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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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의정 나으리!
생방송 미션 종료 직후.
박윤수 PD를 비롯한 제주도 연출팀엔 비상이 걸렸다.
“군자 어디 갔냐고, 군자아.”
“지금 찾아 보고 있긴 한데···.”
“걔 찍던 VJ는 알 거 아냐.”
“그게··· 인파가 너무 몰려서 놓쳤답니다.”
“아니, VJ가 출연자를 놓치면 어떻게 하냐고오-.”
“죄송함다, 빨리 찾아보겠습니다.”
개인방송 미션 종료 시점엔 무려 8만여 명의 시청자가 군자의 방에 몰렸다.
익명을 기반으로 한 개인방송 경연이었지만, 방송을 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한라봉 탈을 쓴 참가자가 군자라는 사실을.
미션이 끝났음에도, 아직 6만 명에 이르는 시청자들이 라이브 채널에 모여 있었다.
[오늘도 군자가 찢었다아ㅏㅏㅏㅏ] [근데 군자 어디감ㅋㅋㅋㅋ] [군자 인터뷰 좀 따 줏ㅛㅔ요] [아ㅋㅋㅋVJ 머하냐거] [뭔 쓸데없는 자연만 찍고있냨ㅋㅋㅋ] [아니 왜 풍경만 처찍고이;ㅆ는데] [군자가 카메라 잡은거 아님?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터뷰 내놔;] [젖소이다 젖소이다 하더니 진짜 물살에 쓸려갔나봄;;] [아ㅏㅏ 빨리 군자 갖고와바] [현기증나네;]모든 시청자들이 군자를 원하고 있었지만, 정작 군자의 행방은 묘연했다. 군자를 찾는 채팅이 올라올 때마다 박윤수 PD 역시 발을 동동 굴렀다.
“아, 얘는 이럴 때 어디 간 거야···.”
스마트폰 사용 금지 조항 때문에 개인적으로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혹시 친한 참가자들이라면 짚이는 곳이 있을까 싶어 물어보았으나, 그들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희도 잘 모르겠어여.”
“랩 배틀 할 때까지만 해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는데, 끝나자 마자 사람이 몰려서···.”
“···구, 군자 형, 어디 잘 있겠죠···?”
오히려 군자의 안위를 물어 오는 참가자들을 보며 박윤수 PD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효, 나도 모르겠다.”
그래도 소집 시간은 확실히 인지하고 있으니 돌아오긴 할 테다.
군자가 엉뚱하긴 해도 시간 약속을 어긴 적은 한 번도 없으니까.
그래도 박윤수 PD는 1분 1초가 아쉬웠다. 인터뷰라도 한 줄 따 놓으면 그게 다 화제가 되고 클립이 되는데. 하필 이 중요한 때에 사라져 버리다니.
“군자야, 밥은 먹고 다니냐?”
모두가 군자를 찾아 헤매고 있을 무렵.
군자는 두 번째 귀인과의 만남에 두 눈이 휘둥그레져 있었다.
[영의정 (40)] [용모 : S (S+)] [노래 : B- (B+)] [춤 : B (A)] [매력 : S+ (SS)] [당신의 두 번째 ‘귀인’입니다.]“—!?”
알파벳 ’S’로 가득 채워진 상태창, 그러나 그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이름이었다.
이제는 여성도 정1품 영의정까지 오를 수 있게 되었구나.
이 얼마나 옳게 된 세상인가!
이름을 확인하자 마자 군자는 자연스레 무릎을 꿇으며 큰절을 올렸다. 이 세상에 온 뒤로 처음 만난 고관대작(高官大爵)을 향한 응당한 예의였다.
“대감 마님.”
그러나 이번엔 큰절을 받은 영의정 쪽이 놀랐다.
“···어, 나 누군지 알아요?”
“물론입니다. 어찌 모르겠습니까.”
“어어··· 이거 좀 당황스럽네.”
그렇게 말하며 영의정은 선글라스를 미간 쪽으로 바짝 밀었다.
사실 그녀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영의정,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을 몇 차례는 들었다 놨던 최고의 트렌드 세터.
그러나 7년 전부터 남편과 함께 제주도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변장한 그녀를 알아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오늘은 모처럼 남편과 나들이를 나온 날이었기에 더욱 철저히 변장했다. 모자, 선글라스에 커다란 마스크까지 썼다. 그러다 군자를 발견한 것이었고.
마침 그녀도 ‘아육시’를 보고 군자의 팬이 된 참이었다. 게다가 너무도 멋진 공연이었기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말 몰랐다, 군자도 그녀를 알아볼 줄은.
“좀 놀랍네. 벌써 방송 안 나온 지 5년도 넘었는데···.”
물론 군자에게 영의정은 한때 잘나갔던 연예인이 아닌 정1품 고관대작이었지만, 영의정이 그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신기하네요.”
“신기하다니요, 어찌 나으리를 몰라보겠습니까.”
“음?”
‘나으리’라는 군자의 말에, 이번엔 영의정의 남편 쪽이 반응했다.
“나우리는 난데?”
“예? 그건 또 무슨-.”
때마침 군자의 눈앞에 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고, 의문은 순식간에 해결됐다.
[나우리 (43)] [용모 : ? (?)] [노래 : C (B+)] [춤 : F (F)] [매력 : SS (SS)]“아하···.”
이 분의 성함이 나우리인 것이었구나?
“아무튼, 이렇게 만나게 돼서 반가워요. 따지고 보면 우리 선후배 사이잖아요?”
군자는 영의정이 내민 손을 잡으며 활짝 웃었다.
군자에게도 뜻깊은 시간이었다. 탐라에서 영의정을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순간 유배를 당하셨나 싶기도 했지만, 아마 그건 아닐 테다. 이제 탐라는 더 이상 유배지가 아니라 했으니.
심지어 그 영의정 대감이 자신의 두 번째 귀인이라니, 더더욱 기분이 좋았고.
“음, 그럼 이제부터 뭐 해요?”
“잠시 집결지에 모인 뒤, 자유시간을 가질 것 같습니다.”
“그래요? 흐음-.”
군자의 말에, 영의정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듯 미간을 찌푸리다가 남편 나우리과 함께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자기, 괜찮지?”
“나는 너무 좋지.”
나우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보아선, 쉽게 합의가 이루어진 듯 했다.
“그럼 군자 씨, 저녁에 우리 집 놀러 올래요?”
“대, 대감 마님의 생가에!”
영의정의 제안에, 순간 밝아졌던 군자의 얼굴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초대에 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선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죄송하지만 선약이 있습니다···.”
“서, 선약이요?”
군자는 암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도, 나우리는 그저 이 상황이 즐거운 듯 해맑기 그지없었다.
“와아, 자기! 남자한테 까였어!”
“으휴, 재밌냐?”
“크흐, 이게 얼마 만이야?”
“그러게. 40년 만이네.”
그러나 영의정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내가 말 편하게 해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그래. 혹시 어떤 선약일까?”
“그, 친구들이랑 놀이기구를 좀 더 타기로 했는데···.”
“흐음, 놀이기구 좋아하나 보네?”
영의정의 질문에 군자가 즉각 고개를 휘휘 가로저었다.
놀이기구는 군자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친구들이 워낙 같이 타고 싶다고 보채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을 뿐이지.
“아하, 그래에?”
“네에···.”
“우리 집 오면 커다란 멍멍이랑 고양이도 있는데.”
“!”
“집 앞 평상에서 수박 먹으면, 그게 또 그렇게 맛있다?”
“!!”
“밤엔 찐 감자랑 찐 옥수수, 능이백숙도 먹으면서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고, 별 보면서 노래도 하고.”
“!!!”
“우리 남편이 또 악기 이것저것 잘 다루거든. 악기 소리에, 풀벌레 소리가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매번 들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요.”
“!!!!”
“어때?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영의정의 유혹에 군자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흘릴 뻔 했다.
세상에, 그것이야말로 완벽한 풍류 그 자체 아닌가!
손등으로 입가를 슥 닦으며 군자는 폭풍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선약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갔을 테다.
하지만 선약이 괜히 선(先)약이던가. 제 아무리 놀이기구가 싫다 한들,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친구들이랑 다 같이 오는 거야.”
“!”
“어차피 자유시간이라며. 너만 자유시간인 건 아니잖아?”
“그, 그래도 괜찮을지···.”
“괜찮아, 다 같이 와도 돼. 집 넓어.”
영의정의 말에, 군자의 얼굴이 복사꽃처럼 화악 밝아졌다.
“가, 가서 말 해 보겠습니다—!!”
“그래. 아, 우리 이름은 얘기하지 마. 소란스러워지는 거 싫으니까.”
“넵—!!”
집결지로 후다닥 뛰어가던 군자는, 갑자기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다시 두 사람에게로 다가와 허리를 꾸벅 숙이며 90도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폴더 인사 후 후다닥 달려가는 군자를 보며, 영의정과 나우리는 흐뭇하게 웃었다.
“쟤 귀엽다.”
“그러게.”
영의정의 말에, 나우리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제가 말했던 친구가 쟤 맞지?”
“응, 아마 그럴 걸?”
“그렇게 음악 재능이 좋다며.”
“오빠, 진짜 방송 한 번도 안 봤어? 쟤 요즘 완전 난리야~”
“그건 방송이잖아.”
“뭐 그렇긴 한데···.”
“그래도, 처제가 그렇게 푹 빠졌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몰라, 걔는 워낙 이상한 거에도 잘 꽂혀서.”
“흐으음-.”
“오빠, 궁금하구나?”
영의정이 나우리의 어깨를 톡 건드리자, 나우리가 사람 좋은 웃음을 씨익 지어 보였다.
“허허, 뭐 조금은?”
“이따가 오면 같이 이것저것 해 봐~”
“그래야겠다.”
“흐흐, 꼭 왔으면 좋겠네.”
* * *
동료들을 향해 뛰어가는 군자의 심장은 터질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공포의 놀이기구를 다시 타야 한다는 생각에 울적했지만 지금은 달랐다.
영의정 대감 마님을 만난 이후로 새로운 희망이 싹을 틔웠으니까.
“친구들아!”
“구, 군자 형!”
“어디 갔다가 이제 와여-!”
“야! 피디님이 너 엄청 찾았어!”
“어디 다친 건 아니지?”
동료들은 그를 보자마자 걱정 섞인 구박을 늘어놓았지만, 군자의 용건은 따로 있었다.
“지금부터 내일 아침까지는 자유시간이라고 했지?”
“음, 그랬지?”
“꼭 이 유배··· 아니, 탐라랜드 안에 있을 필요는 없는 것이겠지?”
“웬만하면 여기 있으라고 하긴 했는데, 뭐 자유시간이니까 상관없지 않을까?”
“혹시 꼭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건가?”
“그건 아닌데, 따로 할 것도 없잖아?”
“있다!”
“음? 뭐가 있다는···.”
“풍류! 심산유곡!”
“아니 잠깐, 천천히 설명을 좀 해 줘 봐.”
“맞아여,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
그래, 친구들이 옳다. 흥분을 조금 가라앉힐 필요가 있겠구나.
숨을 고르고 침을 한번 꿀꺽 삼킨 뒤, 한층 차분해진 군자가 말을 이었다.
“소울리수좌와의 대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누구를 좀 만났다.”
“음? 누굴 만났는데?”
‘영의정 나으리를 만났다’고 이야기하려던 군자가, 퍼뜩 영의정의 당부를 떠올렸다. 분명 이름이 나오면 소란스러워지니 싫다고 하셨지.
“그, 그냥 제주도민 부부를 만났다.”
“엥? 그래서여?”
“우리 모두 그 부부의 집으로 초대받았다.”
“흐으음, 가서 뭐 하는데?”
“평상에서 수박을 먹고, 냇가에서 멱도 감고···.”
“으으, 완전 아재틱한데.”
“혹시 능이백숙도 먹자고 하셨니?”
“어, 어떻게 알았지?”
“그럴 줄 알았다.”
한숨을 내쉬던 동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흐음, 그냥 군자 소원 들어 줘?”
“뭐 놀이기구는 낮에 많이 타기도 했고.”
“···구, 군자 형, 많이 힘들어 했는데···.”
“맞아여. 이제 군자 형 좋아하는 것도 한번 해야져.”
“그나저나, 믿을 만 한 사람들인 건 맞아?”
“당연하지! 영의···.”
“영의?”
“여, 영이 맑으신 분들 같았다.”
“···그러냐.”
“하아, 능이백숙··· 막상 먹으면 맛있긴 해.”
“평상 능이백숙은 인정이져.”
“아하핫, 나도 백숙 좋아. 똥꼬에 수삼이 재미있잖아.”
“야, 아이돌 지망생이 똥꼬가 뭐냐 똥꼬가···.”
어렵지 않게 설득된 동료들을 바라보며 군자가 해맑게 웃었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거다.”
“그래, 뭐··· 일단 가 보자.”
“그래! 가자!”
그렇게, 일곱 소년들은 영의정 나으리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