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90)
#90
다 계획이 있답니다
“이번주 1위 후보~ 나와주세요!”
화려한 마이크를 든 음악방송 진행자들이 팔을 앞으로 쭉 뻗자, 스튜디오의 대형 모니터에 이번주 1위 후보곡 두 개가 떠올랐다.
[7IN : [근본 (Origin)>] [페이버릿 : Bittersweet]모니터엔 7IN과 페이버릿의 이름이 있었다. 지난 주엔 1위 후보가 아닌 페이버릿이었지만, 이번주엔 음반 판매량과 방송횟수를 늘리며 기어이 1위 후보까지 올라선 것.
그러나 음반 판매량, 방송 횟수로는 7IN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TV만 틀면 7IN의 얼굴이 보였고 그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심지어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교육방송에도 심심찮게 등장했다. [명품진품>에서 진짜 심사정 선생의 그림을 찾은 사건은, 지상파 방송국의 메인 뉴스로 보도되기까지 했다.
게다가 첫 주 60만까지 치솟은 초동 판매량 역시 페이버릿을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고.
도표를 바라보던 민강후가 고개를 푹 떨궜다. 그 어떤 지표로도, 페이버릿은 7IN을 이길 수 없었으니까.
“축하합니다! 이번 주 1위는 7IN의 [근본 (Origin)>!”
진행자가 말을 맺자 마자 사방에서 폭죽이 터져 나왔다. 천재 아이돌 7IN이, 데뷔와 동시에 케이블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우, 우, 우리가 1위예요··· 형들! 우리가···.”
“우하하학, 데뷔하자 마자 1위야! 우리 진짜 미쳤나 봐!”
“아하하, 정신 차려. 소감 발표 해야지~”
능숙하게 멤버들을 진정시킨 현시우가 먼저 마이크를 잡고 1위 소감을 발표했다.
언제나처럼 화사한 미소로 고개를 꾸벅 숙이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현시우가 마이크를 인혁 쪽으로 넘겼다. 울어서 새빨개진 눈과 잠겨 버린 목소리로도, 인혁은 꾸역꾸역 소감을 발표했다.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칠링즈 분들, 앨범 제작까지 도와주신 모든 분들··· 이제는 안 울겠습니다.”
안 울겠다고 말해 놓고, 인혁은 마이크를 넘기자 마자 두꺼운 팔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닦았다.
참으로 눈물 많은 형님이로고. 딱한 마음으로 인혁을 쳐다본 군자였으나 그 역시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느낌이었다.
1위를 차지해 본 적은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일곱 동료들이 온전히 하나가 되어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참으로 감동적이며 감사한 순간 아닌가.
현재의 유창한 언변을 마지막으로 수상 소감 발표가 끝나고, 뒤이어 앵콜 무대가 시작됐다.
“감사하옵니다-!”
놀랍게도 군자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추며, 서예붓 응원봉을 든 팬들과 눈짓 손짓으로 소통하며, 동시에 마디가 끝날 때마다 큰절까지 하는 기예를 선보였다. 그 와중에도 라이브는 흐트러짐이 없었다.
* * *
[이번주 음방 1위 아이돌의 미친 앵콜 무대.avi]데뷔 1주일 만에 [M Planet> 1위를 차지한 7IN의 앵콜 무대는 소소한 화제가 됐다.
1위 자체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데뷔와 동시에 음방 1위를 차지하는 아이돌들도 꽤나 많았으니까. 그러나 재미있는 건 앵콜 무대 영상이었다.
보통 1위 가수의 앵콜 무대는 본 무대보다 힘을 뺀 채 진행한다. 스튜디오를 찾은 팬들과 소통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사운드 보정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수의 라이브 실력이 낱낱이 공개되는 타이밍이기도 하다. 이 때 드러난 라이브 실력으로 조리돌림을 당하는 아이돌들도 꽤나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7IN은 기이했다.
거의 본 무대와 가까운 수준의 퍼포먼스를 펼치는 와중에도 라이브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더 놀라운 건 그 와중에도 할 건 다 하는 유군자의 모습이었다.
첫 벌스가 끝난 뒤엔 동쪽에 큰절, 그 다음엔 서쪽에 큰절.
안 그래도 빡빡하게 짜여진 안무인데, 그 틈새를 꾸역꾸역 찾아 큰절을 끼워넣는 모습은 거의 기예에 가까웠다.
큰절을 박은 뒤 일어나서 2배속으로 안무를 따라잡고, 본인이 노래를 불러야 할 땐 또 핸드마이크를 잡고, 그 와중에 팬들의 환호성에 화답하며 손을 흔들고.
무슨 도술이라도 부리는 듯한 군자의 모습에, 팬 아닌 사람들까지 웃음을 터뜨렸다.
팬들에게도 첫 음방 1위는 큰 선물이었다. 게다가 공식 SNS에 올라온 대기실 사진 역시 팬의 입장에선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실수로 케이크를 잘랐다가 그걸 다시 조립하는 군자의 모습을, 하현재가 카메라에 담아 공식 계정에 업로드한 것.
슬픔 가득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은 채 케익을 조립하는 군자의 모습은, 레터링 케익을 선물한 팬들에게 120%의 만족감을 선사했다.
[세상에ㅠㅠㅠㅠㅠㅠㅠ미쳤나바ㅠㅠㅠ] [그럼 대기실 들어오자마자 저거 먹을라고 허겁지겁 칼질부터 한거임?ㅋㅋㅋㅋㅋㅋㅋ] [배고팠나바ㅠㅠㅠㅠ뭔가 짠하면서 귀엽네] [ㅎ진짜 통장다털어서 케익만 사주구싶다] [저거 애들이 인증샷 안 찍었다고 거짓말해서 놀라서 저러는거래] [ㅋㅋㅋㅋㅋㅋ다시 잘 조립해서 인증샷 찍을라곸ㅋㅋㅋㅋㅋㅋ] [진짜 귀엽고 사랑스럽고 혼자다한다ㅠㅠㅠㅠ] [그와중에 의상 무쳤네;;] [무릎꿇고 케익앞에서 삐질대는 게 섹시할일이야?]팬들의 반응은 계속해서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아육시 때부터 조련 능력은 타고났다고 평가받은 현재도 이 정도의 리액션을 이끌어 내진 못했다.
“선비 형아는 대체 정체가 뭐예여?”
“음? 갑자기?”
“아니, 어쩔 땐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또 어쩔 땐 완전 천생 아이돌 같다구여.”
“하하,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겠느냐.”
“그럼여, 칭찬이져. 아무튼 곰인지 여우인지 진짜 모르겠다니깐.”
“곰? 여우? 굳이 동물이 되어야 한다면 십장생(十長生)이 되고 싶다만.”
“어우, 갑자기 욕 하는 줄 알았네.”
“하하, 태웅아. 십장생이란···.”
“나도 알그든? 거북이, 사슴, 학, 뭐 그거 말하는 거잖아. 오래 사는 것들.”
“어엇, 그 사이 학식이 조금은 늘었나 보구나?”
“근데 그 안무 사이에 큰절 끼워넣는 건 진짜 어떻게 한 거냐?”
“어렵지 않지. 그냥 이렇게 하면···.”
재빨리 큰절 동작을 취했다가 띠요옹 일어나는 군자의 모습을 보며 멤버들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아니, 저게 가능한 거야?”
“왜 몸이 저렇게 움직이는 건데?”
“···코, 코어··· 코어가 엄청 강한가 봐요···.”
“그러게. 군자, 너 삼대 몇 치냐?”
“뭣이? 삼대(三代)를 쳐? 어찌 그런 패륜적인!”
“아니, 그 삼대가 아니라···.”
태웅이 패륜아 논란을 해명하려던 순간, 타이밍 좋게 이용중 실장이 숙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얘들아, 팬미팅 일정 잡혔다!”
“오오-.”
이용중이 들고 온 것은 첫 팬미팅 소식이었다.
얼핏 듣기로는 앨범을 백 장도 넘게 사야 팬미팅에 참여할 수 있다고 하더라만은, 군자는 그런 것엔 별 관심이 없었다.
팬들을 직접 대면할 수 있는 첫 번째 행사다.
그 누구보다 팬의 소중함을 확실히 알고 있는 군자였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이돌은커녕 뒤주에 갇혀 아사(餓死)해 가던 군자였으니까.
노래와 춤 실력이 좀 늘긴 했지만, 근본적으로 군자의 재능이 달라지진 않았다.
달라진 것은 세상이었다. 이 세상엔 군자의 노래와 춤을 좋아해 주는 팬이 있다. 이렇게 좋은 숙소에서,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사는 것도 다 그들 덕분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총 몇 분을 만나뵙게 되는 것입니까?”
“어, 아마 100명일 걸?”
“100명, 100명이라···.”
잠시 머리를 굴리던 군자가 이용중에게 물었다.
“한 분 당 한 식경(食頃) 정도 만나뵙는다면··· 대략 사흘 정도면 마무리되겠군요.”
“무, 뭐라고? 한 식경이 뭔데?”
“한 끼 식사를 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현대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대략 30분 정도지요.”
“뭐어? 30분?”
30분이라는 말에 이용중 실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야, 그런 대혜자 팬미팅이 어딨냐.”
“?”
“한 사람 당 30분이면··· 어우 야, 진짜 사흘은 걸리겠네. 그렇게 오래는 못 해.”
“그, 그럼 일다경(一茶頃)이라도···.”
“일다경? 그건 또 뭐니?”
“차 한 잔 마시는 데에 걸리는 시간입니다. 현대 시간으로는 15분 정도···.”
“쓰읍, 그것도 어려울 걸.”
일다경도 어렵다는 말에 군자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니, 그래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인데.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안 준다는 건 너무한 처사 아닌가?
“아마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은 한 사람 당 5분 정도일 거야.”
“오, 오 분? 오분이면 일각(一刻)의 삼분지 일 수준인 것 아닙니까!”
“아니, 시간 단위를 좀 현대어로 통일해 주면 안될까? 매니저랑 말할 때도 꼭 그 컨셉 유지해야겠니?”
“오분은 너무 짧습니다!”
그러나 이용중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당 5분이라고 쳐도 100명을 만난다면 최소 500분. 딜레이까지 계산한다면 600분, 즉 10시간은 족히 소모된다는 설명과 함께.
“아쉬운 마음은 이해해.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
“정 아쉬우면 역조공이라도 준비하든가.”
“역조공?”
군자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르자, 설명 담당 지현수가 언제나처럼 군자를 위해 해설을 덧붙였다.
“팬들이 팬미팅 때 가져오는 선물을 조공이라고 하고, 반대로 아이돌이 팬들한테 선물을 준비해서 나눠주면 그걸 역조공이라고 해, 군자야.”
“흐음,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음? 왜? 역조공 준비할 수도 있지. 난 실장님께 말씀드려서 준비하려고 했는데?”
“아니, 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용어다.”
“용어?”
군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팬들이 곧 우리의 주군이다. [Concept : 忠>에서 그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그, 그렇지?”
“조공이란 신하가 임금께 바치는 것이지. 그렇다면 우리가 팬에게 바치는 선물이 조공이고, 그들의 답례품을 역조공이라고 일컬어야 합당한 것 아닌가.”
“···듣고 보니 그러네.”
괴상하지만 또 일리가 있는 군자의 논리를 들으며 현재는 감탄해 마지않았다.
“와아, 평소에도 저런 생각을 하고 살아야 사랑받는 거구나.”
흐뭇한 표정으로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던 이용중 실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군자는 역조공 하고 싶다는 말이지?”
“역조공이 아니라 조공.”
“그래 그래, 조공. 그럼 내가 뭐 준비해 주면 될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군자는 이내 무언가가 떠올랐다는 듯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다른 건 필요없고, 딱 하나면 될 것 같습니다.”
“오, 그래? 뭔데?”
“도끼.”
“?”
“도끼 한 자루만 부탁드립니다. 날이 시퍼렇게 선 놈으로.”
이용중 실장으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요청 사항이었다.
“도, 도끼? 그걸로 뭐 하려고?”
“후후, 다 계획이 있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