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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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술(邪術)을 버리고 정공(正攻)을 택하다
“파엘 씨! 일단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순서는 지키셔야죠!”
MC 정해진의 만류에도 파엘은 한동안 자리에 앉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마이크는 빼앗겼지만 대신 생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의 모세혈관이 다 터져 나가도록 박수를 쳐 댔다.
“브라보! 최고야-!”
앞선 ‘워리어즈’의 무대를 보고 난 다음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
군자를 비롯한 ‘정면돌파’ 팀원들, 내심 군자를 걱정했던 트레이너진, 방청석에 앉은 군자의 팬들까지 한시름 놓게 만드는 리액션이었다.
일단 원곡자의 마음에 들긴 했나 보구나.
그 뒤로도 파엘은 세 번이나 혼나고 나서야 겨우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긴 했지만 그의 심장은 계속해서 쿵쾅거렸다.
“하하, 아무래도 이 무대가 파엘 씨의 마음에 든 모양인데요. 곧 심사평을 들어 보겠습니다!”
마음에 들었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다.
그런 담백한 표현으로는 파엘의 심경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냥 마음에 드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남녀 아이돌 그룹, 서바이벌 오디션에서 ‘벨로체’의 곡을 커버했지만, 이만큼 극진한 무대는 본 적이 없었다.
킬링 포인트가 몇 개인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하나하나 콕콕 집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차례를 기다리다가 까먹을까 싶어서 급하게 스마트폰에 메모까지 했다.
“저, 한주호 프로듀서님. 심사평 빨리 끝내셔야겠는데요? 지금 파엘 씨가 뭔가 말하고 싶어서 미치겠다는 표정인데.”
“와하하-.”
그러나 객원 심사위원들은 파엘을 배려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들의 입장에서 봐도 감명 깊은 무대였으니까. 애간장이 탔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밖에 없는 파엘이었다.
적어도 이 업계 사람이라면, 이런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본 다음엔 칭찬을 하고 싶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인고의 기다림이 끝난 뒤, 마침내 파엘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어어···.”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까.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지금 이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정부터 말하기로 했다.
“사랑합니다.”
“!”
뜬금없는 사랑 고백에, ‘정면돌파’ 멤버들은 물론 현장에 앉아 있던 벨로체의 팬들마저 놀랐다.
평소 팬들에게도 아낀다, 고맙다 같은 말은 잘 해도 사랑한다는 말은 좀처럼 하지 않는 파엘이었기에.
그러나 벨로체의 팬들도 질투보단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정면돌파’ 멤버들이 [Suit Up> 커버 무대를 꾸미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훤히 보였으니까.
“제가 원래 호들갑 떠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무대는 진심으로 사랑스럽네요.”
“감사합니다-!”
다섯 멤버들은 벅찬 표정으로 폴더 인사를 했지만, 파엘은 아직 할 말이 많다는 듯 스마트폰 메모를 열었다.
“까먹을까봐 여기 다 적어 놨는데··· 일단 편곡부터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에도 편곡은 지현수 참가자가 담당했나요?”
“넵!”
“너무 너무 세련된 편곡이었습니다.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처음 베이스 리프 나온 순간부터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가, 감사합니다!”
“혼자서는 사운드 이렇게 잡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한 건가요?”
“넵, 계속 밤 샜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지현수가 눈물 고인 눈을 손등으로 슥 훔쳤다. 무대 메이크업이 지워지자 그 속에 숨어 있던 다크서클이 불쑥 튀어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미니멀한 편곡이 훨씬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사운드부터 너무 깔끔하게 빠져서 듣는 내내 귀가 편안했어요. 정말 훌륭한 편곡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편곡을 시작으로, 파엘의 본격적인 칭찬 폭격이 시작됐다.
“현시우 참가자는 몸짱들 앞에서도 전혀 존재감이 안 죽던데요? 원래 무대 위에서 긴장을 안 하는 타입인가 봐요?”
“아하핫, 감사합니다!”
첫 센터로 나선 현시우에게도 칭찬 한 사발.
“기유찬 참가자, 춤선 진짜 예쁜 거 알아요? 후렴에서도 보컬이 쭉쭉 잘 뻗던데, 춤과 라이브의 밸런스가 정말 정말 좋네요.”
“···가, 가, 감사합니다···.”
첫 후렴을 멋지게 장식한 기유찬에게도 칭찬 한 사발.
“권태웅 참가자, 가슴이 엄청 크고 예쁘네요?”
“예?”
“가슴 운동 루틴 좀 공유해 줄 수 있어요?”
“아, 물론입니다!”
권태웅에게는 가슴 칭찬 한 사발과 함께 운동 루틴까지 뜯어 갔다.
“그리고 유군자 참가자.”
“네.”
마침내 유군자에 이르러선, 할 말이 많다는 듯 호흡을 고르며 말을 잇는 파엘이었다.
“솔직히 편견이 있었습니다. 아육시 본방을 다 본 건 아니지만, 영상 클립을 통해서 본 유군자 참가자는 굉장히 자기 색깔이 강한 사람이었어요. 그게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경연에선 굉장한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오늘도 본인의 강점을 앞세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줄 알았습니다.”
“네.”
“그런데 오늘은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죠. 베이직한 춤 선과 안무 표현에 집중하고, 가사 하나하나 꼭 꼭 눌러서 노래를 부르고. 내게 편한 방식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여기 앉아 계신 분들은 아마 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
“유군자 참가자는 오늘 제 기대를 너무도 멋지게 뛰어넘어 주셨습니다. 기본에 충실한 춤과 노래, 동료들과의 호흡까지. 제가 아이돌 연습생에게 기대하는 모든 걸 다 보여주셨어요. 직접 보진 않았지만,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지 짐작이 갑니다. 정말 힘들었을 겁니다.”
파엘의 심사평을 들으며, 군자는 북받치는 눈물을 연신 삼켜야 했다.
연습을 하는 동안엔 그저 어떻게든 해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목표한 바를 위해 정진하는 것엔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익숙했던 것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설상가상으로 연습실마저 거의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지난 일주일 간은 꿈에서도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는 와중에 식단도 철저히 통제당했으니, 군자에겐 가장 힘든 일주일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Suit Up>의 원곡자가 그 노력을 알아 주니, 눈물을 참기 힘든 것도 당연했다.
“···감사합니다···.”
옆에 나란히 선 동료들도 군자와 같은 마음인 듯, 모두 새빨개진 눈으로 눈물을 쏟아 내고 있었다. 이 와중에도 태연하게 활짝 웃고 있는 것은 현시우 뿐이었다.
“아하하, 심사평 아직 안 끝나셨는데.”
“고맙습니다, 현시우 참가자.”
파엘의 긴 훈화 말씀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러나 멤버들에겐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 훈화였다. 계속해 준다면 하루 종일도 들을 수 있을 만큼.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건, 이렇게 멋진 다섯 명이 모여서 우리 노래가 가진 의미를 고스란히 담아 낸 퍼포먼스를 만들어 주었다는 거예요. 화려하게 편곡할 수도 있었고, 다양한 무대장치를 쓸 수도 있었을 텐데.”
“···.”
“진심으로 감동했습니다. 고작 4분 만에, 여러분의 팬이 되어 버린 것 같아요.”
벅찬 표정으로 ‘정면돌파’ 멤버들을 바라보며, 파엘은 마침내 길고 긴 심사평을 끝맺었다.
“정말로 근본 넘치는 무대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섯 소년이 감동에 젖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가 들어올린 순간.
[특별 임무 ‘원곡자의 감동’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최근엔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상태창이 군자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보상 : 3 포인트]“—!?”
지금까지 없었던 역대급의 보상과 함께.
* * *
여섯 개의 경연 무대가 모두 끝나고, 이제는 열다섯 명의 탈락자를 발표할 시간.
이번에도 채점은 사전 투표, 현장 방청객 투표, 특별 심사위원 점수를 종합하여 이루어졌다.
생존자와 탈락자가 번갈아 호명되는 가운데, 군자의 팀 ‘정면돌파’는 멤버 전원이 살아남는 기염을 토했다.
“다음 생존자는··· 하현재 참가자!”
“앗싸아아—!!”
“차인혁 참가자, 축하드립니다! 합격입니다!”
“···감사합니다.”
뒤이어 다른 팀에서 경연을 펼쳤던 하현재, 차인혁 역시 생존 신고를 마쳤고.
“장선재 참가자, 탈락입니다.”
“!”
초반부터 상위권을 달려 오던 장선재가 탈락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사전 투표, 방청객 투표에선 상위권을 기록했으나 심사위원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했기에 벌어진 일.
자연스레 촉각은 주하성에게로 모였다.
그 역시 투표에선 매번 좋은 성적을 기록해 왔지만, 이번 경연에서도 유군자에게 완전히 밀려 버렸기 때문에.
팀 승리 베네핏을 따 내지 못한 상황이니 주하성의 생존 또한 장담할 수 없었다.
“주하성 참가자.”
“···.”
“축하합니다, 합격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간신히 최후의 15인 안에는 들며 생존자 막차를 탄 주하성이었다.
짐짓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군자는 그의 아래턱 근육이 움찔거리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초반부터 선두를 달리던 자이니만큼, 갈수록 떨어지는 순위에 초조할 테지.
그러니 무리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를 연습실에서 추방한 것일 테고.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경연에서 이길 수 있었다.
다양한 무대 장치와 화려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주하성이었지만, 가장 큰 박수와 칭찬은 ‘정면승부’ 팀에게 쏟아졌다.
사술(邪術)을 버리고 정공(正攻)을 택한 군자가 또 한번 승리한 것이다.
생존자 발표까지 끝나고 난 뒤.
모든 긴장이 풀린 멤버들은 군자의 방에 모여 피자 파티를 벌였다.
“···으아아, 살았다아···.”
“···먹어, 먹어, 오늘 먹고 죽자아···.”
“···으어··· 하아암···.”
“아하핫, 다들 엄청 피곤한가 보네.”
그러나 쏟아지는 피로감 덕분에 파티를 제대로 즐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경연만 끝나면 이태리 빈대떡을 미친 듯이 흡입할 것이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던 군자조차, 페퍼로니 한 조각 먹지 못하며 곯아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아흔 아홉 명으로 출발하여 이제 고작 열 다섯 명만이 남았다.
아이돌이 되기 위한 긴 여정, 이제는 9부 능선까지 넘은 셈이다.
2주 후엔 이 열 다섯 명 중 데뷔 멤버 일곱 명을 뽑는 마지막 생방송 경연이 열릴 것이다. 그 경연을 위해, 당장 사흘 뒤부터 마지막 합숙이 시작된다.
최후의 휴가를 보내기 위해, 생존자들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군자야아아아—!!”
“아버지, 어머니.”
“아유, 얘 얼굴 상한 것 좀 봐.”
“소자, 이번에도 살아남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인삿말과 함께 큰절을 올린 군자였다. 부모님은 생존 소식에 기뻐하시면서도, 피곤이 묻어 있는 군자의 얼굴을 보며 안타까움에 눈물을 훔치셨다.
“얼마나 힘드니, 그 일주일 동안 잠도 못 자고···.”
“전 괜찮습니다.”
“괜찮을 리가 있나, 일단 들어가서 잠부터 자.”
“그래 그래, 이불도 싹 빨아서 포삭포삭하게 해 놨으니까 잠도 솔솔 잘 올 거야.”
“···감사합니다.”
부모님의 배려 덕분에, 군자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잠자리에서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오후 일곱 시에 시작된 깊은 잠은 다음 날 아침 일곱 시까지 이어졌다. 새 지저귀는 소리에 퍼뜩 놀라며 일어난 군자가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았다.
“아뿔싸-!”
한 시간은 일찍 일어나서 붓글씨를 써야 하거늘.
이불이 너무 포삭포삭한 나머지, 꿀잠을 때려 버렸구나!
피로감에 선비의 본분을 잊었다는 것이 통탄스러웠으나, 그럼에도 문안 인사만큼은 거를 수 없었다.
목욕재계로 몸을 단장한 후 다소곳이 아침 문안 인사를 드리고.
“어머니, 아버지, 오늘도 문안 인사 드립니다.”
“그, 그래. 조금 더 자지···.”
“아닙니다, 잠은 충분히 잤습니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군자는 오랜 친구의 이름을 불렀다.
“창아.”
···우우웅···.
[사용자 : 유군자] [용모 : A-] [노래 : B-] [춤 : B+] [매력 : A+] [남은 포인트 : 3]특별 임무 ‘원곡자의 감동’을 통해 모처럼 얻어 낸 세 개의 포인트.
마지막 생방송 경연을 앞둔 지금, 이것을 사용하기엔 최적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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