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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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일곱 선비들
결승전 1차 경연곡인 [ACACIA>의 편곡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단조풍의 멜로디를 가진 [ACACIA>를 비파 위주로 재구성하고, 그 위에 동양풍의 가상악기를 얹어 사운드를 풍부하게 만들었다.
물론 지현수의 주도 하에 진행된 편곡이었지만, 이번엔 모든 팀원들의 의견이 한 스푼씩 들어갔다.
가장 먼저 의견을 낸 것은 유찬과 현재.
“···혀, 형들, 이번 [ACACIA> 편곡이요···.”
“응, 유찬아. 편곡 왜?”
“···이번엔 우리가··· 구, 군자 형을 보조하는 느낌으로 하면 어떨까요···.”
“흐음, 조금 더 자세히 말해 줄래?”
“찬이 말은 이거예여. 지금까지는 항상 우리가 군자 형아 특기를 이용하거나, 아니면 형이 우리를 따라오는 식으로 무대를 만들었잖아여?”
“어,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그니까 이번엔 우리가 군자 형아를 따라가 보자는 거지.”
“···마, 맞아요. 현재 말이 맞아요!”
“크으, 역시 소통왕 하현재네.”
“근데 나도 찬이 말에 동의함여. 형들은 어떰?”
두 소년들의 말에 나머지 팀원들도 모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군자의 스타일을 따라간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비파 위주로 편곡한 [ACACIA>에 그만큼 어울리는 방식도 없었다.
동료들의 의지는 군자에게도 뿌듯한 일이었다.
물론, 단기간 안에 군자가 쌓아 온 내공을 완벽하게 흉내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군자의 방식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걸 따라와 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군자는 든든했다.
“그럼 아예 팀 이름도 칠선비로 짓는 게 어때?”
“그거 재미있다.”
“아예 말투까지 따라해 볼까? 군자 말투 은근 킹받지 않냐.”
“아하핫, 태웅이 너 예의가 없구나~”
‘일곱 선비들’의 팀 케미스트리는 완벽했다.
편곡이 완성된 [ACACIA>의 연습은 수월하게 진행됐고, 군자의 아이디어 덕분에 2차 경연 창작곡 역시 빠르게 컨셉을 잡았다.
지옥의 경연 일정을 거치며, 일곱 멤버들의 실력 또한 모두 탄탄하게 보완된 상태.
게다가, 군자가 김석훈 PD와 함께 준비한 모종의 ‘외주 작업’ 역시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PD님, 부탁드렸던 건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그래. 돈 받았으니 일 해야지.”
“감사합니다.”
“내 살다살다 오디션 프로 출연자한테 외주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하하, 세상이 꼭 그렇게 상상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니더군요.”
“푸허헛, 그래 그래. 어련하겠냐!”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어 가는 가운데, 군자의 마음에 걸리는 것은 오직 하나.
상대 팀에서 연습 중인 양정무의 존재였다.
아직 성형수술에 대한 상식이 없을 때, 양정무에게 뜻하지 않은 마음의 상처를 준 적이 있었다.
물론 의도한 바는 아니었으나, 그 사건은 분명 어린 소년의 마음에 상처가 되었을 터.
한 번쯤은 진심이 담긴 사과를 건네고 싶었다.
마침 양정무는 저녁 타임 연습을 끝내고 잠시 쉬고 있었다. 타이밍을 잡은 군자가 양정무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손에는 지하2층 자판기에서 뽑은 본인의 최애 음료수 ‘솔의 눈’도 들려 있었다.
“정무야.”
“···?”
“연습이 힘들지. 자, 이거.”
그렇게 말하며 군자는 양정무에게 솔의 눈 한 캔을 내밀었다.
솔의 눈을 받아 든 양정무의 표정은 묘했다.
뭐지? 싸우자는 건가?
그러나 군자는 진지하고 진솔했다.
“일전, 너의 눈에 대해 언급한 것은 내가 미안했다.”
“···.”
“사과가 너무 늦었구나. 하지만 진심이다.”
군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양정무는 이내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는 사람이 솔의 눈을 줘요?”
“그, 그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거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몰랐다. 유찬이한테 줬을 땐 잘 먹기에···.”
“됐고, 다음에 더 맛있는 거 사 줘요.”
“!”
“···나도 미안했어요, 형.”
거기까지 말하곤, 양정무는 눈을 질끈 감으며 솔의 눈을 꿀꺽꿀꺽 마셨다.
“으윽-.”
“마, 맛이 없으면 안 마셔도 되는···.”
“나도 잘못 있으니까, 벌칙은 이걸로 퉁칠게요.”
“···.”
“형이랑 무대 한 번은 같이 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
“그래도 마지막은 이길 거예요.”
빈 캔을 쓰레기통에 휙 던져 버린 뒤, 양정무는 다시 연습실을 향해 갔다. 그런 양정무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군자 역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그로부터 일주일 뒤, 생방송 경연 당일.
생방송 경연이 진행되는 뮤직플래닛 라이브 스튜디오는 만원 관중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팬들 뿐만 아니라 배우, 가수, 유명 아이돌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카메라 원샷을 받은 것은 나란히 앉은 아이돌판 최고의 진지 듀오, 리온과 파엘이었다.
현역 아이돌인 만큼, 그들의 응원은 생방송 경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플래카드도, 응원봉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아육시’를 본 시청자들이라면 다 알았다. 리온과 파엘이 어떤 참가자와 엮였는지. 오늘도 그들은 ‘그 참가자’의 경연을 보러 온 것 같았다.
“유군자 씨, 1차 경연곡은 [ACACIA>라고 들었는데.”
“어, 큐시트 보니까 그렇게 적혀 있더라.”
“어떤 식으로 편곡했을까.”
“글쎄, 아마 베이스 리듬을 강화한 댄스 팝으로 편곡하지 않았을까. 춤 추기 좋은 노래잖아.”
리온 역시 파엘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ACACIA>의 처량한 단조풍 멜로디는 군자의 춤선과도 꽤나 잘 어울릴 것 같았으니까.
마침내 무대가 어두워지고, 공연장을 가득 메웠던 환호성도 차츰 잦아들었다.
어슴푸레하게 떨어지는 푸른 빛 조명만이 일곱 소년들의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들은 화려한 퍼포먼스를 펼칠 생각이 없다는 듯, 단정한 단상 위에 올라선 채 핸드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핸드 마이크?”
“뭐 어떻게 할 생각인 거지.”
곧이어 인트로가 울려 퍼졌고.
리온과 파엘은 본인들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인정해야 했다.
당, 다앙-.
[ACACIA>의 테마와도 같은 메인 멜로디가 비파의 음색으로 재해석되어 흘러 나왔다.“뭐지? 클래식 기타인가?”
“아니, 비파 같은데.”
“와, 비파 소리가 이렇게 좋았어?”
맑고 구슬픈 비파 음색이 조용히 관객들의 귓가를 감도는 동안, 무대는 천천히 밝아지며 마침내 일곱 선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툭 떨어지는 핏의 화이트 슬랙스와 쉬폰 재질의 화이트 셔츠.
말 그대로 ‘백의’를 갖춰 입은 소년들의 모습은 마치 고고한 백학 같았다.
대형도, 동선도 없는 정적인 시작.
그 어떤 안무도 없었다. 움직임이라곤 오로지 마이크를 들어올리는 오른손 뿐.
그러나 절절한 비파 소리가 그 공백을 채웠다. 새하얀 옷을 입은 소년들의 눈부신 자태만 봐도 심심할 틈이 없었다.
무엇보다, 새로웠다.
지금까지 언제나 사운드로, 퍼포먼스로 꽉 채운 무대를 해 온 ‘팀 유군자’였기에.
허나 이번은 오로지 노래 하나만으로 무대를 가득 채울 생각인 일곱 소년들이었다.
청아한 음색으로 노래의 첫 마디를 연 것은 유찬이었다.
내 마음엔 기척이 없어요.
아마 그대도 몰랐겠지요-.
노래에 완연히 집중한 듯, 유찬은 떨리는 목소리로 가사 하나 하나를 꼭꼭 눌러 불렀다.
첫 마디만으로도 모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호소력.
관객들은 ‘무언가 변화했다’는 느낌 정도만 받았으나, 리온과 파엘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군자 스타일을 카피했네.”
“응. 완벽하진 않지만, 호흡이나 발성이 평소랑 달라.”
두 번째 벌스를 이어 받은 현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평소의 아기자기하고 꾸밈 많은 창법에서 벗어나, 군자처럼 호흡하며 군자처럼 소리를 내고 있었다.
조용히 수면 아래 잠기어.
당신이 오기만을 기다리죠-.
그 시도는 지현수의 편곡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국악풍의 발성은 자칫 느끼하게 들릴 수 있다.
너무 과하면 공연이 아닌 국악 개인기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일곱 선비들’의 달라진 창법은, 그 중도를 절묘하게 지키며 곡의 분위기를 온전히 전달하고 있었다.
거기에, 이번엔 안무 하나 없이 오롯이 가사에 몰입한 백의(白衣) 소년들의 모습은 모두를 홀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언제나 군자의 무대에 따르던 비명 같은 환호성은 없었다.
대신 모든 관객이 두 손을 모은 채 추앙하듯 무대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심지어 자리에 앉아 있던 원곡자 ‘포니타’의 멤버들까지 이 무대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린 것 같았다.
한없이 부드러운 도입부를 지나, 지현수의 파트인 프리코러스까지 지나고 난 뒤.
마침내 중앙의 군자가 마이크를 들어올렸다.
Like Acacia,
혼자 간직한 비밀처럼-.
깔끔하면서도 단단하며 힘이 넘치는 군자의 목소리가 생방송 스튜디오를 가득 메웠다.
도입부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린 오리엔탈 풍의 감성이, 마침내 후렴에 이르러 절정에 올랐다.
뭐가 두려운 건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후렴이 진행되며, 마이크를 쥔 군자가 자연스레 무대 측면으로 이동했다.
목적지는 미리 설치해 둔 나무 형태의 무대 장치 아래.
후렴의 후반부가 진행되는 동안, 낮게 깔리는 태웅과 인혁의 코러스는 보컬에 풍부함을 더해 주었다.
그렇게 군자가 무대 위를 천천히 거니는 사이, 남은 여섯 소년들도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자리를 잡았다.
대부분의 관객이 청각적 쾌감에 오롯이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소년들의 움직임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1절의 후렴이 끝나고, 후방 LED 화면과 조명 분위기가 바뀐 뒤에야 사람들은 대형의 변화를 눈치챈 듯 했다.
“···어?”
“언제 내려왔지?”
나무 아래의 군자, 그리고 대형을 이룬 채 모여 있는 여섯 소년.
어느새 군자의 손에는 오래된 비파 하나가 들려 있었다.
하얀 옷을 입고 비파를 든 군자의 모습은, 정말로 산수화에서 갓 튀어나온 선비 같았다.
무대에 오를 때마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군자였지만, 어쩐지 지금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잠을 줄여 가며 했던 연습 덕분일까, 나를 믿고 나의 방식을 따라와 준 동료들 덕분일까.
모두 일리가 있지만, 어쩌면 지금은 이 녀석 때문일지도 모른다.
손바닥 너머로 비파의 의지가 전해졌다. 빨리 이 관객들 앞에서 소리를 내고 싶다고 말하는 듯 했다.
[영물 ‘나유선의 향비파’가 당신과 강렬하게 공명합니다!]새로운 상태창이 떠올랐지만 지금은 그것을 신경 쓸 수도 없는 군자였다. 그만큼, 그의 모든 신경은 오로지 이 무대에 집중되어 있었다.
나직하게 울리는 북 소리에 맞추어, 처음 검지손가락을 퉁긴 순간.
다아아앙-.
그것을 신호탄 삼아, 여섯 소년들의 소매에서 새하얀 천이 흘러나오며 살풀이 같은 군무가 시작된 순간.
모든 관객들의 등골에, 다시 한번 오싹한 전율이 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