”
“···.”
“그래서 우리가 고민을 해 봤는데··· 여기가 춤 연습하는 공간이잖아?”
“넵.”
“그러니까, 춤으로 결정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
“무슨 뜻인지 다 알겠지?”
소예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성준의 의자 옆에 있던 앰프에서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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