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89)
#89
군자 중의 군자는 성인군자
군자 중의 군자는 성인군자라.
아육시 3차 경연 [Suit Up>이 끝난 뒤, 군자의 팬덤이 만들어 낸 밈이었다.
성인군자. 원래는 됨됨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지만 아이돌 판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였다.
[ㅎㅏ 진짜 3차경연 성인군자 내 최애임] [선비가 이렇게 야해도 되는거냐거ㅎㅎㅎㅎ] [0 : 00 ~ 4 : 15 킬포] [ㅋㅋㅋㅋㅁㅈ첨부터끝까지 다킬포ㅋㅋㅋㅋ] [진짜 성인군자 한번만 본 사람이 있을까;;] [우리군자 연습분량 보면 10선비가 따로없는데] [왜 이런 야시시 컨셉도 잘함?ㅋㅋㅋㅋ] [넘모 바람직하고] [앞으로 이런거 많이 했음 좋겟다ㅠㅠㅠㅠ] [마자 우리 다 으른이자나ㅎㅎㅎㅎㅎ;;]15금 이상의 자극적인 무대를 하는 군자. 그게 성인군자의 또다른 의미였다.
[M Planet> 스튜디오의 모두가 성인군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자리에 앉은 황정윤의 표정은 심드렁했다.“뭐 이렇게 호들갑들이야···.”
그녀에게 특별한 취향 같은 건 없었다. 오늘도 친구가 하도 호들갑을 떨어서 동행했을 뿐.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긴 했지만 한 팀을 응원하기보단 퀄리티 좋은 무대들을 두루두루 보거나 매력 있는 아이돌 멤버 개인을 좋아하는 ‘잡덕’이었다.
반면 정윤의 옆에 앉은 친구 효림의 손에는 서예붓 모양의 응원봉이 들려 있었다.
“정윤! 이거 이뿌지? 귀엽지?”
“응, 특이하긴 하네.”
“이런 거 첨 봤지? 넘 재밌지?”
“으응···.”
“어허어! 반응, 반응, 반응이 없구나~”
“?”
“감흥, 감흥, 감흥이 없구나~”
“??”
“푸히히힉-.”
그래, 네가 신났으면 됐지 뭐. 정윤은 친구를 보며 그냥 웃었다.
사실 효림의 호들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도 성화를 부려서, 또 요즘 워낙 핫해서 유군자와 7IN의 클립 영상 몇 개를 본 적이 있긴 했다. 그러나 영상을 봐도, 사람들의 반응을 복습해도 큰 감흥은 없었다.
특히 효림이 푹 빠진 3차경연 [Suit Up> 무대는 더욱 그랬다.
성인군자네 뭐네, 반응은 난리가 났지만 정윤의 취향은 아니었다. 아이돌이라면 청량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신곡 중에서도 페이버릿의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다. 트로피컬한 사운드로 잘 빠진 페이버릿의 타이틀곡은 그녀의 마음에도 쏙 들었다.
친구 효림은 7IN의 무대만 기다리는 것 같았지만, 정윤은 오히려 페이버릿의 무대가 더욱 기대됐다.
그렇게 페이버릿의 무대가 시작됐다. 역시나 만족스러웠다.
그치, 이게 아이돌 음악이지.
4년차 아이돌답게 깔끔한 춤선과 능숙한 표정은 잡덕인 정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늘은 이것만 봐도 최소 본전 이상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사이 7IN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소년미를 강조한 페이버릿의 의상과 달리, 한복풍의 의상을 과감하게 리폼한 7IN의 복장은 최소 15금 이상의 수위였다.
“···역시 케이블 음방은 다르네.”
그 때까지만 해도 의상 수위에 감탄하는 정도였다. 멤버들의 이목구비가 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 자리였지만 그냥 ‘잘생기긴 했네’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음악과 함께 퍼포먼스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먼저 칼 같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춤선에 놀랐다.
“정윤! 정윤아! 보구 있어!? 우리 애들 칼군무!”
“···그러네.”
스마트폰으로 페이버릿 직캠을 검색하던 정윤의 손이 멎었다. 무대가 시작되자 마자 7IN은 잡덕 정윤의 시선을 확 사로잡아 버렸다.
좋은 무대는 10초 안에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는다던데. 마음까지 빼앗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됐든 이건 집중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장 먼저 보인 건 현시우와 유군자의 얼굴이었다. 그냥 봐도 잘생겼는데, 퍼포먼스 시작과 함께 표정이 드러나자 더 잘생겨 보였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생긴 애들이 머릿결도 저렇게 좋지.
섹시한 동작과 함께 현시우가 끼를 부리듯 웃을 때마다 정윤의 가슴도 함께 콩콩 뛰었다. 숱 많은 군자의 머리칼이 흩날릴 때마다 정윤의 시선도 그걸 따라 움직였다. 어느새 정윤은 친구 효림과 점점 닮아 가고 있었다.
쿠웅, 쿠우웅-.
이윽고 첫 후렴구에 돌입하고 고음 파트가 나오자 유찬과 현재의 보컬이 빛났다. 깔끔하고 트렌디한 목소리의 두 멤버가 후렴의 A-B 파트를 나눠 불렀다.
지저분한 습관 하나 없이 청아하게 뻗는 고음이 청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AR이 깔려 있긴 했지만 볼륨이 작았다. 덕분에 멤버들의 라이브를 온전히 들을 수 있었다.
“와아···.”
“어때? 좋지? 우리 현재 노래 잘하지?”
“그러네.”
정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쟤는 나중에 솔로로 나와도 괜찮겠다.
어느새 노래는 반환점을 돌아 2절로 돌입했다. 페이버릿의 트로피컬 하우스가 더 취향이었지만, 묘한 중독성은 [근본 (Origin)> 쪽이 더 위였다.
효림이 귀에 딱지가 앉게 말해서 잘 안다. 이 노래도 프로듀서 멤버가 직접 작곡, 편곡한 노래라고 했었지. 마침 그 프로듀서 멤버 지현수가 2절의 첫 벌스를 부르고 있었다.
분명 무대 시작 전엔 퀭하고 비리비리해 보였는데, 그래서 퍼포먼스에선 구멍일 줄 알았는데. 막상 무대가 시작하니 구멍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지현수와 차인혁의 벌스를 지나, 이제 노래는 브릿지의 댄스 브레이크 구간으로 접어들었다.
시종일관 현대적이고 섹시한 분위기를 내던 일렉트로닉 팝 음악이 순간 동양적인 분위기로 전환됐다. 그러나 갑작스럽다는 인상은 없었다. 그 순간까지도 메인 멜로디는 동양풍 악기의 차지였으니까.
브릿지 돌입과 동시에, 멤버들의 가슴을 여미고 있던 옷고름이 스르륵 풀렸다. 느슨해진 저고리 사이로 쇄골과 갈라진 가슴근육이 언뜻 보였다.
이런 무대에 별 관심이 없었던 정윤마저 순간 ‘헉’하는 외마디 숨소리를 내뱉었다.
스윽-.
멤버들은 풀어헤쳐진 옷고름을 버리는 대신 눈에 감았다. 상의를 여며 주던 옷고름은 이제 선비들의 눈가리개가 되었다.
···이래서 성인군자 성인군자 하는구나···.
금방이라도 코피를 쏟을 듯 올라간 혈압을 느끼며 정윤이 침을 꿀꺽 삼켰다. 시청 연령대 올라가는 소리가 막 들리는 것 같았다.
파앗, 파아앗-.
그 순간에도 멤버들의 안무엔 절도와 힘이 넘쳤다.
그냥 노출 심한 의상을 입었기에 섹시한 게 아니다. 완벽하게 정돈된 안무, 깔끔한 호흡, 거기에 잘 다듬어진 몸매가 언뜻 보이니 더욱 자극적이었다. 어느새 정윤은 효림보다 더욱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무대에 몰입해 있었다.
피지컬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파트에선 태웅과 인혁이 눈에 들어왔다.
백팩을 다섯 개는 멜 수 있을 것 같은 직각 어깨와 앞뒤로 넓은 몸통, 팔을 들어올릴 때마다 보이는 군살 하나 없는 허리가 자꾸 혈압을 올라가게 만들었다.
브릿지 마지막 구간, 그들 가운데에 군자가 서서 안무를 할 때는 진짜 코피가 쏟아지는 기분이었다. 태웅과 인혁도 훌륭했지만 군자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와, 얘네, 와우.”
“짱이지? 그치? 내가 그랬지?”
“으, 엄, 나 이런 게 좋아했네.”
어떻게 이렇게 거를 멤버 하나 없이 눈에 쏙쏙 들어올 수가 있지?
7IN의 무대를 보며, 정윤은 자신도 모르던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런 컨셉도 나쁘진 않구나?
어느새 무대가 마무리되고, 엔딩 포즈를 취할 때까지 정윤의 시선은 멤버들을 떠나지 못했다. 이제야 친구의 호들갑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 정윤이었다.
“어때? 어때 어때?”
“···짱이다.”
“그치? 응? 내가 뭐라 그랬냐구우!”
진짜로 코피가 난 건지 코 아래를 슥 비벼서 확인하며, 정윤은 친구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효림아.”
“응?”
“고마워.”
“유어, 유어, 유어, 웰컴이구나~”
늘 고마운 친구였지만 오늘은 더욱 고마웠다. 드디어 잡덕 생활을 청산하고 가수 하나를 제대로 파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 * *
“후우, 후우-.”
첫 음악방송 무대는 그렇게 정신없이 끝났다. 무대를 마친 뒤,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비로소 생각이 났다.
그러고 보니, 이것이 7IN으로서 대중 앞에 선 첫 무대구나.
물론 쇼케이스가 있긴 했으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공개로 이루어진 작은 규모의 행사였다. 본격 음악방송과는 성격이 약간 달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또 괜히 가슴이 벅찬 군자였다.
이런 중요한 무대를 긴장감 없이 소화해 낼 수 있었던 데엔 민강후 형님의 도움이 컸다. 형님의 조언 덕분에 긴장감을 씻어 내지 않았던가.
“형님! 강후 형님!”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 민강후를 찾았지만, 그 사이 어디로 간 것인지 민강후는 보이지 않았다.
“변소에 가신 것인가···.”
별 수 없이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빠앙 하는 소리와 함께 폭죽이 터졌다.
“에그머니나!”
“푸하핫, 되게 이상하게 놀라네.”
어느새 대기실에 미리 도착한 멤버들, 그리고 매니저 이용중과 솔라시스템의 서은우 팀장이 축하 케익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7IN의 음악방송 데뷔를 축하하는 케익이었다.
“오오, 케익이구나!”
초콜렛만큼은 아니지만 케익도 사랑해 마지않는 군자였다. 격한 무대를 마치고 왔기 때문인지 케익을 보자마자 허기가 돌았다.
“···한 조각 먹어도 괜찮겠지?”
마침 칼과 접시가 보였기에 재빨리 케익을 한 조각 썰어 접시 위에 올렸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현재가 입을 떡 벌렸다.
“헐, 망했다.”
“망하다니?”
“그거 팬들이 보내 준 케익이란 말이에여.”
“무, 뭐라?”
“인증샷도 안 찍었는데에.”
“!”
“선비 형아가 케익 망가뜨려 버렸네에.”
현재의 말에 군자의 표정이 망연자실 울상이 되었다.
“···내가 무슨 짓을···.”
고작 허기 따위를 못 이겨, 크나큰 우를 범했구나!
무릎까지 털썩 꿇은 채 케익을 조립하는 군자를 보며, 현재와 태웅이 깔깔 웃었다.
“푸하핫-.”
“야, 뭐 해.”
“뭐 하냐니, 나의 과오를 돌이키는···.”
“인증샷 다 찍었어.”
“?”
“장난이에여 장난, 그냥 먹어도 돼여.”
“??”
“흐흐, 화 난 건 아니지?”
‘앞으론 너희들과 놀지 않겠다’고 외치는 군자를 간신히 달랜 뒤, 멤버들은 팬이 선물해 준 케이크를 맛있게 나눠 먹었다.
“그나저나 선비 형아, 표정 잘 짓던데여?”
“···모른다 이 놈아.”
“메롱 할 때만 해도 걱정 많이 했는데, 역시 실전에 강한 형아라니까.”
잡담과 함께 케이크 접시가 비어 갈 때 쯤, [M Planet> 스태프가 대기실 문 사이로 머리를 빼꼼 내밀었다.
“7IN 여러분들, 순위발표 대기하실게요.”
“아, 넵.”
순위발표라는 말에, 멤버들은 접시를 내려놓고 가볍게 얼굴을 재단장한 뒤 다시 무대 위로 올랐다.
넓은 무대 위엔 오늘 [M Planet>에 참여한 모든 가수들이 모여 있었다. 물론 페이버릿도 그 자리에 있었다.
“7월 둘째 주 [M Planet>, 먼저 1위 후보곡부터 발표하겠습니다!”
데뷔 이후 첫 번째 음악방송, 7IN의 첫 성적표가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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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