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93)
#93
우리 엔조이였니
[잘못된 패스워드입니다. (1/5)]“아···.”
과거의 유군자에 겨우 한 발짝 접근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난관은 남아 있었다. SNS 계정명은 알아도 비밀번호는 몰랐으니까.
부모님의 이름을 섞어 첫 번째 비밀번호를 입력해 보았지만 맞을 리가 없었다.
[잘못된 패스워드입니다. (2/5)] [잘못된 패스워드입니다. (3/5)]그럴싸한 비밀번호 몇 개를 더 넣어 보았지만 역시나 계정은 열리지 않았다. 화면에는 SNS 피드 대신 경고문만 떠올랐다.
[경고! 패스워드 3회 오류. 5회 누적 시에 계정이 잠깁니다.]“헉-.”
다시 한번 비밀번호를 조합해 보려던 군자의 움직임이 턱 멈췄다. 계정이 막힌다니, 그건 또 무슨 무시무시한 말인가.
앞으로 남은 기회는 두 번, 계속 시도해야 하나? 아니면 여기서 멈춰야 하나?
지잉-.
고민하던 찰나 마침 스마트폰이 울렸다. 루나틱의 리온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오리온 : 군자 씨] [오리온 : 오늘 적어 본 글귀입니다.] [오리온 : (사진) (사진)] [오리온 : 한상지만(恨相知晩).] [오리온 : 친구를 서로 늦게 알았음을 한탄하는 고사입니다.] [오리온 : 고사를 보는데 군자 씨 생각이 나더군요.] [오리온 : 우리는 비록 늦게 알았지만 그것이 한스럽진 않습니다.] [오리온 : 지금부터라도 서로를 위하면 될 테니까요.]지당하신 말씀.
리온의 문자를 보며 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글씨는 아직 악필이나 이것도 쓰다 보면 나아지겠지. 상처가 될까봐 굳이 글씨에 대한 첨삭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비록 악필로 쓴 고사라 할지라도 그 의미는 군자에게도 크게 와 닿았다.
한상지만, 서로 늦게 알았음을 한탄하다. 군자 역시 리온과 같은 생각이었다. 늦게 알았지만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이 아니던가.
[유군자 : 형님] [유군자 : 뭐 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오리온 : 물론입니다.] [유군자 : 비밀번호를 다섯 번 틀리면 어떻게 되는지요.] [오리온 : 으음]오리온은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 줄까 고민하듯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이내 메시지를 보내 왔다.
[오리온 : 아주 아주] [오리온 : 귀찮아지지요.] [유군자 : 이런···.]아무래도 3회 오류에서 비밀번호 입력을 멈춘 것은 잘한 일인 듯 싶었다. 이제는 정확한 비밀번호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야 귀찮은 일 없이 이 계정을 열 수 있을 테니까.
[유군자 : 감사합니다 형님] [오리온 : 별 말씀을요.] [오리온 : 아, 첫 팬사인회 했다고 들었습니다.] [오리온 : 축하합니다.]형님께서도 우리의 소식을 쫓고 계시는구나.
군자는 괜히 뿌듯해졌다. 루나틱은 아직 따라잡기엔 너무 먼 곳에 있는 대선배지만, 이렇게 한 발짝씩 가다 보면 언젠가 리온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테다.
[유군자 : 정말 즐거웠습니다.] [유군자 : 팬들께 선물도 나눠 드렸습니다.] [오리온 : 오, 어떤 선물이요?] [유군자 : 나무로 깎아 만든 원앙 조각을 드렸습니다.] [유군자 : 원앙은 부부 간 금슬의 상징이지요.] [오리온 : 아하.] [오리온 : 원앙이라, 저도 얼마 전 TV에서 보았습니다.] [유군자 : 참으로 아름다운 새 아닙니까] [오리온 : 예, 신비로웠습니다.] [오리온 : 원앙 수컷은 일평생 여러 암컷과 교미를 한다고 하더군요.] [유군자 : 예?] [오리온 : 암컷을 잉태시킨 후엔 바로 다른 암컷을 찾으러 간다고] [유군자 : 아니 그런] [오리온 : 참으로 정력적인 동물 아닙니까.]“···나의 원앙이 그럴 리 없어···.”
뜻밖에 원앙의 정체를 알게 된 군자가 침대에 털썩 엎어지며 좌절했다. 그 동안 금슬의 상징인 줄 알았던 원앙이 그토록 풍기문란한 녀석이었다니.
팬들도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진 않았겠지? 괜히 가슴이 섬짓해진 군자였다.
황급히 SNS에 ‘유군자 원앙’을 검색해 보니 팬사인회를 찾은 팬들의 후기가 나왔다.
[팬싸 갔다가 받은 원앙]군자가 직접 날밤새서 깎았다함ㅠㅠㅠㅠㅠ
이게 오늘부터 우리집 가보야……
근데 원앙 실제로는 바람둥이라던뎈ㅋㅋㅋㅋ
군자야··· 나 너 믿어도 되는거지?ㅋㅋㅋㅋㅋ
“!”
이런, 이런 낭패가 있나!
황급히 현재에게 전화를 걸어 방송 세팅법을 전수받은 뒤, 군자가 제이라이브를 켰다.
예정에 없던 갑작스런 라이브였음에도 알람을 켜 놓은 팬들이 많았기에 시청자는 금방 수천 명을 넘어섰다.
“죄송합니다-!”
다짜고짜 석고대죄부터 박은 군자가 해명방송을 시작했다.
“원앙은 절대로, 절대로 그런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저 팬들과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갑작스런 라이브, 거기에 바보 같은 사과 방송까지.
팬들은 군자가 귀여워 호흡곤란이 올 지경이었다. 새삼 팬사인회를 간 팬들이 너무도 부러운 시청자들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그 와중에도 미친 단합력을 발휘했다.
[헐] [군자야···] [원앙··· 그런 의미였니?] [이제 와서 해명한들ㅠㅠㅠㅠㅠ] [나 상처받았어···] [팬싸 간 언니들 어떡해ㅠㅠㅠㅠ] [군자 바람둥이였어?] [우리 군둥이들··· 그냥 다 엔조이였니?]“엔조이? 그, 그건 또 무슨?”
[그냥 하룻밤 즐기는 사이였냐구우~] [너무행] [이 원앙같은 남자···] [그래 얼굴값 해라 얼굴값 해~] [말해 어떤년이야]“아, 아니, 아니이! 절대 아닙니다요!”
갑자기 선비에서 머슴이 되어 버린 군자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즐거움을 만끽했다.
비록 5분 뒤, 사실 다 장난이었다는 걸 밝힌 뒤엔 삐진 군자를 달래느라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애를 먹어야 했지만.
“···다들 호흡들이 아주 기가 막히는구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낰ㅋㅋㅋㅋㅋ미치겟넼ㅋㅋㅋㅋ] [조련당해본적은 있어도 조련해 보는 건 또 처음임ㅋㅋㅋㅋㅋ] [혼자 함정 파고 혼자 자빠지는 아이돌이 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넘 기여운거 아니냐거] [팬싸 간 사람들 부러워서 미칠것같다ㅏㅏㅏㅏ] [나도 원앙ㅇ 원ㅇ안안아엉ㅇ앙] [군자 울지맠ㅋㅋㅋㅋ괜차나괜차나]팬들은 대화의 화제를 돌리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다. 가장 일상적이고 흔한 질문은 역시 다음 스케쥴에 대한 것이었다.
[울지말구 눈물닦구] [군자 이제 머하러 가?] [오늘은 쉬는 날잉가] [ㅠㅠㅠ하루종일 제이라이브 했음 좋겠다]“아, 이제는 연습실에 가야 합니다. 곧 음악방송 무대가 있어서요.”
곧 제이라이브를 꺼야 한다는 말에 팬들은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었다.
[ㅠㅠㅠㅠㅠ가지마ㅠㅠㅠㅠㅠㅠ] [우리가 잘못했어··· 이제 안 놀릴게에···] [너무 재미있어서 그랬오ㅠ퓨ㅠㅠㅠㅠㅠ] [그럼 귀엽지말든가ㅠㅠㅠㅠㅠㅠ] [아직도 무대연습 빡세게 해?] [ㅁㅈㅁㅈ 이제 좀 살살 해두 되지않나] [엠플 보니까 지금도 엄청 잘하던데]그러나 군자의 생각은 달랐다.
물론 이제는 신곡 무대도 꽤나 익숙해졌다. 오디션 때와는 달리, 타이틀곡만을 계속해서 보여주는 아이돌 활동 특성상 무대가 익숙해지고 퍼포먼스도 능숙해질 수밖에 없으니까.
생각해 보면 저잣거리에서 줄을 탈 때도 그랬다. 처음엔 줄에서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긴장되고 떨렸지만 숙달된 뒤에는 바닥을 걷듯 줄을 탈 수 있었다.
그러나 광대들은 결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숨 쉬듯 줄을 타던 광대라 할지라도, 매일 그 위에 올라서서 감각을 익히고 또 익혔다.
연습이 지겹지 않냐는 군자의 질문에, 광대들은 이렇게 답했었지.
“줄 위에 오래 있다 보면 꼭 거기가 내 집처럼 느껴지지. 마음이 편해지면 몸이 해이해진다우. 신명이 안 사는 게지.”
“아아.”
“근데 그러면 안 돼. 나야 매번 같은 놈, 같은 줄이지만 보러 오는 분들은 매번 다른 분들이잖수.”
“···그렇군요.”
“구경꾼들한텐 그 한 번이 전부일 수도 있는데. 그러니 나도 매번 최고를 보여야지, 부끄럽지 않게 돈 받아 먹으려면.”
그렇게 말하며 무심하게 줄 위에 올라서는 광대들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그 가르침을 잊지 않았으니 지금도 연습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거다. 아무리 숙달된 무대라고 해도.
광대 일화를 소개하며 연습의 당위성을 설명하자 팬들은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보내주자 우리ㅠㅠㅠ] [우왕 전래동화 한편 뚝딱] [‘연습이 가고 싶다’는 말을 참 길고 예뿌게 하는 내군자] [근데 진짜 옛날이야기 왜 이렇게 찰지게 함?] [조선에서 오셨어여?] [ㅋㅋㅋㅋ군추도사 무도사] [ㅋㅋㅋㅋㅋㅋ군추도사는 어감이 좀ㅋㅋㅋㅋㅋ] [아라써(흑흑) 나 기다린다(흑흑)] [나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이고 기다린다아]그렇게 팬들과 작별인사를 한 뒤 군자는 연습실로 향했다. 마침 연습실엔 태웅과 현재가 먼저 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오, 선비 형아 일찍 오셨넹.”
“제이라이브 하던데, 소통 좀만 더 하다 오지 그랬냐.”
“안 돼, 버릇 나빠진다.”
“어어?”
“자꾸 제이라이브 켜 주면 팬들 버릇 나빠진다고여?”
태웅과 현재의 오해에, 군자는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반박했다.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연습을 게을리 하면 내 버릇이 나빠진다고!”
“아하, 놀랐자나여.”
빠르게 오해를 무마한 군자가 크게 심호흡을 하며 스트레칭에 합류했다.
[M Planet>에서는 1위를 차지했지만, 타 음악방송은 순위 집계 방식이 다르기에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들었다.특히 이번에 출연하는 지상파 음악방송 [음악정원>엔 대형 트로트 가수 송영근이 컴백한다.
7IN도 음반을 엄청나게 많이 판 편이지만, 송영근의 앨범 판매량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했다. 초동 판매량만 100만 장이 넘었으니까.
그에 비해 7IN은 방송 점수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었다. 음반 판매량과 방송 점수가 비등비등하니, 어쩌면 온라인 생방송 투표에서 순위가 갈릴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꼭 1등을 해 보자꾸나.”
“오, 욕심?”
“선비 형아가 웬일로 1등 얘기를 한대여.”
동료들은 그의 모습을 신기하게 생각했으나, 군자는 반드시 [음악정원>에서 1등을 하고 싶었다.
아육시가 끝나며 받은 특급 보상, 아직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으니까.
분명 지상파 음악방송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다면 그 보상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지.
그것의 정체를 알아 내기 위해서라도, 지상파 음악방송인 [음악정원>에서는 반드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이제 곧 송영근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며 방송 횟수를 늘릴 것이고, 일주일 후엔 음원 강자 래퍼들이 하나씩 컴백할 예정이다.
어쩌면 다가오는 [음악정원>이 이번 활동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1위를 차지하여 보상 내용도 확인해야 하고, 비공개 SNS의 비밀번호도 알아내야 한다.
숙제는 갑작스레 늘어났지만, 군자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게 이틀 동안의 착실한 연습이 끝나고.
마침내 7IN 멤버들은 첫 지상파 음악방송 프로그램 [음악정원> 본 무대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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