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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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캠을 뒤집어 놓으셨다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아가던 상태창이 천천히 멈춰 섰다.
[숙면] [일주일 간 숙면할 수 있게 됩니다.] [최소한의 수면 시간으로 최대의 피로회복 효과를 누리세요!]“오오···.”
특별 업적이라니. 군자도 처음 겪는 상황이었으나 보상의 효과는 간단했다. 말 그대로 꿀잠을 잘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아닌가.
[보상을 활성화하시겠습니까?]잠시 고민한 끝에, 군자는 [아니오]를 선택했다. 숙면은 언제나 좋지만, 당장은 무용하다.
곧 본격적인 합숙이 시작되면 잠을 줄여 가며 노력해야 될 터. 아이돌은 모두 그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들었다.
“일단은 아껴 두자.”
그렇게 생각하며 상태창을 접은 순간, 또 하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특별 업적 달성.] [‘첫 번째 팬 서비스’를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아무래도 아직 보상이 남은 모양이다.
이번엔 어떤 보상이 나올까, 기대하며 상태창을 바라보던 군자의 두 눈이 커졌다.
“이것은?”
[달콤한 초콜릿] [원할 때 언제든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남은 초콜릿 : 5개]“하하, 별 보상이 다 있구나.”
초콜릿이라, 처음 듣는 단어다. 음식 같은 것인가?
호기심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정말 무언가가 만져졌다. 작은 경단 같은 것이 금박지에 쌓여 있었다.
[초콜릿] [달콤한 간식.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힘이 난다.]때마침 상태창이 떠오르며 초콜릿을 설명해 주었다. 어렸을 적 즐겨 먹었던 경단이나 유과 같은 것이렷다. 금박을 벗기며 군자가 피식 웃었다.
“간식이 다 간식인 것을.”
코흘리개 때는 주전부리를 꽤나 좋아했더랬지. 저잣거리에서의 나날들을 추억하는 군자였다. 그렇게 좋아하던 경단도 열다섯 살 부터는 끊었다.
이런 건 아이들이나 먹는···.
꿀꺽-.
“!?!?”
초콜릿을 입에 털어 넣은 군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 *
처음 초콜릿을 먹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날 이후 일주일 동안, 군자는 온 편의점과 외국 과자점을 누비며 초콜릿 사냥을 하고 다녔다.
“이 가게의 초콜릿을 모두 사고 싶습니다.”
“예? 전부 다요?”
“아니, 하나씩만···.”
처음 먹어 본 초콜릿은 충격 그 자체였다.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간식이 있나!
그러나, 온 가게를 뒤져 보아도 처음 먹은 초콜릿만한 것이 없었다. 같은 상품을 찾을 수도 없었다.
“창이야, 네가 준 초콜릿 만한 것이 없구나!”
그 사이 못 참고 한 개를 더 먹어 버리는 바람에, 이제 상태창에 남은 초콜릿은 세 개 뿐이었다.
이건 무조건 아껴 먹어야지.
군자는 결심을 굳히며 헬스장으로 향했다.
이제 헬스장에서 하는 신체 단련도 슬슬 익숙해지던 참이었다. 어젠 몸을 씻고 나서 거울을 보니, 팔뚝에 조그만 근육 덩어리도 생긴 것 같았다.
“오오, 자네가 이두근인가? 참으로 작고 소중하구나!”
사람들이 어째서 그 형틀 위에 올라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군자였다.
“악마··· 아니, 스승님! 보십시오. 팔뚝이 달라진 것 같지 않습니까?”
그러나 악마 같은 이아롱 선생은 팔뚝보다 군자의 볼에 더 관심이 많아 보였다.
“쓰읍, 팔뚝은 모르겠고.”
“스승님, 이것을 몰라 주시면 어떡합니까!”
“회원님, 볼따구가 왜 그래요?”
“제 볼에 무슨 문제라도···.”
“왜 이렇게 볼이 토실토실해졌지?”
“예?”
“꼭 겨울잠 자기 직전 다람쥐 같잖아요. 일주일 전엔 분명 안 이랬는데?”
“그, 그것이 무슨···.”
“회원님, 그 사이에 뭐 먹었죠?”
“!”
“솔직히 말해 봐요.”
군자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역시 이 자는 악마가 확실하다. 어찌 사람의 속내를 이토록 쉽게 꿰뚫어본단 말인가!
자신도 모르게 손등으로 입가를 스윽 훔치며, 군자가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아, 아닙니다! 초콜릿 같은 건 입에도 안 댔습니다!”
“예? 누가 초콜릿이라고 했나?”
“아뿔싸!”
“아하, 초콜릿이었군요오?”
이아롱 선생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초콜릿?”
“그, 그것이, 잠시만···.”
“초콜리이이잇~?”
두툼한 가슴이 한 쪽씩 울룩불룩하며 기예를 부린다. 징그럽다! 그냥 본능적으로 싫구나!
“스승님, 무섭습니다!”
그러나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가 없었다. 저 징그러운 가슴근육을 보니 어째서인지 온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이아롱 선생은 군자를 번쩍 들어올려 형틀로 데려갔다. 하필이면 군자가 가장 싫어하는 형틀이었다.
“숙허투 만큼은 싫습니다!”
“그러게 누가 간식 먹고 빵실해지래요?”
“숙허투만 하면 춤을 추기 싫어도 추게 된단 말입니다!”
“잘 됐네, 아이돌 준비하신다면서요.”
“!”
“자, 오늘 하체 제대로 털고 가실게요~”
“이, 이 악마야!”
“오, 내가 그 말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아시고.”
“아악, 제발!”
“자, 그 제발이 시발 될 때까지! 하나!”
“으아아-.”
곧 군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실내를 쩌렁쩌렁 울렸다.
역시, 이 곳은 의금부가 확실하구나!
* * *
유군자의 부모, 유상헌과 조연수는 요즘 심경이 복잡했다.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살던 아들이 어느 날부턴가 헬스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긍정적인 변화였지만, 갑자기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이 내심 마음이 쓰였다. 특히, 하체 운동을 하고 오는 날엔 현관을 들어오면서부터 숭구리당당 숭당당 춤을 추는 것이 마음 아팠다.
“군자야, 괜찮니?”
“예, 걱정 마십시오오-.”
군자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으나, 부부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들이, 갑자기 헬스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매일 몸을 단련하기 시작했으니까.
그렇게 방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음악 소리가 들려 왔다. 어김없이 아이돌 음악이다. 춤이라도 연습하는 것일까?
“여보, 군자가 이번엔 정말 진지한가 봐요.”
“그러게 말이에요.”
기쁨과 걱정이 공존했다.
이제야 아들이 목표를 찾았다는 기쁨.
저렇게 달리다가 금방 지쳐 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
궁금한 것이 산더미였지만 부부는 섣불리 입을 열 수 없었다. 이미 아들의 삶에 한번 개입했다가 크게 후회한 적이 있었기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함부로 묻지 않기로 했다. 어떤 결정이든 아들의 자율에 맡기려 했다.
그러나 호기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군자가 운동을 간 날, 유상헌과 조연수는 방 청소를 하며 군자의 책상 위를 흘끗 보곤 했다.
대 놓고 뒤적거리는 것은 사생활 침해지만, 이렇게 시야에 들어와서 슥 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응?”
그러나, 들여다 봐도 별 소용이 없었다.
按舞訓練中 (안무훈련중)
下體强化要 (하체강화요)
義禁府出席 (의금부출석)
惡魔李先生 (악마이선생)
筋肉痛極甚 (근육통극심)
“아니, 이게 무슨···.”
明日 目標 (명일 목표)
亞以率來以僊 (아이솔래이선)
娃以俯 按舞 (왜이부 안무)
按舞 侑鬪府 視聽 (안무 유투부 시청)
일기를 쓰긴 써 놓았는데, 도대체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여기서 한문이 왜 나와?
그 와중에 한문은 왜 또 이렇게 기가 막히게 잘 썼고.
어쨌거나 ‘청소 중에 봐 버렸네?’ 작전은 대 실패다. 아들이 한문으로 일기를 쓰는 줄은 몰랐으니까.
“이제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겠는데요.”
“그럴 것 같네요.”
결국 군자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마음을 정한 날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응?”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군자가 먼저 말을 걸어 왔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부부는 안도했다. 부모가 캐묻기보다, 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훨씬 이상적이었으니까.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까.
아이돌을 준비하기로 했으니, 댄스나 보컬 학원을 보내 달라고 하려나.
아니면 아이돌 기획사에 들어가고 싶다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용돈을 올려 달라는 말일지도 모르고.
어떤 말이든 들을 준비가 돼 있었다. 어떤 말을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군자가 말을 꺼내기 전까지는 그랬다.
“소자, [아육시> 오디션에 합격했습니다.”
“뭐라고오오오—!?!?”
* * *
“아, 아육시 오디션을 봤었니?”
“예.”
“그, 하, 합격을 했다고?”
“예.”
“그럼 이제 합숙도 하겠네?”
“예.”
“조금 있으면 방송도 나오고?”
“그렇습니다.”
말을 마친 군자가 조심스레 부모님의 표정을 살폈다.
미리 말씀을 드려야 했나?
하지만 이왕이면 무언가를 이룬 뒤에 말씀드리고 싶었다.
만약 오디션 나간다는 말을 했는데 똑 떨어져 버렸다면, 부모님이 크게 실망하셨을 것 아닌가.
그러나 합격 소식에 대경실색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자 조금은 후회가 됐다.
이렇게 놀라실 줄 알았다면 미리 말씀드릴 걸 그랬···.
“군자야아아—!!”
“너무 축하한다, 진짜 대박이야—!!”
허나 군자의 생각이 멎기도 전에, 부모님이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미안해, 우린 너 오디션 나간 줄도 모르고.”
“미리 알았으면 더 많이 도와줬을 텐데.”
“그럼 부모님 도움도 안 받고, 학원도 안 다녔는데 합격한 거네?”
“그러니까요! 아무튼 우리 아들, 재주도 좋아.”
“하긴, 좀 잘생겼어야지.”
다행이었다. 부모님은 화를 내시기는커녕, 군자를 꼭 끌어안으며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도와준 것이 없다고 하셨지만 모르는 소리다.
부모님의 지지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군자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소중한 사람이 내 꿈을 응원해 준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한 달 뒤부터는 합숙을 시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두 분은 괜찮으실지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제가 [아육시>에 나가도 괜찮을지···.”
군자의 질문에, 두 사람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호들갑을 떨며 대답했다.
“당연히! 당연히 괜찮지!”
“우리는 무조건 찬성이야.”
“너만 괜찮다면 반대할 이유가 어디 있니.”
“군자야, 아빠 지금 좀 설레는데? 어떡하지?”
“여보, 우리도 현수막 만들까요?”
“명함도 만들어서 뿌려야죠!”
합격한 건 군자인데, 어쩐지 부모님이 더 신이 난 것 같았다.
진심으로 기뻐하시는 모습에, 군자도 자연스레 웃음이 났다. 정말로 꿈을 응원받고 있다는 느낌이었으니까.
그러나 아직 하나의 용건이 남았다.
“또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응, 뭐든 다 얘기해 봐.”
“그게···.”
“아이, 뭔데에.”
군자는 부끄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결심을 했다지만 막상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걸 보여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던가.
“제 직캠을 찍어 주십시오.”
“지, 직캠? 언제?”
“지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군자가 비장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직캠이란 개인의 안무 영상을 촬영한 것을 일컫는다. 아이돌을 준비하는 자에겐 숙명 같은 것이지.
군자 역시 그 양식에 익숙해져야 했다. 앞으로 [아육시>에서의 모든 평가는 직캠으로 이루어질 테니까.
지난 일주일 간, 근육통 속에서도 동영상을 보며 연습한 왜이부(娃以俯), 아이솔래이선(亞以率來以僊), 그리고 기본적인 발놀림들.
그걸 부모님께 직접 보여 드리고 평가받는 거다.
둠칫, 두둠칫-.
곧 음악이 시작됐고, 군자가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린 채 섰다.
“예의, 예의.”
가볍게 추임새를 넣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군자가 마침내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뚝! 딱!
거의 동시에, 부모님의 입이 떡 하고 벌어졌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