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81)
#81
티저 전쟁
대국민 오디션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 시즌2가 끝난 뒤.
마침내 자유를 얻은 군자는 먹는 즐거움을 깨닫고 말았다.
시작은 초콜렛이었다. 하현재 덕분에 알게 된 천하일미의 간식 초콜렛. 오디션이 끝난 다음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세상엔 참으로 많은 초콜렛이 있었다.
조금 더 검고 쌉싸름한 것, 부드럽고 우유 향이 나는 것, 견과류를 초콜렛으로 감싼 것, 바삭바삭한 과자를 품고 있는 것···.
아그작, 아그작-.
초콜렛이라면 뭘 먹어도 맛있었다. 바쁜 날에도 주머니에 초콜렛을 채워 넣는 것은 잊지 않았다.
“으음, 달달하구나아.”
“선비 형아, 그러다가 살 쪄여.”
“알았다. 내 적당히 자제하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게다가, 요리를 시작한 뒤부터는 사태가 더욱 악화되어 버렸다. 군자의 요리 솜씨가 너무 뛰어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어디 간 좀 볼··· 오오—!?”
간이나 좀 볼 생각으로 한 술 떴다가 정신 없이 음식을 해치운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하, 세상엔 맛있는 것이 참 많았구나!”
이렇게 입이 심심할 틈이 없이 살던 어느 날.
샤워실에서 문득 자신의 배를 확인한 군자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3차 경연 당시의 선비 사(士) 모양 복근은 어디 간 것이며.
이··· 이 말랑말랑 귀여운 아가 배는 또 어디서 온 것이냔 말이다.
사태를 수습하기도 전에 ‘퀘이사’와의 미팅이 잡혀 버렸다. 설명할 새도 없이 아가 배를 뒤집어 까야 했다. 그걸 본 멤버들의 표정은 꽤나 복잡해 보였다.
“아오, 그러니까 내가 초콜렛 좀 작작 먹으라고 했는데!”
“그래도 재채기를 하면 잠깐은 돌아오더구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을 하곤, 군자가 작게 기침 소리를 내 보였다. 순간적으로 복압이 올라가자, 복근이었던 것이 잠시 형태를 드러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러네. 형태가 남아 있긴 하네.”
“그렇지?”
“그렇지는 개뿔, 무대 하는 내내 재채기만 할 거냐?”
“···그건···.”
태웅의 다그침에 군자가 고개를 푹 떨궜다.
물론 섹시 컨셉이라고 무조건 노출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잘 다듬어진 군자의 몸이 무기였던 것도 사실이다.
신곡의 ‘잘 노는 야시시한 선비’ 컨셉은, 뜻밖의 말랑말랑 복부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나고 말았다.
“···이걸 어떻게···.”
“격하게 안무 연습 하다 보면 좀 빠지긴 할 것 같은데.”
“그건 너무 모험 아닐까요.”
“것도 그렇죠···.”
잠시 대화를 주고 받던 멤버들이 일제히 군자를 바라보았다.
“군자야, 가능하겠니?”
“그 순둥순둥 배, 다시 화나게 할 수 있겠어여?”
마침 ‘지옥선생 이아롱을 다시 찾아가라’는 상태창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던 군자가,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으응··· 안 그래도 그렇게 할 생각이다···.”
악마 이아롱 선생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헬스장’이라는 이름의 의금부엔 오늘도 고통을 자처하는 변태들이 우글우글했다.
“끄아악-.”
“아아, 죽겠어요!”
“죽어도 삼두는 가지고 죽으세요! 한 개 더! 밀어-!”
“으아아아악-.”
모처럼 만난 이아롱 선생은 여전히 통나무같이 굵고 강인해 보였다. 군자의 아가 배를 통통 두들기며, 그는 싸이코패스의 살인 예고 같은 문장을 중얼거렸다.
“흐흐, 귀엽네? 조만간 다 불태워 줄게~”
모골이 송연했으나 어쩔 수 없었다. 이것이 자제력을 잃은 자의 최후겠지. 군자는 울적한 표정으로 스스로 형틀에 들어가 자세를 잡았다.
“죽여 주십시요···.”
“오, 그럴까요!”
* * *
그로부터 2주 뒤.
신곡에 가사가 붙었으며, ‘퀘이사’의 안무 역시 완성됐다.
뮤직비디오 제작팀 ‘비주얼라이즈’ 역시 로케이션 섭외와 콘티를 빠르게 뽑아낸 상태.
이제 남은 것은 군자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 뿐이었다.
“자, 선비 사(士)가 돌아왔단다.”
“오오-.”
처음과는 달리, 군자는 꽤나 자신만만하게 옷자락을 들어올렸다. 뽀얗고 귀여운 배가 있던 곳에는, 여덟 개의 알찬 복근이 늘어서 있었다.
“와아, 형아! 그 귀여운 지방이 벨트 다 어디 갔대여!?”
“그러게, 힘들었겠는데?”
“죽는 줄 알았지.”
지난 2주 간의 혹독한 지옥훈련을 떠올리니 헛구역질부터 났다. 그러나 효과는 확실했다. 온 몸, 특히 복부의 체지방이 대부분 날아가며 숨어 있던 복근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게다가, 특별 임무 수행의 대가로 보상까지 얻었다.
[특별 임무 ‘두 개의 선비 사(士)를 되찾아라’ 완수.]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남들이 보면 열받는 체질]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을 갖게 됩니다.]이 정도면 2주 간 고생한 것 치고는 꽤나 훌륭한 보상 아닌가.
어쨌거나, ‘퀘이사’가 만든 새로운 안무는 7IN 멤버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물론 중간엔 다소 숭한 안무도 들어 있긴 했지만, 어쨌거나 상부에서 승인한 안무이니 군자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뮤직비디오 촬영은 경기도 파주의 대규모 세트장에서 시작하여, 고즈넉한 한옥마을까지 이어졌다.
‘비주얼라이즈’의 권유현 감독은 약간의 걱정과 함께 촬영을 시작해야 했다.
로케 좋고, 콘티 잘 뽑혔고, 안무도 섹시하고, 심지어 노래도 너무 마음에 든다.
다 좋은데, 소소한 노출이 있다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듣기로는 유군자라는 멤버가 상당한 선비 기질을 가졌다던데. 그런 친구들은 보통 과도한 노출에 거부감을 갖기 마련이다.
클로즈업 샷이 많은 뮤직비디오 특성 상, 멤버 한 명의 표정이 좋지 않으면 좋은 컷을 따낼 수가 없다.
드라마라면 그냥 넘어갈 만한 샷도 뮤직비디오에선 용납이 안 된다. 한 컷 한 컷이 아트 필름처럼 섬세하게 세공되어야 하니까.
그 와중에 ‘나 노출 싫은데···.’ 같은 뚱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 결코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정해진 콘티대로 촬영을 마치기 위해선 이 선비님을 잘 컨트롤하는 것이 필수겠군.
단단한 각오를 마친 뒤 촬영 현장 모니터 앞에 앉은 권유현 감독이었으나, 노출이 들어간 컷이 끝나자 마자 군자가 그를 향해 쪼르르 달려왔다.
“아···.”
달려오는 군자를 보며 권유현 감독은 이미 직감했다. 저건 분명 뭔가를 어필하려는 거다.
이미 많은 아이돌과 함께 작업해 본 적이 있는 권유현이었다. 아이돌은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에 극도로 민감하다.
사실 당연한 일이다. 제대로 터지면 조회수가 천만을 넘어 억대로 올라가는 것이 뮤직비디오니까. 자신의 모습이 평생 박제되는 영상인데, 예쁘게 잘 나오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지.
하지만 콘티와 다른 요구를 하는 건 조금 곤란하다.
예를 들어 ‘나는 오른쪽 얼굴이 더 잘 나오는데, 세트장을 좌우반전 시키면 안되겠냐’라든지, ‘전신을 잡으면 짧아 보이는데, 타이트 샷으로 잡으면 안되겠냐’라든지.
아마 선비 유군자는 노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겠지. 다른 부분은 몰라도 이 컷은 어느 정도의 노출이 있어야 느낌이 사는데, 이걸 어떻게 설득해야···.
“감독님.”
“예?”
“몸, 예쁘게 잘 나오고 있습니까?”
“어, 그, 그렇죠?”
“복근은 잘 보이던가요?”
“어어, 그 정도로 벗는 컷은 아니라···.”
“그렇습니까? 그럼 조금 더 훌러덩 해 보면 어떨까요?”
“에?”
“이렇게? 아니면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옷자락을 훌러덩 까 보이는 군자를 바라보며, 권유현은 자신의 걱정이 괜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노출에 관대하시네요?”
“하하, 석 삼(三)자가 아니라 선비 사(士)자를 새겼으니까요.”
“?”
권유현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군자는 흐뭇해 보였다.
“그럼 이렇게 훌러덩 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 그럼 더 좋죠.”
“좋습니다! 감독님, 화이탱!”
“예에, 화이탱.”
토실토실 아기 배는 부끄러웠지만, ‘선비 사’를 야무지게 새긴 배는 군자의 입장에서도 부끄러울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타이틀곡 두 편의 뮤직비디오와 티저 영상 촬영은 순조롭게 끝났다.
뮤직비디오는 편집과 후보정 작업이 오래 걸리기에, 상대적으로 빨리 완성된 티저 영상이 먼저 납품되었다.
서은우 팀장, 이용중 실장을 비롯한 7IN 매니징 팀 일원, 그리고 7IN 멤버들 모두 회의실에 앉아 티저 영상을 감상했다.
현대적으로 리폼한 시스루 재질의 검은 한복을 입고 군무를 추는 멤버들의 모습.
“푸하핫, 웅이 형 표정 진지한 거 봐여.”
“뭐 임마, 나 칭찬 많이 받았거든.”
“오구, 그랬구나.”
한껏 진지한 멤버들의 클로즈업 샷이 지나갈 때엔 웃음도 같이 터졌다. 그러나 영상이 잘 나온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들의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도록, 가장 결정적인 순간을 앞두고 딱딱 끊어 주는 놀라운 편집 솜씨.
그리고 이 곡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옷고름 댄스’ 씬을 아주 살짝만 보여주며, 티저 영상은 끝이 났다.
영상이 끝나자 마자 회의실은 환호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이미 가편집본을 받아본 서은우 팀장도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잘 뽑힌 티저였다.
“이제 사흘 뒤면 업로드입니다.”
“우와아-.”
“팀장님, 페이버릿 티저는 언제 올라와요?”
“아마 우리와 같은 날 공개할 겁니다.”
컴백 시기가 비슷한 만큼 티저 영상 공개 일자 역시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컬리뮤직은 정직하게 승부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군자와 멤버들이 티저 영상을 확인한 다음 날.
이틀 뒤에나 공개될 예정이었던 페이버릿의 티저 영상이 먼저 공개되어 버렸다.
해외 팬덤까지 꽤나 탄탄한 그룹인 만큼, 유튜브에 티저 영상을 공개하자 마자 조회수는 순조롭게 올라갔다.
이용중 실장은 컬리뮤직의 변칙적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팀장님, 얘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아마도 조회수 때문이겠죠.”
“티저 조회수요?”
“유튜브 조회수는 업로드 직후 사흘 간 가장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7IN보다 영상을 이틀 정도 빠르게 올리면, 그만큼 우리 영상보다 조회수가 커 보일 거라는 계산이었겠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결국 일찍 올려서 일찍 조회수 먹은 건데.”
“예, 어리석은 짓이죠.”
“아니, 그렇게까지 이겨 먹고 싶나?”
컬리뮤직의 변칙적 행보에도, 서은우 팀장은 아무런 걱정이 없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뭐, 그렇게 해서 조회수를 앞설 수 있을지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페이버릿’ 티저 영상 업로드 이틀 째. 조회수는 어느덧 160만까지 치솟았다.
티저 영상은 일반 대중이 아닌 팬덤이 주로 소비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이틀 동안 160만이라면 상당히 높은 조회수였다.
그리고 이 날 저녁 6시, 마침내 7IN의 신곡 [근본 (Origin)>의 첫 번째 티저 영상이 대중에게 공개됐다.
영상 공개와 동시에, 7IN 티저 영상의 조회수는 무서운 기세로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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