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66)
#66
장원급제
‘일곱 선비들’의 무대가 끝난 직후, 뮤직플래닛 라이브 스튜디오 백 스테이지.
양정무는 살짝 긴장한 상태로 커스텀 마이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계속된 미션 패배로 인해 코인을 많이 모으지 못한 양정무였다. 그나마 군자가 100코인을 빌려준 덕분에 빈털털이 신세는 면했지만, 그것으로 화려한 무대 장치나 소품을 구매하긴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대신 커스텀 마이크를 구매했다. 100만원이면 괜찮은 커스텀 마이크 하나 정도는 충분히 구매할 수 있었으니까.
덕분에 양정무에겐 개인 마이크가 지급됐다.
마이크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스태프들이 관리하는 것이 원칙. 그러나 양정무만큼은 커스텀 마이크를 사용했기에 예외였다.
그것이 양정무의 노림수였으며, 주하성의 맹점이었다.
연습 내내 주하성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양정무였다. 주하성은 언제나 묘하게 서열을 나누고, 중요한 부분은 정치질을 통해 자신이 가져가고 말았다.
다른 참가자들이야 순박하고 착해서 그냥 좋게좋게 넘어가고 말았지만, 양정무는 아니었다. 그 역시 정치질의 고수였기에 안다. 주하성이 속 시꺼먼 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빌런은 빌런이 가장 잘 안다.
주하성은 언젠가 한 번쯤 본색을 드러낼 것이다. 양정무는 그 순간만을 기다렸다. 물론 그것이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의 백스테이지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그러나 그 돌발 상황에서도 양정무는 생각해 냈다..
주하성에게 효과적으로 엿을 먹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주하성이 험한 말을 내뱉는 순간, 양정무는 눈을 깔고 마이크를 만지작거리는 척 하며 스위치를 살짝 올렸다.
손바닥으로 LED 점등부를 교묘하게 가렸기에, 주하성은 눈치챌 수 없었다.
양정무는 혼신의 힘을 다해 쫄아 버린 청소년을 연기했다. 숱한 정치질의 경험이 그에게 힘이 되어 주었다.
“정무야.”
“···.”
“씨발, 정무야. 대답 좀 해라, 응?”
“···네 형···.”
“잘 좀 해 보자.”
“···네···.”
“나 데뷔 좀 시켜 주라, 이 새끼야.”
주하성과 양정무가 나눈 이 대화는, 커스텀 마이크를 통해 무대 스피커로 고스란히 빠져나갔다.
“···네, 네 형··· 잘 할게요···.”
마지막 순간까지 표정관리를 하며, 양정무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 피웅신!’
부산스런 분위기의 생방송이었기에, 주하성의 욕설이 또렷하게 전달되진 않았다.
지향성 강한 마이크였기 때문에 소리가 완벽하게 빨려 들어가지도 않았고.
그럼에도 팬들은 알 수 있었다. 대화를 나누는 이가 누구인지. 그가 얼마나 험한 욕설을 내뱉었는지.
현장의 방청객들이 가장 먼저 욕설을 눈치챘다.
“어?”
“야, 방금 이거··· 주하성 목소리 아냐?”
“얘 백스테이지에서 욕한거 맞지?”
“마이크 켜졌나 본데.”
“허, 미쳤네.”
뒤이어, 집에서 TV로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떡밥이 불타기 시작했다.
[ㅁㅊ방금 욕 누구임ㅋㅋ] [??] [ㅅㅂ이라고한거맞지?] [진짜 욕이었어?] [나도 내가 잘못들은줄암ㅋㅋㅋㅋㅋㅋ] [한참 대화했음; 양정무 어쩌고 하던데] [주하성이잖아ㅋㅋ] [???주하성이라고?????] [100%주하성임 목소리 톤도 그렇고 쟤네팀에 양정무가 형이라고 부르면서 경어까지 쓰는 사람 주하성 한명밖에 없다] [제발ㅈㄹ하지마ㅠㅠㅠㅠ표창원이세요?] [코난놀이 재밌어?] [누가 들어도 스태프 목소린데 하성이로 여론몰이 하는 궁댕이들 수준ㅋㅋㅋ] [응 주퀴야 눈물부터 닦고 말해] [욕설 부분만 다시 영상 따왔음.avi (판단은 개인자유)] [왘ㅋㅋㅋㅋㅋㅋㅋㅋ다시 들으니까 주하성맞네] [?????아니 진짜 욕을 했다고????ㅋㅋㅋㅋ] [갴ㅋㅋㅋㅋㅋㅋㅋㅋ나락ㅋㅋㅋㅋㅋㅋㅋㅋ]온라인 역시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순식간에 욕설 부분의 클립이 생성되었고, 이번에도 등장한 K-코난들이 빠르게 범인을 색출해 냈다.
덕분에, 두 번째 무대가 진행되는 동안엔 무대 이야기보다 욕설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왔다.
[으 쟤 웃는거 봐] [뭔일 일어났는지 모르는듯ㅋㅋㅋㅋ] [아이돌들 겉이랑 속 다른건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 귀로 들으니까 좀 현타] [것도 데뷔도 안한 연생이;;] [국내 최초 시팔돌 탄생] [ㅋㅋㅋㅋ시팔돌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진성 주퀴인데 이제는 진짜 실드불가ㅋㅋ] [연습실파동 때도 안 흔들렸는데 이건 진자 현타쎄게오네] [ㅅㅂ왜 꼭 내가 빠는 애들은 다 이렇게 되냐;] [니 잘못 아님. 그냥 드러날 게 드러난거지] [역겹다] [ㅇㄱㅈ가 낫다 ㅅㅂㅋㅋㅋ] [맞지 걔는 컨셉충이라도 아무튼 욕은 안하잖아] [하 쩡무만 불쌍하네ㅠㅠ]부정적인 반응이 활활 불타 올랐으나, 김석훈 PD는 여유로웠다.
뜻하지 않은 방송사고에 조연출과 작가들이 모두 허둥대는 와중에도, 그는 그저 웃기만 했다.
“흐흐, 하성이가 마지막 회차까지 인성질을 해 주네.”
“피디님,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안 괜찮을 건 또 뭐니?”
“욕설이 송출됐잖아요. 또 징계 잡수시는 거 아닙니까?”
“주면 먹어야지. 그리고 생방송인데 뭐 어떡하냐. 도르마무라도 불러?”
“아니, 그래도 뭐 사과 자막이라도···.”
“왜 내가 사과를 해, 잘못은 하성이가 했는데.”
“예?”
조연출은 벙찐 표정이었지만, 김석훈 PD는 그저 껄껄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건 악재가 아니라 호재예요, 호재. 쟤가 또 깽판 치는 바람에 데뷔권이 알 수 없게 돼 버렸다고.”
“그, 그거야 뭐···.”
“이러면 사람들이 방송을 보겠니, 안 보겠니?”
“!”
“순위발표식 시청률이 올라가겠니, 안 올라가겠니?”
“피디님은 정말 화제성밖에 생각 안 하시는군요?”
“으응, 칭찬 고마워~”
주하성의 욕설이 오히려 반가운 김석훈 PD였다.
시말서 한 장과 시청률을 맞바꿀 수 있다면, 김석훈은 언제든 사고를 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참가자가 대신 사고를 쳐 주다니. 오히려 반가운 것이 당연했다.
“하성아, 하성아. 난 고맙긴 한데··· 넌 어뜩하냐 정말.”
주하성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자신의 욕설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송출됐다는 것도, 가장 충성스러운 코어 팬들조차 투표를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마이크를 까딱거리며 웃는 양정무를 보고 나서야 모든 것을 깨달은 주하성이었다.
“···이런 씨···.”
눈앞이 캄캄해지는 느낌이었다.
웃어야 하는데, 생방송인데, 도저히 미소가 지어지지 않았다.
정말로 욕이 다 들렸을까? 방청객들도, 시청자들도 전부 다 들었을까?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방청객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았다. 데뷔조 자리는 채워져 가는데, 자신의 이름이 불리지 않는 것도 불길했다.
모든 정황이 주하성에겐 절망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납득해야 했다. 여기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납득하고 최소한 표정관리라도 해야 했다.
어차피 소속사로 돌아가면 곧 데뷔의 기회는 온다. 팬들은 또 모든 걸 잊고 나를 반겨 줄 거다. 그러니까 지금은 웃어야 한다.
웃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웃음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억울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말도 안 돼. 이 오디션에 쏟아 부었던 노력이 얼마인데, 내가 계속 압도적인 1위였는데!
아직 순위발표식이 끝나지 않았으니 또 모른다. 어쩌면 2위, 2위라도···.
“2위는 현시우 참가자입니다—!!”
“아하하핫, 감사합니다아—!!”
그러나 계속된 발표는 주하성의 기대를 무참히 뭉개 버렸다.
6위부터 2위까지, ‘일곱 선비들’의 이름이 순위표를 가득 채웠다.
이제 남은 순위는 1위, 그리고 7위 뿐.
모두가 1등을 예상하고 있었으나 군자는 달랐다. 순위표가 채워져 나갈수록 군자의 긴장감은 커졌다.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르겠구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1등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군자였다.
아직도 배울 것이 태산 같거늘, 장원 급제라니!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그렇기에, 정해진의 입에서 1위의 이름이 튀어나온 순간엔 두 눈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시즌 2, 그 대망의 1위는··· 축하합니다—!! 유 군 자 참가자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선비들은 기다렸다는 듯 군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군자를 제외한 모두가 1위를 예측하고 있었으니까.
동료들 뿐만 아니라 모두가 납득할 만한 결과였다. 심지어 주하성의 팬들까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선비 형아——!!”
“군자야, 내가 뭐랬어! 너가 1등이라고 했잖아!”
“자, 장원···.”
“그래! 장원급제! 군자 네가 장원이야! 1등이라고!”
“내가 장원급제···.”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마냥 얼떨떨한 군자였다.
방금 전까지는 탈락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내가 1위라니. 내가 장원급제라니!
그러나 동료들의 손바닥이 꽤 매서운 것을 보니 꿈이 아님은 확실했다. 현실을 자각하자 함박웃음과 함께 눈물이 차올랐다.
“헤헤, 헤헤헤.”
“푸하핫, 이 형아 왜 이렇게 바보 같이 웃는대여?”
“유군자 실성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1등은 기분 좋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믿어 준 부모님과 팬들께 자랑스런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뿌듯한 군자였다.
언제나 과분한 것을 받아 왔다고 생각했다. 허나 장원급제라면, 그들의 기대에 조금은 부응한 결과일 터.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군자는 관객석을 향해 사방으로 큰절을 했다. 이제 팬들도 그 모습이 싫지만은 않은 듯 했다.
“그래, 군자야. 잘 했어!”
“사고만 치지 말아 줘!”
“넌 믿어도 되는 거지—!?”
팬들을 바라보며 군자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약속할 수 있었다.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의로운 것과 선한 것만을 추구한다. 그것이 군자가 아는 선비의 길이었으니까.
6위부터 1위까지의 순위가 발표된 가운데, 이제 남은 순위는 오로지 7위 하나.
벌써 ‘일곱 선비들’ 중 여섯 명의 이름이 호명됐다. 이제 남은 것은 권태웅 단 한 명 뿐.
여섯 선비들이 그의 합류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으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결과가 비교적 명료했던 상위권에 비해, 중위권은 혼돈이었으니까.
“웅이 형···.”
“야, 괜찮아 괜찮아. 안 되면 뭐 어떠냐!”
“···.”
“난 무지 즐거웠다고. 뭐든 최선을 다했으니까, 탈락해도 괜찮아!”
말은 그렇게 했지만 권태웅 역시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 역시 이 여정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으니까.
“이제 남은 자리는 단 하나 뿐! 데뷔그룹 ‘칠린’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할 멤버는 누구일지! 지금 그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정해진의 멘트와 함께, 커다란 LED 화면에 네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권태웅, 양정무, 민강열, 그리고 주하성.
네 명 모두 7위 안에 들어갈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참가자들이었다.
주하성은 초반부터 계속해서 1위를 유지하며 코어 팬덤을 구축한 참가자였다. 많은 표를 잃긴 했지만, 관성이 있었기에 7위 정도라면 충분히 들어갈 만 했다.
양정무는 초반 비호감 이미지를 얻으며 주춤했으나, 중반 이후부터 이미지를 회복하며 조용한 상승세를 보였고.
민강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인기 그룹 ‘페이버릿’의 강후가 그의 친형이었으니, 생방송 투표에서도 그 입김은 분명히 작용했을 것이다.
그에 비해 권태웅은 시작부터 열악했다.
초반엔 그저 개그 이미지로 소비되는 캐릭터였으나, 회차를 거듭할수록 포텐셜을 터뜨리며 어느새 데뷔권까지 치고 올라왔다.
만약 여기서 권태웅이 7위로 합격한다면, ‘일곱 선비들’이 그대로 데뷔하는 셈이다. 그것이 ‘일곱 선비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이 네 명의 참가자 중, ‘칠린’으로 데뷔할 수 있는 참가자는 단 한 명! 마지막으로 데뷔 그룹에 합류할 7위 참가자의 이름을, 지금 발표하겠습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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