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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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면돌파
문원 유씨(文園 柳氏) 15대손 유군자는 태어난 순간부터 그냥 강했다.
천수(天壽)를 대가로 문무(文武)의 자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유가의 남자들, 그 중에서도 군자의 재능은 독보적이었다.
어려서부터 몸으로 하는 것엔 단 한 번도 어려움을 느껴 본 적이 없는 군자였다.
근골이 발달하기 전부터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광대가 수 년에 걸쳐 터득한 줄타기를, 불과 몇 번 만에 완벽하게 따라해 버렸다.
모두가 그 압도적인 재능에 감탄했으나 군자에겐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태어나기를 강하게 태어났으니까.
그렇기에, 빙의 이후에도 군자는 전혀 몰랐다.
자신이 빙의한 육체가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체능(體能)이 없는 몸으로 살아 본 적이 없기에, 그저 ‘하면 되는’ 것이 군자에겐 당연했다.
이아롱 선생은 매번 ‘이렇게 근육이 빨리 붙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과거에 태어났다면 분명 장군이 되었을 것이라며 감탄했었지.
그러나 그것도 모두 자신을 괴롭히기 위한 이아롱 선생의 계략이라 생각했다.
타고난 근수저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노력을 하면 신체기능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게다가 재능이 뛰어난 자를 봤다면 아끼고 사랑해 주어야지, 이토록 괴롭히는 이유는 또 무엇이란 말인가.
당시엔 그저 이아롱 선생이 악마인 줄로만 알았다.
‘매일 반복 운동을 하지 않으면 꿈에서도 나타나 괴롭힐 것이다’라는 협박에, 울며 겨자를 먹듯 반복 운동을 행했다.
그러다가 근육통에 중독되어 버리는 이상하고 변태적인 상태에 이르고 말았지만.
어쩌면 이 두 개의 ‘선비 사(士)’는, 그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낸 것에 따른 훈장일지도 모르겠구나.
노란색 맨투맨을 발라당 까 뒤집은 채로 군자는 해맑게 껄껄 웃었다.
“봐라, 이게 어디 임금 왕(王)이더냐!”
그러나 동료들은 실망하기는커녕 군자의 주변으로 몰려들어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 미쳤는데?”
“···하나, 둘, 셋··· 여, 여덟 개···.”
“데피니션 무슨 일이야? 아니, 하다 하다 심지어 복근도 잘생겼다고?”
“아름다워···.”
기세 좋게 배를 깠지만, 이어지는 동료들의 반응이 민망하여 다시 조용히 옷을 내린 군자였다.
“어, 어쨌거나 보다시피 왕자 같은 것은 없다.”
“뭔 소리야, 그게 왕자구만.”
“글쎄, 왕이 아니라 선비 사 두 개라니까.”
“그래? 그게 그거 아닌가?”
“하, 한낱 선비와 임금을 어찌··· 너 그러다 의금부 간다!”
“아오, 그럼 초콜렛 복근이라고 하자. 그건 괜찮냐?”
“초콜렛?”
초콜렛이라는 말에 군자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현대 문물 중에서도, 그를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초콜렛이었다.
“그것은··· 그것은 마음에 드는구나.”
“오케이, 그럼 ‘덜 입는’ 쪽은 태웅이랑 군자로 픽스?”
“허나 선비된 자가 어찌 대중 앞에서 노출을···.”
노출 퍼포먼스에 약간의 거부 반응을 보인 군자였지만 결국 유찬이 군자를 설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사, 사람들에게 선비의 증표를 보여 주는 건데···.”
“오?”
“그렇게 생각하면··· 의미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구나.”
그러나 아직도 문제는 남아 있었다.
복근의 선명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경연 날까지 식단을 관리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자제해야 한다는 태웅의 말에, 군자의 표정이 급격하게 우울해졌다.
“이태리 빈대떡도 안 된다고?”
“안 돼. 피자가 얼마나 살 팍팍 찌는 음식인데.”
“그럼 닭고기 튀김은?”
“닭가슴살은 먹게 해 줄게.”
“호, 혹시 초콜렛도 안 되는 건 아니겠지?”
“뭐? 당연히 안 되지.”
“무, 뭐라?”
“초콜렛 당분 덩어리인 거 몰라?”
“말도 안 된다!”
“뭐가 말이 안 되는데.”
“이것의 이름이 초콜렛 복근이라면서!”
“그렇지?”
“초콜렛 복근을 만들려면 초콜렛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니, 뭔 개논리야?”
“거 봐라, 반박도 못 하잖느냐!”
“아 몰라 몰라, 아무튼 경연 때까지만 참아.”
식단 제한이라는 청천벽력에 입이 오리주둥이처럼 튀어나온 군자였으나.
“···그래도 경연이 끝나면 다 같이 잔치를 벌여도 되는 것이겠지?”
“아이, 당연하지. 그 땐 먹어야지!”
그래도 끝내 태웅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듯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합숙을 시작하기 전, 부모님께서 그렇게 말하셨다.
아이돌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고.
이 길을 걷다 보면 분명 고통스러운 시간도 찾아올 것이라고.
가무를 연습하는 것은 언제나 즐거웠으나, 식단 조절은 상상도 해 본 적 없는 일이라 두려움부터 앞섰다.
식도락(食道樂)을 즐길 수 없다니. 세상에 맛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나 부모님의 말씀대로, 언제나 즐거운 것만을 찾을 수는 없는 법이다.
모두가 염원하는 꿈을 향해 가는데, 즐거운 일만 벌어진다는 것부터가 모순 아닌가.
“좋다, 그럼 초콜렛도 참아 볼게.”
“···그렇게 비장하게 말할 일이야?”
경연까지 남은 시간은 사흘.
그 날부터, 군자의 일상엔 새로운 도전이 추가됐다.
초콜렛을 포함한 고탄수화물, 고지방 음식을 일체 입에 대지 않는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며, 매일 두 시간 가량의 근력 운동을 병행한다.
사흘 만에 근육을 키울 순 없지만, 피하지방과 수분을 내쫓아 근육의 선명도를 올리는 것은 가능했다.
먹고 싶은 것을 참는다는 것은 군자에겐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군자는 이를 악물었다.
복부에 새긴 ‘선비의 증표’를 모두에게 떳떳하게 보여주기 위해.
안 그래도 연습으로 가득했던 하루에 운동과 식이 조절이 더해지니 고단함도 함께 커졌다.
그러나 군자가 연습을 게을리 하는 일은 없었다.
동료들은 단 한 순간도 군자를 혼자 두지 않았다. 군자의 향상심만큼, 동료들의 복수심도 함께 불타 오르고 있었으니까.
“그 자식들, 진짜 끝까지 연습실 공유는 안 해 주네.”
“좋아, 누가 이기나 해 보자고.”
“아하하, 그러다 지면 얼마나 부끄러울까?”
“유찬, 너도 욕 한 마디 해라.”
“···나, 나쁜 사람들···.”
“더 세게.”
“이, 이 나쁜 새··· 람들-!”
“푸하핫, 그냥 새끼라고 해도 돼.”
노랑 맨투맨을 입은 다섯 명의 팀원들은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극한의 훈련과 운동, 식이 조절로 채워진 72시간이 흘러가고.
마침내 3차 경연의 아침이 밝았다.
* * *
3차 경연 당일 밤.
의상 착용, 음향 장비 부착, 무대 메이크업까지 끝낸 유군자의 팀 ‘정면돌파’는 백스테이지에서 본인들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무대 위에선 하현재와 민강열의 팀이 이제 막 경연을 끝낸 참이었다. 방청객들의 찢어지는 환호성 소리가 공간을 웅웅 울리며 백스테이지까지 흘러 들어왔다.
하현재, 하현재, 하현재—···.
현재의 이름을 부르는 이 목소리.
“감사함다! 너무 너무 감사해여-!”
그에 화답하듯 터져 나오는 하현재의 단단하고 명랑한 발성.
이것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현재는 무대를 잘 마친 것이로구나.
무대 뒤에선 항상 혈류가 느껴지며 온 몸이 뜨거워지곤 했다. 그러나 오늘은 어쩐지 피가 차갑게 식는 기분을 느낀 군자였다.
그 동안은 항상 ‘잘 하던 것’을 해 왔지.
검무, 거문고, 가야금, 판소리까지, 모두 군자가 이 세상으로 가지고 온 재주들이었다.
반면 순수하게 이 곳에서 배운 재주만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마 조금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겠구나.
때마침, 무대를 마친 하현재가 백스테이지로 깡총깡총 들어왔다. 스탭들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도 그의 눈은 군자를 찾고 있었다.
“선비 형아!”
“···초콜렛 소년.”
군자를 발견하자 마자 하현재가 총총 뛰어와 그의 등짝을 팡 두들겼다.
“오늘 표정이 왜 이렇게 뚱해!”
“그런가.”
“설마 노출 때문에?”
“그게···.”
“아이, 괜찮아 괜찮아! 형 몸 짱이라니깐!”
“···.”
“가서 왕··· 아니, 아니지. 선비 사(士)자 보여주고 와여!”
하현재가 폭풍처럼 떠난 뒤엔 커다란 그림자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다음 무대에 오르기 직전, 백스테이지로 온 차인혁이었다.
“군자.”
“혁이 형님.”
“고생 많았어.”
차인혁은 별 말 없이 ‘정면돌파’ 멤버들을 한 번씩 강하게 끌어안은 뒤.
“잘 해.”
짧은 격려를 남기곤 무대 위로 성큼성큼 사라져 버렸다.
“무슨 아이돌 연습생이 저렇게 과묵해?”
“···혀, 혁이 형은 긴장도 안 하겠지···.”
태웅과 유찬은 감탄했으나 군자는 분명히 느꼈다. 차인혁의 심장도 정신없이 쿵쾅거리고 있었다.
본인이 긴장한 와중에도 군자와 그의 옛 동료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곳으로 온 거다.
현재와 인혁의 격려를 받으니 차가웠던 손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
동료들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 줘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받다니.
참으로 미숙한 존재로다.
가만히 손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자, 어느새 ‘정면돌파’ 동료들이 모두 군자를 따라하듯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음?”
“아하하, 거울 모드.”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다. 그게 이번 컨셉인 거 알지?”
“···구, 군자 형, 다 잘 될 거예요···.”
“그래, 그냥 우리만 따라해. 거울이잖아.”
“그 동안은 군자 네가 이끌어 왔으니까, 이제 버스도 좀 타고 그래.”
“뭔 말인지 알았냐?”
버스는 대중교통의 일환이거늘, 여기서 왜 버스 이야기가 나오는지는 모르겠다만.
아마도 동료를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라는 의미 아닐까.
“···알았어.”
“이거 끝나면 피자나 왕창 먹자.”
태웅의 말에 군자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안 이 곳에서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토록 믿음직한 동료들을 얻었다는 사실이 가장 기쁜 군자였다.
차갑게 식었던 몸이 조금씩 뜨거워지는 동안, 무대 위에선 주하성의 팀 ‘워리어스’가 경연 무대를 펼쳤다.
‘정면돌파’와 같은 경연곡인 [Suit Up>을 완벽하게 재해석한 퍼포먼스.
‘정면돌파’가 원곡의 의미와 맛을 살린 담백한 퍼포먼스를 준비했다면, ‘워리어스’는 현란한 편곡과 다양한 장치를 이용하여 눈이 즐거운 무대를 꾸몄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무대, 그 중심에 주하성이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군자가 있는 백스테이지에서도 그 열기가 느껴졌다.
연신 울려 퍼지는 팬들의 환호성. 거기에 폭죽과 불꽃 터지는 소리까지 더해지니 무대 위가 아니었음에도 고막이 멍멍할 지경이었다.
변주와 장식으로 가득 채운 무대가 끝난 뒤, 특별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이 이어졌다.
오늘의 특별 심사위원 중엔 현역 아이돌이자 [Suit Up>의 원곡 그룹인 ‘벨로체’의 ‘파엘’도 있었다.
당연히, 원곡자인 파엘의 심사평에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모였다.
“어, 정말 현란한 무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Suit Up>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는데, 이 곡을 이런 식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고. 또 구성을 그렇게 자주 바꾸면서도 텐션을 유지한다는 게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감사합니다-!”
“특히 센터를 맡아 주신··· 주하성 님이었나요?”
“예, 주하성입니다!”
“춤 정말 잘 추시네요.”
“감사합니다—!!”
곡의 원래 주인인 파엘의 호의적인 멘트에, ‘워리어스’ 멤버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렇게 ‘워리어스’의 무대와 심사평이 끝난 뒤, MC 정해진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아, 곡의 원 주인한테 칭찬 받기가 쉽지 않은데요! 그 어려운 걸 우리 ‘워리어스’가 해냅니다. 그럼 이제 같은 [Suit Up>을 다른 방법으로 재해석한 무대를 만나 봐야죠! ‘정면돌파’ 팀의 무대를 시작하겠습니다!”
정해진의 멘트가 끝나고, 무대가 완벽하게 암전된 뒤.
기름기 한 방울까지 완벽하게 덜어 낸 깔끔한 블랙 수트 차림의 기유찬, 지현수, 현시우.
그리고 그 수트를 ‘입다가 만’ 권태웅과 유군자가 무대 위로 올랐고.
터엉-.
조명이 떨어지며 이들의 실루엣이 드러난 순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직 그 어떤 동작조차 취하지 않았음에도,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