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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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여지책이 전화위복으로
갑자기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모두가 그 의미를 알았다.
승부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음악이 나온다는 건, 춤으로 승패를 가리겠다는 뜻.
옹기종기 모여 있던 참가자들이 순식간에 가장자리로 이동하며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그 안에 자리잡은 것은 세 명의 트레이너, 그리고 군자를 포함한 여섯 명의 리더.
댄스 배틀을 해 본 적 없는 군자였으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결국 춤으로서 이들을 꺾어야 연습실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구나.
쿵, 쿠웅-.
배틀에 최적화된 강렬한 베이스가 지하 연습실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음악이 흐르자, 방금 전까지 잔뜩 긴장해 있던 참가자들도 모두 소리를 지르며 분위기를 타기 시작했다.
“오, 음악 좋다-!”
“야! 무조건 이겨야 돼!”
“강열, 다 찢어버려-!”
첫 번째로 나선 민강열부터 음악에 맞춘 프리스타일 댄스를 선보였다.
서른 명으로 좁혀진 생존자, 그 중에서도 팀장을 맡을 정도의 참가자들이다.
이미 검증된 실력자들이었기에 프리스타일 댄스만으로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독보적인 참가자들은 분명 존재했다.
“주하서어어엉—!!”
“와, 쟤 미쳤나 봐—!!”
유군자에게 번번이 패배했지만, 적어도 댄스 실력만큼은 언제나 모두를 압살해 왔던 1티어 댄서 주하성.
“선비 형아—!!”
“유군자, 멋지다—!!”
독특하고 동양적인 춤사위, 사기적인 표현력에 그 누구보다 탄탄한 기본 스텝을 가지고 있는 유군자.
트레이너들이 보기에도 이 두 명은 다른 리더들과 격이 달랐다.
춤의 수준만 본다면 그 누구도 주하성을 따라갈 수 없었다.
그러나 표현력, 매력, 무대 장악력은 유군자 역시 주하성 못지 않았다.
다른 리더 사이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이 두 명을 비교한다는 것은 트레이너들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소 쌤, 어떻게 할까요?”
“글쎄요, 이거 너무 애매한데.”
“그냥 한 번 더 보는 게 낫겠죠?”
“애들 체력만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결국 6위부터 3위까지의 순위를 결정지은 뒤, 1위를 놓고 재대결이 벌어졌다.
“10분 쉬고, 하성이랑 군자만 한 번 더 하자. 괜찮지?”
“넵.”
주하성을 탐탁치 않게 여기던 군자였지만, 그의 춤 실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이돌 세계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군자가 보기에도 주하성의 춤은 대단했다.
쿠웅, 쿠우웅-.
재대결을 위한 음악이 흐르자 마자, 주하성의 몸이 기계 장치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온 몸의 근육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한 순간도 손끝과 발끝을 허투루 던지지 않는다.
짧은 곡조에 춤을 추더라도 기승전결이 느껴진다. 힘을 줄 땐 태웅처럼 강했고, 부드러울 땐 유찬처럼 하늘거렸다.
저것이 등급 ‘A’의 춤사위구나.
그에 비해 군자의 춤 등급은 아직 ‘B’.
등급으로만 본다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군자는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주하성에겐 무엇 하나 지고 싶지 않다. 게다가 연습실 사용권까지 걸린 일전 아니던가.
주하성의 차례가 끝난 뒤 이번엔 군자가 무대 중앙으로 나섰다. 마침, 강렬한 비트의 음악이 끝나고 서정적인 트랙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군자에겐 희소식이었다.
이런 순간이야말로 가장 자신있는 무기를 꺼내 들어야 한다.
구슬픈 멜로디에 맞추어, 군자의 손끝이 처연하게 살아났다.
“오오오-.”
첫 번째 ‘조회수 미션’에서 보여준 적 있었던 동양적이며 아련한 춤사위.
빙그르르 둘러 앉아 있던 관객들이 동시에 낮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런 음악에서 군자가 보여 주는 존재감은, 이미 서바이벌 참가자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음악이 끝날 때까지 군자는 집중력을 유지했다.
가사 한 줄, 멜로디 하나조차 놓치지 않으며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있는 음악에 자신있는 공연을 펼쳤다. 아마도 이것이 지금 시점에서 군자가 보일 수 있는 최상의 안무였을 터.
그렇게 배틀이 끝난 뒤, 우승자를 결정할 시간.
“하아, 너무 어렵네 이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맞대결에, 트레이너들마저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수많은 연습생들을 보아 온 그들에게도 쉽지 않은 평가였다.
잠시 간의 고민이 끝난 뒤, 레이첼 트레이너가 먼저 평가 결과를 밝혔다.
“나는 군자 쪽이 조금 더 좋았어.”
“앗싸아아아—!!”
권태웅의 우렁찬 환호성이 끝나자 마자, 이번엔 구성준 트레이너가 결과를 발표했다.
“으음, 난 하성이가 더 잘한 것 같네.”
“오오오오오오—!!”
이번엔 ‘팀 주하성’ 쪽에서 요란한 고함이 터져 나왔고.
자연스레 모두의 시선은 소예진 트레이너에게로 모였다.
누가 소설이라도 쓴 것처럼 평가 결과가 1대 1로 갈린 가운데.
소예진은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 중이었다.
개인 취향대로 선택하라면 무조건 군자 쪽을 뽑았을 것이다. 동양적인 퍼포먼스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였으니까.
그러나 이건 춤의 퀄리티를 평가해야 하는 댄스 배틀이다.
유군자 역시 프로그램이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발전을 이룬 참가자 중 한 명이다.
오로지 군자만이 가지고 있는 저 처연한 춤선은, 곡의 절정부에 임팩트를 주기에 최적화되어 있고.
그러나 주하성은 곡의 절정부 뿐만 아니라 어떤 파트에서도 1인분 이상을 할 수 있는 참가자다.
기본 동작의 수준부터 다르다.
기본기가 압도적으로 탄탄하니, 어떤 움직임을 취하더라도 군더더기가 없다.
한참을 고민하던 소예진은,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 참가자들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구성준 선생님 의견과 같아.”
“!”
“이번엔 하성이가 조금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줬다고 생각해.”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합산 스코어 1 : 2.
연습실 사용권을 놓고 벌어진 댄스 배틀의 최종 승자는 주하성이었다.
* * *
연습실 사용권을 건 댄스 배틀이 끝난 뒤.
홀로 숙소에 남은 군자는 트레이너들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결과 발표 후, 구성준, 소예진 트레이너는 그들이 주하성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친히 설명해 주었다.
무대 위에선 언제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증명해 온 군자였지만, 그것은 냉정히 말하면 전략의 승리이기도 했다.
단체 검무, 거문고와 가야금, 판소리 랩···.
멋진 전략으로 승리해 왔으나, 언제나 색채가 강한 무대만을 할 수는 없다.
최고의 아이돌이 되기 위해선 기본기 역시 그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
그 기본기가 가장 뛰어난 참가자가 주하성이었기에, 트레이너들은 그를 선택한 것이다.
모두 충분히 납득 가능한 설명이었다.
지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져 버렸지만, 군자는 손톱만큼도 억울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군자 본인이 직접 상태창으로 그 차이를 확인하지 않았던가.
‘B’등급과 ‘A’등급 사이엔 아마 꽤나 큰 격차가 존재할 터.
물론 군자에겐 조선에서 가져온 춤사위라는 필살기가 있었으나, 필살기는 말 그대로 필살기다.
트레이너 선생님들의 말대로, 그걸 매번 사용할 수는 없는 노릇.
이제는 군자 역시 기본기를 키워야 한다.
누구보다 군자 본인이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상태창의 도움을 받아 쉽게 등급을 올려 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상태창은 더 이상 임무를 통한 포인트 지급을 하지 않았다.
“창이야, 거기 있느냐.”
“···.”
“이젠 나 스스로 노력해야 할 때란 말이더냐.”
···우우웅···.
군자의 말에 대답하듯 상태창이 작게 공명했다.
“하하, 조금 야속하구나.”
말은 그렇게 했지만, 상태창에겐 이미 차고 넘치도록 감사한 마음 뿐이었다.
아이돌 안무를 연습해 본 적도 없었던 군자가, 동작을 이해하고 그것을 익혀 무대를 해낼 수 있었던 데엔 상태창의 도움이 지대했으니까.
만약 상태창이 아니었다면 이 등급까지 성장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군자 스스로 노력할 차례다. 다른 모든 참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럴 때 연습실이 아쉽구나···.”
댄스 배틀 결과, 군자의 팀은 최종 2위를 차지했다.
여섯 개의 팀 중 2위라면 나쁘진 않은 성적표다.
게다가 1위 팀이라고 해도 좋은 시간을 모조리 차지할 수는 없도록 트레이너들이 직접 중재해 주었다.
덕분에 군자의 팀 역시 하루 3시간 가량의 연습실 사용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하루에 3시간이라면 집중 연습을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상황은 여러 모로 좋지 않게 흘러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망연자실할 생각은 없었다.
식어 버린 피자조각을 야무지게 한 입 베어 문 뒤, 군자는 가장 먼저 동료들부터 찾았다.
“불찰을 용서하시게-!”
패배에 대한 사죄의 의미를 담은 석고대죄.
“···뭐 하냐 너.”
“혀, 형, 일어나요···.”
“아하하, 2등도 잘한 거지.”
다행히, 그 누구도 군자를 원망하고 있지 않았다.
모두 군자와 같은 생각이었다. 이 안 좋은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경연곡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도 주하성의 팀을 꺾을 만큼 완벽하게.
가장 먼저 회의부터 시작했다.
‘벨로체’의 곡 [Suit Up>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먼저 의견을 낸 것은 프로듀서인 지현수였다. 그의 퀭한 눈은 오늘도 군자를 바라보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이번에도 군자 중심으로 짜는 게 어떨까?”
“1, 2차 경연에서 했던 것처럼?”
“응. 솔직히 이번 아육시 통틀어도 군자만큼 임팩트 있는 참가자 없잖아.”
“그건 맞지.”
“[Suit Up>은 도회적인 노래니까, 무드를 바꾸는 거지. 영어 랩 부분은 한글로 개사를 좀 하고, 해금이나 태평소 샘플 사운드로 편곡하고.”
“군자틱하게 편곡하자 그거구나.”
“···하, 하긴, 그게 승률이 높긴 하니깐···.”
“아하하, 난 좋아. 찬성 찬성.”
다른 멤버들은 지현수의 의견에 찬성하는 듯 했으나 군자의 생각은 달랐다.
“저기, 나 같은 패배자가 이런 말을 꺼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아오, 궁상 떨지 말고 그냥 말 해 임마.”
“이번엔 다른 길로 가고 싶어.”
“다른 길? 무슨?”
군자는 자신의 생각을 동료들에게 솔직하게 전달했다.
이번 댄스 배틀에서 패배하며 새롭게 정리한 생각들.
언제까지 ‘잘하는 것’만으로 무대를 꾸밀 수는 없다는 의견.
이번엔 동양적인 편곡이 아닌, ‘기본’ 그 자체에 충실한 담백한 무대를 꾸미고 싶다는 바람.
네 명의 동료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군자의 의견을 경청했다.
“어, 군자 의견도 괜찮은데.”
“하긴, 지금까지 죄다 동양풍 무대만 했으니까, 다음 무대도 당연히 동양풍 할 거라 생각하겠지?”
“···그, 그러니까 오히려 원곡에 충실하는 게 반전인···.”
“아하하, 난 그것도 좋네. 찬성 찬성.”
“나도 좋아. 지금까진 컨셉 강한 무대만 했으니까, 한 번쯤은 기름기 쫙 빼고 해도 괜찮지.”
모두가 군자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 있었다.
“근데, 그렇게 하려면 연습 더 개빡세게 해야 하는 거 알지?”
“···그건 맞아요, 이, 임팩트 줄 장치가 없으면···.”
“그렇지. 편곡도 거의 못 하고, 거의 원곡대로 가야 하는 거니까.”
“하아, 근데 하필 이럴 때 연습실이 없네.”
“아하하, 그러게.”
“···시우 넌 참 매사에 즐겁구나···.”
“그냥 아무데서나 연습하면 돼, 헤헤.”
“뭐, 연습실 없을 땐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아무 데서나 연습하면 된다는 현시우의 말에, 문득 과거가 떠오른 군자였다.
300년 전의 조선에 통 거울 연습실 같은 것이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가무(歌舞)라면 몸서리를 치는 숙부까지 있었다.
그렇기에 군자의 연습실은 항상 비 온 다음날의 뒷마당, 혹은 호롱불을 켜 놓은 공부방 같은 곳이었다.
비 고인 물웅덩이에 달빛이 드리우면 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거울 삼아 춤을 연습하곤 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숙부 몰래 호롱불을 밝혀 놓고, 창호지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몸을 움직였다.
노래와 춤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러나 혼자서 연습을 할 때면 종종 사무치는 외로움이 엄습해 오기도 했다.
저 물웅덩이 속 허상이 실존하는 나의 친우라면 어땠을까.
저 웅덩이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함께 춤을 출 수 있다면 또 얼마나 기쁠까.
허나 지금은, 그토록 꿈꾸던 친우들이 바로 옆에 있었다.
함께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부족한 부분을 짚어 주고, 힘들 땐 서로를 격려해 주기도 하는 친우들이.
비록 통거울 연습실은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소중한 것을 얻지 않았던가.
새삼 큰 감사함을 느끼며, 군자가 다시 아이디어를 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 거울이 없을 땐, 우리가 서로의 거울이 돼 주는 거다.”
“음? 그게 무슨 소리야?”
“거울처럼 서로를 마주본 상태에서, 상대의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지.”
“···미, 미러 모드 영상처럼요···?”
“오, 그렇게 하면 서로 단점 보완해 주기도 좋겠다.”
“흐음, 오른쪽 왼쪽이 좀 헷갈릴 것 같긴 한데.”
“뭐 어때, 그래도 연습실 없다고 연습 못하고 있는 것보단 낫잖아?”
“그래, 뭐가 됐든 군자 의견이니까 나도 찬성.”
“아하하, 재밌겠다.”
“좋아, 그럼 당장 시작해 볼까?”
그렇게 지하 2층의 빈 방으로 내려간 ‘팀 유군자’는 지체 없이 ‘미러 모드’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암기력 좋은 군자가 빠르게 [Suit Up>의 안무를 땄고, 유찬과 태웅이 각각 동작의 디테일을 잡아 나갔다.
그 다음은 유찬 – 군자, 현수 – 태웅이 한 조를 이루어 서로의 거울이 됐다.
“여기선 이런 식으로?”
“···아뇨 형, 팔을 조금 더 내려서···.”
유찬이 섬세하게 군자의 동작을 잡아 주고.
“으으, 아파.”
“야, 좀 더 세게 쳐야지.”
“···이게 풀 파워인데?”
“아니 이렇게, 갑바부터 팡 팡 튕겨 주라고.”
“···갈비뼈 아프단 말야···.”
태웅은 현수의 부족한 파워에 힘을 실어 주는 식으로.
그렇게 한참 연습을 한 뒤엔, 서로 파트너를 바꾸어 다시 연습 및 교정에 들어갔다.
대형 거울이 있을 때보단 불편했지만, 이런 식으로 동작을 잡아 나가는 것도 꽤나 유효한 훈련이었다.
무엇보다 잘못된 동작을 취했을 때, 바로 앞의 ‘거울’이 바로 그것을 바로잡아 준다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아하하하, 너네 지금 엄청 재밌어.”
멀찍이 떨어진 현시우가 그 모습을 연습용 태블릿 PC에 담았다.
“야 현시우, 교대해. 너도 연습 해야지.”
“이것부터 보고 하자, 완전 재밌어.”
“연습이 재미있으면 안되는 거 아냐?”
“아하하, 일단 보라구.”
“뭐 얼마나 재밌길래···.”
‘팀 유군자’의 다섯 사람은 모두 태블릿PC 앞에 보여 현시우가 촬영한 영상을 바라보았다.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안무를 교정해 주는 모습은 꽤나 꼴사나울 것 같았으나.
“···어?”
“···무, 뭐지 이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어색하거나 추해 보이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추하기는커녕 꽤나 그럴싸해 보이기까지 했다.
“잠깐, 잠깐만, 이거 왜 괜찮아?”
“아하하, 내가 재미있다고 했잖아.”
“···각도 안 잡고 되게 대충 한 건데···.”
“왜 이렇게 그럴싸하지?”
모두가 뜻밖의 의문에 빠진 가운데.
이번엔 작곡가 지현수가 답을 찾았다.
“아, 내가 이걸 왜 생각 못했지?”
“어? 뭔데?”
“애초에 가사가 이런 식이잖아.”
그렇게 말하며 지현수는 [Suit Up>의 가사지를 팔락거렸다.
그룹 ‘벨로체’의 [Suit Up>은 정장을 차려 입은 남성의 섹시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노래다.
하지만 그 가사를 뜯어 보면, 정장을 차려 입는 과정을 묘사하며 그를 통해 ‘또다른 자아’를 얻는다는 암시가 깔려 있었다.
“우리 옷 입을 때 어디서 입지?”
“거울 앞에서.”
“그렇지? 그럼 [Suit Up> 가사 속의 ‘또다른 자아’는, 옷을 갈아입는 순간 거울 속의 내 모습이라고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오? 그럴싸한데?”
“그래서 이 ‘미러 모드’ 안무가 이 곡에 잘 묻었던 거야.”
“오올, 지현수우!”
“흐흐··· 나도 작곡 하는 사람이거든.”
현시우가 찍은 동영상이 뜻밖의 수확을 거두었다.
연습을 시작할 때만 해도 막막했던 표정이, 지금은 어느새 설렘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거, 잘만 응용하면···.”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임팩트까지 줄 수 있겠는데?”
“크으, 역시 유군자. 넌 이런 것까지 계산하고 미러 모드 연습을!”
“으음?”
“군자! 넌 도대체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는 거니!”
지현수와 권태웅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연습법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주었구나!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