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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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군자도 춤추게 한다
이 곳에 들어온 순간부터, 군자는 도통 적응이 힘들었다.
오디션이라. 경험해 본 적은 없으나, 뜻을 해석하자면 춤과 노래로 자웅을 겨루는 비무대회 같은 것 아닌가.
아마 틀림없이 살벌한 공방이 오갈 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할 것이야.
침을 꿀꺽 삼키며, 야무지게 갓끈을 매고 오디션장으로 들어섰는데.
이건 뭐, 들어서자마자 지금부터 내내 감탄만 하고 있으니.
‘···조금 민망하구나···.’
모처럼 선비 답게 갖춰 입고 왔기에 자못 품위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오오’하는 소리를 내며 반응하니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모두들, 선비를 처음 보시는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허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답을 알 것 같았다.
그래, 나한테서 풋내기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구나.
계속 입원해 있었기에 오디션을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패기 있게 나서긴 했으나, 이 분들의 눈에 그 미숙함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이런 경연의 장에, 이토록 미숙한 자가 나선 게 마냥 신기하실 테지. 그 실력 차를 감안하여,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합격이라는 은혜를 내리신 것이고.
참으로 너그러운 분들. 그러나 동시에 예리하다.
한 눈에도 나의 미숙함이 보인다는 뜻 아닌가.
그렇게 감탄하고 있던 사이, 소예진이 입을 연 거다.
“난 유군자 참가자의 실력을 좀 봐야겠는데요.”
백 번, 천 번 옳은 이야기다.
아무리 초보자 우대를 받는다고 해도, 공연 한 번 보여주지 않고 합격패를 받는다는 것은 군자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됐다.
춤이든 노래든, 뭐가 됐든 보여 달라는 소예진의 말.
분명 춤은 C급, 노래는 D급이었지.
둘 다 내세울 만한 등급은 아니나, 그래도 춤의 등급이 조금 더 높다.
그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실력을 꿰뚫어 보는 고수들이다.
여기서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춤을 선보이는 것이 더 유리할 터.
그러나.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세요.”
군자의 선택은 춤이 아닌 노래였다.
지금 눈속임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 보아야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생각해 보면 이건 엄청난 기회 아닌가. 이런 대가들에게 직접 지적을 받을 수 있다니.
스승님과 함께 글공부를 한 적은 있어도, 노래와 춤을 배워 본 적은 없었다.
이 참에 무엇이 문제인지 확실하게 알아내는 거다. 솔직히, 꽤나 자신 있었던 노래가 왜 ‘D’등급인지 아직도 의아했으니.
보컬 트레이너 장민혁은 기대된다는 듯 두 손을 비볐다.
“유군자 씨.”
“네.”
“이번에도 우리 한 번 홀려 봐요.”
홀린다? 그 말을 듣자 마자 군자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누군가를 홀리는 데엔 이 만한 시가(詩歌)도 없다.
길다란 쇠막대기가 설치되는 동안 군자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쉴 새 없이 노래를 불렀던 전생과 달리, 이 몸으로는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다. 성대 역시 단련되지 않은 상태다.
막상 노래를 하려니 심장이 쿵쾅거렸다. 호흡이 모자라진 않을까? 아직 단련하지 않은 몸이니, 복압도 부족할 텐데.
그러나, 사람들 앞에 섰으니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군자가 아는 가수의 모습이었다.
“준비됐습니다.”
“감사합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났다.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불러 본 것이 얼마 만인지.
문득 저잣거리에서의 나날들이 떠올랐다. 시간과 공간은 달라졌지만, 노래를 부르기 전의 떨림과 설렘은 언제나 같았다.
역시, 난 이걸 할 때가 가장 즐겁구나.
올라오는 감정을 애써 진정시키며, 군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달빛 아래 오동잎 모두 지고-.”
그렇게 첫 소절이 시작된 순간.
“···!?!?”
내내 구부정한 자세로 움츠러들어 있던 보컬 트레이너 영은채가 퍼뜩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 * *
작곡가 영은채는 업계 최고의 ‘성공한 덕후’ 중 한 명이었다.
팬이었던 가수에게 곡을 선물하기 위해 작곡가가 됐고, 덕질할 만한 목소리를 직접 길러 내기 위해 보컬 트레이너가 됐다.
잠들기 전, 꼭 한 시간은 사운드클라우드를 뒤지며 새로운 타겟을 찾는 것이 영은채의 고정 일과였다.
그러나 덕질할 만한 보컬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누군가를 따라하거나, 어설픈 멋을 부리거나, 안 좋은 습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목소리들이었으니까.
이번 오디션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웠으나 목적을 이루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비슷한 목소리와 비슷한 창법.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많은 아이돌 보컬이 정형화된 호흡과 발성, 창법을 사용하니까. 그걸 롤모델로 하는 이들 역시 공산품처럼 닮아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유군자는 달랐다.
그가 입을 떼며 첫 음절을 내뱉는 순간, 영은채의 고막이 찌릿 하며 울렸다.
뭐지 이거?
솔직히 별 기대 안 했다.
재미 있는 참가자 위주로 뽑아 달라는 PD의 신신당부에, 가장 미친 것 같은 사람에게 합격을 줬을 뿐이다.
그런데 이건 완전히 예상 밖이다.
잠자고 있던 덕질 중추가 퍼뜩 깨어나 버렸다.
구부정했던 어깨가 펼쳐졌다. 하찮은 종아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그녀는 벌떡 기립해 있었다.
“으, 은채 씨? 렉시인 줄.”
옆에서 장민혁이 되도 않는 농담을 던졌으나 신경도 안 쓰였다. 그렇게 말하는 장민혁도, 유군자가 노래를 시작한 다음부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이걸 어떻게 채점하지?
10점 만점에··· 어, 모르겠다.
이건 채점이 불가능한 목소리다.
처연하며 동시에 청아하고, 깔끔하지만 은근한 힘이 있다.
불필요한 습관은 손톱만큼도 없었다. 끝음 처리 하나 하나, 모두 가사를 표현하는 데에만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다.
미쳤다.
아니 얘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당장이라도 군자를 자신의 작업실로 데려가 녹음 부스 안에 가둬 놓고 싶은 영은채였다. 겨우 여덟 마디 들었을 뿐인데, 벌써 머릿속에 영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리 맞은 들국화는 노랗게 피었구나-.”
“누각은 높아 하늘에 닿고.”
“오가는 술잔은 취하여도 끝이 없네-.”
노래가 이어지는 동안,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다.
심지어 김석훈 PD조차 모니터에서 눈을 뗀 채 군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오른쪽 눈엔 하트, 왼쪽 눈엔 ‘₩’ 표시가 떠올라 있었다.
놀란 것은 장민혁도 마찬가지였다.
그저 지독한 컨셉러라고만 생각했는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저걸 기믹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나?
‘미친, 진짜 선비가 튀어나왔잖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났다.
솔직히, 아이돌 보컬로서 어울리는지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뭐 동양풍의 컨셉츄얼한 노래에는 기가 막히게 써 먹을 수 있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평가절하 하기엔 이미 마음이 움직여 버렸다.
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노래에, 이미 모두가 혹해 버렸다는 말이다.
군자에게 노래를 시켰던 소예진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필 동양풍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녀의 취향도 한 몫 했다.
보컬엔 별 조예가 없는 소예진이었지만, 이런 목소리를 들을 땐 무언가를 상상할 수밖에 없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선, 이 목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퍼포먼스가 그려지고 있었다.
‘···재미있긴 할 것 같네.’
그렇게 모두가 숨을 죽인 가운데.
“사무치는 정 물결처럼 끝이 없으리-.”
군자는 마지막 한 소절까지 정성들여 부르며 노래를 마쳤고.
짝, 짝, 짝.
완전히 넋이 나간 김석훈 PD를 시작으로.
짝짝짝짝-.
오디션장에 모인 모두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 * *
“후우-.”
노래를 무사히 마친 뒤, 군자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다.
실로 아슬아슬했다.
간신히 가창을 마무리지었으나, 호흡이 부족하여 하마터면 마지막 감정의 흐름을 놓칠 뻔 하지 않았나.
아직 훈련이 부족하다. 몸이 노래에 익숙하지 않다.
새로이 얻은 육체인 만큼, 폐활량과 복압 단련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마무리 호흡까지 내뱉고 나니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짝짝짝짝-.
모두가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참으로 따뜻한 사람들이구나.
물론 초보자를 향한 응원의 박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군자의 가슴은 뭉클해졌다.
노래로 관객들과 소통해 본 게 얼마만이던가.
깊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군자가 고개를 들 때까지, 박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겨우 박수 소리가 멎자 소예진이 입을 열었다. 군자의 실력을 검증해 보겠다고 나선 장본인이었다.
“으음, 일단은.”
과연 얼마나 잔인한 비판이 쏟아질까. 각오는 이미 되어 있다. 하지만 조금 떨리는구나.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좋은데요.”
“!”
처음부터 뜻밖의 칭찬이었다.
군자는 솟아오르는 입꼬리를 컨트롤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선비의 옷차림을 했으니 경거망동해선 아니될 것이다.
그러나 소예진의 평가에 자꾸만 온 몸이 간질간질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기분이 좋구나.
칭찬이라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것이로구나!
“난 댄스 트레이너라, 솔직히 노래는 잘 몰라요. 하지만 유군자 참가자의 목소리가 귀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
“뭐랄까, 그림이 그려지는 목소리랄까. 나도 이 바닥에 오래 있었지만, 그런 목소리가 흔친 않거든요.”
“감사합니다.”
“노래를 듣는 내내 그 노래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생각했어요. 춤과 함께했다면 더 멋졌겠지만, 뭐 그건 너무 과한 바람이고.”
아, 춤까지 곁들일 걸 그랬나.
잠시 후회했지만 군자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노래만 불러도 호흡이 부족했는데, 춤까지 췄다면 아마 노래마저 무너졌을 것이다.
일단은 몸부터 만들고, 그 다음 가무(歌舞)를 동시에 함께해도 늦지 않다.
이번엔 장민혁이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그 역시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정말 놀랍네요. 난 진짜 선비가 조선시대에서 건너온 줄 알았어요.”
“!”
이럴 수가, 그건 또 어떻게 알아차렸단 말인가.
식은땀이 흘렀다. 역시 엄청난 통찰력이다. 이 트레이너라는 사람들을 결코 우습게 보아선 안되겠다.
“어떤 노래인가 했는데, 황진이의 시 [봉별소양곡세양>을 가사로 썼네요?”
“예.”
“그걸 경기 민요 음률에 맞춰서 편곡했고.”
“맞습니다.”
“노래만 잘하는 게 아니라 머리도 좋네요. 이거, 황진이가 소세양을 홀려 버린 순간 읊었던 시잖아요. 아마 내가 ‘홀려 보라’고 말해서 고른 노래 같은데. 맞나요?”
“대단하십니다.”
“크크, 은채 씨! 내가 이 정도라고요.”
다소 촐싹맞게 호들갑을 떤 장민혁은, 살짝 표정을 바꾸며 말을 이어 나갔다.
“다만 한 가지, 솔직히 얘기하자면 아이돌 보컬이라고 보긴 어려운 무대였어요.”
“···예.”
“오늘은 너무 멋졌지만, 앞으로는 아이돌 노래에 어울리는 창법을 배워야 할 거예요. 혼자 돋보이는 것도 좋지만, 다른 멤버들과의 조화도 중요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하핫, 어깨에 힘 빼고! 내가 다 가르쳐 줄 테니까.”
장민혁 트레이너. 가벼운 말투를 사용하긴 했지만 해박한 지식과 통찰력을 갖춘 분이다.
앞으로 이런 분들께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든든해지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마이크를 잡은 것은 영은채 트레이너였다. 아까까지는 분명 의욕이 없어 보였는데, 지금은 어쩐지 기운이 넘쳐 보인다. 그렇게 지적할 것이 많은가?
한참 동안 군자를 바라보던 영은채 트레이너가 음산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흐흐, 유군자 참가자아···.”
“예.”
저 웃음부터 뭔가 무섭구나. 과연 어떤 지적을-.
“···우리 스튜디오에 가둬 놓고 싶네요···.”
“예-!?”
“···그 안에서 내내 노래만 부르게···.”
스, 스튜디오라? 그건 또 무엇인가?
거기에 날 가둔다니! 설마 현대의 뒤주 같은 것인가!?
싫다, 노래 부르는 것은 좋아도 갇히는 것은 싫단 말이다!
“그, 그건 안 되겠습니다!”
“···에?”
“죄송합니다!”
“···아니, 잠깐···.”
무서운 분이었구나, 빨리 달아나야겠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무대를 내려가던 군자는.
“아차, 잊을 뻔 하였구나!”
뭔가 잊었다는 듯, 다시 무대 위로 불쑥 올라와 트레이너들에게 90도 폴더 인사를 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폭풍 인사를 마치고 내려가는 군자를 보며 장민혁이 깔깔 웃었다.
“푸하핫, 은채 씨! 군자한테 차이셨네.”
“···.”
“어떡해요, 섭섭해서.”
“···좋아···.”
“예?”
“···오히려 좋아···.”
“은채 씨, 무서워요!”
* * *
오디션을 마치고 돌아온 군자의 마음은 홀가분 그 자체였다.
네 명의 심사위원단에게 모두 합격을 받았다. 비난 폭격을 받을 줄 알았던 가창도 칭찬을 꽤나 들었으니 만족이다.
분명 내 목소리가 귀하다고 하셨었지.
그 말들을 다시 떠올리니 다시 마음이 간질간질해졌다. 다시 생각해 봐도 칭찬이란 참 좋구나!
게다가, 좋은 건 칭찬 뿐만이 아니었다.
[대국민 오디션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참가 자격을 획득하셨습니다.] [임무 완수!] [보상으로 1포인트가 지급됩니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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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이제는 획득한 보상을 통해 능력을 상승시킬 차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