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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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줄 수 있겠어요?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의 총괄 PD 김석훈은 꽤나 절박한 심정이었다.“인물이 없어, 인물이.”
압도적인 캐릭터의 부재. 그것이 언제나 아이돌 서바이벌의 가장 큰 문제였다.
흥미로운 참가자가 있는 서바이벌은 흥한다. 반대로, 밍밍한 캐릭터만 판치는 서바이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김석훈 PD는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실력과 캐릭터성을 겸비한 참가자를 수급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해 왔다.
소위 3대 엔터사라 불리는 거대 기획사에선 서바이벌에 연습생을 내보내지 않는다. 2티어 이하의 기획사를 돌며 부지런히 참가자를 모아 보았지만, 특별히 느낌이 빡 꽂히는 캐릭터가 없다.
하아, 왜 이렇게 맹탕이냐.”
“피디님, 그래도 이 정도면 애들 실력은 다 괜찮지 않아요?”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애들이야 많지. 근데 그건 기본이고.”
“흠, 그런가.”
“뭔가 이렇게 눈에 팍! 들어오는 애가 없잖아.”
인재가 부족한 와중에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쉬움을 지울 순 없었다.
앞선 몇 번의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국민 빌런’이 된 참가자들 때문일까.
오디션 참가자들은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을 보였다.
인터뷰는 정석적으로, 퍼포먼스는 실패 확률이 낮은 노래만 골라서.
그것은 김석훈 PD가 원하는 바가 전혀 아니었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추가로 자리를 만들어 일반인 오디션을 실시했다.
기획사 소속 연습생이 아닌, 순수 개인 자격으로 [아육시>에 참가할 멤버를 뽑는 오디션. 즉 일종의 추가 합격자 선발 시스템이다.
이런 추가 오디션을 만든 의도는 뻔했다.
재미있는 캐릭터를 모으기 위해.
꼭대기까지 올라갈 만한 실력자는 바라지도 않는다. 대신 프로그램에 작은 화제성이나마 보태 줄 캐릭터를 뽑을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참가 지원서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선정했다. 오히려 기획사 연습생 경력이 있는 참가자를 걸렀다. 이미 팬덤이 형성되어 있는 연기자 출신 참가자도 걸렀다.
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 참가자 중에서도 김석훈 PD의 마음에 쏙 들어오는 캐릭터는 없었다.
개중에 나름의 기믹을 갖고 나온 참가자도 있긴 있었으나.
“어설퍼.”
진짜 광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 가짜라는 게 빤히 보인다.
진정성 없는 참가자들의 어설픈 가면은 결국 벗겨지게 되어 있다. 그게 합숙 서바이벌의 특징이다. 김석훈 PD의 옆에 나란히 앉은 트레이너진도 꽤나 지루해 보였다.
“흐음, 궁금해지는 친구들이 없네요.”
“그러게, 이번 시즌 좀 많이 아쉽네.”
“누나도 그래요?”
“보는 눈이 다 똑같지 뭐.”
PD 뿐만 아니라 아이돌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도 모두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다.
‘이번 시즌은 논란도, 화제도 없이 끝나겠구나.’
[참가번호 44번, 유군자 참가자 나와 주세요.]바로 그 때였다.
“어어?”
“음?”
다그닥, 다그닥-.
“이런 미친···.”
“헐, 대박.”
청백색 도포를 입은 유군자가, 하얀 말을 타고 오디션장에 나타난 것은.
“안녕하십니까, 소생 유군자라고 합니다.”
트레이너, 스태프, 총괄 PD까지 눈을 비벼 댔다. 모두 이게 실화인가 싶었다.
“제정신이야?”
“세상에.”
“우와, 백마 탄 군자님이다···.”
그 순간까지 오디션장을 감돌던 지루함이 단번에 일소됐다.
웬 미친놈이 말을 타고 오디션장에 나타났다.
심지어 갓과 도포까지 갖춰 입었다.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갔다.
다그닥, 다그닥-.
“워어.”
“히히힝-.”
허나 더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그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볍게 말을 달래며 안장에서 내리는 모습.
바닥을 딛고 선 다음엔, 미소와 함께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교감한다.
아니, 왜 자연스러운 건데?
“그래, 고생했다.”
“히힝.”
“잠깐만 기다리거라, 금방 다시 갈 터이니.”
“히히힝.”
그 모습은 고풍스럽고 차분한 선비 그 자체. 모든 이들이 군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분명 정돈된 얼굴은 아니다. 손댄 곳도 없어 보이고.
그런데 벌써부터 포텐이 보인다.
이목구비는 누가 계산해서 그려 놓은 것처럼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도포를 입어서 비율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훤칠하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외모보다 분위기였다.
모두가 빵 터질 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누구 하나 웃지 않은 건, 그 순간 군자에게서 보인 아우라 때문이었다.
“아니, 뭐가 저렇게 예뻐?“
“선이 너무 고운데.”
“승마 배웠나?”
“진짜 골 때리는 애가 왔네.”
“그냥 기믹 아냐?”
“누나, 기믹도 저 정도면 인정해 줘야죠.”
“그런가. 난 기믹 잡는 애는 별론데.”
다양한 생각이 빗발쳤으나, 모두가 공감한 단 하나의 문장이 있었다.
이 녀석은 궁금하다.
아니, 대체 뭐 하는 놈이야?
“합격! 합격이요!”
가장 먼저 김석훈 PD가 합격 버튼을 쾅 눌렀다.
“나도! 나도 합격!”
그 다음은 보컬 그룹 출신이자 솔로 가수로 활동 중인 장민혁 트레이너가 버튼을 눌렀고.
“···저두 합격이요···.”
작곡가 겸 보컬 트레이너 영은채가, 특유의 기어들어가는 작은 목소리로 합격을 선언했다.
“뭐예요, 은채 씨 오늘 묵언수행 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니에요···.”
“음, 근데 왜 합격이에요?”
“···.”
“나 궁금한데?”
“···.”
“하핫, 그래요! 말 걸어서 미안!”
세 사람이 합격 버튼을 누르자, 마지막으로 댄스 트레이너 소예진이 잠시 망설이다가 합격 버튼을 눌렀다.
“뭐, 일단은···.”
“오오, 누나도 마음에 들었구나.”
“선이 예쁘긴 하니까.”
세 명의 트레이너와 총괄 PD가 모두 합격 버튼을 눌렀다. 그것도 단지 비주얼만 보고.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잠시 늘어져 있던 촬영 감독들이 벌떡 일어나 일을 하기 시작했다. 스태프들이 분주해졌다. 이 그림을 따 놔야 한다는 걸, 모두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반전된 가운데,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보컬 트레이너 장민혁이었다.
“어어, 다들 궁금한 게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저부터 질문 좀 해도 될까요?”
“그렇게 하세요.”
“감사함다, PD님. 그럼 유군자 참가자한테 질문할게요.”
“예, 트레이너님.”
“그 말은 대체 어디서 났어요?”
뜬금없는 질문, 그러나 동시에 모두가 궁금했던 내용이다.
“집 근처 승마장에서 빌렸습니다.”
“예? 승마장에서 말을 빌려 준다고요?”
“제가 아직 운전을 할 줄 몰라서.”
“운전은 못 하는데 말은 탈 줄 안다?”
“예.”
“푸하핫.”
장민혁은 웃음을 터뜨렸지만, 유군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성수동 소재의 승마 스쿨 [말달리자>.
승마 코치 원현섭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멍해 있었다.
웬 미소년이 대뜸 나타나 말을 한 필만 빌려달라고 했다.
“실례지만, 말 한 필만 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실례지만, 미치셨습니까?”
뭔 개소린가 싶어서 그냥 가라고 했지만, [말달리자>에서 가장 거친 말이 먼저 그 미소년에게 다가갔다. 고운 외모와 달리 예민한 성격의 말, 유니였다.
“자, 잠깐만! 유니 그 녀석은 위험한···!”
“히히힝-.”
“하하, 그래.”
“히힝, 히히힝-.”
“너도 나와 함께 가고 싶은가 보구나.”
“···세상에.”
그 성질 고약하던 말을 저렇게 유순하게 만들다니!
30년 동안 말을 탔지만,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다.
“히잉.”
“허어, 응석 부리지 말거라.”
“히이잉, 히잉.”
“난들 어쩌겠느냐, 네 주인은 내가 아니거늘.”
“히이잉.”
“그래, 나도 꼭 한 번은 너와 달려 보고 싶다.”
“히이이잉···.”
“다음 생이 있다면, 우리 꼭 함께하자꾸나···.”
“히끅, 히잉···.”
그렇게 말하는 소년과 유니의 눈은, 원현섭을 바라보며 애처롭게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원현섭은 어느새 미소년에게 말고삐를 넘겨 주고 있었다.
“이건 운명이다. 그래, 유니가 제 주인을 알아본 거라고.”
오디션장의 장민혁 역시 구구절절하게 따져 묻지 않았다. 말이 어디서 났는지는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더 중요한 건, 모든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것이지.
‘재미있는 친구야.’
장민혁이 질문을 이어 나갔다.
“회사에서 연습을 한 적이 없네요?”
“예.”
“그럼 완전 개인 연습생이라는 건데··· 캐릭터 설정은 왜 그렇게 하신 거예요?”
“무슨 말씀이신지,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지금 말도 타고, 도포도 입고, 선비처럼 행동하고 계신데. 그게 본인 외모랑 굉장히 잘 어울리거든요. 그런 설정은 어떻게 잡게 된 건지 궁금해서요.”
“···.”
“아, 오해하지 말아요. 따지는 게 아니라 칭찬하고 싶어서 그래요. 요즘 아이돌은 실력 뿐만 아니라 캐릭터 빌딩도 잘 해야 하거든요. 그거 잘했다고 말하는 거예요.”
“죄송하지만, 아직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하하, 그러니까 무슨 뜻이냐면···.”
“선비라서 선비의 차림을 하고, 선비처럼 행동한 것입니다. 거짓 설정이 아니라, 이것이 제 본연의 모습입니다.”
“에?”
“오디션이란 가장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는 곳이라 배웠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진실된 모습으로 이 자리에 서고 싶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서도 유군자의 표정엔 흔들림 하나 없었다. 그 차분한 모습과 몸가짐이, 복장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어울렸다.
“와, 이건 인정이다 진짜.”
질문을 던진 장민혁이 탄성을 내지르며 엄지 두 개를 추켜 세웠다.
“정말 컨셉 한번 지독하게 잡으셨네. 완전 인정!”
“감사합니다.”
“나는 유군자 참가자 좋아요. 그냥 좋아졌어!”
“저도 장민혁 훈련사님이 좋습니다.”
“푸하핫, 훈련사라고 하니까 되게 개 키우는 사람 같은데요.”
김석훈 PD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그래, 이거지!’
오디션의 기대감이 사라지려는 타이밍에, 이런 대형 또라이가 등장해 주다니.
어설픈 광기 같았다면 당장 내쳤을 거다. 그러나 이건 진짜다.
말을 끌고 온 순간부터 보통내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행동거지 하나, 말씨 하나, 심지어 이목구비의 생김새까지. 이건 뭐, 잘 빠진 꽃미남 선비 그 자체 아닌가.
‘유군자, 넌 내가 무조건 데리고 간다!’
하지만 미소 짓지 않는 이도 있었다.
장민혁의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동안, 댄스 트레이너 소예진은 뚱한 표정으로 유군자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서 있기만 해도 ‘태’가 나는 아이들이 있다. 성형수술을 안 해도, PT를 안 받아도 프로포션 자체가 그냥 예쁜 아이들이 있다.
유군자가 전형적으로 그런 과의 인간이었다. 마치 신이 ‘너 아이돌 해라!’라고 점지하여 준 듯한. 이런 친구들은 일단 데려가서 훈련을 시켜 봐야 한다.
그러나 이 상황이 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 잘생긴 거 알겠다. 느낌 좋은 것도 알겠다.
근데 그렇다고, 이렇게 노래 한 마디 춤 한 동작 안 보고 데려간다고?
그건 아니지.
그럼 이 오디션 무대만 보고 피땀흘린 애들의 노력은 뭐가 되는데?
결심을 굳힌 소예진이 마이크를 잡았다. 분위기를 조지든 말든, 할 말은 해야 한다.
“나도 질문 하나 할게요.”
“네, 훈련사님.”
“트레이너님이라고 부르시고. 컨셉 좋은데, 룰은 지켜야지.”
“네, 죄송합니다 트레이너님.”
기 좀 죽여 보려고 괜히 억지 시비를 걸어 봤는데, 오히려 더 산뜻하게 대답하며 해사하게 웃는다.
“그 부분은 제가 경솔했습니다. 주의하겠습니다.”
“···그래요.”
뭐 어쩌자는 캐릭터야, 이거?
페이스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소예진이 말을 이어 갔다.
“어쨌거나, 합격 네 개를 받았으니까 유군자 참가자는 [아육시>에 참가할 수 있게 됐어요.”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래도 난 이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
“아무리 합격을 받았어도, 이 자리는 오디션이에요. 오디션의 본질은 참가자의 실력을 보는 거고.”
“네.”
“PD님이나 다른 트레이너는 몰라도, 난 유군자 참가자의 실력을 좀 봐야겠는데요.”
“···.”
“그게 춤이든 노래든, 아니면 다른 뭐가 됐든.”
소예진의 냉철한 눈동자가 유군자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보여줄 수 있겠어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