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73)
#73
사과문을 왜 써?
[명품진품> 촬영이 끝난 뒤, 가장 먼저 터져 나온 것은 교수 원균상의 SNS였다. [유명 아이돌과 함께한 촬영, 씁쓸한 뒷맛.]벌써 [명품진품>에 자문 교수로 나간지 3년차다.
다양한 출연자와 교류해 왔지만, 지난 주의 경험은 특별했다.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갓 데뷔한 유명 아이돌과 함께 촬영을 했다.
그에게 아주 대단한 예의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존중은 있었으면 했다.
심지어 ‘선비’를 컨셉으로 한 친구라지?
그러나 그의 모습은 내가 아는 선비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아마 나이로는 내가 아버지 뻘 이상일 텐데.
그런 어린 친구에게 조롱을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명품진품> 스튜디오 한가운데서.
요즘 기획사에선 인성 교육부터 한다던데.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인가?
또 하나의 ‘인성 논란’을 만드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이제 갓 데뷔한 아이돌 가수에게 누가 회초리를 들까.
그의 앞길이 창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글을 남긴다.
원균상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현재 심사정의 그림을 놓칠 위기인데다가, 촬영 말미에는 한시로 조롱까지 당했으니까.
인성은 터졌지만 학식은 높은 원균상이었다. 군자가 써 내려간 한시의 음과 뜻을 모를 리 없었다.
“파가야로? 그 어린 놈의 새끼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인지했음에도 원균상은 글을 올려 버리고 말았다. 한시로 조롱당한 시점에서, 이미 원균상은 이성적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원균상의 SNS 글은 대형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유명 아이돌이랑 같이 예능 촬영한 교수 후기.jpg] [엥 뭐임이거] [진짜 교수계정이야?;] [맞는것같은뎈ㅋㅋㅋ아까 들어가 보니까 글 남아있더라] [이거 유군자얘기맞지?] [최근에 명품진품 촬영한 유명 아이돌이 걔말고 또있음?ㅋㅋㅋ] [ㅋㅋㅋ미쳣네] [ㅜㅠㅠ이제 진짜 인성 나오는건가ㅠㅠㅠ] [아육시에선 피디픽받고 온갖내숭다떨더니;;] [ㅋㅋㅋㅋ어떻게 첫예능부터 인성논란] [솔라시스템은 저런것도 관리안하나?] [컨셉충이긴 해도 인성은 좋은줄 알았는데] [군자 잘가 멀리안나갈게~]순식간에 부정적 여론이 만들어졌다. 오디션으로 데뷔한 신인 아이돌이 [명품진품>에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주목도가 올라가 있었으니까.
오디션이 끝남과 동시에 사라졌던 안티 세력은 모처럼 신이 난 것 같았다. 인성 논란은 안티들에게 가장 맛있는 떡밥이었다.
논란에 불이 붙은 가운데, 7IN의 소속사인 솔라시스템에도 비상이 걸렸다.
물론 사실 관계를 검증할 필요는 없었다. 서 팀장과 이 실장이 현장에 있었으니까.
원균상 교수의 SNS는 사실이 아니었다. 군자와 원균상이 논쟁을 벌이긴 했지만, 군자가 특별히 무례한 행동을 취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네티즌들에게 중요한 건 팩트가 아니었다.
화제의 컨셉충 아이돌이 사실은 인성 터진 망나니였다니!
항상 물어뜯을 거리를 찾아 헤매는 네티즌들에게, 이건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떡밥이었다.
이제 솔라시스템과 서은우 팀장은 결단을 내려야 했다.
“팀장님, 어떻게 할까요.”
“···.”
“일단 빨리 사과문부터 쓰게 하는 게···.”
그러나 서은우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은 여론을 잠잠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과문을 쓴다는 건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써야겠지만, 서은우 팀장이 보기엔 군자가 사과문을 써야 할 이유는 없었다.
“사과문은 시기상조입니다.”
“어, 그럼 해명문을 낼까요?”
“아뇨.”
“그럼 어떻게···.”
“일단은 기다립시다.”
“예?”
[명품진품> 촬영이 끝난 뒤, 서은우 팀장은 군자를 따로 불러서 상황 파악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군자가 왜 그 그림에 그토록 집착했는지.
어째서 불을 지른다는 무리수까지 던져 가면서 원균상 교수와 싸웠던 건지.
군자는 그 그림이 진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균상 교수는 그걸 알면서도 모종의 이유로 물건의 가치를 깎아 내리려 하는 것이고.
서은우 팀장으로서는 믿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군자는 단호했다. 이미 다른 자문교수인 강윤성 교수에게 재감정까지 의뢰해 놓은 상태였다.
아마 내일이면 재감정 결과가 나올 거다.
만약 재감정 결과, 원균상 교수의 말이 맞았다면 그 땐 사과문을 올려야 할 것이다. 근거도 없이 프로그램 자문교수와 언쟁을 한 꼴이 되니까.
그러나 만약 군자의 믿음이 맞았다면?
원균상 교수가 정말 나쁜놈이고, 군자가 그걸 검거해 낸 모양새가 된다면?
여론은 다시 180도 달라지겠지.
[명품진품> 출연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는데, 자문교수의 권위로 사기를 치는 악당까지 잡아낸다면 이건 해외토픽감 아닌가.게다가, 굳이 솔라시스템에서 사실관계를 밝힐 필요도 없었다.
“어? 팀장님, 이것 좀 보시겠어요? [명품진품> 스탭들이 SNS에 글을 올렸는데요.”
소속사 차원에서 움직이지 않아도, [명품진품>의 스태프와 출연진들이 모두 군자를 비호하기 시작했으니까.
처음으로 글을 올린 것은 [명품진품>의 제작실장이었다.
[명품진품>만 2년 째입니다.솔직히 페이가 높은 현장은 아니에요.
하지만 여기서 불러 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나갑니다.
우리 문화를 체험하는 게 즐거우니까요.
그 동안 많은 출연자를 만났지만 저랑 비슷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특히 나이 어린 분들은 거의 앉아서 시간만 죽이다가 가십니다ㅠㅠ
그런데 유군자 님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물건 하나하나에 진심인 게 보였어요.
스태프들에게도 너무 친절하셨고,
무슨 일 있을 때마다 90도 인사 하셔서 나중엔 저희가 더 난처했습니다 ㅋㅋㅋ
아마 현장에 계신 분들이라면 다 공감하실 겁니다.
저랑 제작팀 멤버들은 이번 기회로 다 팬 됐어요!
제작실장의 글을 시작으로 스태프들의 미담 릴레이가 이어졌다. 솔라시스템으로서는 예상하지도 못한 호재였다.
“팀장님, [명품진품>도 원균상 교수 손절했나 본데요?”
“그런 것 같네요.”
제작진이 원균상을 손절한 이유를 유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군자의 말처럼, 원균상이 정말 사고를 친 거다.
바로 다음 날, 강윤성 교수를 중심으로 한 재감정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진품. 이번에도 군자의 말이 맞았다.
의뢰인이 가져온 그림은, 현재 심사정 선생의 오래된 습작 중 하나로 수억 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다.
인성 논란이 불거졌을 땐 눈 하나 깜짝 않던 군자가, 의뢰인의 물건이 진품이라는 것이 밝혀지자 방방 뛰면서 행복해 했다.
“팀장님! 실장님! 역시 그 그림은 진짜였습니다!”
“···그래요, 군자 씨 말이 맞았네요.”
“하··· 진짜 신기하네. 군자야, 대체 어떻게 안 거야?”
“그냥 딱 봐도 현재 선생님 그림 아닙니까!”
“그, 그러니?”
“아, 강윤성 교수님께도 감사 전화를 드려야겠습니다.”
공손한 자세로 강윤성 교수와 대화하는 군자를 보며, 서은우 팀장은 마음 깊이 군자를 신뢰하게 됐다.
적어도 이 아이의 인성이 문제될 일은 없겠구나.
* * *
[명품진품> 방영일까지 여론 충돌은 계속됐다.교수가 SNS에 글을 올릴 정도면 문제가 있었던 것이 확실하다는 사람들, 스태프들의 증언이 이어졌으니 교수가 헛소리를 한 것이라는 사람들의 대립이었다.
정답은 [명품진품> 본방에 서 확인할 수 있을 터.
자연스레 [명품진품>에 대한 관심도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올랐다.
마침내 유군자 편 방영 당일. 평소에도 [명품진품>의 시청률은 약 5% 정도로 나쁘지 않은 편이었으나 이 날은 시작부터 수도권 시청률 1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세상에···.”
한구헌 PD로서는 태어나서 처음 받아 보는 미친 관심이었다.
게다가 그가 생각해도 이번 편은 최고로 재미있게 뽑혔다.
20대 초반의 출연자가, 무려 자문 교수와 언쟁을 벌이는 장면은 [명품진품>의 역사를 돌이켜 보아도 없었던 일이니까.
다른 때 같았으면 언쟁 부분은 통편집했을 테지만, 이번만큼은 [아육시> 김석훈 PD를 벤치마킹 하기로 한 한구헌이었다.
재미있는 걸 왜 빼? 전부 다 때려 넣어야지.
덕분에, 초반부터 군자의 분량은 낭낭했다.
패도와 낭도의 차이를 정확히 설명했고, 이후에도 도자기와 목가구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뽐내며 야무지게 분량을 챙겼다.
[ㅋㅋㅋㅋ아 유군자 진짴ㅋㅋㅋㅋㅋㅋ] [어디가 인성논란임?] [ㅠㅠㅠ저런거 똑부러지게 잘 아는거 너무 귀엽지않움?] [아니 20세 아이돌이 왜 철화백자 마스텈ㅋㅋㅋㅋㅋ] [궁댕이냔들 신난거보솤ㅋㅋㅋㅋ저거 다 대본이잖아] [미리 알려줬겠짘ㅋㅋㅋㅋ방송한두번봄?] [;;;명품진품이 왜 굳이?] [그렇게 군자 띄워 줄 이유가 머가 있는데?] [소속사가 세팅한거지; 바보냐?] [솔라시스템 일 잘하넼ㅋㅋ]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그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비비꼬아 보면서 살면 안 피곤해?;]방송이 진행되는 내내 여론은 팽팽했다. 마침내 현재 심사정의 그림이 나오고, 군자와 원균상이 언쟁을 시작하면서 시청률은 기어이 20%를 돌파해 버렸다.
“명품진품으로 20%를 찍는다고?”
그래프를 보면서도 한구헌은 믿을 수가 없었다. 교양국으로 배치되며 평생 시청률 10%대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20%라니. 이게 아이돌의 파괴력인가.
그러나 아이돌이 나온다고 언제나 이랬던 건 아니다. 오히려 기존 시청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이 나올 땐 시청률이 더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건 아이돌이라서가 아니다. 유군자, 저 녀석이 특별한 거다.
군자와 원균상의 날 선 논쟁이 이어지자 ‘유군자 반대파’ 여론이 날뛰기 시작했다. 자문교수에게 예의 없이 행동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다.
군자의 팬들도 그 기세에는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논쟁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그들이 보기에도 군자의 모습은 얼핏 버릇이 없어 보이긴 했으니까.
게다가 그림이 가짜 같다면 불을 질러 보자는 제안은, 방송으로 보기엔 꽤나 많이 나간 무리수였다.
[ㅋㅋㅋㅋㅋ저래서 교수 SNS에 그런 글 올라온거네] [ㅅㅂ빡칠만하넼ㅋㅋㅋㅋ머리에 피도안마른게 멀 안다고] [어휴 꼰대들아;; 출연자는 교수랑 언쟁하면 안됨?] [그래서 유군자가 원교수보다 그림 잘암?] [ㅋㅋㅋㅋ꼬우면 불태우자고 하는게 언쟁이냐? 협박이지] [원교수가 거기서 가오 잡는다고 불질렀으면 어쩔뻔했음?] [군자 말이 맞을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해봄?] [ㅋㅋㅋㅋ궁둥이들은 팬심에 뇌가 녹았나바] [걔 말이 맞겠냐? 국내최고 석학이 아니라는데?] [ㅋㅋㅋㅋㅋㅋ진짜 할말을잃게되넼ㅋㅋㅋ]두 사람의 논쟁이 끝나갈 무렵, 시청률은 어느새 25%까지 치솟아 있었다.
이제 군자가 한시를 쓰는 분량만 남은 가운데, ‘안티 유군자’ 세력은 잔뜩 신이 나 있었다.
내내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유군자가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다른 것도 아닌 인성 문제를.
[ㅋㅋㅋ이거 주하성 재평가 해야되는거 아님?] [머야 너 주퀴냐?] [ㅋㅋㅋㅋ궁댕이들 입버릇 또나오네] [아육시 때부터 그랬자나ㅋㅋㅋ할말 없으면 너 주퀴냐~~] [와 주퀴들 오래도 살아남네; 바퀴벌레임?] [궁댕아 미안하지만 오늘은 버로우해주겠니] [느그 군자 나락가는거 안보여?ㅠㅠㅠㅠ] [시청자 투표도 다시 검증해바야대] [조작이 아니고서야 그런 개컨셉충이 1등을 할수가 잇듬?] [ㅋㅋㅋㅋ그래 이참에 다 까자ㅋㅋㅋㅋ] [서쿠니 국정감사대 한번 올려보쟈]그러나 군자와 원균상의 논쟁이 끝나 갈 무렵.
인터넷 포털을 중심으로, [명품진품>에 대한 기사가 미친 듯이 올라왔다.
[[명품진품> 재감정 끝 ‘진품’ 판정··· 현재 심사정의 산수화 습작] [모처럼 ‘대박 의뢰품’ 등장한 명품진품, 현재 심사정 산수화의 진짜 가격은 얼마?] [재감정 담당한 호원기 한국고미술연구회 회장, “현재 심사정의 그림이 확실하다.”] [논란의 재감정 해프닝, 아이돌은 어떻게 현재 심사정을 알아보았나?]그와 동시에, 군자가 쓴 한시가 방송을 탔고.
여론은 다시 한번 극적으로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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