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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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널 바라봐
3차 경연 당일, 이번에도 연지는 방청석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기어이 방청권을 사수한 연지였다.
벌써 세 번이나 오프 무대를 뛰었더니 친구들까지 생겨 버렸다. 모두 유군자라는 공통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었기에 친목은 순식간에 형성됐다.
이번엔 또 어떤 신박한 퍼포먼스를 보여줄까.
검무, 거문고, 가야금, 판소리까지 나왔으니 이 다음엔 정말 꽹과리를 치며 상모를 돌릴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한 연지와 팬들이었지만, 군자의 선택은 팀명처럼 ‘정면돌파’였고.
복부에 새겨진 두 개의 ‘선비 사(士)’를 보는 순간.
그녀들은 떠오른 미소를 감추기 위해 양 손으로 입을 가려야 했다.
폭군자, MC군자에 이어 이번에는 성인군자라니.
···오히려 좋아.
저런 아름다운 용모에, 저렇게 잔뜩 빡친 몸까지 가지고 있었다니!
여고생 연지에겐 쉽지 않은 무대였다. 얼굴, 특히 코 쪽 모세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에 연신 코 밑을 확인해야 했다.
이러다가 코피라도 주르륵 흐르면 어떡하지.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이미 옆에 앉은 언니들은 코피를 벌컥벌컥 마시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으니까.
“사랑해—!!”
“군자야, X나 사랑해—!!”
“우어어-.”
그 모습을 보니 약간은 정신이 드는 연지였다. 저런 팬질은 성인이 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정신을 차리니 군자의 퍼포먼스가 눈에 들어왔다.
가장 먼저 시선을 잡아끈 것은 살색의 향연이었지만, 음악이 시작되니 절제된 동작의 춤이 보였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한 라이브가 들렸다.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여론을 보며 솔직히 조금은 걱정했던 연지였다.
이번에도 또 동양풍 하면 뇌절이다. 유군자는 동양풍 원툴 참가자. 파이널에선 결국 음원보정 편집보정 못 받고 실력 뽀록날 거다. 군자의 등수가 올라갈수록, 여론도 험악하게 변했다.
그럴 때마다 군자의 편이 되어 그를 옹호하기도 하고, 때로는 키보드 배틀을 뜨기도 한 연지였지만 근본적인 걱정이 사라지진 않았다.
이러다가 진짜 안티들 말대로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군자는 그런 팬들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그 동안 본인을 최상위권으로 이끌었던 무기를 버리고,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근본 넘치는 퍼포먼스로 무대 위를 누볐다.
그 모습은 마치 연지와 팬들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 같았다.
너희가 무슨 마음인지 안다.
하지만 걱정할 것 하나 없다.
처음엔 코피가 날 것 같았지만 이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간의 긴장은 한 순간에 풀려 버렸고, 대신 안도감과 감동이 그 자리를 채웠다.
원픽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었다는 느낌, 팬들에게 그보다 큰 선물은 없었다.
주변을 돌아보니, 코피를 흘리던 언니들은 그 코피에 눈물을 블렌딩하여 마시고 있었다.
“군자야아아아아—···.”
“나 죽는다 죽어-.”
그런 솔직한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연지도 부끄럽지 않게 목청을 높일 수 있었다.
“유군자, 사랑해—!!”
무대 위의 군자도 그 기운을 받은 듯, 한껏 신나 보였다.
익숙하지 않은 재주로 무대에 올랐다. 걱정이 앞선 것도 사실이었으나. 공연을 시작하니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큰 아군과 함께하고 있는지.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 군자의 배에 적힌 두 개의 선비 사(士)를 좋아해 주는 것 같았다.
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커질수록 부끄러움은 사라졌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동작을 취할 수 있었다.
옷자락이 흩날릴 때마다 높아지는 환호는, 천장에 매달린 조명까지 떨어뜨릴 것 같았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그렇게 자신의 파트를 마친 뒤 시작되는 후렴 파트.
이젠 내게 보여줘, 너만을 위한 Suit & Tie.
좀 어색하더라도 괜찮아.
거울 속의 널 바라봐-.
전면의 유찬을 기점으로, 안무는 소름이 끼칠 만큼 정교하게 맞아 떨어졌다.
무대 위에서 공연을 펼치는 멤버들부터 전율을 느낄 만큼.
꿈에서조차 계속된 연습 덕에, 다섯 사람은 서로의 영혼을 느낄 수 있게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1절 후렴이 끝나가던 시점.
파엘의 얼굴에는 치사량의 흡족함이 떠올라 있었다. 여기서 갑자기 음향사고가 나서 무대가 끝난다고 해도 그는 기립박수를 보낼 생각이었다.
비록 1절 뿐이었지만, 지금까지 이만큼 [Suit Up>을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석한 커버 무대는 없었으니까.
그러나 2절이 시작함과 동시에, 다섯 멤버들은 다시 한번 대형을 바꾸며 새로운 구성을 준비했다.
이미 행복사 직전이었던 파엘도 힘겹게 다시 허리를 세워야 했다.
“뭐, 뭔데? 또 뭐가 있어?”
센터의 현시우를 중심으로 다섯 멤버들이 ‘열 십(十)’ 모양의 대형을 갖추었다. 날개를 이룬 멤버들은, 관객을 바라보는 대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오늘은 제대로 바라봐.
똑같지만 똑같지 않아.
원하는 걸 알고 있잖아-.
2절 첫 벌스와 시작된 ‘미러 모드’ 안무.
유군자는 기유찬을, 권태웅은 지현수를 마주본 채로.
두 쌍의 ‘미러 그룹’은 서로의 동작을 섬뜩할 만큼 똑같이 재현해 냈다.
손목의 커프스링크를 채우고, 목에 채워진 타이를 만지고, 정장 라펠을 점검한 뒤 머리를 매만지고.
마치 수트를 갖춰 입는 듯한 안무가 진행되는 동안, 파엘은 일종의 환각을 느꼈다.
‘미러 모드’를 진행하는 멤버들 사이에 진짜로 큰 거울이 놓여 있는 듯한 착각.
편곡은 물론 무대 장치마저 최소화한 퍼포먼스였기에 갑자기 거울 같은 것이 생겼을 리가 없다.
그러나 그런 착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멤버 간의 ‘미러 모드’는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였다.
지독할 만큼 디테일에 집착한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
주하성의 춤 역시 완성도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그 춤에는 가사가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비트에 맞추어 테크닉을 과시할 뿐인 몸동작이었다.
그러나 이 ‘미러 모드’엔 가사가 가진 의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과시를 위해, 배틀에서 승리하기 위해 준비한 무지성 필살기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곡이 가진 의미를 완벽하게 표현해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다.
열 십(十)자로 시작했던 ‘미러 모드’ 대형은 어느새 부드러운 스텝을 통해 ‘X’ 자로 전환됐다.
가사 표현에는 제격이지만, 상대적으로 정적일 수밖에 없는 ‘미러 모드’의 단점을 동선 변경으로 멋지게 커버한 거다.
이 아이디어엔 파엘 뿐만 아니라 다른 객원 심사위원들까지 무릎을 쳤다.
Formal 하다는 건
지루하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나.
바라는 그대로 믿어봐.
입지 않던 옷도 입어봐-.
이번엔 자켓을 입고 있던 기유찬과 지현수 쪽이 옷을 벗으며 군자와 권태웅에게 그것을 건넨다.
마침내 ‘거울 밖의 나’가 새로운 의상을 입으며 변신하는 순간.
파엘은 또 한번 행복해서 미칠 것 같다는 표정이었다.
‘두 개의 자아’를 표현한 걸 넘어서, 그 변신 과정까지 그렸다고?
‘정면돌파’ 팀의 퍼포먼스엔 [Suit Up> 원곡에 대한 리스펙트가 철철 흘러 넘쳤다.
그냥 봐도 멋진 무대였으나, 원곡자인 파엘은 그 극진하고 융숭한 대접에 몸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이건 꼭 후배에게 퍼포먼스로 오마카세를 얻어 먹는 느낌이잖아?
그 와중에, 자켓을 입는 동작 역시 칼처럼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군자와 태웅이 자켓을 펄럭이자, 숨겨져 있었던 셔츠 속 화난 복근이 훤히 자태를 드러냈다.
와아아아아아악—···.
이제 옷 입는 줄 알고 약간 서운했던 팬들은 다시 한번 괴성을 질렀고.
그 사이 노래는 2절 프리코러스, 군자가 센터에 서는 타이밍이 됐다.
이제 완벽하게 달라진 너를 보여줘 봐.
새로운 너를 만든 모든 것은 네가 원하는 대로-.
셔츠에 자켓까지 갖춰 입은 군자가 센터에 서자, 네 명의 멤버가 품에서 줄자를 꺼내며 군자의 신체 치수를 측정하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와하하-.”
“귀여워—!!”
왕도를 따라 가던 깔끔한 퍼포먼스에 한 방울 떨어지는 익살과 장난기.
그러나 그 장난기조차 가사의 의미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장난을 치는 와중에도 라이브는 흔들리지 않는다.
잠깐 분위기를 환기했던 프리코러스 파트가 끝난 뒤, 이제 노래는 절정부로 치달았다.
한층 파워풀해진 2절 후렴을 지나 브릿지까지.
브릿지에서 다시 한번 ‘미러 모드’가 시작됐지만 이번엔 두 명이 서로를 마주보는 거울이 아니다.
다섯 명이 동시에 서로를 등진 채 사방을 바라보며.
마치 만화경을 속을 보듯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다가, 같은 타이밍에 앞으로 픽 고꾸라졌다.
“—!?”
심사위원단마저 화들짝 놀랄 만큼 파격적인 동작.
그러나 쓰러졌던 다섯 멤버들은 바로 다음 순간 코어의 힘으로 튕겨져 일어나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일어나는 동작마저 서로를 복사하여 붙여넣은 듯 똑같다.
동작 자체의 난이도도 난이도지만, 그 놀라운 싱크로율에는 객원 심사위원석에 앉은 안무 창작가들조차 감탄사를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와, 저걸 저렇게 맞췄다고···.”
“이거 아이돌 오디션의 퀄리티가 아닌데요?”
미친 완성도의 하이라이트 동작까지 지나가고, 이제 피날레인 마지막 후렴엔 군자가 중심에 섰다.
이젠 내게 보여줘, 너만을 위한 Suit & Tie.
좀 어색하더라도 괜찮아.
거울 속의 널 바라봐-.
4분의 퍼포먼스는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그 누구도 힘 빠진 기색은 없었다.
그 어느 때보다 파워풀한 동작에 자켓과 셔츠 역시 연신 나풀거렸다.
우와아아아아아—···.
팬들 역시 도저히 환호성을 멈출 수 없었다.
따지고 보면 ‘벨로체’의 [Suit Up>과 크게 다를 것 없는 편곡과 구성,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완성도가 달랐다. 멤버 간의 합이 달랐다.
느끼한 구성이나 과한 무대 장치, 브레이크 구간 없이도 ‘정면돌파’는 가장 큰 환호성을 만들어 냈다.
이 환호성이 단순히 복근 노출 때문이 아님을, 경쟁자인 주하성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마지막 후렴의 마지막 가사까지 혼신의 힘을 다한 퍼포먼스가 끝났고.
최후의 동작까지 완벽하게 맞추고야 만 팀 ‘정면돌파’는, 이미 모든 기력을 탕진했지만 마지막 힘까지 모아 원샷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허억, 허억···.”
춤 다 추고 노래 다 불렀다고 끝이 아니다. 팬들과 소통하는 것까지가 무대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군자였지만, MC 정해진의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긴장을 놓지 않았다.
“팀 ‘정면돌파’의 [Suit Up>이었습니다! 정말 소름이 끼칠 만큼 정교하고 완벽한 무대였습니다아—!!”
마침내 정해진의 목소리가 들리자, ‘정면돌파’ 멤버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들어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형, 형들, 흐으···.”
“와아, 이거··· 와아, 나 진짜 미치겠네-.”
“아하핫, 기분 최고야!”
“흐으억, 군자야아—···.”
내가 느낀 것을 이 녀석들도 느낀 것이로구나.
이번에도 울컥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애써 삼켜 낸 군자였지만, 관객석을 바라보니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다.
모두가 군자와 팀의 이름을 외치며 손을 뻗고 있었다.
“유군자! 유군자!”
“정면돌파! 정면돌파!”
훌렁 벗겨진 옷으로 눈물을 훔치며, 군자는 그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세 번의 경연 중 가장 힘들게 준비했던 무대다.
서 있을 힘도 없었지만, 이 환호성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는 듯 했다.
“감사합니다—!!”
“유군자아아아—.”
그러나 기립박수를 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은 관객석에 앉은 팬들 뿐만이 아니었다.
“유군자! 유군자! 정면돌파!”
객원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던 파엘은 아까부터 자리에서 일어난 채 물개처럼 박수를 치고 있었다.
심사평 순서도 상관하지 않는다는 듯 마이크를 꼭 쥐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무대에 대해 꽤나 할 말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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