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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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강한 두 천재의 대결
태웅의 불안한 예측은 현실이 됐다.
[지금부터 [아육시> 돌발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 [돌발 미션의 우승자에게는, 최종 생방송 경연을 매우 유리한 위치에서 시작할 수 있는 베네핏을 제공합니다!]“아오, 뭔 돌발 미션이야···.”
“으으, 괜히 입방정 떨었나?”
“미션 주제는 뭘까여?”
“글쎄, 곧 알려주지 않을까.”
현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메시지가 모두의 스마트폰을 울렸다.
[돌발 미션의 주제는 ‘개인방송’입니다.]“음?”
“···개, 개인 방송···.”
“갑자기 라이브를 하라는 건가?”
개인방송이라는 말에 모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오늘은 스태프도, 카메라맨도 없는 날이었으니까.
이어진 문자가 그 의문의 해답이 되어 주었다.
[지금부터 생존자 여러분들에게 비밀 VJ가 배정될 예정입니다.] [비밀 VJ는 사람들이 의식할 수 없는 곳에서 여러분을 촬영할 것입니다.] [그 영상은 온라인 플랫폼 ‘X Live’를 통해 생중계됩니다!]“뭐야, 비밀 VJ는 또 뭔데?”
“아하핫, 꼭 사생 같다.”
“···지, 지금도 어, 어딘가에서 우리를 찍고 있다는 말일까요···.”
“야, 그렇게 말하니까 좀 무섭다.”
[라이브 방송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0분 후부터 시작됩니다.] [곧 여러분의 정체를 숨길 도구가 배달될 것입니다.] [그것으로 여러분의 정체를 완벽하게 숨겨 주세요.] [이름을 말해선 안됩니다. 소속 또한 말해선 안됩니다.] [[아육시>에서 나온 노래, 퍼포먼스를 이용해도 안됩니다.] [오로지 참가자 본인의 매력으로만 관객과 시청자를 모아 주세요.] [두 시간 동안 가장 많은 관객, 그리고 시청자를 모은 참가자가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메시지 전달이 끝나자 마자, 참가자들은 제각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시작했다.
“으으, 뭐 해야 되지? 미치겠네 이거.”
“···가, 갑자기 개인방송이라니···.”
“지현수, 너 뭐 할 거냐?”
“모르겠어. 리코더라도 불어야 되나?”
“혁이 형은 장기 같은 거 있어요?”
“···흠, 멀리 던지기?”
“오, 그럼 형이 시우를 던지면 되겠다.”
“아하핫, 나 오래 살고 싶어.”
“암튼 무조건 어그로 끌어야 되는데···.”
동료들이 아이디어를 짜 내는 동안, 군자는 한가하게 청포도 에이드를 쪽쪽 빨아 먹고 있었다.
“오오, 포도 알이 쏙쏙 들어오는구나!”
“뭐야, 군자 넌 개인방송 계획 다 짰냐?”
태웅의 질문에 군자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개인방송 미션을 앞둔 군자는, 정말로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지금까지 미션이란 미션은 전부 싹쓸이 해 온 군자였지만 이번만큼은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했다.
춤 경연, 프리스타일 랩 경연 같은 것이라면 모르겠으나 개인방송은 군자의 성향과 영 맞지 않았다.
합숙을 시작하기 전, 군자는 유튜브를 통해 몇몇 개인방송 BJ들의 클립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어머, 어머, 어머어어어어—!! 우리 기모따리 기모따 성님이 별풍선 오박오십오개르으으으으을~] [갬새햅니대, 정말 갬새햅니대애애애—!! 너무 기분이 좋아서 하늘로 날아갈 것 같쟤내애애~]BJ들의 리액션 영상은, 군자에겐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이렇게 점잖지 못할 수가 있나···.”
그들의 문화를 부정하고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군자가 본 개인방송 BJ들은 모두 하나같이 격앙된 말투와 과장된 몸짓을 사용하고 있었다.
언젠가 반드시 개인방송을 해야 한다면, 그것이 팬들이 원하는 바라면 그 촐싹맞은 행동거지도 한번 따라해 볼 의향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군자였다.
“나는 개인방송은 잘 몰라서.”
“그래여? 앗싸, 그럼 이번엔 우승 노려봐야겠다!”
“군자 빠지면 우리한테도 기회 있는 거 아냐?”
때마침 제작진이 준비한 변장 도구가 도착했다.
참가자들은 지금도 모자와 선글라스 등으로 나름의 변장을 하고 있었지만, 제작진은 더욱 확실한 도구를 준비했다.
“인형 탈?”
“하르방 모양이네.”
“군자 형 거는 한라봉 모양인데요.”
“오, 은근 귀여운데?”
인형 탈을 뒤집어 쓰니 얼굴은 완전히 가려졌다. 심지어 입 부분엔 음성변조기까지 달려 있었기에, 목소리로 참가자를 식별해 내는 것 또한 불가능했다.
인형탈을 쓴 ‘팀 유군자’ 멤버들은 주먹을 부딪히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좋아, 일단 해 보자.”
“우승자는 우리 중에 나와야지.”
“적어도 주하성한텐 지지 말자고.”
“당연하지!”
멤버들은 파이팅을 나누며 각자가 정한 공략 포인트를 향해 사라졌다.
동료들이 떠나가고 졸지에 혼자 남겨진 군자였지만 섭섭함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약간의 안도감마저 들었다.
“이제 저 무시무시한 놀이기구들을 타지 않아도 되겠구나!”
사실 군자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현재와 태웅의 등쌀에 온갖 놀이기구 위에서 고초를 당한 것을 생각하면, 제주도가 아직 유배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제주도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고문을 종용하는 동료들이 사라지니 비로소 탐라월드의 경관이 보였다.
쪽빛처럼 푸르른 하늘 아래 아름다운 조경, 오밀조밀한 건축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어-.”
한라봉 탈을 쓰고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며, 군자는 탐라의 자연을 한껏 즐겼다.
그래, 이것이 진짜 휴식이고 풍류지.
기분 좋은 섬바람이 겨드랑이를 휘감아 나가니, 입에선 절로 시조(時調)가 술술 나왔다.
유군자탐라방문 (柳君子耽羅訪問)
나 유군자가 이곳 탐라국을 방문하니.
공포체험극혐임 (恐怖體驗極嫌任)
공포스런 기구들이 매우 혐오스럽더라.
개인방송임무유 (個人放送任務有)
개인방송 임무가 주어지기는 하였으나.
몰라몰라안할거 (沒我沒俄安轄居)
한가롭게 가라앉아 잠시 스스로를 다스리며 사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어구로시로시로 (魚拘擄弑路屍路)
물고기를 붙잡아 낚듯 관심을 끄는 것은 곧 죽이고 죽는 길.
자연이조아조아 (自然以遭我助我)
허나 자연을 만난다면 자연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풍광(風光)을 즐기며 거닐기를 한참.
콰과과과-.
멀리서부터 들려 오는 물소리에, 군자는 홀린 듯 발걸음을 옮겼다.
풍류 넘치는 삶엔 물이 빠질 수 없는 법.
사면(四面)이 물로 둘러쌓인 제주도다. 쪽배를 띄워 놓고 물놀이를 즐길 만한 공간도 당연히 있지 않을까.
물소리에 가까워질수록, 누군가 정신없이 떠드는 목소리도 함께 들려 왔다.
···내 앞에 있는 안내 근무자의 안내를 받아···.
···한 보트에 열 분이서···.
···젖습니다, 젖습니다···.
···머리, 젖습니다, 옷도, 젖습니다···.
···신발, 양말까지 다 다 젖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시조로다.”
소리를 따라가니, 웬 괴상한 갓을 쓴 여성이 폭풍 같은 시조를 내뱉고 있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한라봉, 아 봉, 아 봉, 아 봉보로봉봉 봉~”
가사를 보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귀에 착착 감기고 운율감이 찹쌀같이 달라붙는 것이 기묘할 정도의 중독성이 있었다.
시조의 내용을 보아하니 여성은 이 놀이기구의 안내원인 것 같았다.
놀이기구 탑승 시의 주의사항을 이렇게 자유주제시조즉석낭송(自有主題時調卽席朗誦)으로 꾸며 내다니.
이 여성, 보통내기가 아니구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고 했다.
군자는 한눈에 그 여성이 깊은 내공을 가졌음을 알 수 있었다.
한편, ‘한라봉 익스프레스’ 앞에서 정신없이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이던 안내원 장현주도 한 눈에 군자를 알아보았다.
“···저 사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그냥 머리통에 한라봉 탈을 쓰고 둠칫둠칫 리듬을 타는 미친놈이 있었기에, 한 눈에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풋내기 근무자였다면 당황했을 테지만, 장현주는 이미 이곳에서만 3년 간의 근무로 잔뼈가 굵은 최고의 베테랑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인간 한라봉에도 전혀 놀라지 않으며, 오히려 프리스타일 랩에 변주를 주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신 한라봉~ 한라봉 익스프레스에 오신 한라봉~”
“!”
“할로 할로 한라봉도 젖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는겁니다~ 아 쥬아~ 아 쥬아~”
그 리듬에 몸을 맡긴 채, 군자가 인형 탈 안에서 씨익 웃었다.
저 자, 지금 나를 도발하고 있군?
갑작스레 가사를 변주하다니, 참으로 멋진 순발력이로다.
허나 순발력이라면 나 또한 지지 않지.
주가(周家)의 위선자와 자유주제즉석시조낭송경연을 펼쳤던 것이 떠오르는구나.
어느새 군자의 심장이 뻐렁치고 있었다.
둠칫둠칫 흐느적 리듬을 타는 스텝이 자꾸 군자를 무대로 이끌었다.
“아 쥬아~ 아 쥬아~”
“아 효~ 아 효~”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마침내 근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 * *
한편, 군자를 제외한 열다섯 참가자들의 돌발 미션은 난관에 빠져 있었다.
아무 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시청자를 끌어모을 만한 퍼포먼스를 펼친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미션이었다.
하다못해 춤이라도 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육시’에서 췄던 춤은 금지당했으니 그 또한 불가능이었다.
그나마 음악으로 돌파구를 만든 것은 다람쥐 탈을 쓴 지현수.
프로듀싱 가능한 멤버 답게 다양한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지현수는, 페인트 통과 나무막대를 이용하여 즉석에서 드럼 버스킹을 펼쳐 보였다.
투다다다, 투웅, 투둥, 투우웅-.
“우와, 다람쥐 드럼 잘 친다~”
“저게 보이나? 어떻게 저렇게 잘 치지?”
“와, 스틱 돌리기까지!”
지현수가 나름대로 시청자를 끌어 모으는 동안, 힘을 합쳐 합동 공연에 나선 조합도 있었다.
권태웅, 하현재, 기유찬 편조는 포토존에서 걸그룹 댄스 메들리를 췄다.
“웅이 형, 걸그룹 춤 왜 이렇게 잘 알아여?”
“야, 변조된 목소리로 말하지 마! 웃기다고!”
“당신 갑빠가 제일 웃겨!”
춤추는 근육맨 시바견과 호리호리한 산토끼, 귀여운 쿼카의 조합에 여성들이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귀여워!”
“쟤네 뭐야?”
“근육맨 아저씨 춤선 너무 예뻐요!”
덕분에 나름대로 시청자는 모였으나, 세 명이 힘을 합쳤기에 관객 수, 시청자 수도 모두 1/ n으로 나눠져 버렸다.
그 와중, 뜻밖의 조합을 이룬 인혁과 시우도 선방 중이었다.
두 사람은 망치를 강하게 내리쳐서 높은 점수를 내는 아케이드 게임 앞에 서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삐리리리리리리—···.
[989점! HIGH SCORE!]인혁이 망치를 내려치면, 그 앞에 선 시우가 도우미 역할을 했다.
“아하하핫, 우리 북극곰의 점수는 989점입니다아~ 도전하실 분?”
“저요! 제가 해 보겠습니다!”
콰아아앙-.
삐리리리리—···.
[714점! 아쉽네요!]누구도 인혁의 점수에 근접하지 못했기에, 그 괴력에 나름대로 어그로가 끌렸다.
“아하핫, 벌써 시청자 4천 명이야~”
“그래? 높은 건가?”
“당연하지. 현재 네는 셋이 합쳐도 겨우 6500이라구~”
그러나 리스트의 최상단엔 다른 방송이 있었다.
여우 가면을 쓰고 광장에서 아크로바틱 공연을 펼치고 있는 주하성이었다. 벌써 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주하성의 방에 몰려들어 있었다.
태웅과 현재는 불만스럽다는 듯 볼멘 소리를 터뜨렸다.
“하성이 형 반칙 아니에여? 아크로바틱 하면 팬들은 다 본인인 줄 알 텐데.”
“아육시 경연에선 한 적 없다 이거지 뭐. 어쨌든 룰 위반은 아니니까.”
“어후, 아무튼 머리도 좋아.”
“유찬, 현재, 이러지 말고 우리 다른 데 가서 해 보자.”
“오케이, 갑시다!”
그렇게 걸음을 옮긴 세 사람은 머지않아 구름 같은 인파를 만났다.
“오, 뭐야 뭐야! 사람 왜 이렇게 많음!?”
“야, 여기서 하면 되겠다.”
“···그, 그러게요, 저도 좋아요···.”
“어라? 근데 이 사람들 뭐 보고 있는 것 같지 않아여?”
“그러게.”
현재의 말대로, 운집한 인파는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탐라월드 시그니쳐 놀이기구 중 하나, ‘한라봉 익스프레스’ 출발 플랫폼 쪽의 무언가를.
“뭐지?”
“현재, 네가 한번 봐 봐.”
그렇게 말하며, 태웅은 현재를 번쩍 들어올려 목마를 태웠다.
“···아?”
그제야, 현재는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젖소이다, 젖소이다-.”
“—!?”
“후두부 측두부 좌완 우완 상박 하박 흉부 둔부 누이 매부까지-.”
“서, 선비 형아—!?”
“모두 다 젖소이다~”
그 미친 운율과 함께, 유군자의 시청자 수가 미친 듯 폭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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