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94)
#94
초 특별 보상
지상파 채널인 KBC의 음악 프로그램 [음악정원>의 순위 집계 방식은 다소 독특했다.
타 프로그램이 음반 판매량, 방송 출연 점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과 달리 [음악정원>은 실시간 온라인 투표를 중시했다.
덕분에 국민 발라드 가수, 음원 강자 래퍼 등 소위 말하는 ‘음원 깡패’들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차트이기도 했다.
이는 얼핏 보면 팬덤이 강한 아이돌들에게 유리한 차트 같기도 했다. 실제로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바로 지난 주, 페이버릿이 진입과 동시에 2위까지 올라가며 괜찮은 성적을 냈으니까.
그러나 이 아이돌 팬덤의 위에 있는 유일한 존재들이 있었으니.
“자아~ 다음 무대는 누구죠, 연주 씨?”
“어머님 아버님들의 심금을 울리는 절절하고 간드러지는 목소리죠! 송영근이 부릅니다, [고향땅의 내사랑아>!”
음반 판매량, 실시간 온라인 투표 모두 아이돌에 맞먹거나 그를 상회하는 1티어 트로트 가수.
그 중에서도 최상의 인지도를 가진 송영근은, 컴백과 동시에 [음악정원> 차트를 폭격하며 단번에 1위 후보로 진입해 있었다.
“이제느흐은- 기억이이- 흐릿해질 만도 하거언 마아안-.”
하늘색 셋업 정장을 입은 송영근이 마이크를 쥐고 첫 소절을 부르자 마자, 방청석에서 희한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악-.
일반적으로 음악방송에서 듣기 어려운 환호성. 장년층 어머님들의 구성진 환호성이 송영근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영근아아-.”
“나 저그 벌교에서 왔다잉-.”
“영그이, 여기 좀 봐 도-.”
“끼야아악.”
대기실의 7IN 멤버들 역시 송영근의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와, 환호성 소리···.”
“우리가 저 분을 이겨야 되는 거져?”
“그렇지. 군자가 꼭 1등 하고 싶다잖냐.”
“아하핫, 목소리 짱이다~”
“그러게. 너무 구성진데?”
“···그, 그 와중에 자, 잘생기셨어요···.”
군자 역시 송영근의 무대에 푹 빠져 있었다.
“이것이··· 트로트?”
지금까지 들어 본 음악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이돌 음악은 끝음 처리를 담백하고 깔끔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렇기에 군자 역시 괜히 불필요한 기교를 넣지 않고, 안무와 함께 라이브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노래를 ‘정돈하는’ 것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트로트는 달랐다. 우선 다양한 기교가 귀를 사로잡았다. 때로는 구성지게 꺾고, 또 때로는 애절하게 음을 길게 끌고 나가며 이별의 정한을 표현했다.
“허어-.”
형태는 조금 달랐으나 군자가 해 오던 창, 판소리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었다. 모처럼 반가운 음색을 들으니 어깨가 절로 덩실덩실 움직였다.
“푸하핫, 군자 형 어깨춤 추는 거 봐여.”
“왜 군자야. 혈관을 타고 흐르는 아재 유전자가 막 반응하냐.”
“잘 모르겠지만 참 좋은 음악이구나.”
“그쳐, 송영근 님 노래 엄청 잘 하시니깐.”
“어떻게, 가서 솔의 눈이라도 하나 뽑아 와? 누룽지 사탕도 사 올까?”
“오오, 여기도 솔의 눈이 있느냐?”
“···그, 근데 영근 님··· 바, 발성 너무 좋아요···.”
“감성이 미쳤는데여. 이런 건 배워야 되는뎅.”
“저 분 조부모님이 이산가족이라시잖아. 애초에 이별의 감성을 가지고 태어나신 거지.”
“헉, 그랬구나.”
소년들이 모니터에 푹 빠져 있는 동안, 어느새 송영근의 무대는 절정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아버지 내 아버지, 정답을 알려주소-.”
아버지이, 내 아버지이-.
송영근의 선창을 뒤따르는 구성진 떼창. 응원단 어머님들은 이제 떼창 응원법까지 선보이며 최애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고 있었다.
[송영근! 잘 영글었다!] [우리 영근, 예쁘게 영근!]구수한 아재개그가 쓰인 커다란 현수막에, 잘 영근 대추 모양의 응원봉까지.
이건 뭐 아이돌 팬덤이 따로 없었다.
“아버지, 내 아흐버지이-.”
희한하게 중독성 있는 후렴구였다. 어느새 군자도 [고향땅의 내사랑아>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정답을 알려주소오-.”
슬쩍 흥얼거렸을 뿐인데 동료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미친, 유군자 개잘하네.”
“···우, 우와, 우리 엄마 아빠가 좋아할 것 같아요···.”
“후훗, 괜찮았느냐?”
“군자 넌 늙어도 돈 걱정은 없겠다. 트로트 하면 아주 돈을 쓸어담겠는데?”
“야, 근데 너무 따라하지 마라. 그 구수한 창법 중독되면 어떡함.”
“아뿔싸.”
태웅의 우려에, [고향땅의 내사랑아>를 부르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활동곡인 [근본 (Origin)>을 불러 보았는데.
“구, 군자야, 장난이지?”
“왜 이렇게 구성지게 부르고 난리야?”
노래가 평소와 조금 다르게 나왔다.
“아하핫, 트로트 가수가 커버한 것 같아~”
“이거 아니다 군자야, 알았지? 이렇게 하면 큰일 나요.”
군자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머릿속엔 송영근의 노랫소리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아흐버흐지, 내 아흐버흐지이이-.’
이 중독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애써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어 보았다. 무대 위에선 이런 실수를 해선 안된다. 우리는 정해진 대로, 준비한 무대를 완벽하게 해내야 된단 말이다.
“칠린 분들, 무대 대기하실게요~”
“예 알겠슴다-.”
그러나 그 압박감이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일까.
무대 위에 오른 군자는 결국 실수를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유독 군자의 보컬 파트가 많은 [근본 (Origin)>이었다. 파트를 소화할 때마다, 군자의 머릿속에선 송영근의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더 군자를 헷갈리게 했다.
“꾸움 속의- 널 찾아으아-.”
춤은 완벽했다. 의상 역시 평소처럼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끝음이 묘하게 구수해져 버렸다.
“도착한 이 곳은- 프어라다이스으-.”
군자의 파트가 나올 때마다, 얼큰한 해장국 같은 구수한 끝음 처리가 튀어나왔다. 방청석에 앉은 팬클럽 칠링즈마저 고개를 갸웃할 만큼, 평소와는 다른 보컬이었다.
“군자 라이브 왜 이래?”
“못 하는 건 아닌데··· 오늘 왜 좀 이상하지?”
그와 동시에, 송영근을 응원하기 위해 왔던 장년층의 팬들도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머, 저 총각-.”
“희한허게 끌린다잉?”
“노래가 제법 맛있는디.”
“뭘 좀 아는 청년인가.”
멤버들 역시 이 변화를 눈치챘다. 대부분이 인이어를 빼고 있었기에, 모니터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군자의 구성진 끝음 처리를 분명히 들었다.
‘아아, 이게 뭐야···.’
‘망했다.’
‘망했구만···.’
‘이럴 줄 알았으면 송영근 님 무대 땐 군자 귀마개 씌워 놓을 걸···.’
끝까지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한 멤버들이었지만 낭패감을 지울 순 없었다. 아이돌 노래를 이렇게 구수하게 불러 버리다니.
군자 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히 들었다. 덕분에 엔딩 원샷 표정에도 우울이 스며들어 버렸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이렇게 되면 지상파 음악방송 1위는 틀렸구나.
낙담한 군자였으나, 결과는 다소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 * *
“7월 셋째 주 음악정원, 이번 주의 1위는··· 축하합니다! 7IN!”
우와아아아아아아-.
이름이 호명된 뒤에도, 팬들의 환호성을 들으면서도 멤버들은 어리둥절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와 버렸으니까.
“뭐야? 뭐야!? 우리 1등이야—!?”
“와하핫, 이거 뭐야!”
망했다고 생각한 무대가 1등을 해 버렸다. 그것도 [음악정원>에서는 깡패나 다를 바 없는 송영근을 제치고.
드디어 군자의 염원이었던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이룬 것이다.
“뭐야 이거, 어떻게 우리가 1등인데!”
“그러니까여! 선비 형아가 노래 엄청 희한하게 했는데!?”
가장 놀란 것은 군자였다. 자신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으니까. 아육시 데뷔를 통해 얻은 ‘초 특별 보상’은 나중에나 확인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1등이라니. 우리가 1등이라니!
스케쥴을 마친 뒤 솔라시스템 사무실에 와서야 사건의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서은우 팀장이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유군자 씨.”
“네에···.”
“음악정원 본방, 나도 모니터 했습니다. 노래를 특이하게 하시던데요.”
“···죄송합니다···.”
“일렉트로닉 팝과 트로트라니, 끔찍한 혼종입니다. 우리 노래는 [아모르 파티>가 아니잖습니까.”
“···예에···.”
“앞으로 그런 실수 하면 안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면서, 무대 위에서 그렇게 노래를 해 버리면 장난 치는 줄 알 테니까요.”
“명심하겠습니다···.”
따끔한 가르침 뒤엔 설명이 이어졌다. 대체 어떻게 7IN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지.
“승부는 실시간 온라인 투표에서 갈렸습니다. 우리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점수가 나왔거든요.”
“아하-.”
“팬들이야 아마 모두 여러분에게 표를 던졌겠죠. 그러나 변수는 중장년층이었을 겁니다.”
“어머님, 아버님들이요?”
“예. 유군자 씨가 노래를 구성지게 불러 버리는 바람에, 그 분들의 마음을 산 것 같습니다. 꽤 많은 중장년층 팬분들이 7IN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 그러면···.”
“네. 유군자 씨의 실수가 오히려 도움이 됐네요.”
그제야 서은우 팀장은 표정을 풀며 가볍게 웃었다. 멤버들 역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다.
“크으, 역시 유군자. 앞으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네.”
“앞으로 넘어지면 당연히 코 깨지지 않음여?”
“어, 그러네. 암튼 뭔 말 하려는지는 알지?”
“그럼여.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 이 말 하고 싶었던 거잖아여.”
“그래, 내 말이 그 말이라니깐.”
“군자야, 넌 설마 이것도 다 계산하고 한 거니?”
지현수의 찬양에 군자는 그저 껄껄 웃기만 했다. 계산된 행동일 리가 있나.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보상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다음 날 아침, 그 날도 군자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다.
마음을 정돈하는 서예를 마친 뒤, 오랜만에 나직하게 친구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창이야, 거기 있느냐.”
···우우웅···.
부름에 화답하듯, 반투명의 상태창이 군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별 보상도 아닌 ‘초 특별 보상’이라. 대체 무엇이 나올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보상은 아직 가려져 있었으나, 가려진 문장의 크기만 봐도 평소보다 훨씬 길었다.
어쩌면 보상이 하나가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군자가 상태창의 ‘열람’ 버튼을 꾹 눌렀다.
[‘초 특별 보상’을 지금 열람합니다.] [첫 번째 보상 공개.]“역시···.”
예상대로 보상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초 특별 보상’이라고 부를 수 있겠지.
그러나 그 보상의 내용만큼은, 군자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오